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 마더 테레사에서 세인트 테레사로, 성인聖人 추대 기념 묵상집
마더 데레사 지음, 앤서니 스턴 엮음, 이해인 옮김 / 판미동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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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는 마더 테레사에서 성인이 되신 세인트 테레사로 성인이 남긴 말들을 앤서니 스턴이 엮은 추대 기념묵상집으로 추천사만 제대로 한 자 한자 읽기만 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멸되고 재생하는 느낌을 들게 했다. 생전에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성인 그 이상의 추대를 받았던 분이기에 그분이 남긴 많은 말과 글은 이 책 이전에도 이미 읽고 감동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대묵상집, 앤서니 스턴이라는 인물이 엮은 이 책이 이전보다 더 크게 영적인 부분에서 더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성인께서 단 한 번의 흔들림없이 늘 주님을 바라고 의지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떤 의혹과 시련에도 주님만 바라보는 주님바라기 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의구심은 꽤 오랜기간 성인안에 머물며 괴로운 마음을 주었지만 결국 그런 의구심이 끊임없이 기도하게 만들었고 실제 성인의 삶속에서 그 어떤 말보다 '기도하라'라는 말이 넘치게 되는 까닭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실질적인 기아보다 마음속 허기가 더 위급하고 심각하다는 성인의 말처럼 아픈 몸보다 아프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많은 것들,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과 부당한 환경속에서 가해지는 정신적인 위축과 폭력이 더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요즘 그래서인지 '주님은 어디계신지요?'라고 묻던 성인의 심정이 보다 더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양분을 공급해야 합니다.

어쩌면 영적인 굶주림으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나의 기계에 기름을 치듯이

그렇게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채워 가야 합니다. 64쪽


영적인 굶주림 혹은 영혼의 허기를 질병으로 보자면 '우울감' 혹은 '우울증'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성인의 말처럼 '영적인 굶주림으로 죽을 수'있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 까닭이다. 다른 무엇보다 기도하라는 것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신'적인 존재에 대한 겸손과 비움일 것이다. 실제 생전에도 가톨릭으로 개종하라는 말 대신 각자의 종교와 신앙을 더 깊이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신을 포함해 책속에 등장하는 종교적인 언어가 불편하다면 그조차 각자에 맞는 단어로 바꾸어도 좋다는 엮은이의 말도 성인이 보여주신 바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개별적인 기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 뿐 아니라 작게는 가족, 넓게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서로 기도해주는 것을 이상으로 본다. 내 안에 사랑이 없이 사랑을 줄 수 없고, 사랑을 줄 수 없으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살면서 시련과 고통은 우리를 끊임없이 따라올 것이다. 나에게 없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자녀 등 누군가는 홀로 울고 있을지 모른다. 기도하자. 그리고 함께 기도하자. 기도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 어느 순간보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혼자라는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영적인 포만감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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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개정판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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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지난 봄부터 심신이 쇠약해지고 있던 중 <스트레스의 힘>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에도 제목을 보면서 ‘사고의 전환’을 운운하는 책이려니 하며 넘어갔었는데 통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지금 한 번 읽어나보자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믿음의 마법>에서는 끊임없이 뇌리에 남아 미련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면 더이상 미루지말고 시작해야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헬스장에 가기 싫어 계속 미루다가고 막상 운동을 마치는 그 때, 더 없이 큰 기쁨과 만족을 느끼게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한 단어로 바꾸면 ‘스트레스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 일, 생활수준, 공동체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또한 연구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모리타니처럼 부패, 빈곤, 굶주림, 폭력 수치가 높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107쪽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 하고 싶은일을 할 수 없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분명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해 그 일을 하게만드는 동력으로 작용되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든다. 위의 발췌문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이나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다시 말해 우리가 동력으로 사용할수 있는 스트레스와 그럴 수 없이 거대한 스트레스가 분명 존재함을 인정한다는 저자의 말을 뜻하기도 한다.



