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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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두 남녀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

삶에 항상 행복한 순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순간을 즐기고 있는데 불현 듯 다가오는 불행의 씨앗. 우리가 마음 먹은 대로 혹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불행 중 하나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아닐까?

신출내기 건축가 마코토와 카페에서 일하는 히나. 비를 계기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소소하게 둘 만의 행복을 꿈꾸며 어느 해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비가 내리던 어느 날 , 오토바이 사고로 둘 다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중상을 입게 된다. 눈을 뜬 두 사람 앞에는 자신들을 ‘안내인’이라고 밝힌 상복 차람의 남녀가 나타난다. 이들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20년이라는 수명을 더 받고 되살아나지만, 서로의 수명을 나누어 살아가야하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슬픈 나날이 시작된다. 일명 ‘라이프 셰어링’의 시작이다.

두 사람은 상대방의 수명을 빼앗으며 살아야만 한다. 내가 행복을 느끼면 상대방의 수명 중 1년이 줄어들고, 내가 불안, 초조함 등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 상대방의 수명이 1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마안해! 바빠서 그랬어!”

히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러더니 비명이라도 지르듯이 외쳤다.

“웃기지 마! 그것도 핑계라고 대는 거야!”(p. 115)

상대방의 행복이 곧 나의 불행이라니. ‘행복체질’ 을 소유한 히나에 비해서 마코토는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마코토의 수명은 자꾸만 줄어들게 된다. 자신에게 늘 행복함을 주었던 그녀의 미소가 이제는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무기가 되자, 그는 그녀의 모든 게 싫어지게 된다. 히나 역시 그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억지로 불행해 보이려고 호러영화도 보고, 행복한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서 스스로 마음의 브레이크를 거는 등 노력을 하게 된다. 기적을 일으켜보려는 이런 그녀의 순수한 사랑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수명을 빼앗을 때마다 히나는 늘 “미안해”하고 사과해 주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사과해 주었다.

(p. 195)

마코토는 집 주인 와아타 씨와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생명을 빼앗는 히나에 대한 분노에 집착한 나머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오면서 느낄 히나의 괴로움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원망하면서 둘이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 한다. 자신의 꿈과 그녀를 위해서 말이다.

서로의 타임캡슐에 담긴 ‘미래의 편지’를 읽고 히나가 마코토의 꿈을 위해 자신의 남은 수명을 포기하게 된다. 이 후의 마코토의 최후의 선택이 참 ....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코토와 히나의 선택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랑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단 두 가지 말.

‘미안해’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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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가이드북 -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최준식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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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답니다.

나는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햇살이 되어 밭을 비추고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겠습니다.

아침에는 새가 되어 당신을 깨워드리고 밤에는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죽음 이후를 아름답게 표현한 한 편의 시이다. 이 시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미국 원주민이 지은 시라고 추정된다고 했을 때, 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는다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 거대한 유기체인 이 세상에서 물, 불, 바람, 얼음의 형태로 우리는 살아있을 거라는 사실을 지혜로운 옛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죽음 교육을 따로 받지 않는다. 죽음을 향해 매 시간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만 할까? 어차피 맞닥뜨려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가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파니 핑크] 라는 독일 페미니즘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죽음에 두려움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한다. 관에 들어가서 시체 체험을 하는 것. 그런데 두려움 때문에 대비를 하기 보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기 위해서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 책 < 죽음 가이드북 > 은 죽음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이긴 하지만 영혼, 전생, 사후세계 그리고 임사 체험 등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죽음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서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수없이 만났고 그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사후생을 인정한다.


인류 사회에 존재한 신비 종교가 중 영의 세계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스웨덴의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그는 약 27년에 걸쳐 천사의 도움을 받아서 영계를 방문한다. 하계 ( 지옥 ) 과 천계 ( 천당 ) 등을 돌아다니며 많은 영화과 대화를 나눈 스베덴보리는 이런 체험을 정리해 여러권의 책을 출간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일단 중간계에 머무르며 자신이 생전에 한 일을 스스로 검사한다고 한다. 이것을 " 라이프 리뷰 " 라고 하는데 살아있을 때 알 수 없었던 생의 의미가 이때 드러난다고 한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임종을 맞은 본인이 해야할 일과 가족이 해야할 일을 구분해서 설명해준다. 노인일수록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젊을 때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당사자가 막 임종하려들때 가족들이 큰 소리로 울어선 안된다고 한다. 영혼은 에너지체이니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죽음 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죽음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타민 복용, 심한 운동, 머리 염색, 주름살 성형 등등은 늙어감을 감추려는 행동이다. 이런 산업은 죽음으로 향하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순리에 따를 수 있는 지혜를 심어주려는 노력이 지금부터라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가 또 아름다운 시를 만나서 적어본다. 암투병 중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남기는 시이다.


