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몰랐던 매혹적인 바다이야기 27
고명석 지음 / 청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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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끊임없이 버리고 있다. 종이컵, 생수병, 과자 봉지, 식품 포장지 등 대부분 생활에 포장용으로 쓰인 쓰레기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생산되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이나 쇠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생산된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결국 가장 낮은 곳, 바다로 흘러들게 되어있다. 한번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89쪽



책 제목만 보면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바닷속 생물이나 경관이 멋진 해외의 여러 해변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바다의 현재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아름답고 매혹적인 바다 이야기도 당연히 있지만 사실 그부분 보다는 바다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는 물론 위의 발췌문처럼 아파하는 바다 이야기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 한 미술관에 전시된 바다와 관련된 작품은 바다위에 펼쳐진 플라스틱 향연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향연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그처럼 색색으로 펼쳐진 모습이 얼핏 봐서는 채색한 것보다 더 멋져보였지만 1초만 지나도 우리가 마시다 버린 생수병과 조업을 위해 사용한 그물 등 바다쓰레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얼굴에 지어진 미소가 금새 수심이 가득한 상태로 변화되는 것이다. 슬픈 바다이야기를 좀 더 이야기 해보자면 소설<뿌리>와 관련된 편으로 노예 사냥꾼에게 잡힌 쿤타킨테와 후손들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 다양한 도구의 사용과 발명 뿐 아니라 미술 및 클래식의 놀라운 역사등이 부럽기까지 했지만 역사를 알면 알수록 특히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거나 상상조차 끔찍한 수난의 역사를 접하면서 역시나 유럽의 바다편에 노예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리라 짐작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1550년 유명한 바야돌리드 논쟁이 벌어졌다. 이것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인권에 관한 토론이었다. 여기서 철학자 세풀바다는 "인디오는 노예일 뿐이고 유럽인과 동등하지 않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선교사 라스카사스는 반대 입장이었다. "인디오도 유럽인과 같은 인간이다"라고 주장하였다. 168쪽


청교도를 비롯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의 수난을 불러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위의 논쟁조차 될 수 없었던 논쟁에서는 교황에 의해 올바른 판견이 나오긴 했지만 아프리카 노예를 데려오는 것으로 결론이나버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바다와 관련해 우울한 이야기만 잔뜩 리뷰에 담은 것 같지만 혹시라도 나처럼 지나치게 천진한 바다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제대로된 현실을 바라보자는 의도가 있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유년시절의 내게 바다는 도전과 원대함, 모험과 생명력이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바다를 떠올릴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책에서 이야기하듯 브랜드커피의 로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바다에 묶여버린 유람선 정도로만 떠올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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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국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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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사용되는 언어의 갯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무수한 언어가 사용되고 또 동시에 하루하루 소멸된다. 기사를 통해 단 한명의 사용자만 남아 문헌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연구조차 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 말은 곧 권력이며 정치이자 민족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과 국가>의 저자 다나카 가쓰히코는 말, 언어, 이디엄(저자는 이를 고유어라고 표현함) 등으로 흔히 '언어' 또는 '말'이라고 일축시켰던 부분을 하나하나 구분해 설명해준다. 나라별로 표준어 혹은 모국어라고 일컬어지는 언어와 함께 표준어라고 하기는 어려운 방언, 이때 방언은 특정 지역에 한해서라는 제한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지역적 특색이 있다면 방언이라고 해도 표준어에 의해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하며,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언이라는 표현에 수긍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 방언치고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국가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모국어'역시 선택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재미난 사실은 모국어가 어떤 언어냐에 따라서 국가와 인종 등의 키워드와 맞물려 그다지 우월적이지 못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재미나다고 했지만 사실상 불운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요즘 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금수저','흙수저'가 모국어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재미난 것은 아마 책의 초반에 설명한 그리스인들과 러시아인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을 '외국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더듬지 못하거나 말을 할 줄 모르는 이들로 치부했다는 점이고 이런 경우가 먼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인에게 있어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유사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독일어는 앞서 언급한 지역적인 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서만 자리잡은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소리를 내고 또 그 아이가 어떤 언어를 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말을 할 줄 아는가'에 초점이 맞혀지게 된다. 그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부모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아이가 구사한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그리스인들이나 러시아사람들처럼 우리아이가 말을 할 줄 모르고 '어버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유와 마찬가지로 모국어역시 아이에게는 선택의 권한도 없는 동시에 상당히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엄마가 수유를 할 때 보통은 무언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실제 유아교육서에는 수유는 물론 아이에게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의 효용성을 자세하게 그리고 거의 빠짐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모국어가 선택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엄마가 자신의 모국어나 아이의 모국어가 될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질 것이다. 아마 아이에게는 해당 언어가 모국어가 될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의 경우, 일찍이 조상들이 라인강이나 모젤 강변에 정주했을 때 익혔던 중세 독일어를 계속 사용해갈 수밖에 없었다. -중략-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의 '모어'였던 것이다. 그들은 게토 안에서 태어나, 태어난 순간부터 어머니가 이 말을 사용했고, 당연히 아이는 어머니의 그 말을 익혔던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배우지 않고 도대체 다른 어떤 말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207쪽


