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2 그녀들
고은아.홍인화 지음, 송아람 그림 / 새봄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3892 그녀들, 숫자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몰라서 갸우뚱....? 했는데 알고보니 주인공 그녀들의 몸무게였다. 몸무게가 책의 소재가 된다고?

알쏭달쏭 했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녀들이 왜 몸무게를 소재로 삼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의 여성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아름다운 외모에 맞춰가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펼친다.

결국 ' 몸 ' 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울고 웃게 되는 우리들.

주인공들 중 38Kg 그녀는 깡마른 몸매 때문에 다 커서도 초딩이라 놀림받고,

92Kg의 그녀는, 고등학생일 때 처음 찾아간 헬스클럽의 샤워장에서 만난 어떤 아줌마에게 애 셋 정도는 둔 새댁으로 오해받는다.

다른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 명들고 상처입는 그녀들.

이들을 보니 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사실 나도 외모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국 여성이기 때문.

표준 체중에서 조금 벗어나는 ( 많이 벗어난다 사실 ) 체중과 날씬하지 않은 몸매 때문에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친척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지적을 받아왔던 나날들.

그러는 가운데 자존감은 추락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옛말 ( 아 벌써 옛말이라니 세월이 무상하구나) 처럼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자존감.

38Kg의 그녀는, 살찌기 위해서 마치 걸레빤 것 같은 물을, 원효 대사의 해골물같은 요상한 한약을 마시고

92Kg의 그녀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와중에 요요라는 고통에 시달린다.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느라 정작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그녀들,

건강한 삶을 위해 체중을 조절하는게 아니라

체중조절만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보고 있으니 너무 애처러웠다.

공황장애에 걸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절을 거듭하는 38Kg의 그녀와

체중 유지를 위해서 하루에 8시간을 운동에 매달리는 92Kg의 그녀

그런데 다행히도 책 표지에, 깡마른 그녀와 과체중의 그녀 뒤에 숨어있는 건강한 모습들이 보인다.

단순히 살을 빼고 찌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 그녀들.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꺠닫는 그녀들.

아픔이 있어야 성숙하다는 말도 있듯이 산전 수전 공중전과 같은 힘든 체중 유지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마치 나의 여동생들이 제대로 된 길을 발견하여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여성이라면 정말 공감할 내용이 많은 책 [ 3892 그녀들 ], 체중으로 인해 남몰래 고민하고 있거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케팅이다 - 세스 고딘의
세스 고딘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이용한다.

그렇게 정보를 얻는 과정 중에 어김없이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광고, 홍보물인 것이다. TV, 라디오, 인터넷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광고. 그 속에 마케팅이 숨어있다!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PPL광고가 많이 등장한다. 그 결과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특정 제품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 시간짜리를 잘라 2회로 나누어 중간에 광고가 등장하게 된다.

이처럼 수 많은 광고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그것도 글로벌한 마케팅을 어떻게 짜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책이 바로 세스고딘의 <마케팅이다> 이란 책이다.

마케팅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p 9)

마케팅이란 바로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전에는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뿐더러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효과적인 마케팅은 고객의 세계관과 욕망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을 얻는데서 시작한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을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묘사한다. 첫 번째 단계 : 가치가 있는 물건을 고안한다.

두 번째 단계: 소수의 고객을 위해서 설계하고 제작한다. 세 번째 단계: 이 소수의 집단에게 어울리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꾸려나가는 것이다. 네 번째 단계: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다섯 번째: 오랫동안 꾸준히, 일관되게, 정성껏 일으키고자 하는 변화를 기획하고, 주도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책의 '케이스스터디' 부분은 실제 사용되어졌던 마케팅의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를테면, 오픈 하트 프로젝트로 최대의 온라인 명상 공동체를 만들어 낸 수전 피버의 경우 공감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일이 반드시 필요한 최소 유효시장에 집중하고, 섬기려는 사람들의 세계관. , 그들만의 언어로 신뢰를 구축하였다. 그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마케팅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마케팅의 핵심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첫머리에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 변했다.”라고 했다.(p19)

풀어서 설명하자면, 마케팅은 특정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활동에 그치는게 아니라,

1.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2.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해 주려는 전략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 결과를 내는 것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결론을 내자면, 현대 사회에서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목표로 설정하여 그들의 욕구, 욕망에 귀를 기울여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본다.

세스 고딘의 " 마케팅이다 ". 단순 명료하게 제시하는 마케팅 법칙. 그는 확실히 마케팅의 구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 홈 히어로 1
야마카와 나오키 지음, 아사키 마사시 그림, 김진아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있다. 아버지의 생일 때 마다 툴툴 거리면서도 정성스런 선물을 해주는 외동딸 레이카.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서 그림을 그려주거나 피규어를 제작해 주기도 하고 아버지만을 위한 곡을 작곡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 아빠딸 " 이다. 주인공 아버지 도스 데쓰오는 그야말로 평범한 아버지. 단란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다.

