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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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정치적 사건 전개의 틀을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선호했던 용어는 보수주의다. 그런데 왜 이 책에서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미국을 지배했던 저치 질서를 보수주의 질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질서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권력을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놓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신조다.

15-16쪽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교수 스벤 베커트는 이 책을 두고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표제에서부터 이미 정치경제 부분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우선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자가 정리한 부분은 위의 발췌문을 참조하면 되고, 또 한가지 밝혀둬야 할 부분은 이 책의 주제분야가 정치경제라기 보다는 역사학에 가깝다는 부분이다. 자유주의를 열망했지만 그 경계에 대해서는 합일된 상태로 발전되어 온 것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중요한 사실은 자유쥬의 진영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라는 터전을 버리지 않고 자유주의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다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147쪽

위와 같은 흐름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에 시작되어 그 안에서도 노동과 자본의 교환으로 인간행동을 판단하는 이론과 이를 반대하는 이론으로 나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맞이하였다. 그 안에서 계급과 인종 그리고 종교와 지배 엘리트의 음모론이 등장하는데 사실 꽤 지나긴 했지만 엘르트 계층의 부정적인 시선을 담은 책을 읽었던터라 이와 반대되는 저자의 해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또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 배경과 막말퍼레이드는 책의 내용을 떠나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열망이기도 했던 소련의 붕괴는 70-80년대의 가장 주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1989년까지도 소련은 세계 양대 강국 중 하나였다.(...) 내부적으로도 이미 70년이 넘도록 존속해 오면서 역사가 이언 커소가 "근대의 가장 놀라운 정치적 실험"이라고 불렀던 일들을 이루었다. 자본주의를 공산주의로 대체했고, 사적소유를 공공이 운영하는 사업체들로 대체했으며, 호모에코노미쿠스를 "소비에트 인간"으로 대체했다. 258쪽

소련의 해체는 시장의 질서에도 당연히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 신자유주의가 정점에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의 노조를 바라보는 사측의 입장은 공산주의의 붕괴로 전세계의 모든 곳에 공장을 설립하고 값싼 노동력을 취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이는 해당 국가에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인해 일자리창출 및 실업률 감소(269쪽)으로 이어졌다.

이어지는 미국 전대통령들의 경제 및 정치체제를 둘러 보는 재미를 나누고 싶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어 빠르게 생략하는데 혹시라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5-7장을 중심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관련한 내용이 정말 흥미롭게 쓰여져있다. 다만 첫 문단에 적었던 스벤 베커트 교수가 말했던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란 부분과 이 책의 방점이 정치경제이기도 하지만 '역사학'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저자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연구내용들의 한계 '금융을 중심으로 한 자본과 지배엘리트의 반란'(547쪽)을 보는 시각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뉴딜 질서와의 연결지어 다른 시각으로 보고 이전까지의 다른 담론으로 신자유주의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적 무질서와 기능부전일 뿐'(536쪽)이라고 말하며 다음의 질서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대안을 강요하기 보다는 관련된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탁월한 제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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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을 걷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1
김솔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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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소설 #김솔 #현대문학 #현대문학핀시리즈 #행간을걷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51번, 김 솔 작가의 행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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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나는 둘로 나뉘었다. 오른쪽 절반은 더 이상 내가 아니고 왼쪽 절반에만 겨우 내가 남았다. 9쪽

마음이 산란할 때는 책을 읽는다. 내가 아닌 작품 속 ‘나’의 상황과 감정이 쉽게 내게 옮겨와 실재하는 ‘나’를 저리로 잠시나마 떼어놓을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라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행간을 걷는 ‘나와 너로 쪼개진 남자’가 계속 머물고 있다. 그는 악인인가, 아니면 그저 죄인일 뿐인가.

•인간에게 공기가 보이지 않듯 물고기는 물을 볼 수 없다지만, 인간과 물고기는 서로를 쳐다보며 상대의 생존 조건을 분명하게 인지한다. 그러니 인간과 물고기는 한 생애에서 결코 화합할 수 없다고 그녀의 투명한 표정이 너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111쪽

카롤린은 죽었고 쉥거는 그녀의 영혼을 피해 부모와 고향을 버렸다. 나와 너로 분리된 남자가 정말 쉥거 자신인지, 그저 쉥거의 그림자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또다른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죽어가던 순간에도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금고주인 외에는 아무도 열 수 없는 금고를 만들 줄 알았던 사장과 함께 일해온 수십년동안 남자는 비밀의 무게와 기능을 너무 잘 알았기에 마비로 기능을 상실해버린 반쪽 육신에게조차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산책을 하면 수명을 조금 늘릴 수 있을거란 의사의 말을 듣고 하천을 걷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남자의 나레이션은 국가의 무능을 탓하는 듯 하다가도 정치인들의 빤한 거짓말들을 비웃는 것 같기도하다. 여기가 아닌 다른곳에서 벌어진 일들인데 낯설지 않아 더 낯설다. 소설인데 픽션이 아닌 논픽션같다. 너와 나로 쪼개진 남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애인을 만나러다니는 아내의 행동을 알면서도 복수든 자비든 저 혼자 마음먹고 변심하는 모양새가 우매한 대중과 똑 닮았다.