고통이 모든 사람의 삶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회복력이 더 크며 삶에 더 만족할 줄 안다. 이들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한층 솔직하게 터놓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잘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역경에서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며 직장에서 심신이 완전히 지칠 가능성이 적다. 223쪽

결국 스트레스의 힘을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은 타자의 고통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인 시각으로 볼 때 성인이라 부르는 이들이 기아와 박애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했던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심한 통증으로 누워있을 때 곁에 있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마저왜곡되어 받아들였던 적이 있다. 저들은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으며, 해결해줄 수도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처럼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부분들이 해소되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당면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아들여야 할지 깨달을 수 있게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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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불을 - 한 걸음만 버텨줘
정회일 지음 / 열아홉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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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일 작가의 <마음에 불을>읽고 있거나 혹은 이미 완독한 독자라면 책 제목처럼 '마음에 불, 열정'이 가득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며 삶의 출발점을 타인과 비교만 하며 사는 것보다 태어난 것 자체에 감사하는 삶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저자의 진짜 생생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 후 실천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녀가 어릴 때 부터 다독하기를 바랄 것이다. 정작 책의 양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해가며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따라 독서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것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많이 읽기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법을 작가는 책을 통해 알려주었다. 왜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까지 사본으로 널리 퍼졌는지 납득이 될 정도다. 





그가 직접 찾아간 멘토 이지성. 그와의 첫 만남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아토피로 인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더운 날씨에도 두껍게 옷을 입고 갑자기 쓰려질 것을 염려해 이불까지 챙겨야 외출이 가능했던 작가의 행색은 그야말로 노숙인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나중에 사정을 듣고서야 그런 차림이 아니고서는 외출이 불가했을 만큼 힘들었던 상황이라는 것이 알려지지만 그런 차림을 감수하고서라도 멘토를 찾아나선 정회일 작가의 용기나 노숙인처럼 느껴졌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깨닫고 있는 부분, 조언해줄 수 있는 최대치를 전달했던 이지성 작가나 정말 선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저자의 선한 삶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시련이 자꾸 찾아와 그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시련으로 지칠법도 하고 누군가를 향해 원망할 수도 있을텐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책을 통해 단련된 마음은 그를 더욱 강하게 그리고 따뜻한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감사함을 모르고 저 홀로 괴롭고 힘들다며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열정이 더해지면 타인을 해치고 결국 자신을 까맣게 태우고 말지만 감사할 줄 알고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열정을 품게되면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마저 따뜻하게 녹인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독서를 하고 서평을 꼬박꼬박 적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녹일만큼의 온도로 타오르지 못했던 것은 내 안의 상처와 나약함만을 위한 독서였기 때문이지 싶다. 저자처럼 자신을 넘어 이웃과 공생하려는 자세, 신에대한 끊임없는 감사와 겸손함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달았던 <마음에 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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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뇌, 호르몬 - 뇌와 호르몬이 여자에게 말해주는 것들
사라 매케이 지음,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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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양육은 우울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치매에 걸릴 가능성은 과연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클까?


위의 질문은 책<여자, 뇌, 호르몬> 뒷표지에 적힌 것으로 그렇잖아도 고령의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증과 기억력 감퇴로 인해 치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가 지난 해 부터 궁금해왔던 바로 그 질문들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저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울증과 관련해 이전에 읽었던 책을 통해 몸에 염증이 뇌에 염증이 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성과 뇌'라는 주제로 풀이하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더 취약하다면 당연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그런걸까? 정신을 바짝 차리자. 하향식으로, 상향식으로 ,밖에서 안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의 대답은 아주 복잡하니까. 183쪽


이전에 읽었던 책들로 인해 지금 내 상태가 우울증상이 찾아오기 쉬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는 있는데 그 외에도 여성이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 밖에 없었다. 다만 필자와 이 책의 집필의도를 미리 언급해두자면 이 책은 절대 '여자가 더!'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남자와여자의 뇌를 비교하며 여성이 좀 더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거나 역차별로 인해 남자는 위로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여자의 뇌'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알아보자는 취지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심리치료학과 교수 크리스테니 쿠에너에 따르면 남녀 차별이 등장하는 이유로 유전자와 성호르몬이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유년시절부터 사회인이되기까지 여자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차별적인 요소가 결과적으로 여성이 더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우울증과 관련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엄청나게 불안한 심리상태를 들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불안하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나처럼 임신중 가지게된 여러가지 원인이 출산이후에도 연결돼 아이의 육아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기도했다.