데쓰오에게 한 가지 특별함이 있다면, 추리 소설 습작을 하는 초보 작가라는 점. 그러나 추리 소설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는 않다. 그래도 나름 만족하는 데쓰오.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할 수 없으니. 그는 완구회사에서 영업을 맡고 있다.

그러나, 평탄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성인이 되어 혼자 살기 시작한 딸의 얼굴에 구타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쓰오. 그녀를 구타하였다고 의심되는 남자를 우연히 만나서 뒤를 밟는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바로 딸의 남자친구가 아닌가? 고민하는 데쓰오. 고민할 시간이 없다. 남자친구의 전화통화를 엿듣게 된 데쓰오는 그가 악질 ( 의도적으로 딸에게 접근, 돈 많은 할아버지 재산을 노린 것 )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전 여자친구들도 그의 손에 당했다는 사실을 엿듣게 된다. 악질 중의 악질. 그리고 조직의 일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데쓰오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마는데.......

요즘 데이트 폭력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 사랑을 미끼로 사람을 꼬여내고 학대하는 인간들.... 정말 악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를 구제하는게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 피해자가 심한 부상을 입거나 아니면 가해자를 피해 도망가거나 심지어는 죽기까지 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죽음을 각오해야 하나?

그런 점에서 딸을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선택에,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용히 응원하고 싶어졌다. 인간의 목숨이 중요하긴 하나 세상에 별 쓸모가 없는 인간, 오히려 해가 되는 인간 하나쯤 없어져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워낙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까 예전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악질의 인간도 교화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데쓰오는 끔찍이 사랑하는 딸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힌다. 이제는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문제. 평소에 추리 소설을 써와서 그런지 착착 단계별로 수습하는 데쓰오. 그런데 문제는, 딸의 남자친구가 조직 폭력배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그의 실종을 의아해하며 데쓰오를 뒤쫓는 무리가 생겼다.

데쓰오,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심장 쫄깃한 장면으로 이루어진 만화. [ 마이 홈 히어로 ]. 딸의 남자친구를 죽이는 얄궂은 운명에 걸려든 아버지. 그러나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지나친 생각인가? 가족을 위해 살인자가 된 데쓰오. 이제 완벽한 살인자로 거듭나야 하는 일만 남았다. 2권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구리하라 유이치로 엮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은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가 음악에 얼마나 조예가 깊은지를. 거의 모든 그의 작품에는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낯선 곡 이름에, 가끔씩은 읽던 책을 덮어두고 곡 검색을 하러 간 적도 있다. 다른 예술가들도 뮤즈를 필요로 하듯이, 음악이 그에게는 글 창작의 뮤즈가 되어주나 보다.

이 책 [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을 정리하고, 그 음악을 해설하면서 하루키 작품에서의 의미나 역할을 알아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음악과 하루키라는 작가와의 연결고리를 알아보려는 기획에서 시작된, 약간은 특이한 음악가이드라고, 이 책을 쓴 저자는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은 음악과 그의 작품과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열서너 살 때부터 재즈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음악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드나 멜로디나 리듬, 그리고 블루스 감각 같은 것들이 제가 소설을 쓸 때 매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사실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다양한 음악이 하루키 작품에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1980년대 이후의 음악, , , 클래식, 재즈 이렇게 다섯 파트로 나누어 보여준다. 다섯 명의 평론가들이 각 장르별 스무 곡씩, 즉 합계 100곡에 대해서 일종의 평론을 해준다. 다시 말해서 작품 속에 숨겨져 있거나 놓쳤던 음악의 새로운 일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작품에 등장한 음반의 탄생 비화, 내포된 의미 그리고 책 속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그 속에 담긴 화자들의 내면에 관한 설명들을 정말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이 무라카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악의 은유적, 비유적 모습에 대해서 열거한다.

1979년 작가로 데뷔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1960년대에 손이 닳지 않는 먼 장소에 대해서 노래한 브라이언 윌슨(비치 보이스)를 통해서 상실이나 죽음의 모티프를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p109)

하루키의 작품인 " 상실의 시대 " 에서는 친구의 죽음을 두고 애도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문학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하루키가 위의 음악을 듣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매우 닮아 있다. 공통된 키워드는 한 치 앞은 다른 세계.’ (p155)

하루키의 작품에는 유독 저쪽 세계, 즉 가상의 공간이 많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지?

