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똥을 따라가면?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가와치 렌 그림,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똥을 따라가면?

최근에 배변훈련을 마친 아이와 함께 보면 좋겠다 생각했던 나카가와 히로타카 작가의 <내 똥을 따라가면?>을 읽었다. 변기에 물을 내리고 한참을 바라보던 아이에게 똥이 가는 곳? 이 달리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물 속으로 들어간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아이에게 ‘마법의 약’을 마시고 작아진 몸으로 하수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은 신기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마법의 주문, 작아져라!”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책 속 꼬마는 아빠와 함께 잠수복을 입고 변기속으로 풍덩 하는데 잠수복을 보고 우주복을 떠올리는 듯 해 지난 여름 수영장에서 입었던 수영복이라고 알려주니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하수도 탐험은 하고 싶지만 이 옷은 입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음 장을 외치며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사나 사진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기통을 지나, 배수관으로, 또 굵은 관을 통과하면 드디어 ‘하수도관’까지 아이는 아빠와 함께 알록달록 세균과 오물을 거쳐 함께 탐험하는 내용에 결코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입고 싶지 않다던 잠수복을 입겠다고까지 말한다. 똥 뿐아니라 아이가 손을 씻을 때 사용했던 물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들도 똥이 있는 하수도관에서 모두 만나게 되는 과정도 책 속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나했다. 그림에는 포크레인,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 우비를 입은 소년 등 함께 수 세기, 색깔 맞추기 등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어 더 좋았다.


특히 거리를 걷다가 한 번씩 멈춰서서 보았던 ‘맨홀’을 별자리처럼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잠수복을 우주복 같다고 했던 아이는 맨홀 별자리에 한참을 들여다보며 “로켓, 슝슝”하며 다른 페이지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 책의 내용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수도관을 지나 하수 처리장에 가면 모여진 물들이 어떻게 정화되는지, 결국 똥이 변기속으로 사라진 후의 모습을 아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책을 함께 읽은 후 변기의 물을 내리거나 손을 씻을 때면 “내 똥 어디갔지?”하며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며 “내 똥을 따라가면?”하고 책 제목을 아예 외워버렸다.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색색의 귀여운 그림은 <달님과 친구>를 그린 가와치 렌 작가가 그렸다.


#내똥을따라가면? #그림책추천 #책육아 #어린이책 #올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비단식 일기 - 소비를 끊었다. 삶이 가벼워졌다. 자기만의 방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비단식일기
#서박하

*
P.152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갖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을 갖는 것.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경제적 자유다.

P.159
앞으로도 나는 자주 실수할 것이고, 또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더 줄일 곳은 없는지,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찾아보며 더 가볍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소비단식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는 성공보다 유지가 더 중요하니까.
*

적게 써야지, 굿즈에 현혹되지 말자 하면서도 늘 굿즈 때문에 음료를 사고, 통조림도 사고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 읽고 싶은 책과 굿즈가 탐나는 책 중 후자를 선택하고 있었다. 소비단식 일기를 읽으면서, “양심적으로 에코백은 그만 사자”라는 문장을 보고 조금씩 소비절식을 실천하고 있다. 화장품을 살 때도 예쁜 포장을 사양하고, 스벅의 신상md도 참고 무엇보다 아끼느라 모셔둔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의 월말이 된 지금, 평소보다 크게 소비가 줄지는 않았지만 3월 새학기 준비를 감안하면 그래도 책을 읽기 전보단 나아진 것 같아 초큼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빙하가 녹으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동안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지 않을까 하며 소극적으로만 생각했던 그 미래를 작가의 상상력과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만나게 될것 같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발걸음 -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이 몸의 위치뿐 아니라 기억의 위치, 상상의 위치를 바꾸어놓는다는 것, 처음 가본 곳들, 몰랐던 곳들이 주로 망각 속에 묻혀 있는 묘한 연상들과 욕망들을 끄집어내준다는 것, 그러니 여행자가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은 마음의 길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실감했다. 여행은 내가 나라고 생각지 않았던 나를 발견할 기회가 되어준다. 나의 무너지는 정체성이 내가 가보고 싶은 땅으로이어지는 것이 여행이기에. 32쪽

영문학 수업 때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문학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언젠가 꼭 더블린에 가보겠다고 생각만하다가 실제 곳곳에 서 있는 조이스의 상을 마주한 건 10년이나 지난 후 였다. 오히려 영국 초상화갤러리에서 조이스를 먼저 만났을 정도라 더블린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셜록 홈즈 기념관과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된 거리였다. 이 책의 목적이 아일랜드 여행 자체가 아니라는 저자의 의도가 내게는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마음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그때 정리하지 못했던 내가 걸었던 ‘마음의 발걸음’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저히 관광객으로서 방문한 내겐 양과 클로버가 기념품으로 반드시 소장하고픈 품목이었던 반면 더블린을 중심으로 시외곽이 모두 푸르른 초원, 극과 극의 개발형태를 띄고 있다는 말에 클로버가 담긴 워터볼을 한참이나 쳐다보게 됐다.

