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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평점 :
“신주로는 어디에 있을까.
칠흑 같은 밤보다 까만 수수께끼의 날개에 올라타
더없이 무서운 피의 전율을 그린 기괴한 살인 미소년.
대체 그 녀석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나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한 살인자 미소년 신주로..
그러나 마치 네스호에 있다는 괴물처럼
눈 덮인 산꼭대기에 있다는 설인처럼
과연 존재하는 게 맞는지 알쏭달쏭 한 존재
마치 바람처럼, 번개처럼 홀연히 나타나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름처럼 진주처럼 빛나는 외모를 지녔으나
매우 섬뜩하고 광기 어린 과거를 가진 인간 “신주로”
그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대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는 동료인 오쓰코쓰와 함께
N 호반에 있는, 은퇴한 의사인 우도 씨의 저택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기로 한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만난 꾀죄죄한 차림의 노파는 이들에게
불길한 예언을 던지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대저택.. 그런데 저택의 주인인
우도 씨와 조카딸 유미만이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3의 존재를 느끼는 시나. 창고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한밤중에 들리는 쇠사슬 끌리는 소리..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 놀러나갔다가 돌아온 시나와 오쓰코쓰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악할 만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마는데....
이것은 일본 버전의 "프랑켄슈타인" 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 희대의 악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과거 한때
유행했던 고딕풍 소설처럼 대단히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추리소설인데.. 이렇게까지 몽환적이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라면서 푹 빠져들었다가, 탐정 유리 린타로가 등장하는 소설의 중반부터
얼음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유리 린타로의 진두지휘로 살인 사건들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모든 정황이 밝혀지는 순간, 드디어 주인공 시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혼란함이라는 안개가 말끔하게 걷히게 되는데....
기묘한 예언, 고립된 저택,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소년
그리고 이어지는 잔혹한 살인...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면
눈밭을 잠식한 핏빛처럼 아름답지만 잔혹한 소설 [신주로]가 완성된다.
탐욕적인 인간이 머리까지 좋으면 엄청나게 추악한 일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다...
라는 교훈을 남기는 듯한 소설이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자신이 쌓은 "악"이라는 태산에 깔려 죽거나
자신이 판 무덤에 들어가서 죽게 되는 법.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이
벌인 죽음의 잔치... 그 본색이 드러난 순간 온몸에 돋는 소름과 전율..
트릭 위주에 상당히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소설 내내 어둡고 기괴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이끌어가지만
결국 완벽한 추리 & 미스터리 소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신주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