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왕 지만지 고전선집 646
장시궈 지음, 고혜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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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가장 착한소설, 장기왕





소설 장기왕은 중국의 손꼽히는 작가 중의 한사람인 장시궈의 대표작이라고 불리지만 내게 있어서는 지금껏 내가 만나본 가장 착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잔인한 장면도, 성적으로 야한 농담이나 외설적인 표현도, 불륜을 포함 그 어떤 세상의 잣대를 들이댄다해도 도무지 걸릴게 없는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갖게되는 많은 의문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희노애락을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이와 같은 내용은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을 통해서라던가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계산된 주인공이 아니라 뜻밖에도 12~13세 가량의 오목신동-작품내에서 줄곧 신동으로 불리운다.-과 아이를 바라보는 칭랑을 통해 깨닫게 했다는 점이 장시궈라는 작가의 놀라운 필력을 증명한다.

신동의세계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예정인 오목신동과 꿈은 화가지만 현실에 부딪혀 광고회사일을 하는 칭랑과의 만남을 칭랑의 시선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고지내는 PD에게 별기대없이 신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것이 실제 프로그램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출연자인 오목신동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 PD를 비롯하여 다른 관계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신동의 예지력을 칭랑형제가 제일 먼저 알게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예지력을 지닌 신동의 '비밀'과 함께 신동의 안위를 지키려던 것이 점차 칭랑의 욕심과 입방정으로 주변인들이 하나씩 알게되면서 문제가 커지게 된다. 그 문제란 것은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신동의 예지력을 돈버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학구적 욕망을 위해 이용하려는 칭랑과 주변인들의 태도다. 흥미로운 것은 칭랑의 심경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신동을 대하는 칭랑의 마음가짐이 처음에는 단순하게 신비로운 아이를 만난 것에 대해 동생과 자신만의 비밀스런 호기심이었지만 일순간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하다가 또 마지막에는 마치 자신도 역시 그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한것은 아니라고 고백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각자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마무리 한다. 처음에는 그런 그의 태도와 결단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단순하지만 뼈있는 결론이라는데 동의했다. 그것은 류교수가 칭랑과의 언쟁에서 거듭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뿐 아니라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조차 돈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에 반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류교수와 적의 관계에 놓여있는 칭랑의 면모가 훨씬 '착한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허풍이 강한 류교수의 진정성이 단순히 돈이나 사람을 부리는 위치에 대한 자랑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피할수 없는 것이 바로 '관계'라는 것이며 저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하든 소극적으로하든 각기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역으로 칭랑의 고민도 해결도 나 홀로하자라는 식의 결론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결과적으로보면 관계는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는 류교수의 말과 세상의 그 누구도 타인의 걱정은 둘째치고 자신의 걱정도 지나칠필요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는 말은 다 맞다고 느끼며 누구나 저마다의 철학안에서 다들 제대로 살아가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고민했으며 지금도 고민하던 문제가 결국은 너도 나도 다 하게 되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까지 느끼게 되었다면 말장난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을지말지에 대한 두려움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기전에는 장시궈가 대만SF소설의 창시자로 보아도 될 것이며 과학을 인문학으로 풀어낸 수작이라는 말에 더 기대가 되었는데 막상 다 읽고보니 전혀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느끼지는 않지만 굳이 창링 동생의 철학이론의 등장이 장시궈의 필력을 대단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간혹 등장하는 이공계 학문의 이론이나 비유는 다소 작가로 하여금 류교수에서 느꼈던 약간의 허풍이 보여졌다. 어짜피 작가 장시궈도 대만의 지식인이자 가진자 쪽에 가까우니 이런 느낌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칭랑이 신동에게 예지력이 아직도 남아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은 대답과 관계없이 독자 누구라도 꼭 물어보고 싶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난 해 다녀왔던 타이페이의 풍경이 어설프게나마 그려지면서 칭랑이 배고파 뛰어가 먹었던 간식천국의 녹두죽과 만두가 심히 먹고 싶어지는 친근한 소설이자 착한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페이의 녹두죽(위위안)이란 표현은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역자 고혜림씨의 간결한 문체 또한 이 소설이 착한소설이 되는 것에 한 몫했다고 본다.







 
p.178  호랑이가 어디 있는가?

         사람이 스스로 두려워해서 산을 오르지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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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그래픽디자인 -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BIG IDEA
애너 거버 지음, 송성재 옮김 / 미술문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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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50인의 그래픽디자인 



그래픽 디자인은 가구와 건축 디자인이 그러하듯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참 우습게도 사는 동안 한번도 입어보거나 들어보지 못할 옷과 백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의 이름을 한 두명씩은 다 아는 것과는 달리 그래픽디자이너를 떠올리면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전공은 아니었지만 관련 업무를 했던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발전적인 미래를 읽어봐야 할 도서라는 생각으로 접하게 되었다. 처음 도서를 받았을 때는 지나치게 얇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3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에 디자인 경향을 비롯 10인도 아니고 50인 씩이나 되는 인물에 이야기를 얼마나 다루었을까 읽기도 전에 기운이 빠졌다고나 할까.
 

