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
조영남 지음 / 월간미술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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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아저씨. 아저씨가 쓰신 새 책 잘 읽었습니다. 일인데도 즐겁고 재미있었을 월미양과의 데이트, 참 부럽습니다. 흥국생명 앞에 선 '망치질하는 인간'을 보았을 때의 반가움, 흥국생명 로비 안에서 느낀 감동, 국회도서관 건물 안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 뜨악했던 경험 등등이 아저씨와 일치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저씨는 이윤기 선생님 말대로 '구어체로 글쓰기의 고단자' 인 것 같아요.

미술에 내밀 명함이 없는 제가 봐도 쉽게 읽히고 공감되는 내용에다가 또 잘난 척 하지 않으면서 미술에 대한 안목으로 곁들인 설명까지... 사실 제가 조 아저씨가 이 책에서 말씀하신 모든 발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자기 눈으로 당당하게 미술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좋아보여요. 암튼 이렇게 유쾌하고 뽀다구나는 책을 만나서 기쁩니다. 조 아저씨의 또 다른 미술 여행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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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사는 것도 제기랄 죽는 것도 제기랄
한대수 지음 / 아침이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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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한테 이런 뮤지션이 있었다니... 내 무지를 탓하고 한심해 하지만 그것은 나랑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를 알게 된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고 한대수의 음반을 샀다. 전에 어떤 기사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영화를 찍는다고 들었던 듯도 하다. 그 영화도 구해서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한대수라는 남자가 보인다. 이 사람의 매력에 빠져 버려서 꼭 만나보고 싶은 맘이 된다.(<나는 성인용이야>를 김점선을 읽을 때도 그랬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온 고단한 삶을, 그 시간 자체가 행복이었던 듯 쓱쓱 써내려가는 태도에 또 한번 끌린다. 제멋대로 지어낸 듯 자유분방하고 단순하지만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되는 그의 노랫말을 간간이 만나는 것도 이 책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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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That Dog
샤론 크리치 지음, 신현림 옮김 / 승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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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라는 아이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글이 적지만 명쾌하고 산뜻하고 재미있다.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이라는데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조건을 잘 갖추었다. 정확히 몇학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시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잭이라는 소년이, 스트렛치베리 선생님과 교감하면서 시에 눈뜨고 선생님의 권유로 시인 월터 딘 마이어스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그가 잭네 반에 오게 된다는 줄거리다.

억지로 감동을 이끌어내지도 않으면서 아이가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직접 시를 쓰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원서가 아닌 번역문만 봐선 잭이 아이답지 않게 똑똑하고 역시 아이답지 않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옥의 티라면 옥의 티! 텍스트 뒤에 숨어있는 가상의 선생님 스트렛치베리. 수업시간에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말재미를 주는 시들을 선별하고 그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부끄러워하는 아이를 격려해서 시짓는 재미를 알게 하는 선생님이 아주 매력적이다. 또 하나,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영미권 시를 전달하는 방식을 높이 산다.

-작품에 인용된 시 가운데

그 소년을 사랑한다
-월터 딘 마이어스

그 소년을 사랑한다
토끼가 뛰는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소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토끼가 뛰는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침에 그 소년을 사랑스럽게 부른다
'어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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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1
유키무라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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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무슨 의미인지는 작가만이 알 듯. 작가 정보를 얻기 위해 서핑을 했지만 프라네테스 1,2에 대한 간단한 평과 표지그림 밖에는 없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작가인 모양이다. 우주선과 대기물리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자료조사를 겁나게 많이 한 사람일 것이다. 이 작가에 대한 또 한가지 느낌; 죽음을 경험하거나 그 언저리까지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절망의 상황을 느꼈을 것이다.

