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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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대장 암고양이였던 C는 올해 열아홉살, 주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 여왕님 ' C와의 느긋한 일상의 기록!"


나의 집에는 이제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넘는 아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지인의 회사에 사는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 중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태어난지 2개월 밖에 안됐던 그 당시에는 솜털로 뒤덮인 짤막한 다리를 버둥거리며 아장아장 걸어다녔던 냥이가.. 이제 3개월... 폭풍 성장을 한 이 녀석. 길쭉해진 몸매로 나와 함께 기거하는 장소를 날아다닌다. 책상과 침대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 녀석을 보고 이게 고양인지,,, 날다람쥐인지 ,,, 아리송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집사와 19살 암컷 고양이의 알콩달콩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 [ 기침을 해도 나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이 책을 쓴 저자 무레 요코는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있게 그린 에세이들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엔 19살 먹은 이 암코양이와 그녀와의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마치 여왕님인 듯 거만하고 콧대높은 고양이 C 와 그녀에게서 끊임없이 꾸지람을 당하며 집사로써의 참교육을 받는 저자 무레 요코의 하루하루가 눈 앞에 그려지듯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저자와 여왕님과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무릎을 탁 치게된다. 매우 깊은 공감의 탄식을 하면서.


이쯤하여 고양이의 기본 특성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고양이는 매우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강아지에 비하여 자신의 기호가 확실한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지는, 따라서, 하늘에 맡겨야할 때도 있다.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샀던 장난감과 사료등이 버려진채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요코와 함께 하는 여왕님 C 도 까탈과 예민 부분에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 C 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왜소했고 입도 짧았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따 준 통조림에서 C가 고개를 휙 돌리면 새로운 통조림을 따 주곤 했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C 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놔두면 먹겠거니 하고 뚜껑을 딴 통조림을 모두 나열해 두었다 ” ( 26쪽 )

 

또한,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으로 여기기 보다는 자신을 돌봐주는 혹은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집사 정도로 여길 때가 많다. 가끔은 키워주는 은혜도 모르고 사람을 부려먹으려는 못된 녀석들로 생각되기도 하는데, 여왕님 C 도 저자가 자신을 극진히 떠받들어주기를 원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책 속에 여럿 등장한다.


“ 어떤 날은 5시에 깨우기에 잠깐 일어났다가, 너무 졸려서 C에게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고 나서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잤다. 그런데 자기를 지켜야할 집사가 자는 것을 알자마자 여왕님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내 귓가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야말로 ‘ 똑바로 안 해! ’ 라는 분위기 였다 ” ( 46쪽 )


까탈스럽고 예민하며 주인을 부려먹는 고양이.... 그렇다면 이쯤해서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웬지 키우기 힘들 것 같은 고양이를 왜 키우고 싶어할까? 나도 궁금해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고양이는 비록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애교가 넘치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녹아버린다... 책 속에서 저자도 19년 함께한 여왕님의 무례함에 한번씩 치를 떨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한다.


" 한편 한 방에 입맛에 맞는 통조림을 내줬을 때,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긁어줬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잘 봤다고 옆에서 박수 치며 칭찬해 줬을때.. ( 중략 ) ... " 으응, 으응!" 하고 작은 목소리로 울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집안을 걸어다닌다 " ( 155쪽 )


끝까지 웃음을 유발하는 이 책.. 저자는 끊임없이 제대로 된 집사로써의 훈련을 받는다. 저자가 기침을 하거나 춤을 추면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우는 여왕님 C.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 시끄러워! " " 그렇게 출려면 다른 방에 가서 혼자 춰 !" 그러나 여왕님이 19살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찡해진다. 어렸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여왕님의 신체 기능들이 소개된다. 

 

" 몇 번 말하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지만, 한동안 한곳을 바라본 채 전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는 고양이 장난감에 가까웠다.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회로로 울고, 그것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음량 조절 기능이 망가진 것이었다 " ( 141쪽 )


한 마리의 여왕님과 한 명의 집사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버무려서 내놓은 에세이집 [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까다로운 여왕님이지만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하는 저자의 생활의 면면을 보고 싶다면 오늘 서점으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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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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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가 있다.”