마비가 된 육신을 끌고서 산책하는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사고가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죄가 많은 내 삶을 더 잘알아서일까. 나와 너로 스스로를 분리한 채 책을 읽다보니 내 안에 살아있는 쉥거도, 그의 아내도 혹은 카롤린으로 재연된 또다른 이들도 모구 내 안에서 같이 살아숨쉰다. 무엇이든 혹은 어디든 닿고 싶다면 우선은 살아있어야 한다는 ‘나’의 말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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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 작은 꽃, 작은 붓, 작은 길의 영성 꼭 읽어야 할 그리스도교 고전 3
성녀 소화 데레사 지음, 안응렬.고선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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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데레사 성녀의 자서전을 읽으면 처음에는 성녀의 부모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수도자를 꿈꾸었으나 각각의 다른 이유로 수도사가 될 순 없었다. 이부분을 두고 책에서는 '부모 중 한 분이라도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갔다면,'(14쪽)이라고 표현하여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의 소리'와 '주님의 뜻'을 상기시켰던 것 같다. 아마 이 세상에 마음을 둔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 마땅한 이야기 일 것이다. 수도사 생활을 하는 것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우리의 인내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런점에서 이 책, 성녀의 자서전을 읽는 기회도 어쩌면 읽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1888년 새해의 첫날, 예수님께서는 선물로 십자가를 하나 더 보내셨는데, 이번에는 저만이 홀로 져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 십자가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만큼 더 괴로웠습니다. 277쪽

봄 부터 이런저런 욕심에 제대로 쉴틈이 없었다. 한 번도 그것이 십자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선택했던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것이 오롯이 내 선택의 결과였을까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데레사 성녀도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제가 나쁜 영향을 받을 만한 책은 하나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145쪽)라고 말하며 독서광이라 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보다 주님보다 우선 하진 않았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그런가하면 같은 신앙을 가진 가족이라 할 지라도 지나치게 의지하거나 그로인해 병이 날 정도라면 이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의 힘을 더한 부분도 있는데 성녀 스스로 '살아가는 데 유일한 의지가 된 이'였던 마리 언니의 수도원 입회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과거 비슷한 경험이후 왜 그 때, 의지하고 있던 모든 이들과 아에 멀어지거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뜨리셨을까 미처 생각도 못하고 힘들어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감사하게도 성녀가 그러했듯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고, 떨어져서도 신앙심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굳건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책 중간중간 성녀의 얼굴, 사용하던 책상 등이 담긴 사진을 보며 이전에는 결코 다가설 수 없을만큼 멀고 먼 성인 중 한 분이라고 여겼던 것과 달리 조금 더 가까이에서 함께 계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성녀께서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짧은 생애에 하느님의 사랑으로 더없이 충만한 삶을 살아가신 이야기와 또 가까이 지냈던 이들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들은 한 사람이 아무리 길고 긴 삶을 살아도 신심없이는 불가능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게 보내주신 이 책, 잘 알지 못했던 성녀와의 친밀감 모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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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미라클 - 나를 찾는 1년, 일하고픈 엄마의 삶을 바꾼 어썸인생 프로젝트
류지연 지음 / 반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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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미라클 #류지연 #글쓰기 #책만들기 #쓰기인생 #육아맘 #일하는엄마 #퍼스널브랜딩 #틱톡 #반니


책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펜을 들고, 혹은 자판을 치며, 내가 나의 오늘 하루를 주체적으로 잡잘적으로 써나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만드는 대로 내 인생이 살아진다는 의미를 담은 작가이다. 93쪽

책을 쓰는 작가, 자기의 삶과 경험을 한 권의 책에 잘 담아낼 수 있는 능력자라고 나 또한 생각했었다. 저자가 새로이 깨달은 작가의 의미는 내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 인생을 써가는 작가'라는 의미를 깨달은 저자는 행동으로 바로 보여준다. 세 아이의 엄마, 22년차 베테랑 회사원이었던 저자는 자신의 보호막이자 외투였던 회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외투와 보호막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좀 더 나은 조건의 직장을 찾거나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은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틱톡은 물론 SNS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모르는 것은 배우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서로 격려를 주고 받으며 그녀가 1년 이란 시간동안 이뤄낸 것은 같은 육아맘이 봐도 놀랍기만 하다. 특히 노션이나 캔바 같은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어플을 이용해 능률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강사로 까지 확장할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은 아직 이것저것 배우느라 바쁜 내게는 좋은 표본이 되어주었다.