200여페이지의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말이 가지는 지리적 혹은 민족적 특성과 그 여파는 물론 모어에 관련된 내용까지 흥미로우면서도 가급적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기술하고 있는 이 책은 말과 그 말이 가지는 힘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어느정도 답을 찾거나 답으로 가는 길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를 떠나더나도 무작정 읽더라도 상당히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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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수학자 홍정하
이창숙 지음 / 궁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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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수학자홍정하 #궁리 #홍정하 #책추천 #이창숙소설 #산학자 #추천소설 #수학소설



지금 몸이 아파 알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첫째 날에 한 알을 먹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알씩 더 먹으면서 보름을 보내고 이후에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알씩 덜 먹으면서 월말까지 가면 약은 모두 몇 알아겠는가? 253쪽


위의 내용은 소설가 이창숙의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에 나오는 수학문제로 조선시대 수학자였던 홍정하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책이다. 소설책이라고 하니 홍정하라는 인물부터가 가상의 인물이라 여겨질 테지만 실존인물이다. 서평 제목에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이란 표현은 저자가 홍정하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자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 또한 느꼈던 감정이었다. 수알못인 내가 서양의 수학자는 당장이라도 여러 명 나열하고 해당 공식도 적을 수 있으면서 조선, 우리나라의 실존했던 수학자의 이름을 책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홍정하는 집안 내력부터가 남다른 수학자로 당시에는 '산학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조선시대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지금은 없어진 '신분제'일 것이다. 신분제로 인해 시련을 겪어야 하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물론 요즘 말로 베프 혹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를 잃은 슬픔까지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묘사보다 소설 그자체가 주는 감동과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대적 배경을 잘 다루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문하는 즐거움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흔들림없이 나아가는 담대함이 더 와닿았다. 마침내 완성된 [구일집]을 보며 칭찬도 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유수석이 살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으면서도 구일집을 가지고 셈을 하고 풀이를 하는 장면은 나도 작품 속 인물이 되어 함께 문제를 풀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를 읽기 전에는 누군가 수학을 잘한다고 하면 '정석 아무데나 펼쳐도 다 풀 수 있어?'라고 물었는데 수학자 홍정하를 읽은 지금은 다르다. '수학자 홍정하 알아? 구일집 알아?'라고 물어봐야겠다. 진정한 수잘알이라면 '홍정하', '산학자', '구일집'정도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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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 귀찮지만 집밥이 먹고 싶어서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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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가정간편식 #이미경 #면역력에좋은음식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배달음식도 한 두번,
점점 집에서 해먹는 재미가 생긴다.