저자 애너 거버는 미국 출신의 디자인 저술가이자 교육자로 현재 영국 전역과 인도, 미국, 프랑스,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워크숍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로 주로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디자인이라는 서명보다는 유럽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시각디자인의 발전에 영향력을 미친 디자이너들의 소개서 정도로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픽 디자인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쉬운 면들이 더 많이 보였는데 디자인 사조에 대한 이론과 설명 부분도 중간 중간 나누어 구성하기 보다는 초입에 차례로 소개되었으면 더 읽기 수월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계속 서술되는데 정작 경향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고 싶을 때에는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디자이너를 알리게 된 가장 유명한 작품을 저작권 문제로 인해 실을 수 없었을런지는 몰라도 글로써 어떤 바탕에 어떤 서체를 사용했다는 식으로만 서술되어 있고 볼 수는 없어 정작 대표작을 별도로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과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만약 책을 읽는 장소가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어렵거나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닐 경우에는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용어의 경우에도 주석을 달아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한 편이라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관심만으로 책을 펼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지루한 감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쉬워 하는 부분을 다 채워넣을려면 이 책은 아에 그래픽디자인 사전이라던가 전공도서에 알맞은 방대한 통론이나 이론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어떤 유명인들이 있는지를 확인 하거나 추가로 어떤 도서를 활용하면 좋은지를 알아보기 위한 초록으로서의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뿐만아니라 소소하게 디자이너들의 관한 일화를 알고 싶은 경우에도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령 에드워드 맥나이트 코퍼의 실명은 에드워드 코퍼였는데 그에게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교수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교수님의 이름을 미들네임으로 사용했다는 문구에는 멘토의 역할의 중요성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사적 사건이나 지도자들의 역할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도 쉽게 알 수 있는데 히틀러가 바우하우스를 비롯한 독일태생이나 그들에게 사사받은 디자이너들에게 까진 미친 파장이나 러시아의 디자이너들이 예술사상에 미친 영향력에 흥미롭기도 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도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 여행을 떠나려는 초보여행자나 자주 방문했지만 특별하고 독창적인 여행기를 남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더 알고 싶고 더 찾아야만 하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견뎌낸다면 분명 그 여행의 마지막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지식이나 서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던 그대라면, 일단 지도를 펼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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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적어도 네 개의 즐거움 - 즐거움의 치유력을 통찰한 신개념 심리학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초록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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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적어도 네 개의 즐거움은 다른 심리치유서와는 다르게 어려운 의학용어도 미처 이해가 되지 않은 치료방법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심리치유과정을 담은 다른 박사나 전문가들의 책을 인용한다던지 상담자들의 이야기와 적어도 1년이 지난 후에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얻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늘 처방법은 똑같다. 책상위나 혹은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본인 스스로가 적은 4개 이상의 즐거움을 적어두는 것, 그것이 저자이자 심리치료 전문가인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적어도 4개이상의 즐거움을 기록해서 붙여두기만 하면 될까? 하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가 즐거운 삶을 살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자신은 잘 모르겠는데 주위사람들에게 불행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숨겨진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에 경우 당장 그 방법을 실천한다고 해도 작은 벽이나 방해꾼에게 또다시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불행이 어디서 유년기부터 잠식된 가정환경에 의한것인지, 특정 사고나 인물에로 인해 발생된 것인지, 혹은 현재의 주변환경이 밑받침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에 정확하게 우리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요소와 어떤 식으로 방해받고 있는지, 그 방해요소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 내용이 1~3장까지 담겨져 있다. 우리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야는 '새옹지마'와 같은 사자성어에 담긴 행복과 불행은 같이 오기도 하고 반복되어 나타난다고 믿고 있는것이 크다. 어떤 이의 경우는 여지껏 스스로가 행복할 수 없었는데 그저 즐거운 일을 몇가지 한다고 해서 행복을 유지 할 수 없을거라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불운한 자신의 미래가 즐거움을 방해한다. 좋은 일 가운데 좋지 않은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새옹지마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일 다음에 불행한 일이 오는 것이 아니라 좋을 때는 겸손하게, 불행할 때는 여유롭게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뜻에 가까운데 우리는 행복한 가운데 늘 초조하고 불행하다. 이런 의식과 감정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불행한 과거를 가진 여성이나 남성은 멋진 이성을 만나거나 일자리 혹은 기회를 맞이해도 늘 불안하기만 하다. 조만간 누군가에게 빼앗길게 분명하다고 믿기까지 한다. 우리의 행복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다. 물론 주변인들에 사고라던가 본인에게 정말 큰 어려움과 슬픔이 닥치더라도 절대 그 일은 이전에 행복에 대한 당연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즐거움을 방해하는 요소와 만들어낸 불행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즐거워질 차례다. 책 본문에도 가장 처음 등장한 것처럼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사소하면서도 쉽게 계획에 옮길 수 있는 즐거움을 적어보자. 이때 적어도 4개다. 한두가지만 적는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어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차를 마신다던가, 주변사람의 시선이 걱정되어 입지 못했던 과감한 옷을 입는다던지 우리를 즐겁게 해줄 만한 일은 적다보면 꽤 많이 쌓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며칠, 혹은 몇개월 해보다가 멈추면 안된다. 적어도 1~2년 이상 꾸준하게 즐거움을 유지해야 한다.

