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 - 일과 인생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하우석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6월
품절


하우석 하면 떠오르는 것이 탁월한 기획자이자 강연자였다. 불과 한달 전에도 그가 저술한 기획관련 도서를 보면서 볼 때마다 기획자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인간미가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이 책,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저자의 이전도서나 강의를 청강했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책을 펼치기 전부터 '진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 만 같다. 저마다 사는 동안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업무나 학업에 정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나 상대의 반응에 우리는 오히려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하거나 아에 피하려고만 하지 결코 우리의 진심이 잘못되었을거라고는 의심조차 안한다. 만약 나는 결단코 제대로 된 진심으로 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나 이런책은 진실한 나와는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아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진심'에 관한 의문은 몇가지가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나는 분명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그들은 나를 완전히 오해한다.

2. 혼자 찬찬히 주변인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막상 상대와 마주하거나 일을 앞에두면 계획은 온데간데 없이 순간의 감정에 휘둘린다.

3. 과연 상대방도 내게 진심으로 대하는걸까?

등의 크게 세가지 정도가 내가 궁금한 내용이었다. 책에는 올바르게 진실한 마음을 갖게 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스물여섯가지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이중에서 셋째, 여덟번째, 열세번째, 열일곱번째, 열여덟번 째, 스물두번째, 스물다섯번째와 마지막 스물여섯번째가 위의 적었던 궁금사항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심의 힘과 방향을 깨우쳐 주었다.



우선 셋째, 욕심이 지나치면 진심이 살 공간이 없다 에서는 유명인사가 유년시절 할머니와 함께 했던 모노폴리 게임을 통해 재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나 욕심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게임하는 중에는 내가 사모으는 땅이나 건물등이 전부 내것인 것처럼 들뜨게 되고 진짜 부자가 백만장자라도 된 듯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상자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만다. 마치 모든 재산을 전부 가지고 '관'에 들어갈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장의 욕심앞에 때로는 거부해야만 하는 제안을 뿌리치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가 비교적 자주 진심을 속일 때가 바로 눈앞에 이익 혹은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채우려 할 때다. 하지만 나의 욕심을 비운다고만 진심을 다하는 것은 또 아니다. 여덟번 째 다른이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에 진심을 담아라 편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짚어준다. 내 앞에 놓인 상황외에도 진심을 다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예를 온라인쇼핑업체 재포스의 일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이부분은 진심여부를 떠나서 모든 직업인과 리더들이 갖춰야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기업이 당장의 판매가 아니라 잠정적인 고객, 미래의 고객으로 예상하고 일처리를 하게 된다면 무자비한 경쟁으로 상처입는 소비자와 직원들은 없을 것 같았다. 기업이나 단체의 리더가 참고해야 될 만한 내용은 열세번 째 챕터에서도 나온다.




p.133 돋보이려 하지 않으면서 돋보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진심의 리더십이다.






내용과 관련이 있어보이는 듯도 싶고 그렇지 않은 듯도 싶은 사진들이 실려있다.

위의 사진은 언젠가 테마파크에서 탔었던 기구가 떠올랐다. 타고나서야 안내방송으로 한 방향으로 13바퀴를 돌아간다는 말에 기구가 작동하기도 전에 질색한 기억이 있어 담아보았다 :)

책 속에는 각자가 다양하게 떠올려볼 수 있음직한 사진들이 그렇게 무심한 듯 펼쳐진다.>



후반부로 접어들 수록 진심에 대한 해설보다 그 이상을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 늘어난다. 열일곱째 나의 사소한 말에 누군가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의 내용은 얼마전 읽었던 바보빅터라는 책속에 등장하는 빅터를 비롯 주변 인물들이 떠올랐다. 어릴적 우연히 알게된 낮은 아이큐로 인해 천재였던 빅터는 십여년이 지나 성인이 되도록 바보인 체로 자란다. 중간에 그를 도우려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때마다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에 그가 의지하게 된 것은 내면의 소리나 그를 도와주려는 이들의 위로가 아닌 자신을 무시하고 한심한 바보취급 했던 경솔한 선생님의 말 한마디였다. 책에도 저자가 직접 겪었던 일화가 소개되고 있지만 말한마디의 인생의 희비가 달라지는 경우를 우리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열여덟 째 진심의 기본은 경청이다 역시 이전에 읽었던 '경청'이란 책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한권의 책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p.184 먼저 두 마디를 경청하라. 그리고 한마디로 해라. 간혹 조언을 구하기 위해 스승이나 멘토, 그리고 선배나 상사를 찾아갈 경우 본인들의 경험담을 죽 늘어놓을 뿐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이나 들어주려는 배려는 거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기운만 더 빠지고 내게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고민만 깊어진다. 만약 그들이 저자가 말한 것처럼 두 마디를 경청해주고 한마디로 명료하게 다독여주었다면 마음이라도 편해졌을 것 만 같다.


