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마음사전 걷는사람 에세이 6
현택훈 지음, 박들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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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마음사전 #현택훈 #걷는사람

제주어는 언제고 다른 지방의 사투리처럼 오래도록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제주어 마음사전>을 보니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했다고 한다. 제주에 살아본적도 없는 나도 이런 사실이 아쉽기만한데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어찌 아쉽지 않았을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살려 제주어를 오래도록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작가로서의 소명이지 않을까 싶다. 책의 구성은 제주어로 키워드가 소제목처럼 정해지면 그와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제주어와 표준어의 발음이 유사해서 단박에 알아맞추는 단어도 있지만 '고장'과 같은 단어는 짐작도 못했던 '꽃'이라는 의미로 사전이 없다면 제주어로 된 글을 제대로 읽지도 못할 게 뻔했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사고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그것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아니면 생일상과 관련된 거라 그런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어머니의 마음을 어린 마음에 아프게 해서였는지 몰라도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이렇게 짠한 이야기도 있지만 청춘소설에서 만날 법한 첫사랑이 친구와 결혼하게 된 사연같은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저자가 존경하는 작가님을 만났을 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담긴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주어를 주제로 담겨져있다. 그런가하면 제주를 떠올렸을 때 어쩌면 가장 가슴아픈 사건이기도 한 4.3항쟁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역사속에서 제주가 지금처럼 관광지로 환영받기는 커녕 완벽하게 소외당했던 시절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산문만 있는게 아니라 저자가 지은 시도 여러 편 실려있다. 중요한 문예지에 실리기 어려운 졸작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제주의 귤꽃, 바다내음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시 안에서 귤향, 바다내음이 느껴지는 듯 친근하고 생생하다. 제주사람이 지은 작품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달나라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서귀포 씨

바람과 나뭇잎이 뜨개질로 연결된 프랑스 수예점

살아 있는 책과 함께 산책하는 산책 논술 교습소 돌아

시간이 턱을 괸 카세트테이프 도는 예음사

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잎속에 넣고 굴러보는 서귀포씨

- 서귀포 씨 오늘은 중에서, 119쪽-

마지막으로 제주에 다녀온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제주는 처음 갔을 때 보다 오히려 갈적마다 더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한다. 해외여행보다 경비가 더 많이 든다며 제주여행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제주만이 가지는 그 특별함을 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같은 한국 사람과의 대화인데 낯설은 느낌, 낯설지만 그렇다고 냉소적이지 않은 제주어. 최근에 본 영화<집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엄마의 집에는 곳곳에 감귤이 놓여있는데 그로인해 집안 전체에서 은은하게 감귤향이 난다는 대사가 나온다. 책<제주어 마음사전>을 책장에 두어서일까. 이전보다 훨씬 더 제주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곁에 두었다가 제주에 방문하게 되면 베지근한 국수를 먹을 때, 아까운 책방을 찾을 때 제주어로 그때그때 소감을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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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서덕 지음 / 넥스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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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다지친나를위해 #서덕 #넥스트북스

조금씩 조금씩 생화에서부터 계획을 내려놓고, 완벽을 내려놓고,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즐거움을 찾아간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니지만, 덜 아픈 사람이 되어간다. 134쪽

