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 - 준비 없이 떠나는 한나절 걷기 여행
손성일.강세훈.강주미.김난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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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먼곳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기분을 낼 수 있는 곳, 이런저런 잡념을 벗어나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싶으면서도 기왕이면 그래도 어디즘이라는 목적있는 작은 '떠남'이 필요한 때 추천하고 싶은 책, '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이다. 책이란 것이 본디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상상 속에서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책의 또 다른 기능, 정보전달의 측면에서도 보아도 이 책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계절 내내 지하철이나 버스만 타고 입구까지만 들어서면 그 때부터 쉬엄쉬엄 갈 수 있는 길과 제법 땀도 흘리고 3~4시간 이상 70%이상이 흙길인 곳도 만날 수 있게된다.
 





책의 구성은 지리정보, 소요시간, 난이도, 코스, 가고오는 길, 맛집정보, 볼거리,편의시설 등이 소개되며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초행길일 경우 지도를 참고하거나 지하철역에서 올라와서 표지판을 따라 움직이면 될 것 같다.

난이도와 테마별, 그리고 지역구를 정해서 계획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가장 돋보인다. 어느 한 지역에 치우쳐 있지 않아서 좋고 나의 경우는 인근의 좋은 길이 많았다는 것도 모를 만큼 독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재발견을 도와주는 역할도 해주어 반가웠다. 물론 계획없이 그냥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맘에 드는 곳을 정해도 손색없을 만큼 정보가 알차다. 책의 부제가 '준비 없이 떠나는 한나절 걷기 여행'인 만큼 꼭 필요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데 재미난 것은 걷기 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이나 체크리스트를 보다보면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해 보여서 웃음이 났다. 하지만 기분좋은 걷기 여행을 위한 8가지 수칙이라던가 웰빙걷기 여행을 위한 4가지 수칙은 꼭 걷기 여행이 아니더라도 산행이나 일반 여행지에서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수칙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지하철역에서 30분 동안 걸어가야 한다던가 할 때에는 책으로는 부족하고 주변사람이나 반드시 한번 더 방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책의 무게가 가볍지 않아 매번 들고다니는데에는 무리가 있어 꼼꼼하게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반드시 떠날 사람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떠나고 싶은 데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역명이나 평소에 지인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길도 막상 지도로 보면 어렵고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루트를 어떻게 짜야할지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스러운 사람에게 알맞은 책이다. 방배동 서래길이나 북촌한옥마을 등은 데이트를 하기에도 좋은 길이기 때문에 걷기 여행뿐 아니라 산책하는 기분이나 쇼핑하는 기분으로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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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 미술 따라 골목골목
류동현.심정원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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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라고 했을 때는 이전에 비슷한 서명으로 출간되었던 근교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탐방기 즘으로 생각했었다. 편안하게 단화나 스니커를 신고 다닐 수 있는 미술관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등을 알 수 있겠거니 했는데 기대이상 이었다. 미술산책 가이드! 말그대로 가이드북이었다. 미술관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물론 미술관과 갤러리의 특성들을 각각 설명해주고 분관 혹은 본관이 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경우는 그 위치와 개별적인 전시 성격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동선을 따라 다니길 원했거나 주변 지역에 관한 정보가 없느냐? 것도 아니다. 부록1,2에 바라던 내용 또한 담겨져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들이 밝힌 것처럼 지금까지의 미술관 과이드 혹은 미술관람 가이드는 명화위주 혹은 지나치게 이론위주라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관심이 있어 집어 들어도 지루해지기 쉬웠으며 무엇보다 실제 작품을 마주하고 보는것과 책으로 만나는 것과의 차이는 상당하다. 나역시 책으로 만나던 작품들을 유럽여행 중에 직접 보게 되었을 때는 오히려 유명세와 별개로 더 맘이 가는 작품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정말이지 관심을 갖고 자주 방문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 면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1부 첫 미술관으로 소개될 만큼 대중적이긴 한데 저자의 말처럼 상시 전시작품이 협소할 뿐 아니라 접근거리가 서울시민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기도 안양 과천 근처지역 주민외에는 지방에서 올라와도 한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만큼 접근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사설미술관은 국립미술관에서 예산적인 부분으로 할 수 없는 시대성과 작품소장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물론 한 나라의 국립미술관이 그 역할을 해주면 고맙지만 외국의 경우에도 사립미술관들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을정도라고 하니 크게 서운하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 것이 삼성이 설립한 '리움'미술관이다. 현대미술의 흐름은 물론 상시전시도 볼만하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질 못해 이번기회에 꼭 가야지 하고 첫번째 방문리스트로 체크해두었다.

