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 - 딥페이크, 여론 조작, 가짜 뉴스, 댓글 부대… AI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신종 AI 범죄와 법
박찬선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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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AI 범죄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챗 GPT, 미드 저니, 제미나이 등등 인공 지능은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서 인간의 능력을 높여준다. 생성형 AI는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소설을 쓰기까지 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들은 이 눈부신 혁신 앞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범죄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 박찬선 씨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스스로 에게 물어봐야 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밝혀지고 있는 다양한 AI 범죄 사례를 현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 예술품의 표절 논란 -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와 같은 작품 - 뿐 아니라 딥 페이크 정치 영상과 보이스 피싱까지...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AI의 위험성을 아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GPT 류 언어 모델에 의해서 가짜 뉴스가 생성되거나 악성코드가 제작되는 사례까지 조명하면서 AI 범죄의 규모화와 자동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고발하고 있다. 말하자면 기술의 진화에 의해서 범죄의 효율성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온다.

기술은 이렇게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이 책은 AI 범죄에 대해서 현재 존재하는 형법 조항들을 소개하는 한편, 유럽 연합의 인공 지능 법처럼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제도적 논의들도 함께 제시한다. 내가 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 물 부분인데, 우리나라 성폭력처벌법에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 편집, 유포, 판매, 구입, 소지, 시청 시 상당한 양의 벌금을 내야 하거나 심하게는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AI 범죄에 대한 논의가 이제서야 시작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자가 AI 범죄에 대해서 다룬 방식이었다. 단순히 범죄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례로 우선 접근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소에 접했던 여러 사건들, 서울대 N 번 방 사건 등 혹은 접하지는 못했지만 있을 수 있는 사건, 영국 유명 연예인 딥페이크 성범죄 물 피해 등등 을 제시하면서 기술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또한 AI 범죄로부터 개인의 권리, 기업의 자산,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주목할 만하다. 결론은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인 것!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중하게 활용하는 방법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인 듯하다.

앞으로 AI 분야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고 여러 분야에 쓰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AI를 둘러싼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자, 다가올 기술 중심 사회를 위한 성찰을 제공한다. 딥 페이크, 댓글 조작, 자동화된 사기 범죄 등등 우리는 더 이상 AI가 특수 계층에 속한 문제라고 볼 순 없다. 곧 우리의 일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AI 사용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으므로 AI 범죄에 대한 논의는 더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늦기 전에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AI 범죄 관련 법적, 윤리적 제도를 고민할 때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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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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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는 어디에 있을까.

칠흑 같은 밤보다 까만 수수께끼의 날개에 올라타

더없이 무서운 피의 전율을 그린 기괴한 살인 미소년.

대체 그 녀석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나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한 살인자 미소년 신주로..

그러나 마치 네스호에 있다는 괴물처럼

눈 덮인 산꼭대기에 있다는 설인처럼

과연 존재하는 게 맞는지 알쏭달쏭 한 존재

마치 바람처럼, 번개처럼 홀연히 나타나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름처럼 진주처럼 빛나는 외모를 지녔으나

매우 섬뜩하고 광기 어린 과거를 가진 인간 “신주로”

그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대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는 동료인 오쓰코쓰와 함께

N 호반에 있는, 은퇴한 의사인 우도 씨의 저택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기로 한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만난 꾀죄죄한 차림의 노파는 이들에게

불길한 예언을 던지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대저택.. 그런데 저택의 주인인

우도 씨와 조카딸 유미만이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3의 존재를 느끼는 시나. 창고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한밤중에 들리는 쇠사슬 끌리는 소리..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 놀러나갔다가 돌아온 시나와 오쓰코쓰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악할 만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마는데....

이것은 일본 버전의 "프랑켄슈타인" 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 희대의 악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과거 한때

유행했던 고딕풍 소설처럼 대단히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추리소설인데.. 이렇게까지 몽환적이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라면서 푹 빠져들었다가, 탐정 유리 린타로가 등장하는 소설의 중반부터

얼음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유리 린타로의 진두지휘로 살인 사건들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모든 정황이 밝혀지는 순간, 드디어 주인공 시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혼란함이라는 안개가 말끔하게 걷히게 되는데....