서평에 공통적으로 실린 것은 이 만화 1권의 파랗고 투명한 우주 사진과 담배 한모금을 피우기 위해 테러집단과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휘의 에피소드. 1권 표지에 나온 것은 분명 하치마키이다. 나는 그 점이 더 놀랍다. 1화에 나오는 러시아 인 유리와 그 아내 에피소드 때문에 처음엔 유리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사실 난 2권을 읽고 나서야 하치마키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1권 2화에만 가더라도 그가 골절상으로 달 병원에 입원하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런데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첫째, 작가는 주인공을 절대 돋보이게 그리지 않았다. 우주쓰레기 (=데브리스)를 수거하는 한 우주선에서 하치마키와 함께 일하는 동료 -잘생긴 외국인 유리, 검은 피부에 시원시원하고 늘씬한 선배 휘, 분위기 있는 노인 할아범-에 비해 주인공은 평범한 모습이다.
껄렁하고 철없어서, 으레 다른 만화에서 그러하듯 코믹한 분위기를 만드는 주변인물로 치부하게 된다.

그러나 극이 뒤로 진행될 수록 주인공은 내용을 장악해나간다. 그리고 2권을 덮을 때 쯤에는 이 만화가 SF 형태를 취하고 우주에 대한 동경을 중심축으로 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하치마키라는 한 인물의 욕망과 자아가 주제라는 것, 생명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교통사고로 도로를 벗어나 강에 빠져 죽음과 직면한 순간에 인식의 블랙홀을 경험하고, 그렇게 살아나서 '이 지구도 우주다. 우주가 아닌 곳은 없다.'라는 인디언 노인의 말 뜻을 이해하는 장면!)

한국 작가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과 잇닿아 있는 것도 여기다. 사실적인 세팅 안에서 주인공들이 깨지고 부닥치는 장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지만 단발적인 웃음으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장편만화라는 점에서. 그렇기 때문에 발랄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적이고 성찰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 그렇다.

1권 다수를 차지하는 데브리스 회수선 안에서의 공동생활이 '카우보이 비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복고적이면서도 쿨한 '카우보이 비밥'도 미래 도시와 우주선원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우주'는 그저 공간적인 배경일 뿐 이 '프라네테스'에서처럼 주인공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생의 화두'까지는 되지 않는다.

훌륭한 작가,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대가는 아니다. 주인공 하치마키가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아직 안팎으로 더 단련되어야 하는 젊은이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작가도 치열한 자기 고민은 하지만 답을 얻지 못한 듯 하다. 아직도 '당신'의 꿈에는 '당신'이 나타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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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4-11-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선과 대기물리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자료조사를 겁나게 많이 한 사람일 것이다. 이 작가에 대한 또 한가지 느낌; 죽음을 경험하거나 그 언저리까지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절망의 상황을 느꼈을 것이다.

이 말만으로도 이 책을 사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군요. 그러면서 박흥용의 만화와 카우보이 비밥과의 관계를 읽어내는 님의 시선... 정말 깊이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지녀봅니다. 금방 디시엔서 정보를 보고 왔는데, 좋은 작품과 리뷰를 만난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반지하bnb 2006-11-0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격려 고맙습니다. 헤벌쭉~~~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 1
우르줄라 하우케 지음, 강혜경 옮김 / 해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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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Papa, Charly hat gesagt...
우르줄라 하우케 지음, 강혜경 옮김, 해나무 2002

희곡과 방송극 이라는 장르가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나라라 이 책이, NDR 라디오 방송극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하게 되었다. 두세꼭지를 읽어보니 아이답지 않게 정연한 논리와 안목을 가진 아들이 중산층 아버지의 허위의식을 자극하는 것이 마치 시사만화 '마팔다'를 보는 것처럼 통쾌하고 시원하다.

각 꼭지는 줄곧 아버지와 아들 두사람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들이 말을 여는 화두로 삼는 '찰리네 집' 특히 찰리네 아버지는 참으로 이상적인 사회의식과 윤리를 가진 모범적이고 멋진 사람으로 나온다. 이에 비해 주인공의 아버지는 보수계층의 논리로 자기를 변명하기에 바쁘고 가족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텍스트가 아주 재미있고 재기발랄하지만 희곡특성상, 단지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글맛을 알 수 없고 또 그러한 장르의 책읽기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라디오를 들을 때처럼 역할 별 목소리를 따로 상상하는 것이 어렵고 따분한 일일 것은 분명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장르의 문학을 책으로 낼때 편집과 조판에서 그런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책의 형태가 아니라 진짜 라디오에서 이처럼 참신하고 흥미로운 문학텍스트를 만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도 그 자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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