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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인간은 왜 무속에 의지하고 신을 믿는가?"
주술과 무속,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
문화 심리학자 한민의 이 시대 종교를 향한 대담하고 강렬한 도발!
영화 [파묘]를 보고 김고은 배우가 펼치는 대살굿의 현란함에 한번 놀라고,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무속신앙에 대한 이끌림에 한번 더 놀랐다. 굿이라는 퍼포먼스를 보고 무서워하기 보다는 내 안의 끓는 피? 혹은 들썩거리는 몸? 을 느꼈던 나 자신. 한번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파묘를 내리 2번을 더 봤고, 이후로도 무속 신앙과 연관된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서 봤다. 이건 본능적인 이끌림에 틀림이 없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 [숭배하는 자, 호모 피델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문화심리학자인 한민 교수님의 무속과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서인 이 책은 인류의 초기부터 시작된 보편적인 종교와 신앙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인들의 영혼에 새겨져있는 무속 신앙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종교와 마음은 종교라는 것을,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이 종교를 가지게 된 이유는? 등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신앙이나 종교라는 개념을 과학, 문화, 지역적 특성 등등 아주 다양한 관점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36쪽 ~ 37쪽에 나오는 좌뇌와 우뇌의 본질이었다. 평상시 인간은 좌뇌가 우뇌를 통제하여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지만 질병이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좌뇌와 우뇌가 분리가 되면 우리는 우뇌의 명령을 '신의 목소리'로 인식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그럴 듯한 설명으로 드리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49쪽에 나와 있는 한국 귀신과 일본 귀신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설명해놓은 부분도 대단히 재미있었다. 한국의 귀신은 한을 풀기 위해서 관청의 사또를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종의 "민원형"이고, 일본 귀신은 특정 영역에 머무르면서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은 무조건 해친다고 한다. 한국의 귀신들은 잘 달래기만 해도 승천을 하는 반면, 일본 귀신들은 달래는게 불가능하여 무조건 "소멸"이나 "봉인"한다고 하니 문화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55쪽에 나오는 유목민들의 특징인 유일신 종교와 70쪽에 나오는 제정일치 시대에는 사제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다는 사실로 흥미로웠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한국 속의 무속 신앙과 종교를 살펴보는 2장부터의 내용들이었다. 깊이있는 분석과 폭넓은 해석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풀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108쪽 "전 국민이 태몽이 있는 나라 " 였는데, 아기에 대한 예지몽을 꾸는 나라가 우리 밖에 없다니 굉장히 신기했다. 신화, 전설 등 일종의 원형적 이미지가 꿈으로 나타난다는 부분이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특히 186쪽 무당의 역할에 대해 분석해놓은 부분이 재미있었다. 무당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이자, 상담을 받아주는 컨설턴트에, 화려한 퍼포먼스인 굿을 주관한,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같은 연예인이었다고... 무당과 굿 그리고 무속신앙 전체가 우리의 삶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리 인간은 존재한 그 순간부터 신, 창조주,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왔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그냥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꾸준히 이상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고, 해가 바뀌면 우리는 용한 무당에게 미래를 물으러 가곤 한다.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특정 신을 섬기고 받들며 종교라고 하는 이 체계는 우리의 일상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가 쓴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은 쉽고 잘 읽힌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사회, 문화, 과학, 지역 등등 아주 다양한 관점으로 이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다. 종교와 신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 큰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숭배하는 자들,호모 피델리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