기묘한 예언, 고립된 저택,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소년

그리고 이어지는 잔혹한 살인...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면

눈밭을 잠식한 핏빛처럼 아름답지만 잔혹한 소설 [신주로]가 완성된다.

탐욕적인 인간이 머리까지 좋으면 엄청나게 추악한 일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다...

라는 교훈을 남기는 듯한 소설이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자신이 쌓은 "악"이라는 태산에 깔려 죽거나

자신이 판 무덤에 들어가서 죽게 되는 법.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이

벌인 죽음의 잔치... 그 본색이 드러난 순간 온몸에 돋는 소름과 전율..

트릭 위주에 상당히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소설 내내 어둡고 기괴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이끌어가지만

결국 완벽한 추리 & 미스터리 소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신주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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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배달합니다
최하나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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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건물주

현실은 5평 원룸살이

하지만 좌절은 없다!

특유의 밝은 성격과 명랑함으로 어딜 가나 사랑받는 존재 김여울

완전한 인간 비타민이라 불릴 수 있는 여울은 남들에게

선향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이다. 이 소설 [온기를 배달합니다]는

매우 차가워진 세상에 따뜻한 "오지랖"을 불어넣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읽고만 있어도 착해지는 이야기 속으로 뿅 들어가 보자.

가난한 집안 출신 주인공 김여울, 중학생 때 전단지를 돌리는 알바를

시작한 이후,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 튀기기, 시장 안 식당에서 음식 배달하기

등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3년 동안

1억을 모으고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정보로

개인 사업자인 요구르트 아줌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기게 되는 여울..

그런데 희한하게도 여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마치 오월의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여울...

요구르트를 배달하러 들르게 되는 집집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 집을 나온 강아지 콩순이를 찾아준 것을 계기로 여울이

아파트 부녀회장님에게서 받은 부탁은 과연 무엇일까?

* 달동네인 천사마을의 호랑이 할머니가 매일 약수터로

여울을 데리고 간 사연은?

* 매일 요구르트를 하나씩 사 가던 입이 무거운 청년..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 그에게 일어난 일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소설... 바로 이 책

[온기를 배달합니다]이다. 젊은 사람 같지 않고 너무 생활력 강하고

밝은 주인공 여울이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요구르트 한 100개를

주문해 주고 싶은 마음. 그뿐 아니라 해피 바이러스 여울 덕분에

하루아침에 인격이 바뀌고, 삶이 바뀌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이 너무 흔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랄까? 마치 한 겨울을 맞이하며 덜덜 떨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나서서 다른 이의 손을 잡아주기 싫어한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때, 넉살 좋고 유머감각 가득한 주인공 김여울이 있다면

마치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을 텐데...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듯한 소설

모두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

그 무엇보다 코믹하면서도 감동을 한가득 안겨주는 재미있는 소설

[온기를 배달합니다]를 오늘 모든 예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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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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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피트라고도 하죠. 구덩이를 판 다음

날카로운 창을 박아 놓고 적이 떨어지기를 유도하는 장치.

명심하세요. 그 여잔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그런 식으로 제거한답니다.

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요."

장르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고 있지만 오히려 액션 혹은 스파이 소설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책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몰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 전개는 굉장히 빠르고 도저히 다음을 예측할 수 없다. 말하자면 흡인력이 상당히 좋은 소설이다. 캐릭터들의 경우는 이성보다는 본능에 치중하고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린 (?) 사람들이 등장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소설이랄까? 마치 잘 찍은 액션 영화 같은 소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태열은 경찰대 출신의 잘나가는 경찰이었으나 비리를 저지르는 바람에 시골 마을로 좌천된다. 무너진 자존심 때문에 괴로웠던 태열은 조용히 살고자 했으나 오자마자 이상한 사건들이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마을 환영회에서 만난 동네 유지 김환국이 몰래 외국인 아가씨들을 들여와서 불법적으로 결혼을 주선하는 상황을 포착한 태열. 마침 그들을 태우고 도망가는 차를 쫓다가 그만 엄청난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사망 사고라는 비극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사이에 어느새 홀연히 나타나 사태를 수습하는 재단 이사장 영춘.. 의심스럽지만 태열은 그녀의 발 빠른 대처를 따르게 되는데............