<챕터가 끝나면 한 페이지 분량의 오늘의 다짐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앞에 서술된 내용과 관련있는

명언과 실질적인 단문의 조언이 있기에 시간이 부족하거나 긴급처방을 원할 때, 다이어리에

적어 매일매일 상기시킬 때 메모해두면 요긴하다.>



스물다섯번째와 스물여섯번째 내용은 진심의 순간을 놓치지 말 것과 지금 당장 실천해야 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p.242 실수나 잘못은 감추면 감출수록 더욱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내가 가졌던 의문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있었다. 그의 기획서 저술서에도 그랬듯이 저자 하우석은 '실천'을 정말 중요시 한다. 아무리 좋은 기획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머릿속에만 있어서도 안되고 매일 매일 더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다고 했었던 것처럼 진심 역시 생각만 하지 말고 전해야 한다고,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지금하라고 말해주었다.



많은 분량도 아니고 판형이 크지도 않은 책,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에는 저자 하우석이 직접 겪거나 전해들은 이야기 보았던 책에서 발췌한 인용문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가 성공한 이유, 기획자인 그에게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그가 늘 진심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도, 또 다른 독자들도 저자처럼 미루지 않고 하고자 하는 바, 전하고자 하는 이에게 진심을 다해 마음을 다할 때 성공은 둘째치고 우리는 스스로가 만족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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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테이너블 엑설런스 - 미래를 선점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코드
아론 크래머.재커리 캐러벨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배가 고프면 우리는 먹거리를 찾아 마트에 간다. 마트에는 우리가 필요로하는 다양한 식료품이 준비되어 있다. 마트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물품이라고 생각하지 그 안에 숨겨진 기업의 경쟁방식등은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 소비자가 단순한 주체라고 생각할 때 과연 기업도 그렇게 생각할까?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다.
 
     







 

위의 언급한 내용은 책 서문과 본문에 각각 실릴 만큼 이책의 핵심을 표현 하는 말임과 동시에 역대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인 독자 또한 책을 읽는 동안 상기시켜야 할 내용이다. 인간은 소비를 하기 마련이고 기업은 그런 소비자에게 공급을 한다. 하지만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미래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이런 경제적인 관계가 소멸될 것 이라 예견하고는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만약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탁월성'이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맨 처음 소비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그들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2차대전 이후에는 필요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일으키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를 파트너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것은 소비가 일차원적인 소비욕구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폭넓게 변모하였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이제 기업에서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상품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역시나 시대가 변화면 바뀌는 일시적인 유행 경영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점은 역사를 통해 차근차근 되짚어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쉘, 월마트, 포드, 코라콜라 등의 일류 기업의 리더들은 지속가능성을 수용했다. 뿐아니라 세계의 많은 경영 리더들도 상대 기업의 약점을 노리거나 편법을 이용하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탁월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기업이 현명한 경영방식을 지속해서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의 제한이 생길거라고 예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소비의 주체가 되는 소비자의 소득상황이 여의치 않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렇게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는 미국과 유럽에 사람들의 주장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자원이 계속 계속해서 개발되어지고 현명하게 고갈되는 자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의 주체 역시 바로 기업이다. 때문에 소비자가 주체가 되기 보다는 기업의 리더들의 경영방식이 소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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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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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와중에도 도저히 다 읽지 않고서는 잠 들 수 없을 것 같아 거의 다 감긴 눈으로 읽다가 어느 순간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 낯익은 세상.



