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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직업 - 확장하는 미래에 투자하는 AI 전문가의 삶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재연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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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AI 전문가의 주요 관심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HCI)으로, ‘소셜 임팩트 벤처캐피털 AI 펠로우‘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과 함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저자가 하는 일은 투자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AI 기술과 벤처 투자는 물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세상을 학습해왔는지, 그 과정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뤘다. 목적은 한가지. 이 배울 것 많은 세상에서 함께 공부하며 살자고, 그거 꽤 재밌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초대하는 투자 전문가의 말투는 의외로 친절하고 따습다. 그녀가 이공계 공학을 배우기 전 학부 전공은 프랑스어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를 막아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권 사이의 분쟁을 조율해 주기도 한다. 그런 언어를 공부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기술 자체보다는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협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들 성장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방향은 분명히 맞는 길이고, 옳은 길이다. 성장해야 하고, 대박을 내서 엑시트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다른 지표를 두드려볼 수도 있다. -중략- 성장의 방법을 한 가지로 만 보기엔, 세상에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 100-101쪽
저자의 이력을 잠시 보자면, 외국어를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결코 짧지만은 않은 경력을 쌓았다. 보도를 위해 재난현장을 오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더 나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공계로 옮겨오고, 이제는 그 좋은 기술이 투자자를 만나 제대로 확장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한 쪽 방향으로만 성장해왔다면,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라고 말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녀가 꾸준히 학습을 이어온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무기력과 과열로 인한 번아웃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럴 때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그동안 얼마나 공부해왔는지, 세상을 얼마만큼 열심히 학습해왔는지에 있는 것 같다. 한 뼘이라도 더 알면, 근육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못할 게 뭐야‘라며 자신감도 붙는다. 207쪽
학습과 함께 그녀가 여러 번 언급하는 것은 ‘운동‘ 그리고 다양한 취미였다. 무엇 하나 전문가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세상이라고 느껴지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운동은 본능이다.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계를 알게 된다. 134쪽
자신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깨닫고 공부하며 극복하거나 다른 방식의 성장을 꿈꾸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알게 될 때마다 그 기술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고 했다. 또 AI 역시 학습을 통해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학습되는 데이터세트의 목표나 정해진 기준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만한 것은 없는지 반드시 분석해야 하고 무엇보다 좋은 기술이라면 원하는 누구라도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저자의 ‘감성‘은 분명 기계가 내릴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AI 기술이 창작의 효율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AI 자체가 창작의 왕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우마차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자동차가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등장했음에도 ‘이동의 왕‘이라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인 것과 같은 이치다. 131쪽
AI 기술과 관련된 여러 문제 중 과거에도 신기술이 사회경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왔을 뿐 디스토피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편향과 편견, 차별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면 저자의 말처럼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개발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추세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분야를 넘어 개발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끝으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용기 있게 반영된 책‘을 읽고 나면 저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132쪽)라며,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는 분이 있기를‘(같은 페이지) 바라는 저자에게 ‘여기요!‘라고 화답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