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의 2010년 작 [우리들의 반역자]를 겨우 읽었다.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흐름만 파악할 뿐이다.

그리고 보니 이전에 구입했던 [리틀 드러머 걸]도 완독하지 못한 채 두었다.

카레의 소설이 쉽지 않다.

 

나는 유독 '단련된 사람'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됐다.

이건 소설의 주요인물인 페리가 끌리는 사람 유형이기도 하다.

그건 페리의 연인 게일이 본 페리의 심성 중 하나이다.

페리가 테니스 선수 페더러의 단련됨을 흠모하고, 소설의 중심 인물 '디마'에게 끌리는, 그래서 그를 적극 도와줄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단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보국의 백전의 용사들, 헥터, 루크, 올리... 등.

손으로 꼽아도 대여섯명의 관점으로 상황과 인물에 대한 얘기들이 전개되다 보니 입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고 쉽게 누구 하나에 동일화 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러시아 범죄조직의 일인자인 '디마'가 휴양지에 휴가를 온 연인 페리와 게일에게 접근하여 영국 정보국에 자신이 가진 정보들 - 범죄로 인해 얻은 자금의 세탁을 위해 연계된 영국 정재계와 정보국의 고위 인사들의 정보-을 넘기는 대신 자기 가족들이 영국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디마를 쫓으며 살해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고 보호해주려는 세력들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14세 소년 디마는 엄마를 범한 공산당 행정관을 살해한 후 15년을 수용소에서 살면서 '명예로운 범죄조직'에 가담하며 러시아 마피아계 일인자로 성장한다. 디마는 흔히 동정받는, 감정이입할 수 있는 범죄자이다. 가족을 지키고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범죄 영웅같은 캐릭터이다. 물론 책에서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디마의 '단련된'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그를 페리는 도와주기 위해 싸운다.

 

호탕한 국제적 거물 디마에게서 페리는 어쩔 수 없는 지친 모습을 발견한다.

'단련된 사나이'.그렇게 지난 시절을 뚫고 나온 사나이가 이제는 가족의 미래를 맡기기 위해 배반의 잔혹한 결과를 알면서도 위험한 길을 가기 위해 페리에게 의지해 온다.

정보국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단련되어' 적진에서 훌륭한 작전들을 헤쳐나왔던 정보국의 베테랑들은 중년을 넘어서며 가족에 의해서, 스스로의 신념 또는 조직의 무력과 혼탁에 의해 정신적으로 지쳐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일까.

 

나는 이 페이퍼의 제목이 최근 더민주당의 사태와 겹치며 떠올랐다.

저격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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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훑다가 이진경의 새책에 눈길 머물다.

우리 고전에서 '파격적인 메시지'를 찾으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걸 목표로 쓰여진 것 같은데

책소개를 읽다가 심청전과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이책의 부제가 되기도 한 '심청은 보았으나 길동은 끝내 보지 못한 것'을 탐색한다는 데서 문득 의문이 생겼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용궁에서 새로 태어나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그녀가 '눈먼 효도에 눈뜬'것이라는 해석인데... 아이고, 난 모르겠네.

용왕의 비(정확히 그녀의 지위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왕후 맞나? 여기서도 왕과 비이군.)가 되어 잘먹고 잘살지만 두고온 아버지를 잊지 못해 매일 눈먼이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며 아버지를 찾는 행사를 해왔다는 걸 아는데, 그건 뭘로 해석하고 있으려나?

내가 더 궁금했던 건, 심청의 용궁내에서의 지위가 어느 정도였기에 권력을 이용하여 아버지를 직접 찾아나서지 않고 꼭 베품이라는 과정을 거쳐 아버지를 찾아야했을까 였다. 용궁과 지상의 궁 권력 사이의 비대칭 때문일까?

눈먼 효도에 눈떴다고 해석도 뭐 가능하겠지만, 이미 결혼한 몸, 친정아버지에게 효도하기가 왕후조차도 힘들다, 뭐 이런 메시지는 어떤가 ㅎㅎ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왕후가 되어 모시는 게 백번 낫지 않나?

비틀려면 얼마든지 비틀 수 있는 게 고전이다.

 

나는 아직도 이 고전의 답답함을 기억한다.

심봉사의 행태가 어린 아이였던 내게도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길에서 만난 스님에게 고작 말 한번 듣고(뭐 스님이 계속 딸을 팔라고 종용했을 수도 있지만..) 덜컥 약속을 하고 돌아와 고민하다가 딸에게 들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심청이 어떤 선택을 하겠어. 가보는거지. 그래야 얘기가 되는 거잖아.

그렇게 딸을 잃고 살다가 눈먼이들에게 베푸는 잔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심봉사.

문제적 인간이 바로 아버지 심봉사인거지.

 

(심청전의 현대적 해석으로 한 영화도 있었지 않나?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에서는 뺑덕어멈과 심봉사의 관계가 적나라 하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시각이 궁금하긴 했다.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흥행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홍길동은 자신의 염원이었던 신분제 타파 보다는 자신이 왕이 되는 것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전개되는 모양인데 심청과 홍길동이 어떻게 대비되는지 읽어보면 수긍이 가려는지 잘 모르겠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은 [구운몽]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얘기한다. 장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SF, 판타지 장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때 꼭 읽어봐야지 하고 구해놨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나에게 우리 고전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말 다시 읽고 싶도록 땡기는 관점을 제시한다면 언제든지 반드시 읽어볼 것 같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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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된다. 그렇게 믿고 싶다.

어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후반에 있었던 알파고의 '프로가 아니더라도 바둑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두지 않을 수'라던 이상한 , 이해안되는 수를 경향신문은 '철저히 계산된 실수로 이세돌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말도 안돼. 그게 지금의 A.I. 수준이라고 믿으란 말이야?

