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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평점 :
애드거 앨린 포와 더불어
현대 공포 소설의 아버지
러브크래프트의 대표 걸작 모음
기이하다, 알 수 없다, 난해하다... 러브크래프트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이다.
마냥 SF 소설이라고도 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소름이 끼칠 정도의 공포소설은 또 아니기에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일종의 기이한 소설을 나타내는 장르인 "위어드 픽션"에 속한다고 한다. 사실 처음 몇몇 작품들을 읽었을 때,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조금 헤맸다.
그래서 번역갸 이동신 님의 해설 [기이한 세상을 위한 기이한 문학]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했다. 우선 러브크래프트라는 사람이 머물렀던 시대의 배경이 어쩌면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리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가 활동한 1920년대는 1차 세계 대전이 인간의 삶을 잔인하게 할퀴고 간 이후였다. 실체는 명확하지 않으나 인간 존재를 뛰어넘고,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작가는 목도하게 되면서, 어쩌면 인간의 무력함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삶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실존의 위협이
러브크래프트 작가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내 개인적으로, 5편의 작품 중에서는 [크툴루의 부름]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이 크툴루 신화의 꽃을 피운 씨앗 역할을 했다고도 들었고, SF 적인 공포와 상상력이 잘 표현되었다고 본다.
줄거리에 따르면, 주인공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증조부가 남긴 기록들을 보다가
알 수 없는 상형문자가 새겨진 조각상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조각가 윌콕스가 기이한 꿈을 꾼 뒤 그것을 조각했고, 그가 그 꿈을 꿨던 날에는 많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꿈을 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에 만난 래그래스 경감은 사교집단의 광기어린 집회에서
이와 비슷한 조각상을 하나 들고 왔다며 주인공에게 보여주게 되는데....
"그들은 인간이 존재하기 한참 전에 살았고, 하늘에서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세상으로 왔던 그레이트 올드 원들을 숭배한다고 말했다. 이 올드 원들은 현재 땅속이나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72쪽-
러브크래프트 작가는 이 [크툴루의 부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적인 존재들이 있고 그들은 아마도 우주의 저 너머에서 왔으며, 현재는 지구의 땅과 바닷속 깊은 곳에 가두어진 채 있지만, 호시탐탐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린다...라는 설정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발견되어서는 안될,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는 듯한 작가.
결국 인간은 끊임없이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흔들리고 조종될 수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인 걸까? 그것이 신이든, 외계인이든, 다른 그 어떤 것이건 간에
인간과 인간이 속한 세계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초월적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게 다가왔으나
SF 공포 장르의 시초가 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묘사와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