1부에서 미술관별 특성과 미술관의 역사를 비롯 총체적인 부분을 다뤘다면 2부 미술감상 가이드에서는 친절한 도슨트를 만나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과 상시전시와 기획전시를 대하는 방법, 미술에 좀더 관심이 깊고 직업으로 희망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위한 관련 직업과 작가들과의 만남등은 저자들이 기자로서 쌓아둔 경력을 십분 발휘해준 페이지이기도 하다.

미술로 향하는 길, 미술이 생활이 되는 길은 어떤 것일까. 역시나 자주 가보는 것이다. 자주 대하는 것이고 기시감과 신비감으로 먼 미래의 여가생활을 위한 매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로 들어와야 하는데 금전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솔직히 쉬운 말은 아니다. 저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그런 이유로 더더욱 미술관의 상시전시가 잘 되어있어야 하며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고 본다.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주말에 짬을 내서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 직접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 책 서울 미술산책 가이드와 같은 양질의 도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한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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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의 권유
이중재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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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배우고 싶거나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비교적 시간관리가 자유로운 온라인 강좌가 인기있다 싶더니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독학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독학이란 것에 명확한 기준이 무엇일까. 오프라인 강좌를 듣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동영상을 보는 것 까지는 독학일까? 아님 타인의 강의를 들었으니 독학이 아니게 되는것인가? 참고도서를 구매해서 공부하는 것 까지가 독학인가? 사전적의미의 독학의 의미는 [명사]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공부함(네이버 사전 참조)을 말한다. 내 판단에는 오프라인 수업을 제외한 모든 것이 독학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방송통신대의 경우는 어쨌든 스승도 계시고 오프라인 수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학생증도 발급되고 등록금도 납부하니 엄연한 의미에서 독학은 아닌 것이다. 독학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게 되는 것은 책, 독학의 권유에 대해 내가 기대했던 바를 조금도 얻어내지 못했기에 나의 기대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자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바는 틀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나는 '독학의 권유'를 통해 얻은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알파벳도 모르는 전직운동선수. 4년만에 사법고시 패스. 법무사 시험은 수석으로 합격. 저자 이중재가 독학을 통해 이뤄놓은 것이다. 놀랍고 대단하고 박수쳐주고 싶은 이력이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동강을 제외하고는 고시촌에 앉아 '독학'하는 것은 알지만 어찌되었던 이전에 그가 쌓아놓은 베이스가 다른 이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두고 본다면 그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분명 승자임에 틀림없다. 이런 그가 독학의 권유라는 책이 아니라 수기에 가까운 성공담을 위주로 글을 썼다면 더 감동했을 것이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래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생각을 갖게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나는 저자에게 실망하고 왜 하필 그가 '독학'을 책의 타이틀과 주제로 삼았는지 의아했다. 권유를 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자신만의 방법만 가득하다. 그는 교육자도 아니고 공교육을 포함 사교육등에 길들여진 일반적인 사람들의 오랜 습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그런 상황이 아니었음을 불리한 조건이었다는 것만 강조할 뿐 반대로 길들여져 있던 보통 독자에게 공감할 만한 방법은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공감할 수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방법 또한 이미 이전에 자신들의 입을 통한 책이나 강연을 통해 익히 들어온 이야기 뿐이었다. 뿐인가. 몇가지 그가 제안했던 방법에서는 공감은 커녕 저자가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일과를 전혀 모르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시간활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밥먹으면서 같은 뜻을 가진 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듯 공부법을 나누고 자신이 공부했던 내용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퇴근해서 집에 올 경우 혼자사는 사람들은 벽보고 대화를 하면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리내어 중얼거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저자가 아침형보다 올빼미형에 가까워 시간관리를 변경한 것처럼 직장인들도 억지스레 아침형이 되는것이지 결코 되고 싶어 되는경우는 드물다. 7시에는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월급을 받을 수 있고 독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하는 방법을 가지고 조목조목 반박하다 보니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저자의 성공에 대해 투기하고 비난하는 못난 인간이 되어가는건 아닌지 솔직히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질투일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공부했던 그에게, 그를 믿고 따라준 가족들에게, 어찌되었든 4년만에 사법고시를 패스하며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그가 너무 부럽고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 째 독학사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면서도 때마다 이런저런 사유로 혹은 핑계를 대며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배운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나의 이런 다소 감정적인 비평아닌 부정적인 시선이 역시나 내가 저자가 강조하는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환경만 탓하면서 절실한 목표를 향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 것, 내가 독학의 권유를 읽고 배운것은 독학의 대한 방법론이나 학구열이 아닌 바로 그것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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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학의 권유 - 이중재 : 반복 실행의 권유
    from 신민식 독서노트 2011-11-16 23:55 
    독학의 권유 - 이중재 지음/토네이도 합격 수기는 A4 한 장이든 책 한 권 분량이든 '동화'다. 나는 이렇게 저렇게 어렵게 힘들게 가까스로 공부해서 마침내 합격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반드시 그렇게 끝난다. 법정에 들어선 변호사는 사법 제도 자체의 모순에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모든 합격 수기는 이렇게 쓰는 것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만약 합격한 후에 사랑하진 않지만 돈만 보고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자신의 법률회사는 의뢰가 없어..
 
