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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평점 :
#모두가듣는다
#책속의문장
•지난여름, 나는 공사장 소리를 채집해서 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괴물 같은 소음을 음악으로 바꿔내는 건,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새 물건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소리 폐기물‘을 음악으로 나 자신과 나무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27쪽
• 인도 출신 음악가 안수만 비스와스는 ’듣는 다는 건 세상과 함께 춤을 추는 일‘이라고 했다. 다 함께 춤출 수 없는, 말하기 중독에 빠진 세상이 온 건 아닐까. 그런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한 건 듣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듣지 않는 말은 쌓이고, 말이 쌓이면, 썩는다. 58-59쪽
• 내 음악이 많이 사랑받고 싶다면
나도 그만큼 많은 음악을 사랑해야 한다. 83쪽
• 인간이 금을 그어 규정한 12개의 소리 계단을 생각 해본다. 그러나, 무지개에는 7가지 색깔만 있을까? 흐르는 물을 나눌 수 있을까? 무한한 연속체를 ’나눈다‘는 건 인간이 발명한 도구일 뿐, 보편 법칙은 될 수 없다. 123쪽
• 유령처럼 떠도는 무의미를 붙들어 의미로 바꾸어내는 일. 허공에 떠다니는 무의미를 ’한데 두어‘, 의미 있는 세계로 만드는 일.
그래서 우리는 만들고, 산아간다. 크든 작든, 내가 붙들어둔 의미의 성채에 몸을 뉘고 싶으니까. 165쪽
루시드폴 산문집 <모두가 듣는다>. 아이가 잠든 밤,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었다. 적어도 내 가족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 나는 루시드폴의 음반과 그가 언급한 음반들을 헤드폰으로 들었고 중간 중간 헤드폰을 벗고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그에 대한 애정이거나 적어도 관심을 갖는 일이다. <모두가 듣는다>를 펼치기 전에는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생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듣는 주체‘로서 그들을 생각지는 못했던 것 같다. 책은 시작부터 그와 함께 곡을 만든 ’보현‘이라는 개와 ’귤나무‘ 그리고 이밖에 그가 건져올린 많은 소리들에 대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음악과 노래, 그리고 소리에 대한 저자가 가진 생각들 그리고 고민들, 왜 많은 것을 배우고 연구하게 되었는지, 또 그런 배움과 지식이 소리 혹은 음악을 만드는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녹음 수첩> 편에서는 여러 페이지에 밑줄이 그어졌다. 줄이 그어지면서 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부스럭 거리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누군가 혹은 무언가 듣고 있지 않을까, 곁에 있던 화병 속 꽃들이 듣고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듣는다‘라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소통‘의 기본이자 ’함께‘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자 필수일 것이다. 저자가 공사장에서 들리는 극에 달한 소음을 재편했던 이유도, 제약회사와 함께 ’고통의 소리‘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물이 지르는 비명을 우리는 듣지 못하지만 감지되고 확인되는 것처럼 들어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두가 듣는다.
읽는 동안 제목을 중간 중간 따라 읽어본다.
‘모두가 소중하다’ 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루시드폴 #산문집 #돌베개 #산문 #듣다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