*
나의 세계, 나의 것이라고 칭해지는 세계는 많은 경우 내가 내 손으로 정성들여 세우는 세계이니만큼, 나의 세계가 끊임없이 불러내는 나라는 존재는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일, 내가 보는 풍경, 내가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 나의 세계, 그렇게 세워놓았던 세계를 토대만 남기고 없애는 것이 여행이다. 211쪽

저자는 자신의 선대 어디에서 아일랜드와의 연결이 있었다는 사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유산을 받은 것 같다고 초반에 이야기한다. 유럽인과 미국인, 같은 언어를 쓰지만 많은 것이 다르고 더군다나 아일랜드는 유럽과도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연을 알고 마주하는 거리와 장소들 심지어 자연마저도 다시금 아일랜드에 가고자 열망했던 스무살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밑줄을 치고 또 치다보나 단색이었던 본문이 온통 붉게 물들고야 만다. 그 어떤 아일랜드 여행책보다, 그 어떤 뿌리를 쫓는 소설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뜨거운 가슴에 날 마구잡이로 끌어안도록 내버려 두었다. 몸을 빼지 않았다. 내가 속한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 여러 가지 확실한 문제가 있다. 숨이 막힌다. 그래도 안전하다. 109-110쪽



이민자 아파트에서 머물던 지난 시절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공간을 이동하고 때로는 그들 사이에 있는 내면의 거리 또한 좁혔다 늘어나길 반복하면서 활자로 듣는다. 듣는다라고 한 것은 그들의 상황이 마치 동화나 경험한 적 없는 연애, 역사소설을 상상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보통스러운 ‘모녀‘의 대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대화를 이토록 공감되고 또 전혀 납득할 수 없도록 의아하게 잘 담아낸 것만으로도 비비언 고닉이라는 작가에게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의 딸이고, 또 동시에 누군가의 엄마이지만 그런 관계를 떠나 ‘부엌‘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사랑받는 아내로 사는 것이 여자로서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믿었던 엄마가 남편, 즉 아빠와 사별했을 때의 풍경을 요약하면 절망이었다. ‘고아‘가 되어버렸다는 말로 ‘일축‘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 엄마는 부엌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의 부엌을 차지한 것은 아파트에 살던 누군가의 ‘엄마‘들이었다. 그녀가 엄마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남편을 잃은 여인으로서의 상실감에 빠져있을 때 나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유혹적일 만큼 너른 품을 내어주기도 한다. 사별은 관계의 끝이지만 엄마의 삶에서는 ‘시작‘을 이야기 한다. 모든 존재의 생명이 아마도 그러할테지만 ‘말도 안돼‘를 입버릇처럼 하던 엄마에게 그야말로 정말 말도 안되는 사회인으로서의 시작이 바로 남편과 사별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흔히 제2의 인생이라 할 수 있는 ‘나‘의 결혼은 시작이지만 결국 ‘이혼‘이라는 어떤 ‘종결‘된 상황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한 날 한 시에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게 아닌이상 크게보면 결혼이라는 시작은 이혼이거나 사별로 끝나기 때문이다.



결혼식 전날 여자들 한 무리가 대거 우리 부엌을 점령했다. 모두가 우리 부엌에 들어왔다. 세라 이모, 지머먼 아줌마, 매릴린과 그의 모친이 와서 청소하고 요리하고 웃고 떠들어댔다. -중략-

그러나 신난 건 그 사람들, 우리를 뺀 일가친척과 이웃 여자들뿐이었다. 211쪽



딸인 나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엄마와 ‘나‘는 ‘공연을 하는 한 쌍의 연기자들‘(211쪽)이라고 표현한다. 서두에 발췌문을 보면 ‘나‘는 불편한 엄마와의 관계일지라도 그것은 곧 안전을 의미했다. 하지만 자신의 결혼식 전날 부엌에서 모녀의 모습은 ‘공연‘이라는 어떤 장치아래 존재하는 ‘허구‘이자, 과장되게 표현하면 ‘날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엌은 온전하게 한 여성의 공간일 때 지극히 자유롭고 풍요로울 수 있다. 끝이 곧 시작이라고 했을지라도 정작 엄마의 공간이었던 ‘부엌‘에 엄마가 없었고, 딸의 시작을 준비하는 자리에서는 존재했으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엄마가 온전하게 부엌에서 빛을 발했던 시절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설사 그곳이 진짜 자신의 부엌이 아니었을지라도 온전히 그녀가 자신의 모습으로 몰입만 한다면 부엌에서의 ‘엄마‘는 빛이었다.



한번씩 엄마는 네티의 부엌으로 쳐들어가 팔을 걷어붙이고 세 시간 동안 작정하고 부엌을 정리한 다음 반짝반짝하게 닦아주고 나왔다. 그러곤 이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네티를 돌아보았다. ‘이 정도면 정리 다 됐지? 이제부턴 알아서 해봐.‘ 네티는 아마 엄마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며 엄마를 안고 키스해주었을 것이다.78쪽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엄마와 딸의 관계라던가, 육아를 처음부터 능숙하게 하는 여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굳이 표현하자면 ‘정상‘에 가깝다라는 미숙한 엄마로서의 공감이 아니었다. ‘부엌‘. 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찰이었다.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거나, 최소한 자신만의 책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떠나 자신만의 ‘부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림이나 하는 여편네로 전락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유야 어찌되었건 주어진 공간이 부엌인 사람에게 온전한 자신만의 ‘부엌‘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있거나 혹은 그런 상황에 내쳐지게 된다. 부엌 안 팎에서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던 ‘나‘를 떠올려 정리하자면, (시)어머니들은 딸(며느리)의 부엌에 더이상 간섭하지 않기를, 또 자신의 부엌에서 생성된 어떤 결과물이나 이야기들을 강압적으로 떠넘기거나 왜곡하지 않기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의 부엌에 있는 동안 만이라도 부디 그녀의 입장에서 거룩하게 머물 줄 알았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리뷰를 적고 있는 내가 내린 가장 솔직한 결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