 
 
아이린 -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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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지났다. 대학 재학시절 사회문제론 강의시간에 소설 아이린의 소재가 되었던 윤금이씨 사건을 접한 후 나는 발표주제로 삼았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 학생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건 해당 강의시간에 앉아있던 80여명의 학부생들을 상대로 그저 '현실 바로 알기'정도에서 그쳐야 했고 작가 이재익은 전 국민들을 상대로 문학적 장치를 이용해서 덜 잔인하게 그렇지만 더 오래 뇌리에 남을 수 있도록 재구성 한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난 발표이후 아에 그 사건을 덮어두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너무 괴로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당시에 내 모습에 자괴감만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내가 저자처럼 소설로 써볼 생각을 했었더라면, 문학적 재능여부를 떠나서 그럴려고 노력만 했었더라면 현재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한 수많은 사건의 판결들을 조금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문제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과 피해자 대다수가 소수자란 이유로 제대로 보상은 커녕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런 시선으로 이 책을 읽게 될 것이 두려워 읽기 전에 많이 고심했었다. 읽을까? 말까? 내 선택은 보시다시피 전자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윤금이씨의 사건을 가상으로 재현한 듯한 장면에서 그녀를 사모해왔던 소년의 독백이다. 나중에 이 소년이 자라 어느 누가 되었는지는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밝힐 수가 없다. 파주 미소속 부대 캠프 험프리스에 카투사 신병들이 들어온다. 배경이 된 캠프 험프리스는 저자가 실제 카투사로 복무했던 곳이라니 세월이 흘렀어도 큰 변화가 없는 특정장소라는 점을 미루어 거의 흡사하게 그려냈다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양공주였던 엄마와 그런 엄마를 비난하면서도 닮아가는 누나, 그로인해 무조건 적인 성공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정태, 그와 동기란 것만 빼고는 자라온 환경이나 성격이 밝은 민성 그리고 그둘보다 먼저 입대한 승훈 등의 세사람의 카투사와 승훈의 절친 코트니, 이들의 상관 제니 마지막으로 정태를 비롯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혐오하는 마르끼즈 등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물론 소설의 타이틀이자 정태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혜주-아이린이 주요인물이다. 줄거리를 대략 적으로 소개하자면 카투사와 미군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마찰, 한국인이 아닌 미국을 비롯 해외의 보통 시민들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의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종전이 아닌 휴전 국가인 한국의 모습, 그리고 나라를 위한 지키기 위해 주둔해 있는 미군의 본 모습과 그들 안에 끊임없이 생존하는 무법천지의 모습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핵심 이야기는 혜주를 그녀의 기둥서방인 로드리게즈로 부터 지키려는 정태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의 절제되지 않는 그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몸을 허락하는 일부의 좋지 않은 클러버들과 그들의 문화, 어리고 부족했기에 저질렀던 젊은 시절의 악몽으로 인한 트라우마 까지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인간이 갖게 되는 감정의 여러갈래를 다루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중심이 되었던 사건이라던가 양공주들의 애환보다 오히려 정태와 혜주사이에 일어날 암울한 미래에 더 마음이 쓰였다. 이상했다. 나란 인간이 지금껏 책을 보아오면서 지나치게 사건을 확대시키거나 옆길로 빠져나가 허우적거리던 때와는 달리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사건에 왜그리 목메이고 있는지를 몰랐다. 그러면서도 늘 하던 습관, 뒷페이지부터 보기도 하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미리 알고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미래가 어떤지 보고나면 그 이후로 이 책을 더는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불안해하며 조바심 치며 읽어만 갔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결말은 내가 원하는 딱 그 정도의 선을 지켜주었다. 작가에게 이런 이유로 감사해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내게 별스런 독서행위를 하게 하고 또 그만큼 유난스러울 정도로 감정적이게 만든 소설 아이린은 때문에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추천할 수 없는 것과 읽기를 원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린을 읽으면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계속 떠올랐다. 그 영화는 영화자체에 대한 비평보다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랬던 내용이었다. 픽션이라고 감독이 말해도 분명 그것은 논핀셕이었다. 아이린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100%픽션이길 바라지만 논픽션에 가까운 이책을 많은 이들이 꼭 읽어봐주길, 그런 내 바람이 이 리뷰에 실려져 있길 내가 바라는건 이마음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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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1 -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1
정철연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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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군의 웹페이지를 매일 같이 들락날락 거리며 그(?)와 선인장의 러블리한 스토리와 친구들과의 엽기천만한 내용을 보면서 코코아를 홀짝 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년이나 지났다. 차마 몇년인지는 새디양이 그러하듯 나도 밝힐 수 없다고는 해도 결국 포스팅 몇개만 찾아보면 알게될 것을 뭐 큰 비밀인 것처럼;;;