갱생교육장에 끌려간 아버지는 소식이 없다. 열네살 딱부리는 언젠가 부터 제 이름을 잊었다. 그저 순경아저씨가 불러준 딱부리가 제법 맘에 들어 그날 이후 그는 딱부리로 통한다. 아빠 친구 아수라를 따라가는 엄마를 따라 딱부리도 쓰레기 처리지역 꽃섬으로 들어온다. 아수라는 딱부리가 붙인 별명이다. 친엄마의 실수로 화상을 입어 마음도, 머리도 어리숙한 아수라의 아들 땜통은 첫날부터 마치 후일을 미리 아는 듯 낯설은 딱부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도깨비불, 이미 저세상으로 간 이들을 볼 수 있는 땜통은 욕심도 사심도 없이 또래의 그 어떤 아이들 보다 순수하다. 도깨비가 버려진 돈뭉치의 위치를 알려줄 만큼 땜통은 그런 아이였다. 중심인물인 딱부리보다 땜통이야기를 더 많이 적게 되버린 건 그런이유인가보다. 내겐 너무 낯익은 아이라서, 그 언젠가 꼭 그만큼의 어리숙함으로 세상을 보았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꽃섬은 참 예쁜 동네였다. 김서방네의 말들은 모두 사실이었다. 몇 해전 우연찮게 난지도 이야기라는 동화책을 보면서 알았다. 꽃이피고 보리수가 열리는 그런 따뜻한 마을이 꽃섬이었다고. 이름만큼 예뻤던 그곳이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 도심의 경제활동에서 쓰레기 버려지듯 버려진 이들이 그들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생계를 이어 갈 '쓸 만한 쓰레기'를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 파리가 꼬이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쓰레기를 끓여먹는 그들의 모습은 낯설었다. 하지만 어제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오늘은 적이되고, 성이 다른 동료가 동거인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는 모습은 이익을 위해 쉽게 쉽게 색을 바꿔 살아가는 모습은 낯익은 세상이었다. 낯설음과 낯익음 사이에서 오고가다 땜통과 딱부리가 손을 맞잡고 도심으로 나가 하루를 보내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잠시 딱부리와 땜통이 서로의 행방을 몰라 찾게 되었을 때, 떔통이 슈퍼마리오 게임기를 직원에게 뺏긴 체 추궁을 당할 때 영수증을 당당하게 내밀며 욕 해주고 나올 때 왜그리 눈물이 나던지. 쓰레기 장에서 거주하며 쓰레기만 먹고 살아도 그 둘의 마음은 그 어떤 명품이나 웰빙 제품보다 더 자연에 가까웠고 가치 있어 보였다.



아리고 아리는 결말에 또 한번 눈물이 났다. 딱부리가 땜통의 모자를 김서방네 혹은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물건을 옮겨놓은 장소에 가져갔을 때 맘 한구석 메여있던 부분이 조금씩 풀어졌다. 반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는 빼빼엄마의 처지의 안쓰러움도 그즘에서 사라져만 갔다. 미치지 않고 사는게 이상한 요즘, 우리는 언제즘 딱부리처럼 도깨비불을 볼 수 있게 될까.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님 그가 더이상 쓰레기를 먹지 않아도 될 때까지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더이상 쓰레기를 옆에 두고 살면서도 모른 척 살아가는 이 낯익은 세상이 낯설어 질 때, 그 때는 분명 우리도 딱부리나 땜통 그리고 빼빼엄마처럼 김서방네를 만나 메밀묵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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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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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긴시간이 지나지 않아 박광수의 신간이 나왔다.

타이틀이 앗싸라비아다. 삶에 지친이들, 사랑이 힘겨운 이들, 아직 그인지 그녀인지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주문, 앗싸라비아를 비오는 오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저자가 촬영한 세계 도심 곳곳의 사진들은 가슴을 편안하게 했다. 아마도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때를 잠시 지난 때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지나치게 완벽한 사진들만 보다보면 가슴이 벅차서 아름다움을 이미 벗어나 고통이 되곤 했었는데 광수씨의 사진은 글보다 사진이 더 맘을 다독여주는 듯했다. 서문에서 밝히는 것처럼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 그 순간을 조금 빗겨깐 사진들의 대한 양해는 그래서 오히려 내쪽에서 지나치게 '작품'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맘이다. 요즘은 유명맛집이나 관광지가 아니어도 다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들의 취향까지 뭐라할 맘은 없지만 이따금 그렇게 완벽한 사진속에서 사람의 감정만 쏙 빠진듯한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있긴하다.



책에는 작가, 철학자를 비롯 유명인사들의 명언이 함께 담겨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폰트의 크기와 컬러를 각각 달리해서 명언들과는 차이를 주었다. 안경을 쓴 내게는 명언의 폰트가 다소 작아 배경이 짙은 경우에는 제법 무거운 책을 바짝 눈앞으로 가져와 읽기도 했는데 메모해둘 만한 명언이 많아 좋았다. 어짜피 책을 소장하고 있는 한 굳이 옮겨적을 필요도 없는데도 그렇게 몇 개를 수첩에 옮겨 적어보았다. 마치 그렇게 적다보면 그 문구가 가슴과 뇌리에 오래도록 남겨질 거라 믿는 아이처럼...