나의 기록을 보고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내가 운동을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라고. 단언컨대 아니다. 이게 모두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며, 나는 이 최소한이라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145쪽

예전에 운동하는 엄마들의 관한 책을 읽고 일지를 잠시나마 적었던 적이 있었다. 특히 단순하게 건강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처럼 생존을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중에는 즐기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저자는 구체적이고 적정시간이 아닌 '꾸준함'을 강조했다. 다른 건 몰라도 꾸준히 오래 하는 건 자신있다고 했던 만큼 중간에 간헐적으로 간격이 벌어지긴 했지만 재차 도전하는 모습으로 틱톡러너 활동을 이어갔다.

글을 쓰면서 '글력'만 늘어난 게 아니다. 언제부턴가 글을 발행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쓰면서 토해냈던 그 자체로 치유가 되었다.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하면서, 생각하는 힘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203쪽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가볍게 저자가 알려주는 팁을 메모하는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메모하는 것도 멈추고 책에 집중하게 된 시점이 있는데 바로 '쓰기 인생을 시작합니다'였다. 이전까지는 놀라기도 하고 부러워하며 메모하고 마치 참고서 보듯 하던 마음이 왜 그동안 글을 쓰면서도 내게는 이런 추진력이 없었을까 자문하며 읽게 된 것이다. 저자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을 통해 '1년의 미라클'을 불가능하지 않음을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응원과 위로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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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 - 2024 볼로냐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파이널리스트 선정작 모든요일그림책 14
서선정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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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

이사하는 날.

새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이들은 설레임도 있지만 긴장되고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큰 날이기도 하다. 보호자인 엄마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의 면지는 노란바탕의 물고기들이 어디론가 같은 방향으로 헤엄쳐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아이에게 물어본다.

"물고기들이 어디로 가는 것 같아?"

아이는 손가락으로 물고기가 가는 방향을 따라 넘겨보자며 서둘러 페이지를 넘긴다. 물고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몹시 궁금해보인다. 동양화를 전공한 서선정 작가의 화풍이 그림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 쪽빛의 물고기가 일상에 여기저기 드러나 제 모습을 보일 때면 정겨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작가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난다.

'나'는 새로운 집에 이사를 왔고, 아직 낯설은 학교 복도를 걸어간다.

"나는 혼자 터덜터덜 걸었어요."

아이들에게는 '터덜터덜'이란 의태어만 봐도 '나'의 기분이 어떤지 금새 알아차린다. 아이는 저와 상황이 똑같아서인지 유심히 아이가 가는 길을 또 한 번 손가락으로 그어본다.

낯설음에 가방마저 무겁게 느껴져 서둘러 마음의 안식을 주는 '나의 물고기, 초록 물고기'가 보고 싶어 발걸음이 빨라진다. 작가의 섬세함에 또 한 번 놀라는 장면이기도 하다. 흔히 아이가 서둘러 걸음을 걸어가는 배경에 휠체어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에는 휠체어를 탄 노인과 함께 걷는 여성, 풍선을 들고 있는 꼬마와 함께 걷는 엄마, 유모차를 밀면서 또 다른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 등 평소에 그림책에서 만나던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덕분에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도, 내용도 다양해진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서 어항속을 확인하는데,

어? 초록 물고기 한 마리가 없어졌어요!

물고기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

아이와 또 추리를 해본다. 한 마리가 어디갔을까. 이사하면서 잃어버린걸까? 아니면 어항 속이 답답해서 잠시 날개를 달고 놀러나간걸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정말 어디로 간건지, 설마 잃어버린 결말은 아니길 바라며 페이지를 넘긴다.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아이들이 가지는 긴장감과 소외감 등을 물고기의 상황으로 연결지어 다소 무겁거나 진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을 풍부한 색감과 앞서 언급한 인성부분과 어울리게 잘 담아냈다. 6세 아이가 보면서 색감과 장난감, 배경에 등장하는 개인적인 취향의 자동차등이 흥미를 지속시켜주어 엄마가 해야 할 일은 함께 물고기를 추적하고, '나'의 상황을 고민해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나눔하는 것 뿐이다. 무언가를 굳이 설명하거나 발문을 고민할 필요없는 그림책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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