영화 [ 이터널 선샤인 ] 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짐 캐리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삭제한다. 한 기억 삭제 회사가 이별의 아픔을 견딜 수 없던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서 그들의 기억을 지워주는데, 내 마음 속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미지가 있다. 지워지지 않으려 애쓰며 도망치던 기억 속의 가상의 연인들,,, 그들의 슬펐던 뒷모습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이 책 [ 너의 이야기 ] 도 기억을 다루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기억의 삭제 이외에도 기억의 가공이라는 주제도 포함된다. 표지 속 아름답지만 슬픈 표정을 가진 소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는 이리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미래가 배경인 소설 [ 너의 이야기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꾸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거나 삭제한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책 속엔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공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의억가공사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억 삭제나 조작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읽어보고는 나노로봇을 이용해 그들에게 맞는 기억을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아예 삭제해준다.

먼저 책에 나오는 용어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의억 :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

의억가공사 : 의뢰인들의 ' 이력서 ' 들을 토대로 가공된 기억을 만들어내는 전문인력

그린그린 :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이 들어있는 알약

레테 : 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이 들어있는 알약

 

주인공 치히로의 부모님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기억을 조작해서 살아간다. 아버지의 경우는 있지도 않았던 다른 전처들과의 멋진 신혼여행에 대한 기억을 구매하고 어머니는 없었던 자식들과의 추억을 구매한다. 조작된 기억에 의지해 살아가는 부모에게서 아무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은, 친구도 없었고 당연히 어린 시절의 추억도 없다. 텅빈 유년 시절을 보낸채 어른이 되어버린 치히로는 자기의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6세부터 15세까지의 기억을 전부 삭제하기 위해서 ' 레테 ' 구입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의억이라는 것은 몽상보다 좀 더 현실적인 ‘최선의 가능성’이란 형태를 취한다.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 일어났어야 하는 일, 일어났으면 하는 일.”(p.163)

그러나 ' 레테 ' 가 아닌 실수로 배달된 ' 그린그린 ' 을 복용하게 된 주인공. 기억이 사라지기는 커녕, 도리어 소꿉친구인 그녀 - 도카 - 와의 가짜 기억이 심어지게 된다.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웠던 그녀와의 행복했던 유년기 시절의 기억.. 비록 가짜 기억이지만 그 속에서 너무나 행복했던 주인공 치히로는 존재하지도 않을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기억 속에만 존재해야할 그녀가,,,,,, 주인공의 현실에 나타난다?! 가공된 기억 속 친구라고 생각했던 도카가 현실에 나타나다니,, 그것은 의억이 아닌 진짜 기억이었던 것일까?

 

기억의 가공과 삭제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그런데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야하는 여주인공 - 도카 - 보다, 가공된 기억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더 불쌍해보였다면... 내가 이상한가?   그들은 하나같이 영혼없이 살아가는 인형같아 보였다.

 

 

그러나..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니,, 웬지 끌리는 부분이었다. 내가 지금 ' 레테 ' 를 복용할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지울까? ... 물론 좋았던 기억을 남겨두고 불행했거나 아팠던 기억은 다 지우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가상의 기억을 심거나 존재했던 기억을 삭제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전에, 영화 [ 매트릭스 ] 를 보고 컴퓨터가 심어준 가상의 공간에서 스테이크를 썰지, 아니면 현실을 자각하고 깨어난 상태에서 누룽지 국물 (?) 같은 음식을 먹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 아무도 권유한 적이 없는데도 .. ) 역시 누룽지 국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진짜니까.

 

영혼이 없는, 버려진 인형 같은 사람들과 그들의 텅빈 공간을 채워주는 의억가공사 그리고 기억의 조작과 삭제 이야기를 다룬 [ 너의 이야기 ]. 가공된 기억이라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만일까? 아니면 가공된 기억은 그냥 가짜에 불과한걸까? 만들어진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 그녀 " 가 현실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룬 [ 너의 이야기 ]..... 생각지 못했던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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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분홍색 부채 에놀라 홈즈 시리즈 4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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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라 홈즈 시리즈 네 번째 사건인 [ 별난 분홍색 부채 ]를 읽었다.   시리즈의 작가인 낸시 스프링어는 그 유명한 셜록 홈즈의 귀여운 여동생 에놀라 홈즈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여 시리즈물을 만들었다.  아마도 어릴 적 어머니가 그녀에게 읽어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억압되던 시절, 독립심 강하고 범죄에 관심있는 에놀라는 그녀를 기숙학교에 보내서 정숙한 여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오빠 셜록 홈즈와 마이크로프트에게는 골칫덩어리이다. 그러나 두뇌가 명석하고 재치가 넘치는  그녀는 지금까지 3개의 사건 -을 해결하고 3명의 범인을 법정에 세웠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미루어보았을 때 이것은 대단한 일!