이건 계산, 즉 어떤 연산, 알고이즘을 통해 나올 수 있는 거란 말인가?

이 분야는 절대무식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알지 못하겠다.

요즘은 책도 잘 안 읽는데 또 눈 돌아가며 귀가 팔랑거리고 있다.

 

 

 

 

 

 

 

 

 

책소개에서 '로봇압력(Robot Pressure) '이라는 내용이 흥미롭다. 로봇압력이란 사회의 고령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로봇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압력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 로봇화 비율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때 많이 놀랐다.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이미 많이 도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보다 더 일상 깊숙이 들어오는 일이 앞으로 진행될 것 같다.

사회가 60~70년대로 퇴행하고 있는데 구글은 알파고를 내세워 우리에게 이 로봇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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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서 한 말이다.

괴물을 탄생시키고 기세등등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그래, 야당은 패했고, 그 야당에게 기대를 거는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절망했다.

실망과 패배가 하루이틀 일이 아닌 병가지상사처럼 되어버려 아프지 않을 줄 아는가, 아니다. 너무 절망스럽고 두렵다.

매번 허망하게 무너지는 꼴을 보고 기세등등한 저들의 모습을 보는 건 원통하다.

원통하고 원통하다.

 

다가올 총선이 두렵다.

기적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92년 대선 후와 같은 그 깊은 절망을 당분간 매번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고 이나라에 아예 기대가 없기에 무덤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인 것 같다. 나는 늘 종종거린다.

 

오늘 아침 한겨레에 염무웅 교수의 칼럼 "압도적인 절망과 한줌의 희망"에는 세명의 작가와 세권의 책이 소개된다.

한동안 관심두지 않았던 한국작가와 소설, 산문, 그리고 시.

이인휘의 [폐허를 보다]

김사과의 [0 이하의 날들]

그리고 송경동 시인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모두 패배한 일들의 기록같아서 보고 싶지 않은 책들일 수도 있다.

자학적 또는 피학적이 된건가..., 보고 싶어졌다.

현실이 더 다가오면 문학적 아취는 멀어지는 독서의 경험을 다시 맛보고 싶진 않지만 패배의 아픔이 패배감을 공유하고 싶다는 외로움에 편승하여 더해질때 어쩌면 자그마한 희망의 출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고 싶어진다.

책 읽는 건 더딘데 시간은 자꾸 간다.

 

P.S. ....다시 생각해도 .... [폐허를 보다]는 못 읽을 것 같다. 저 아픈 걸 어떻게 보나...나이가 들어선지 고통에 대한 감각만 더 예민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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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3-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리버스터 보면서 노무현이 궁금해졌어요. 노무현 살아생전에 제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지금은 <그가 그립다>를 읽고 있어요.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역사도 궁금해지고요. 알고 싶은 게 많아지고 읽고 싶은 게 많아져요. 그리고 다가올 총선에, 그리고 앞으로 있을 많은 선거들에 기대하고 싶어요. 말씀하신대로 기적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 너무나 암울해서 희망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포스트잇 2016-03-04 11:30   좋아요 0 | URL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 병이 도져서 그때도 너무 답답해했습니다. 실망스러워도 했고, 매번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다 그사람을 잃어버렸네요.
하도 물귀신처럼 DJ, 노무현 당시를 끌어다 견강부회하는 통에 요즘은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여봐야 하나 싶기도 하더군요. 이번 국정원강화법에도 어김없이 또 두 대통령이 불려나왔잖아요. 참 무서워요, 운동권 정치니 친노니 하면서 폄훼하는 짓거리며, 교과서에 DJ와 노무현이란 단어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뻔뻔한 저들의 인면수심에 치가 떨릴 지경이에요. 저들은 저럴 수 있는 족속들이에요. 물러터져서는 안되는데 끊임없이 분열하고 약해지고 그러고 있는 야당 진영을 보고 있노라면 .... ㅜㅜ
다락방님 말씀처럼 이런땐, 어떻게든 각자 희망을 부여잡아야 할 것 같아요.

2016-03-04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6-03-04 11:40   좋아요 0 | URL
세권 모두 구입은 하는데... 이인휘 작가의 책은 ...펴기가 두려울 것 같아요.
하긴.. 매일 절박한 현실의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데 한편 더 얹는다해서........ㅠ
그래도 `한줌의 희망`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읽어봐야겠습니다.
 

하도 입소문이 대단하길래 도서관에서 빌려옴

고작 몇 페이지만에 범상치 않다는 느낌. 사로잡힘.

쿤데라와 비교되는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작품이고, 지젝이 "철학자로서 꿈꾸는 이상적 세계가 그 안에 있다" 며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언급했다는데..

어째 더 읽기가 두렵다.

 

전쟁 때문에 외딴 시골 외할머니집에 떨궈진 쌍둥이 형제.

 

우리는 그녀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른다.

그녀는 우리를 '개자식들'이라고 부른다. (8)

 

 

아주 uncanny한 소설일 것 같다.

점점 겁이 나서 좀 쉬었다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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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3-0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권 읽고 포기 했어요.
도저히 못읽겠더라구요....

그래도 완독하신 분들은 다들 좋다고 하시니 부디!!!

포스트잇 2016-03-03 10:16   좋아요 0 | URL
아, ..그럴만도 할 것 같아요. 독하더라고요. 저도 차마 더 읽기가 힘들어서 일단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어요.
도서관에서 구판을 빌려왔는데 한 페이지당 행이 얼마 되지 않거든요. 그게 충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페이지 넘기라는 출판사측의 배려였나 싶기도 합디다. ..;; ^^
여튼 이걸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너무나 참담한데 천연덕스러워서 그 이질적 조합이 얄미울 정도라 할까요.. 끝까지 읽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