이 책을 읽기전에 평소에도 내용이 정말 맘에 와닿았고 그래서 지인들에게 선물도 자주 했던 줄리아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떠올렸었다. 아티스트 웨이가 꾸준하게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줄곧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의 꿈에 다가가게 만든다면 책, 하루의 적어도 네개의 즐거움은 그런 노력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 자체가 타인의 불행을 무시한다거나 원인이 되었다는 잘못된 사고를 고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책의 내용이 만족스럽다고 느낀 사람들이라면 아티스트웨이도 함께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늘 잊지말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기적을 만들어낼 수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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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 이야기 100 - 깨달음과 해탈의 철학
왕혜천 외 지음, 송춘남.송종서 옮김 / 서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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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출간된 유교철학과 선철학에 이어 불교철학 이야기까지 읽게 되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책의 내용구성이나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허나 철학서라서 쉽게 쉽게 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생각하고 이해하느라고 마냥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포근함 또한 변함없어 찬찬히 느린 호흡으로 며칠에 걸쳐 읽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반감이라던가 선입견 그리고 편견없이 이야기를 듣고자 하니 더위도 괴로움도 무상에 대한 끊임없던 갈급함도 적어도 책을 읽고 있던 그 순간만큼은 덜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와 교리도 있었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되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다보니 이래저래 괴로움이 많아졌다. 그것이 끝없는 욕망과 탐욕, 그리고 우매한 어리석음이란 것을 알면서도 쉬이 놓아지지가 않았다. 심리에 관한 서적도 자기계발서도 그때 뿐이라 결국 늘 나의 용서를 기도하며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참선이었다. 종교가 다르다고는 해도 놓아야 할 것, 내려놓을 것, 비워야 할 것은 다 같은 의미였다. 지금 내게 닥친 시련이 너무도 커서 당장 삶을 놓으려 할 때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짓는다하여 구원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한낱 미물의 命도 귀하니 인간의 생명은 아니 귀할 것이냐고 묻는 듯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내어 놓는 다는 것은 절개와 정조를 지켜가는 것일 수도 있으나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는 비움과 내려놓음이 아닌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읽으면서 성경구절 말씀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었는데 그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거나 그렇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선한 의미는 같으나 다소 그것을 가르키는 손의 방향이나 매개체가 사뭇 다름을 느끼는 부분도 많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교의 시선이 아닌 이론과 바른 말을 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니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차이가 아니라 다름을 자연스레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100가지의 이야기 중에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말씀은 해인해기(害人害己)남을 해치고 자신도 해치다 였다. 마음속에 심어진 나쁜 기운은 그것을 현실화시킨다. 화제가 되었던 시크릿을 비롯하여 근래에 출간된 마음치유 도서들에서도 공통된 의견이 바로 해인해기 였다. 코가 아름답지 못한 부인을 위해 타인의 코를 베어내 붙여주려 했던 어리석은 남자는 결국 부인의 코도 베었지만 그자리에 붙일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도 코를 베어낸 그 여인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해를 가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때때로 나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진 좋은 것과 은혜받은 것은 제쳐두고 타인의 더 좋은 것을 탐내는 내 모습이 엿보여 뜨금했던 것이다. 비단 나 뿐이 아니라 그로인해 내 지인들까지 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글로 보니 한 번 더 되새기게 되었다.