가족과 함께라면 무얼 해먹어도 맛있지만 기왕만드는 음식, 면역력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된지 어쨌거나 횟수로 2년차지만 아직 이유식을 하기 때문에 실제 매끼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남편 몫이다.
남편이 요리를 잘하긴 못하는 건 아닌데 매일 먹는 집밥은 아무래도 요리책, <가정간편식>과 같은 레시피북이 필요하다.

<가정간편식>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 이미경 요리연구가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기본으로 너무 어렵지 않게 5가지 과정으로 만들 수 있는 진짜 간편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량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밥숟가락 & 종이컵만 있으면 계량준비 끝.
남편에게 이 책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간편함이 무기라면 무기다.




아무리 간단간단하더라도 재료손질만큼은 제대로 해줘야 한다. 육류나 생선류의 경우 손질만 잘해도 재료기본의 맛을 잘 살릴 수 있으니 대충대충 넘어갈 수 없다. 책을 펼치면 손질방법 외에도 냉장냉동식품의 보존 기간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는데 사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무사태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인데 이유식을 만들때 자주 사용하는 다진고기의 경우는 냉장식품일 경우 1일!!!이니 혹 이유식을 준비하는 다른 맘들도 기억하면 좋다. 생각보다 냉장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대부분 짧기 때문에 가급적 냉장고에 넣은 재료들은 바로바로 해먹을 수 있을 양만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재료손질과 함께 더불어 <가정간편식>에서 요긴했던 정보는 기본양념에 관한 부분이었다. 요리책이나 방송을 보다보면 없어도 되지만 이라면서 뭔가 자꾸 넣는다. 요리를 완성하고도 뭔가 부족하거나 제맛이 안나면 꼭 그 양념이 없어서 일 것 같은 아쉬움이 드는데 <가정간편식>에 등장하는 기본양념은 그럴염려 없이 왠만하면 준비된 양념이거나 마트가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념들만 소개되어 있어 안심이다.


 

버섯과 애호박은 여름철에 입맛돋우는 식재료중 하나다. 들깨 버섯전골은 들깨가루의 효능만 생각해도 좋지만 맛또한 고소해서 나이들수록 잘찾게 되는 식재료라 레시피를 보는 순간 빨리 해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집 요리사는 현재 남편이기 때문에 남편이 바로 해줄 수 있는 애호박느타리버섯볶음을 자세히 보면 애호박 혹은 느타리 한 가지만 넣고 볶아도 맛있는데 국수에 고명으로 자주 활용된다. 이때 맛도 맛이지만 국수의 재료인 밀가루의 독성을 애호박이 해독한다니 일석이조다.






나이들수록 맛보다는 영양과 건강을 생각하기 쉽지만 위의 레시피는 보는 순간 '맛있겠다'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치즈와 닭고기, 치즈불닭먹을 때 한번씩 '닭고기와 치즈는 몸에 좋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괜찮아!'라며 자기변명을 했을 것이다. 닭고기는 실제 다른 육류와 달리 근육 섬유속에 지방이 없어 소화가 잘돼 노인 및 아이들에게도 좋은 재료라고 한다. 이렇게 맛으로만 먹었던 음식들이 알고보니 몸에 좋은 이유를 설명해주고 동시에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레시피까지 알려준다. 매일 매일 맛도 좋고 몸에 좋은 집밥이 그립다면 <가정간편식>을 펼펴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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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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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제로웨이스트 #집안일이귀찮아서미니멀리스트가되기로했다 #린남 