서덕의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는 책제목처럼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몇 안되는 책이다. 특히 직장생활의 너무 힘겨워 잠시 일을 멈추고 싶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잘다니는 회사를 관둔 사람들이 출간 한 내용들은 회사생활보다 더 험난한 여행기나 창업기등이 전부였다. 쉴려고 그만 둔 회사인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일 자신이 없다면 쉬지 말라는 내용으로 보여 이래저래 위로라기 보다는 더 큰 부담이 되는 내용들 말이다. 사실 몇년 전 나도 비슷한 이유로 회사를 관둔적이 있다. 경제적으로도, 복지차원으로 보더라도 가장 좋았지만 업무량도 많아 주5일이 아닌 주7일 일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숨쉬기조차 버거운 때라면 쉬어주어야 하는 줄 알지만 경력단절은 주부나 여성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두려운 존재이기에 저자도 지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을 그만두었던 날들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서두에 발췌한 내용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제일 먼저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고 싶었던 일들중에서 여행이 단연 일순위인것은 시간을 내맘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까닭도 있지만 남들보기에 그럴듯한 핑계로 보인다. 여행다음으로 운동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마치 우리가 생각했던 시간을 보내는 여러방법들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한듯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가 회사를 관두면 해보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자는 그 짧지않은 시간들을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쪽으로 시간을 보낸다는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반드시 다른 직업을 가지기 위해 애쓸필요도 없고 몸짱이 될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삶'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아가야 할 대단한 즐거움 하나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소소한 즐거움 여럿을 채워 넣을 방법은 찾았다. 무료함이다. 무료함은 작은 즐거움을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함을 키워준다. 그렇게 즐거움은 서서히 복원되고가고 나는 살아간다. 허무하면 허무한 대로, 무료하면 무료한 대로 시간을 보낸다. 무료함이 나를 살게한다. 145쪽

일을 쉬려고 할 때, 혹은 일이 아닌 무엇이든 그만두거나 멈추려 할 때 자신만큼 그 이유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싫증이 난건지,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불만족인지 아니면 그저 투정을 부리고 싶은 건 아닌지 그것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저자처럼 이 모든 것을 떠나 의료적 차원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과감하게 잘못된 원인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면 치료를 우선순위로 두고 타인의 시선, 스스로가 미련을 떨쳐낼 준비와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이 남아있다. 쉬기로 결정했다면 그때 한 번 이 책을 다시 읽고, 시간이 지난 나처럼 몇년 간의 쉼으로 충전이 된 상태라면 다시 쉬어야만 하는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다시금 세 번째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좋겠다. 세 번이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할 만큼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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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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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을 요약 해설 한 책으로 소설원작을 읽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방대한 내용의 원작을 읽기 전후로 읽어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5대 소설중 금병매 작품이 궁금해서 선택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해당 작품이 성인들의 전유물 처럼 지나치게 외설적인 부분만 강조되어 왔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구성에 관해서는 들어가며 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금병매는 수호전에 등장하는 반금련과 서문경이 죽음을 '만약 그 두 사람이 죽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수호전 잘 아는 것처럼 용기있는 남자들의 모험기로 저자의 말처럼 여성들의 이미지는 지금 시대의 여성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다. 반면 금병매의 경우는 마치 이런 여성들이 악녀로만 등장하는 단편적이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부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며 수호전까지가 이야기로 전해지는 작자미상인데 반해 그 정보가 미약하긴 해도 저자가 존재하는 작품인 것이 이전작품(삼국지연의, 서유기)과의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총 120회 중 80회, 그리고 이후 40회를 다른 저자가 집필하였는데 이 외에도 외전이 존재하면서 가보옥과 임대옥이 이루지 못한 이야기를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출간하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병매가 다소 외설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후에 출간된 홍루몽의 경우는 이런 부분을 제거된 일반적인 의미의 소설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반면 서유기와 수호전을 비교했을 때의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면 구전과 창작의 차이가 이전소설과 금병매, 홍루몽의 차이였던 것에 반해 한 편 한 편 모험기를 펼쳐지는 방식은 같지만 서유기의 경우는 단 한 편으로도 이야기가 종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호전은 등장하는 인물이 이어지는 다른 스토리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각 편의 순서가 뒤바뀌어도 상관없는 서유기와는 또 다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염주 알처럼 한 줄로 늘어세우는'형식이라고 말한다. 원작을 보아야 알 수 있는 각 편의 제목을 다행히도 본문 뒤 부록으로 표제 총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표제이기는 하나 거의 한 줄 요약과도 같아서 표제만 이어 읽는데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수호전 제3회의 표제는 '시진은 밤도와 화음현을 벗어나고 노제할은 진과서를 주먹으로 쳐 죽이다'이며 제43회의 표제는 '가짜 이규는 길목을 막고 단신 행인을 털고 흑선풍은 기령에서 호랑이 네 마리를 잡다'로 나중에 원전을 읽을 때 순서를 달리해서 읽어도 되는 서유기라면 원하는 것 부터 읽어도 될테지만 수호전은 궁금해도 그 순서를 바꿀 순 없을 것 같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듯 펼쳐지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도 있을테고 시간 날 때마다 한 편 한 편 모험담을 즐기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어져온 설화에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을 아직 읽지 못한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겨울이나 여름 휴가 때 이들 중 한 편만큼은 꼭 완독하고 싶어질 만큼 저자의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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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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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늘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직업이 무엇이냐 묻는 인구조사원에게 ‘가정주부’라고 써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치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16쪽