 

결코 오빠들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에놀라 홈즈, 벌써 집을 가출한지도 어언 8개월이 넘었다. ‘ 사이언티픽 퍼디토리언 라고스틱 박사라는 희한한 이름을 내걸고 런던에 탐정 사무실을 낸 꼬마탐정그러던 어느날 에놀라는 여성 전용 화장실에 갔다가  낯익은 얼굴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2권에 나왔던 왼손잡이 천재 소녀 세실리이다.

 

그녀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담황색의 종 모양의, 걷기에 힘들어 보이는 옷을 입고, 두 명의 거구의 샤프롱 ( 샤프롱은 남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  의 손아귀에 잡혀있다. 어딘지 불편해보이는 표정의 세실리우리의 에놀라에게 분홍색 부채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 분홍색 부채가 세실리가 처한 상황의 단서인데,, 현재 샤프롱의 손에 붙잡혀있는 듯한 세실리를 구출할 방법을 에놀라가 찾을 수 있을까?

 

에놀라 홈즈 시리즈 중에서 처음으로 읽어보는 책이라서 그 전의 그녀의 활약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4권에서의 에놀라의 활약은 신기할 따름이다. 변장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성 학자, 두엄 수거인, 기자, 매력적인 상류층 여성 그리고 고아 소녀까지......   재치있는 변장술과 변죽좋은 말솜씨로 어김없이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에놀라 홈즈.

 

아버지에 의해서 사촌과 강제 결혼을 해야 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천재 소녀 세실리,  세실리와 에놀라가 함께 활약하여 범죄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에놀라는 자신을 요조 숙녀로 만들려는 오빠 셜록 홈즈와 합심하여 세실리를 두 명의 사악한 샤프롱의 손에서 구해내야 한다.   과연 그녀는 오빠를 믿을 수 있을까?

 

귀엽지만 재치넘치고, 어리지만 오빠 못지않은 추리력에 빛나는 에놀라 홈즈.  세실리를 구해내야 하는 절제 절명의 상황에 놓여있다.  시리즈로 읽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1편부터 역주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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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지우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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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 문장이 내 마음 속에 내려앉는다. 공감한다고 말하며 작가를 안아주고 싶다. 태어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이름. 나의 이름이 내게 안겨주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이미지를 들여다보다가 분노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며 가끔은 좌절하기도 한다.

김지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 < 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 에는, 이름이 웬지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번째 이야기 < 메데이아 러닝 클럽 > 의 주요 화자 아영은 언제나 아영일 뿐이었다. 임용고시에 떨어진 뒤 지금의 아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곰곰히 생각한 그녀는 마라톤을 뛰기로 결심한다. 친구 이선, 세화, 그리고 임용 고시를 준비하다가 만난 주라는 남자와 함께.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 웃음과 기운을 안겨준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웃던 그 순간,,,, 아영이를 갉아먹던 벌레가 입 속에서 튀어나오고 비로소 그녀는 진짜 아영이가 된다.

" 아영은 중얼거리며 황금빛 구름과 구름 아래 잠실대교와 다리 가득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이선과 세화 그리고 주,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 46쪽

두번째 이야기 <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 >

유리는 아내의 도리에 집착한다.

" 결혼한 자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중요한 경전 하나가 있지. 아내의 도리 제 1장 1절, 아내는 가족 구성원에게 매 끼니 요리를 척척 해줄 줄 알아야 한다 "

유리는 요리에 능숙한 아내라는 이름에 집착한다. 그러나 뭐든지 제거하는데 능숙한 이 여인. 남편의 생일상을 차리려다 그만 미역국을 학살해버린다... 요리 학살자라는 별명답게.

" 유리의 도리 제 1장 1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 ( 57쪽 )

이제 요리는 좀 못해도 청소와 정리 그리고 교정 작업을 잘하는 사람, 유리라는 이름에 만족할 수 있을까?

" 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 라는 작가의 문장에, 나는 깊은 공감을 했다.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한숨이 나올 때마다 나도 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름은 하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상징할 수 있다. 관계라는 면에서는 누군가의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를 나타내기도 하고 사회의 조직에서는 어떤 책임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있어서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 나비가 되지 못한 애벌레가 느낄만한 미완성의 느낌이 자신의 이름에 담겨있지 않을지..... 아영이가 다른 아영이가 되고 싶어했던 것처럼.