하루키의 작품의 주인공이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그 전조 또는 계기가 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인 경우가 적지 않다. [ 1Q84 ] 에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그렇다.(p158)

하루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좋아했던 음악을 반드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들도 음악을 들어본다면, 혹시나 그가 느꼈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비슷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워질 것이라 본다. 급하게 읽을 필요 없이 하루에 한 두곡을 들으면서 책 속의 배경을 연상해 보고, 작품 속에 숨겨진 의도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즐긴다면 좋은 힐링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스페셜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마블사에서 제작된 영화 “ 토르 ” 시리즈 를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북유럽 신화 이야기.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했던 나에게 “ 토르 ” 가 휘두르는 “ 욜나르 ” 라는 망치와 “ 이그드라실 ” 이라는 거대한 나무, 그리고 그 거대한 나무가 연결시킨다는 아홉 개의 세상 이야기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익숙함과 매혹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각 민족들 사이에서 신화가 생겨난 이유는 뭘까? 아마도 각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는 단군 신화에 나오는 단군 그리고 웅녀와 호랑이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북유럽 지역에서는 교활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 오딘 " 과 솔직하고 온화한 " 토르 " 그리고 어둡고 비열하지만 매우 영리하고 약삭빠른 " 로키 " 와 같은 신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영화를 못 봤다면 다소 낯설었을 캐릭터, 오딘, 토르 그리고 로키이지만, 영화와는 약간 다르게 묘사된 그들의 캐릭터 때문에 이미지를 상상하기 조금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멋있게만 그려진 영웅 " 토르 " 그리고 탄생의 비밀로 인해서 어두운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멋진 " 로키 " .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들의 약점이 좀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약간... 뭐라고 할까? 눈치 없고 단순한 " 토르 " 와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지나친 장난을 즐기는 " 로키 ". 이건 뭐 신이라기 보다는 동네 형? 아는 아재? 냄새가 무지하게 났다.

작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인데,,,ㅋㅋㅋㅋ. 이런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쯤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각 신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제우스 ( 바람둥이이긴 하지만....), 지혜의 여신 아테나, 인간에게 불을 갖다 주고 고난의 길을 걷는 프로메테우스 등등 그들은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뽐낸다. 그에 비해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들은 거칠고 잔인하며 때로는 비열하기도 하고 ( 요정과 거인들을 속이는데 달인들 )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 인간적인 매력이 듬뿍 )

못 말리는 로키. 장난이 너무 너무 지나쳐서 이건 뭐.. 돌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The Treasures of The Gods 라는 에피소드에서 술에 잔뜩 취한 로키가 토르의 아내인 시프가 가진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 아내의 분홍빛 대머리를 발견하고 진노한 토르가 로키에게 달려가 뼈를 모두 으스러버린다고 협박하자 로키는 요정들을 시켜서 시프에게 금빛 가발을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 와중에 금빛 가발 뿐만 아니라 “ 욜니르 ” 도 만들어진다. 어처구니없는 일화지만 꿀잼.

토르는.. 순수하다. 약간 떨어지나? 싶을 정도로.

Freya's unusual wedding 라는 에피소드에서 토르는 망치를 잃어버린다. 진상을 알고 보니 오거라는 거인족의 일원이 훔쳐간 것. 그 거인은 다름아닌 오거족의 왕인 스림인데, 매우 아름다운 여신인 프레이야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결혼 첫날밤에 신부에게 주는 선물로 망치를 돌려주겠다는 오거족의 왕 스림. 토르는 망치를 되돌려받고 싶다는 급한 마음에 프레이야에게 오거랑 결혼하라고 설득하지만 앙칼진 그녀의 항의만 듣고 돌아온다.

 

“ 나가! ” 프레이야가 소리쳤다. “ 날 대체 어떤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 하지만, 내 망치가..... ” 토르가 매달렸다.

“ 닥쳐, 토르. ” 로키가 말했다. 토르는 입을 다물었다. 둘은 그 자리를 떠났다.

“ 화내니까 정말 예쁘네. 그 오거가 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지 알겠어.” 


 ( 이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뇌순남 토르 )


“ 닥치라고,토르.” 로키가 다시 한번 말했다.

결국 토르가 여장을 한 채 결혼식을 하기 위해 오거가 머물고 있는 장소로 찾아간다. 결혼식에서 나온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토르는 망치를 돌려받은 직후 망치를 이용하여 거인들을 전멸시킨다. 유머가 넘치는 대목이긴 하지만 자비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냉혈한 모습도 보이는 신들이다.

 

저자 닐 게이먼이 그래픽 노블로 유명한 분이라서 그런지 책 속 이야기가 생생하게 이미지로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이 분은 그래픽 노블로도 유명하지만 1990년 [ 멋진 징조들 ] 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최초의 장편소설 [ 신들의 전쟁 ] 은 여러 SF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역시 책이 쉽게 읽혀지는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용어가 전혀 나오지 않고 학술적 이론 등에 치우치지 않은 책. 대중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