이 책을 쓴 작가 고호씨는 [악플러 수용소],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등 사회적인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소설로 유명하다. 이 책도 마치 시대가 부른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서 특히 마약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 이 소설을 보면 대충 어떤 식으로 마약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의 필력이 참 좋다고 생각한게. 우선 경상도 사투리가 완전 현실적이고 인물 간의 대화가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하다. 거기에 독자의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건 전개... 한마디로 신들린 듯한 필력이다.

이 소설은 갑자기 발생하여 주인공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긴박한 사건을 따라간다. 숨 가쁘게 펼쳐지는 추격전이 상당히 볼 만하다. 그뿐 아니라 거대한 판에 얽혀버린 주인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건을 역추적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본인이 사건을 주도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알고 보니 이 사건은 누군가의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던 것. 마치 거미줄에 걸려버린 파리 같은 인물들이 그저 욕망에 휘둘려서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상황이 진짜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이 뭔가 비호감...스럽다는 싶었지만 어쨌든 주위에 있을법한, 현실적인 인물이다.

소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은 단순히 읽는 재미뿐 아니라 의심하고 추적하는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뿌연 안개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때, 독자들은 경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어서 소설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소설의 메시지는 아마도 신기루를 좇는 인간의 집요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선을 지키며 살아간다. 만약에 선을 넘는 순간? 이후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법. 엄청난 지옥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 다 읽고 나니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먹잇감인지 모르겠는 상황... 아마도 인간들은 그렇게 서로 쫓고 쫓기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본격 액션 소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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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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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게임에 올인하고 있는 이 아귀다툼을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엑시트 옵션을 탐색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 개혁 프로젝트, 오픈 엑시트

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이라는 구조적 변동과 그 힘들이 기존의 제도 및 구조와 충돌하는 상황.. 여기서 새롭게 비롯되는 불평등의 구조.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철승 교수의 책 [오픈 엑시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하고 있다. [오픈 엑시트]는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에 이은 '불평등 3부작'의 완결판으로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문명론적' 입장에서 분석하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성공적인 탈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특히 저자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소셜 케이지, 즉 '내부 노동시장'이라는 독특한 제도에 대해 언급한다.

우선 저자는 이 '케이지'의 뿌리를 깊게 파고든다.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의 문명을 이룬 '벼농사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서구의 밀농사의 경우 개인주의, 개방성, 사적 소유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벼농사는 공동체 의존, 국가 주도, 가족 중심의 문화와 제도를 낳았다. 이 제도는 협업을 강요하는 동시에 위계를 고착화하면서 개인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통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설명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학벌주의, 노동시장의 경직화 등과 같은 문제에 시달린다. 이것은 일종의 구조적 억압의 생태계라 말할 수 있고 일종의 보호망 역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탈출을 막는 장치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른바 '한국형 시스템'과 충돌하고 있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을 분석한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저출생/고령화, 그리고 이민자 유입이 바로 그것이다.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젊은 사원들과 인공 지능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중장년층 리더들 간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노동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서 결국 출산과 결혼을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주류 산업에 진입하지 못한 채, 중소기업이나 지역 단위에서만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과거의 시스템과 정서를 벗어나서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회나 인간관계로부터 성공적인 탈출, 즉 "엑시트"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제시하는 "엑시트"라는 개념은 매력적이긴 하나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는 아니다. 사실 엑시트 옵션이 확대될수록, 능력 있는 자는 더 강해지고 취약한 자는 더 깊이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퇴사와 이직이 보장되는 시대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 더 높은 사다리를 향한 경쟁을 동반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엑시트가 개인의 자유로 여겨지기 이전에 반드시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공정한 엑시트를 위한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고 그것이 없다면 엑시트는 반쪽짜리 자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책 '오픈 엑시트'가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견은 무엇인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사회로부터 탈출과 도망을 권한다기 보다는 "왜 우리가 이렇게 탈출하기 힘든 사회에 놓여있는지"를 역사, 문화, 경제 등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엑시트가 다소 쉬운 사회로 바뀌기 위해서는 승자독식, 학벌주의 등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실패하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갇혀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조직이나 관계 등에서 엑시트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사회 개혁이 시급하다고 느끼는가? 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독자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오픈 엑시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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