기도를 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좋은 말씀을 책을 통해 반복해서 접해도 인간이 갖고 태어난 업 혹은 죄를 닦아내고 용서받는 동안에도 우리는 또 다른 죄와 업을 쌓아가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유교철학이 학교 선생님이고, 선철학이 인생을 오래 사신 어르신들의 충고라면 불교철학은 성경말씀과 표현이 상이한 결국 비슷한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도 그리고 불교에 대해서도 이제 막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라 더 많은 것을 느꼈어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마음을 어지럽히고 내 시야를 멀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을 사라지게 해야 하는 방법 또한 내안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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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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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책의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꼭 읽어야지 하고 맘 먹은 것은 클래식 피아노위에 올라앉은 말갛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마치 이렇게 얘기하면서. "너... 말이야. 그러니까 너... 있잖아. 내 책 안읽으면...죽어-_-+"하고.
이야기는 와루의 유년시절 부터 근래에 찍은 서른 여덟장의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와 작가가 평소에 생각했거나 독자로 하여금 생각케 하는 여덟개의 이야기, 그리고 앞서 그 어떤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들을 울렸을 번외편 장발과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여덟개의 사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작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아와서인지 공감되는 것도 있고 성별의 차이로 잘 알 수 없었던 남자들 만의 세(?)계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그래서 책에 담긴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느낌별 베스트5로 정리했다. 우선 나를 가장 웃겼던 베스트 사진은 스무번째 사진 취미 였다. xx토가 되려는 후배의 전조현상을 전혀 의심없이 지켜보다가 사진 한장에 넉다운 된 와루를 보면서 읽다 말고 책을 덮고 배잡고 웃었다. 어찌보면 막 웃긴 이야기는 아닌데 메일을 클릭하려는 장면에서 어찌나 긴장했던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후배한테 같이 당한듯한 배신감과 리얼하게 xx토가 되어버린 사진에 진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반대로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사진은 서른번째 사진 강아지 였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만화가 있었는데 그때는 매를 맞고 사는 엄마와 강아지의 처지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결국 그 개는 복날 죽는 것으로 끝나고 그나마 엄마는 지아비를 뿌리치고 새출발을 하는 것으로 끝나 불행 중 이었다. 반면 와루의 사진 속 강아지는 다시 돌아오는 것에서만 끝나서 더 맘이 아팠다. 바보 이야기도 현실에 짓눌려 기타를 몰래 쳐야 했던 와루의 아버지의 뒷모습도 마음이 애려왔다.

가장 통쾌하다고 느꼈던 사진은 덩치 였다. 성인이 되어 화장실에서 만난 그 나쁜 동창에게 썩소를 날려주는 와루씨의 표정은 배워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물론 나의 경우는 어릴 적이 훨씬 덜 무시당하는 외모를 가졌었기에 그 썩소를 배워도 써먹을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무언가 의기소침해지거나 불합리한 현장에서 살아남았을 경우를 대비해서 꼭 기억해두고 싶었다. 네번째로 많은 생각과 지난 날을 돌이켜 보게 만든 그야말로 추억의 사진은 열한번 째 겁쟁이 였다. 마지막으로 나를 울컥하게 만든 사진은 스물여덟번째 사진 할머니 였다. 예전에 집이 경기도일 때 직장을 서울로 다니며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이 넘는 곳으로 다녀야 할 때 이따금 서울 중심가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들려 맛난 법을 얻어먹고 으쌰으쌰 기운 냈던 적이 있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그사이 큰 수술과 잦은 입퇴원으로 할머니는 이제 혼자 드실 수 있는 밥상조차 차릴 기운이 남아있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때 할머니가 차려주신 그밥상, 그저 자주 들러 먹어주기만 해도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던 그 밥상을 난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 밖에 먹질 못했었다. 나름의 베스트5 사진을 고르긴 했지만 오래된 사진에 담긴 사연들에 맘이 가지 않은 사진은 단 한편도 없었다. 노력끝에 잡은 참새를 놓아주던 와루의 모습도 길치였던 와루의 모습도 자주 가던 할머니 밥집을 더는 갈 수 없게 되는 와루의 모습에도 내가 보였다. 반면 번외편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려다가 멈춘 듯한 것이 여운이 아니라 내게는 다소 답답함으로 느껴졌다. 아직 삶의 단면만 보고 사는 것인지 반드시 명쾌하게 인과관계를 밝혀주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아둔함이 가득찬 까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만화는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는게 좋았다. 

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에 휴가가 있는 사람들도 없는 사람들도 몸이 꿈틀거린다. 그럴 때 와루처럼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놓고 사진 한장 한장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추억에세이를 적어보면 어떨까. 글재주는 없어도 내 마음을 기억해내고 그들을 추억하는 데 본인만큼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 맘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참, 왜 와루작가의 머리가 여인이라 착각될 만큼 계속 기르기만 하는 지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책 한권에서 느낀 감동과 울먹임도 놀랍지만 장발의 이유가 더 와루라는 작가로 하여금 친근하고 손내밀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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