작가는 소설가로 불리고 싶다 한다. 나도 예전엔 불리고 싶은 이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 진정으로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딱 1명, 아니 한 2명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이 매우 담백하고 깔끔해서 잘 읽히는 소설집이다. 단편 외에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곧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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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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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살인사건의 히어로즈들!!     나승만과 당승표가 힘과 머리를 합쳤다!   그 결과는 바로 나당탐정사무소.   둘 다 전작인 < 교동회관 살인사건 >  에서 살해의 위험에 빠지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이제는 퇴임한 전직 경찰관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잘나가는 추리 작가.  당연히 범죄해결에 일가견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전작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받은 돈으로 탐정 사무소를 낸다.   그런데 들어오는 사건이라곤 전부 다 남편을 추적하고 감시해달라는 아내들의 의뢰같은 지루한 사건들뿐...

 

그러던 어느날, 경찰이 해결 못해서 끙끙거리는 사건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도르래 살인 사건사람들이 하나같이 고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도르래에 매달려 죽어있다그것도 자신의 방에서.   사건의 실마리조차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전직 경찰이었던 나승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에 흥미를 느낀 당승표가 사건 해결에 참여한다.

 

시체를 살펴보던 당승표는 두 가지를 발견한다. 첫번째는 시체마다 작은 무늬가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카드에 나와있는 알파벳이나 문양들이다스페이드와 Q 같은 문자들이 엉덩이나 뺨등에 새겨져 있는 것.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이마에는 하나같이 번호가 새겨져있다. 1번, 2번, 3번.. 이런 식으로.  그런데 하나의 숫자가 조금 다르게 쓰여져있다?

 

좋아하는 것을 몸에 새긴다는 당연한 논리에 따라서, 도박판을 덮친 나당 팀과 경찰관들.  알고 보니 죽은 사람들 모두 사채빚이 엄청나거나 생명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는 상태.   그렇다면, 경찰의 결론대로, 도박판을 운영하는 왕사장이 사람들에게 사채를 쓰게 하고 생명보험을 들게 만든 후에 그들 모두를 도르래에 감아서 죽여버린 것일까?  해답은 책 속에.

 

두 번째 이야기 :  황영감 살인사건

 

이 이야기는 좀 독특한 것이 두 가지 살인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하나는 황영감이라는 노인이 몸이 16군데를 찔려서 사망한 사건과 이태건이라는 고등학생이 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 황영감 사건은 노인의 재산을 노린 아들의 범행이라는, 경찰의 잠정적 결론이 나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아들은 한사코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얼마전 노인은 건물을 팔아 10억이라는 돈을 벌었고 아들이 그 중 4억을 훔쳐서 이미 2억을 탕진한 상태.  경찰의 입장에서는 재산을 노린 아들의 범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한편  나당 사무실에 한 여인이 찾아온다.  황영감이 죽은 그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추락사를 한 아들의 어머니이다. 그녀의 아들은 학교에서 알아주는 양아치 이태건이라는 학생인데,  추락한 날 교무실에 있던 술을 훔쳐서 옥상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살해를 당했음이 분명하다고 한다.  평소에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의심이 가는 쪽은, 이태건 학생이 살아생전 사사건건 부딪혔던 한 선생님이다.  문희석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자는 태건이를 꺠웠다가 길길이 날뛰고 자해를 하는 태건이를 제압했다가 목을 졸랐다고 하여 이미 어머니에게 고소를 당한 상태.  하지만 태건이는 이 선생님 외에도 그동안 약한 아이들을 많이 괴롭혀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된 상태이다.  과연 태건이는 실제로 살해를 당한 걸까?  아니면 음주로 인한 추락사가 맞을까?

 

윤자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과학 선생님 답게 도르래라는 새로운 트릭을 제시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도르래는 첫번째 이야기에서 살인범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황영감 노인의 몸이 16번 찔렸다는 것과 그 자상의 간격의 일정함이 또 살인범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실 트릭이 너무 말도 안되거나 억지스러우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이번 편의 경우는 논리적으로 딱딱 들어맞아서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리즈라서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연작 소설 < 나당 탐정 사무소 사건일지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연작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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