저자가 추억하는 엄니의 김치볶음밥, 엄니의 밥상은 나이를 먹어가며 나 역시 끼니때면 떠올리게 되는 가슴 먹먹해지는 부분이다. 뿐인가. 이제 여든을 지나 아흔을 바라보는 외할머니의 소반에 차려진 정성가득한 밥상을 길어야 3년 정도밖에 받을 수 없는 것도 마음이 쓰린다. 엄니도, 그리고 엄니의 엄니의 손에는 손톱부터 손금까지 모두 정성이 살아숨쉬는 것 같다. 그 오랜 정성과 사랑이 담긴 도구로 밥을 짓기에 사이버로봇이라도 맛나게 한 그릇 뚝딱 비워낼것 이다.



친구를 안아줄, 그들에게 뛰어갈 발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광수씨의 말,

다시 인생을 살게된다면 어찌 하겠다던 그의 말, 무엇보다 무던히 지난 계절 노력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것이 봄이라는 글이 담긴 페이지에서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봄...봄...하고...



앗싸라비아는 최근 들어 연예인을 비롯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펴내는 사진에세이집의 구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왠지 더 애착이 간다. 두꺼우면서도 예쁜 제본방식도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왠지 알아줄 것 만 같다. 지옥에 갈 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의 놀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지금의 안쓰러운 내마음을, 그러면서도 시간에게서 좀 더 자유롭고 싶어지고픈 이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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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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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을 고를 여지를 만들어주지 않는 저자의 애착이 듬뿍 담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그로 인해 선뜻 한번에 읽어내진 않을거라고 어리석은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편안한 오후에 그보다 더 아늑한 카페에서 차한잔 마시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독서라고 오해받아도 상관없었을 만큼 흥분되는 소설이었다. 뿐인가. 이미 작품을 읽고 난 유명작가들의 평도 그런 허세가 가득한 독서행위를 한 껏 고조시켰다. 문제는 뜻하지 않게 잠이 오지 않은 그것도 영 석연치 않은 악몽도 아닌 꿈을 꾸고 뒤척임을 멈추고 일어난 새벽에 읽어서 였다. 아직 꿈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읽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종교적인 문제나 신화적 배경이나 인간이 가지게 되는 뫼비우스 띠의 고리를 순환하는 어리석음이나 괴로움을 마주하기에는 지나치게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K. 평범한 샐러리맨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가 토요일 아침 7시를 알리는 자명종을 시작으로 어제의 자신과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처음에 그가 느낀것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낯설음이었다. 낯익음은 동시에 낯설음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진짜' 혹은 '제대로 잘 알고 지내는'그런 사람앞에는 낯익다거나 낯설다거나 하는 표현은 거리가 먼 까닭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실상 난 그놈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 까지 이렇게 그냥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직접적으로 말해주길 바랐다. 차라리 세탁소에서 단잠을 자고 눈뜨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거나 다시금 월요일 아침 7시를 알리는 자명종이 울렸을 때, 익숙하게 스킨을 꺼냈을 때 그 스킨의 브랜드가 제발이지 'V'이길 이야기속의 K보다 더 바랐던 것이다. 통속적인 소설이어도 좋았다. 답답하진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저자는 이제 막 글을 쓰는 신출내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전까지의 집필 방식을 또 한번 되집어 놓는 제3막을 여는 빠른 호흡으로 써내려간 처녀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결코 그렇게 가뿐하게 K의 망상이나 꿈이었다고 독자를 가볍게 놔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독자인 나 역시 계속 답답해 하고 있을 수 도 없다. 천천히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K의 낯설은 혹은 낯익은 세상을 떠올려본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사는 동안 내가 아니거나 혹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어제와 다르거나 좀전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그것은 어떤 계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데 외상이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간단하게는 내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할 잔인한 복수를 꾀하고 있을 때, 잔인한 말들과 잔혹한 영상으로 뇌의 전부를 사용하고 있을 때 내가 미쳤나 보다. 그런 상상을 하기전의 나는 이미 해버린 나와는 더는 같을 수 없나보다. 순수는 끝난건가. 하는 정도다. K처럼 도플겡어를 맞딱드리고 그로 인해 죽음을 암시하는 뭐 그정도는 아니다. 이따금 지인들이 어디선가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마주치고 내게 확인을 원했을 때 조차 섬뜩하지 않았던 일들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덕분에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정녕 그들이 마주쳤던건 나2 혹은 나3 였던 것일까.

 

독실하지 않은 그저 익숙해진 습관처럼 성당을 다니는 K. 굳이 따지자면 사랑도 아니었던 엄마와의 추억의 연장인 그의 종교적 믿음은 내가 만나는 대다수의 교회를 출석하거나 휴가 때 절을 찾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절대적인 믿음보다 오히려 가볍고 질척이지 않아 더 좋다. 집착하지 않기에 그들은 종교를 종교로 볼 수 있고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늘 하던 버릇과 습관에 익숙함을 느끼고 안도하는 K의 스킨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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