그렇다면 임신한 여자의 뇌늰 도대체 왜 바뀌는 것일까?

후크제마 연구팀은 임신 기간에 여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스테로이드성 성호르몬에 노출되는데, 그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프로락틴, 옥시토신, 코르티솔의 엄청난 변동이 시냅스의 감소, 아교세포 발생, 수초화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265쪽


책을 읽으면서 나의 우울증상과 완벽하게 이해되거나 치료방법을 명확하게 깨달은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산후우울증'이라는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인 단어로 대충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들었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의심을 하면서도 약물외에 무모하게 느껴지는 방법에 의존할 수 없는 것도 결국 '왜'라는 질문에 사회가 제대로 답해주지도 답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 이런 막연함이 답답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분이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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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북 -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면 가장 소중한 책이 된다 마더북
엘마 판 플리트 지음, 반비 편집부 엮음 / 반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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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아이를 낳고보니 낼모레면 아이의 할머니, 즉 나의 엄마는 일흔이라는 나이를 코앞에 앞두고 있었다. 아이가 스무살이 되면 아흔. 내 마음이 급해졌다. 엄마는 매일매일 조금씩 기력이 약해질테고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바빠질 수 밖에 없는데 둘 사이의 반드시 엄청난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서운한 맘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알게된 책 <그랜마북>. 원래대로라면 내 아이가 할머니인 내 엄마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직접 책을 읽어가며 엄마가 답을 달아야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다행이라고 할 순 없지만 몇 달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와있는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에게 아이대신 내가 질문을 던지고 받아적는다.


"엄마, 옛날에 살던 집 기억나?"

"엄마, 삼촌들이랑 이모들 중에 가장 친한 사람이 누구야?"

"엄마, 외할머니랑 특별한 추억같은게 있으면 말해봐."





엄마는 다짜고짜 던지는 나의 질문이 귀찮을만도 하지만 워낙 특이한 딸인지라 이유가 뭐냐고 묻지도 않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중간중간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웃기도 하고 몰랐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중 몇해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와의 추억이야기가 깊어지자 결국 엄마눈에 눈물이 맺혔다. 엄마가 울컥했던 부분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시집오기전까지 외할머니가 엄마 생일날이면 빠짐없이 생일떡을 해주었던 이야기를 들려줄 때였다. 아들인 큰삼촌이나 다른 이모들도 그렇게 해주진 못했는데 큰 딸인 엄마의 생일날은 병세가 있어 아프셨던 와중에도 한해도 빠지지 않고 해주었다고 했다. 그런 사연은 나도 처음들었다. <그랜마북>이 아니었다면 아마 모르고 살았을이야기였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세가 악화되었던 2년동안 거의 간호를 도맡아했다. 전쟁중에 위의 오빠 둘을 먼저 보내고 그나마 전쟁에서 살아남은 큰 언니마저 병으로 먼저 보낸 뒤 장녀아닌 장녀로 살아온 엄마에게 그 시간은 책임과 의무의 시간이 아니라 외할머니와 그 어느때보다 가깝게 지내며 마주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아이를 대신해 <그랜마북>을 작성하고, 또 아픈 나를 대신해 내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침대위에서 바라보며 맘으로 계속 울었다. 엄마에게 왜 진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지 않았을까. 나의 유년시절을 좀 더 화려하고 애틋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것만 불평하고 원망했던 내가 밉고 또 미웠다. 나는 내가 미워졌는데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속에서 외할머니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꼈고, 엄마 또한 나를 그렇게나 사랑했음을 깨달았다. <그랜마북>은 내 남편에게 그리고 내 언니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 <그랜파북>도 빨리 출간되길. 내 아빠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내 아빠의 이야기도 내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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