에린남의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와 다른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비교하자면 진짜 내맘과 내상황과 유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는거다. 사실 미니멀리즘을 시도해보고는 싶지만 지나치게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많아 부러울 뿐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실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에린남의 미니멀리스트는 시작부터가 웃음이 나지만 진짜 현실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었다. 남편과 오붓하게 식사를 마치고 해준다는 설거지를 거절한 것도 나인데 설거지를 하면 할 수록 무언가 억울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경험이 나도 있었다. 그나마도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설거지도 별로 안하면서도 낮동안 혼자 구석구석 청소라도 한 날이면 마지막까지 다해보겠다는 나의 어리석은 다짐이 어찌도 원망스럽던지. 문제가 발생했으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벌레가 생기면 음식물을 늘어놓지 않는 것처럼 아예 물건을 줄이면 그야말로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만 막상 버리자니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저자의 경우 남편이 알고보니 미니멀리스트였긴 하지만 내 남편은 쿨하게 버리고 버린만큼 또 쿨하게 장만하는 편이라 사실 실천에 옮긴다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또 뭐냐면 불필요한 일에 감정소비를 하지 않는 감정적 미니멀리즘까지 자연스레 이어간다는 데 있다. 남편이나 가족 중 누군가 나의 물건을 계속해서 소장하길 원한다면 존중해야한다. 내 맘편하자고 무조건적으로 버린다거나 상의 없이 버리는 것은 미니멀리스트라기 보다는 그저 이기적인 사람이 될 뿐 이다. 기념일에 입었던 드레스나 선물로 받은 구두 역시 저자의 경우 선물해준 상대방에게 먼저 버려도 되는지를 묻는 과정을 결코 생략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가구나 가전의 경우가 당장 정리하고 싶은 1순위겠지만 적어도 며칠 정도는 해당 가구와 가전을 통해 얻는 편의를 지켜봐야 한다. 잠시라도 소파에서 여유롭게 몸을 기대는 순간이 그날 피로를 푸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낀다면 버리고나서 후회하기 보다는 소장하고 있는 가구의 활용도를 충분하게 누리는 것이 좋다.








최근 환경을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검색하고 정리하여 글로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찾아봤던 내용들을 저자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미니멀니스트의 시작은 물건을 안사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준비하고 가급적 일회용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텀블러나 에코백 사용은 물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하는 칫솔은 대나무나 친환경소재로 바꾸면 내 몸도 지구도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이부분은 나도 실천하고 있는 부분인데 과거에 비해 오픈마켓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물건을 비우면서 나에게 꼭 필요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알게 된 것처럼, 삶의 많은 것을 비우다 보니 내게 남겨진 것들을 소중히 대할 수 있게 됐다.124쪽



 

미니멀니스트가 되기로 했다고 해서, 물건을 많이 비운다고 해서 바로 미니멀니즘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 역시 신중하게 고민 후 구매했던 시계가 너무 작아 예상했던 활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캐릭터에 대한 갈망으로 충동구매를 했음을 고백한다. 저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하나 혹은 둘 이상 있을 것이다. 내겐 스누피와 도라에몽, 다양한 곰인형과 사자인형이 그 대상인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아이에게 줄거라는 핑계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뜨끔했다. 비단 캐릭터 뿐 아니라 특정브랜드커피, 인플루언서가 자주 언급하는 소품들을 모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극복방법을 참고하면 된다. 우선 물건을 들이기 전, 생각해보자. 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서 사는 것인지, 사진 한 번찍어서 SNS 업로드용으로 구매하려는 것인지, 나도 이런 물건즘은 가질 수 있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랑하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요약하면 나를 위한 물건인가, 아니면 남을 위한 물건인가 판단해보라는 의미였다.



책을 읽다보면 나의 소비패턴은 물론 삶의 가치관까지 건드려주는 문장들이 있었다.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닌 분풀이식 소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특히 내게 있기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까운 물건들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곁에 있으면서 잘해줘야 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물건도 마찬가지다. 구매할 때면 반짝였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택배상자를 열고 확인 한 후 더이상 펼쳐지지 않았던 책이며 화장품까지 이 책을 읽는 6월 내내 정말 많은 것들과 이별했다. 이별 후 아쉬운 적이 없었다는 저자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사실이었다. 예전같으면 새로운 물건을 들이기 위한 비움이었지만 저자 덕분에 이번에는 달랐다. 물건과 함께 못난 내 미련도 잘 정리했기 때문에 물건을 비운 자리가 어색하거나 아쉽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비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마음부터 준비해보자.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길에 이 책은 분명 든든한 지원군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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