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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히 미스터리를 넘어
중세 시대의 삶과 정의의 실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정교하게 직조해낸 작품이다. 이 책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에는
인간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여러 감정을 담았는데
험난한 중세 시대를 살아가던 한 젊은 여성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여러 인간들의 탐욕까지도 표현된다. 특히 한 송이 백장미에 얽힌 비밀이
천천히 드러나면서 놀라운 결말이 드러난다.
1142년 늦은 봄의 슈루즈베리
젊은 과부 주디스 펄은 사랑하는 남편을 병으로 잃고
아이마저 유산한 채 혼자 살아가게 된다.
더 이상 원래의 집에 살 수 없어서 집을 수도원에 기부한 대신
그녀는 매년 위니프리드 성녀 축일에 정원에서 딴
흰 장미 한 송이를 직접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역시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의 발생!
그녀가 원래 머물던 집에 있던 장미 덤불이 망가지고
그녀에게 장미를 매번 전하던 젊은 엘루릭 수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모두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허둥지둥하던 사이에
주디스마저 실종되는데... 도대체 며칠 사이에 발생한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주디스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독립적인 존재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산을 물려받았고
여성의 몸으로 아버지의 방직 사업도 직접 운영했다.
하지만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는 그녀는 너무나 자유로운 존재...
그래서일까? 마을의 여러 남성들은 호시탐탐 그녀와
모종의 관계를 맺길 원해왔는데....
저자 엘리스 피터스는 이 책에서는 단지 미스터리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그녀는 중세 여성들이 어떤 선택과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주인공 주디스 펄은 굉장히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인으로 그려지는데
그런 부분이 다소 당시 남성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납치를 해서라도 얻어야 했던 것은.... 과연 그녀의 사랑일까?
그녀가 가진 재산일까?
이 책은 주디스라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범죄의 배후를 캐는, 추리의 재미뿐만 아니라 슈루즈베리라는 도시의 풍경
당시 산업 구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던 방직 산업과
노동자들의 관계 그리고 계층 사이에 미묘하게 머물고 있던
긴장과 갈등 등을 잘 그려내면서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서
좀 더 "슈루즈베리"라는 도시를 생명력 있게 그려낸다.
격정적인 연출이나 잔인한 장면 묘사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파고드는 <캐드펠 시리즈>
13편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은 특히 더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
주디스라는 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처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해와 치유를 이야기하는 편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매우 섬세하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추리소설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