 

마조앤새디는 성게군과 그녀의 아리따운 아내의 새로운 별명이다. 참 그들과 어울리는 닉아닌가. 라고 적으면서도 벌써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허튼소리를 했다가는 새디양이 바로 뒤에서 야구방망이를 위아래로 팅기면서 눈을 찡긋거릴 것 만 같아. '긴장 좀 허지' 하면서 말이다. 총66개의 큰 에디소드 안에 많게는 4개 이상의 작은 에피소드가 곁들어진 구성으로 그 어느 페이지 하나 웃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특히 오랜기간 혹은 함께 살아가는 커플들이나 신혼부부들이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임을 부정할 수 없을정도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여전히 이해불가능한 피규어와 토이를 모으는 마조군의 변함없는 모습과 주부생활 3년차에 뼈속까지 100000% 아줌마스러운 모습을 갖게 된 마조의 모습은 애처롭다가도 내 남자가 아닌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때도 있었다. 살찐다며 다이어트 하는 새디님(?)의 실물은 어찌 그리 고운지 진짜 길가다 만나면 나보다 언니라고는 상상 못할 것 같다. 민낯을 못본 관계로 동안인지 어떤지의 판단은 우주별에게 맡기도 마조와 새디의 일상은 우리와 다르지 않게, 그러면서도 즐거운 일상으로 다가온다.



 

이전에 읽었던 안나리사의 가족에서 보았던 결혼생활이 동화속에 등장하는 이상향이라면 마조앤새디 만화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쉽지 않은 삶의 즐거움을 갖게 해준다. 경제적으로 완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당장 먹을 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치맥에 열광하고 다이어트에 목숨걸고 때로는 명함한장에 애착을 보이는 등에 모습이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현재의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감성에 치우칠 때면 등장하는 새디님의 폭풍 자학개그(정말 많이 웃었다. 눈물흐를 만큼. 아직도 웃기다. 말투가 이런건 웃음을 참기 위해서다. 어디선가 달려올 새디님이 무서워서 라고는 말못해!)는 두고두고 기억이 날 것 같다.

 

올컬러 책에 간간이 사진도 실려있고 살림노하우는 물론 커플간의 행동강령 까지 배울 수 있는 재미난 카툰 마조앤 새디! 블로그도 웹툰도 자주자주 들여다봐야겠다. 그동안 사는게 뭐 그리 바쁘다고 성게군이 마조로 변한것을 알면서도 인사도 못했다. 너무 잘 어울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그 모습에서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라는 가증으니 가식보다는 너도 함께 힘내서 웃자라는 동지의식이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만화 정말 웃겨서 좋다. 간만에 큰 웃음 주신 마조앤새디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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