이 책의 저자는 소설속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며 특히 에우리지시와 기다의 이야기를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고백컨데 나는 페미니즘이나 젠더가 들어간 이런저런 이야기에 열광하기는 커녕 수업과 관련된 이외에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내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외면했었는지 깨달았다. 그 삶을 살았던 이는 소설에 등장하는 에우리지시와 기다까지 갈필요 없이 엄마와 언니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내 이야기, 내 삶의 대부분이 나와 다른 성은 물론 아이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가장 친절한 표현으로 오히려 여성이기에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은 볼 수도 보고 싶어하지 않은 삶이다. 남편의 학대는 그 남편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삶이 가려져있음을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가.

예전의 기다라면, 자신의 몸에서 금방 떼어낸 암 덩어리 곁에서 잠을 청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종의 저주로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러나그때의 기다는 숨 쉴 힘만 있다면 죽음이라도 선택할 사람이었다. 몸을뒤척여 잠에 들었다가, 이내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덩어리가 떨어진다!' 등을 돌려 아이를 안았다. 예전에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아이만은 지키고 싶다 생각했다. 기다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마침내 평화를 느꼈다. '프란시스쿠, 네가 여기 있어서 참 좋다.
이제 다시는 외롭지 않을 것이었다. 138쪽

위의 발췌문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에 내게도 일어난 일이며 출산 전후로 바뀌는 기다의 사고가 너무나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개인만의 책임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해야하는 일로 받아들일 때의 어떤 일이 일어날 소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세상에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남성들이 많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일들도 과거에서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왔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은 남녀 누구나 힘들고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이 아닌 ‘나의 일’을 가지는 것이 남성은 아내와 자녀는 물론 다른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해받아야 하는 일에 속하지 않는데에 반해 여자는 ‘노동’마저도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을 부정하며 서두에 말한 ‘대접’받거나 받기를 원하는 일부 여성들만을 이야기하며 비난하고 있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나처럼 제 발등의 불을 보고서야 깨닫는 사람보다 발등의 불을 보고서도 ‘어쩔 수 없음’, ‘다른 사람도 다 같음’이라는 다수의 침묵적 폭력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기는 했지만 그 일들이 진짜 ‘내 이야기, 내 삶’으로 다가왔던 적이 없어서인지 <보이지 않는 삶>이 더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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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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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기다라면, 자신의 몸에서 금방 떼어낸 암 덩어리 곁에서 잠을 청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종의 저주로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러나그때의 기다는 숨 쉴 힘만 있다면 죽음이라도 선택할 사람이었다. 몸을뒤척여 잠에 들었다가, 이내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덩어리가 떨어진다!‘ 등을 돌려 아이를 안았다. 예전에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아이만은 지키고 싶다 생각했다. 기다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마침내 평화를 느꼈다. ‘프란시스쿠, 네가 여기 있어서 참 좋다.
이제 다시는 외롭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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