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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제21호 - Summ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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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는 총 몇 개국의 국가가 포함되어 있을까? 총 48개국이다. 아시아 문예 계간지 ASIA에서 그동안 소개가 된 국가는 그 중 42개국이다. 어찌보면 지난 5년간 이번 호를 제외한 20호의 판권 중에 미처 실리지 못한 나라가 있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편집인의 글을 차근차근 읽노라면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41개국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에 고마운 마음과 노고에 응원을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현 편집장의 의견은 둘째치고라도 선배 편집인들의 의의를 높이 살만했다. 한국에서 발행하는 만큼 한국의 문학을 좀 더 세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골고루 편성하려고 애썼다는 점과 한국문학의 세계화 이전에 다양한 문학작품이 어떤 목적을 가졌던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그랬다. 이런 모토가 있었기에 치우침 없이 한국에서도 잘 알지 못하거나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아시아 여러나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장이 마련되었던 것 같다.
이번호 특집은 아랍작가의 눈으로 보는 재스민 혁명의 안과 밖이었다. 리비아 시민들의 혁명은 뉴스에서 연일 보도 될 만큼 국내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리비아 인들이 보여준 평화를 향해 투쟁하는 모습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주변국들은 물론 못마땅한 정부와 무조건적인 진압에 시달렸던 국가의 시민들이라면 남일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A.J.토머스라는 학자의 눈에 비쳐졌던 리비아인들의 모습이 그러했던 것 처럼 누가 그들에게 그런 결단력과 단결의 힘이 존재할 거라 짐작이나 했을까. 부족국가에서 시작되어 게으르고 그저 자는것과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줄 알았던 그들에게도 인간이 가지는 자유의사와 생존권은 그들이 인간이기에 당연히 주장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A.J.토머스의 시선이 리비아인들의 긍정적인 모습과 평화적 혁명에 모습이었다면 파크리 살레에 의해 쓰여진 혁명의 모습은 좀더 현실적이고 역사속의 혁명들이 가지는 학살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권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상가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잔혹한 죽음은 자유를 얻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을 한 걸음 더 가까이 조명했다. 이어진 살와 바크르는 이집트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사람인 만큼 여성의 입장과 문학가의 입장에서 혁명을 바라보았다. 혁명으로 얻어진 문화적 가치-여성의 지위의 하락과 문화적 참여 저조-의 새로운 탄생을 기뻐했으며 여성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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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타흐리르 혁명에서 새로운 것은 여성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는 가치, 다양할 권리, 타인의 자유에 대한 이해, 가부장주의와 지나친 가족주의, 종교적 당파에서의 탈피 등도 혁명 시작 이래 처음부터 분명히 나타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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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된 아랍작가들의 눈으로 본 혁명의 모습은 문화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이희수씨의 글로 최종 정리되는데 이 부분은 문학을 떠나서 중동 및 아랍과 관련 사회문제와 문화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역사적 흐름은 물론 이슬람 문화와 근세사와 아랍 민주화 혁명과 미래 청사진을 그리며 미국과 서구 중심의 가치관과 정보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가 인식의 주체가 되어 중동 이슬람 문화를 변형없이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혁명만큼이나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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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에 안도현이 만난 이라크 작가 사무엘 시몬과의 대담 역시 흥미로웠는데 특히 헐리우드키드라는 키워드의 언급에 관련된 질답이 재밌었다. 국내에 할리우드키드의 생애라는 소설과 영화화한 작품이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헐리웃 영화의 파급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계기도 되었고 반미에 대한 양국 시민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볼록렌즈 챕터에 실렸던 아랍문학의 아버지 나기브 마푸즈라와 가말 알 기타니와의 대화도 양쪽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알아 가는 과정이 좋았다. 앞의 대담과 볼록렌즈가 끝나면 드디어 문예지 답게 시와 단편소설 장르의 창작물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너무 오랜만에 문예지의 실린 작품들을 만나서인지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는데 처음에는 개인적인 난해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고 두번째는 작가의 시선으로 읽기 위해, 마지막 세번째 혹은 그이상 반복하여 읽은 것은 바로 작품이 실린 ASIA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서문에 편집장의 이야기를 질리도록(반복하여 읽었음을 표현했을 뿐이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 중에서 사우키 사피그의 '존재자의 갓길'이란 시가 유독 맘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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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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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some of them fled from my hand
All that is left are mirrors
covered with dust
because of remains
which were once called a face
-The sidewalk of beings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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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단편소설의 챕터를 지나면 창간 5주년 기념리뷰 브루스 풀턴의 '<<아시아>>5년을 돌아보며'가 실렸다. 나처럼 처음 아시아를 읽게 되는 독자라면 뭐랄까 횡재라도 한 기분이다. 이전 판권에도 이와 비슷한 기념리뷰가 해마다 혹은 3년 정도의 주기로 실렸을지도 모르지만 미처 다 읽지 못했던 지난 기사들과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외 현 스탠포드 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신기욱씨의 기고문, 아시아 문화의 세계화 -'아시아' 또는 '아시아 문화'란?-글이 실려있는데 아시아라는 지역적 개념이나 문화가 서양-동서양이라는 정의 구분역시 엄연한 의미에 정석적 개념은 아니지만-에 의해 정의되고 있는 문제와 로인해 우리가 가져야 할 문제의식등을 거론하였다. 마지막 챕터는 방민호씨의 논문 '경성 모더니즘'의 개념 구성에 관하여가 실렸다.
한권의 잡지를 이토록 오랜 시간 붙들고 있어보긴 또 처음이었다. 아시아 문예지라고 해도 거듭 언급하는 것 처럼 지역적 한계나 우리가 흔히 접해오던 국가의 작품을 만난 것도 아닌데다 기고문, 기념리뷰, 거기에 논문까지 눈으로 한번 훑어보고 덮을만한 챕터가 단 한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속도가 빠르게 읽히고 버려지는 잡지에 한계를 뛰어넘은 방대하면서 깊이있는 내용을 한 편의 리뷰안에 많이 담으려다 보니 오히려 챕터별 분량의 형평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치만 중요한 것은 관련 문예지나 작품을 여러권 본듯한 풍부한 감성이나 다양성은 둘째치고라도 무언가 집중하여 정독하는 기분을 간만에 느끼고, 앎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