"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 줘서 참말로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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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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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놀랍도다. 미술계에서 큐레이터로 오래 일했던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 써버리면 전문 작가들은 어떡하라고... 갓 데뷔한 작가가 이토록 강렬하고 흥미롭고 또 자극적인 .. 그러나 막판 충격적 반전을 제시할 수 있는 범죄소설을 써낼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실 미술계나 예술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소설 초반은 약간 지루했지만, 소설 중반부부터는 내가 스토리를 이끄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나를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치정범죄일거라고 예상된 살인사건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범죄 집단이 연루되어 있었다니....


이 작품에 대한 뉴요커지의 비평에 따르면


" 뉴욕 미술계의 타락을 펄프 픽션의 형식으로 풀어낸 긴장감 넘치는 소설 "이라고 한다. 펄프 픽션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나? ( 그 동명의 영화 말고 ) 싶어서 정의를 한번 찾아보았다.


펄프 픽션이란? 장르문학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한다. 모험물, 탐정물,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후 컬트, 로맨스, SF, 서부극, 전쟁물, 영웅물 등등 닥치는 대로 쓰인 글이고 강도, 살인, 성, 폭력, 약물을 소재로 하는 자극적인 범죄물이 대다수라서 " 전체적인 질 " 이 종이 질에 비길 만큼 " 낮았다 "라고 해서 펄프 픽션이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펄프 픽션 = 저질, 싸구려 소설.


확실히 고급스러운 장르는 아니지만,, 범죄소설은 범죄소설다워야 하는 법. 잘 만들어진 B급 범죄 영화 같은 < 소호의 죄 > 속으로 들어가 본다.


뉴욕의 예술계인 소호의 이름난 미술 작품 컬렉터인 어맨다 올리버가 얼굴에 총을 2방 맞고 머리가 날아간 채 발견된다. 어맨다의 전 남편인 필립이 곧 자신의 전 아내를 죽였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이미 치매 증상에 가까운 울프심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려있는 상태라서 사고가 정상이 아니다. 소설의 화자인 잭 ( 미술 컬렉터, 탐정 아님 ) 은 필립과 친구 사이지만 죽은 어맨다와도 좋은 친구 사이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필립을 위해서 마치 빚을 갚는 기분으로 어맨다의 살해범을 추적하는 잭.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를 뒤로하고 사립탐정 호건이라는 친구와 함께 사건을 추적한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필립 올리버이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믿습니다. "

그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차분하게 말했다. 아내를 잃은 내 친구는 또 그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진짜인지 고도의 계산인지 알 수 없었다.

" 사람들이 그러는데 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더군요. "


그러던 와중에 어맨다의 내연남이었던 비디오 아티스트 폴 모스라는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약간 변태적 성향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찍는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불법적인 포르노 시장 ( 아동 포르노 등등 )에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얻는 잭. 조폭 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범죄 집단에 몰래 잠입하여 그들을 추적한다. 추적하던 중, 폴이 필립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앤젤라의 딸인 멜리사 ( 12살 )에게 접근을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도대체 이 예술계에선 어떤 추악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본인들은 예술 활동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변태적 성욕이나 엽기적 행태로 보일 뿐이다. 또한 범죄소설이라고 하지만 약간 로맨스가 돋보이는 소설이기도 하다. 3번째 부인까지 두는 필립은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죽은 2번째 아내 어맨다를 그리워하고 소설의 화자인 잭은, 자유연애를 주장했던 까다로운 프랑스 여자였던 전 부인 나탈리를 매우 그리워한다. 관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사랑에 대한 주인공들의 갈망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를 다루는, 다소 관능적이면서도 동시에 와일드한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 < 소호의 죄 >. 그러나 계속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성찰하는 주인공 잭의 시각이 마치 철학자 같아서 작품이 깊이가 있다는 느낌도 든다. 탐정 호건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성당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던 잭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고집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이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


걸쭉한 스튜처럼 여러 가지 재료와 맛이 한꺼번에 녹아든 요리 같은 소설이다. 끝까지 어맨다의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 저자. 이 열린 결말마저도 독자들의 뒤통수를 서늘하게 만드는 그는... 진정한 범죄 소설 대가로의 첫발을 내디딘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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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1 - 만신의 왕
김나임 지음 / 북치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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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을 풀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만신의 왕이 되겠습니다 "

무속신앙은 신비롭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구천을 떠도는 원혼을 도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도대체 무속신앙은 어디서 비롯되었고 왜 생겨났을까? 무속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 궁금해봤을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도 되듯 " 바리공주 " 만화책이 이번에 " 북 치고 출판사 "에서 출판되었다. 나는 무속신앙에 관심도 많고 만화도 좋아하니, 일조 이석!! 콩 먹고 알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었다.

바리공주 설화를 잠깐 설명하자면, 해동 조선국의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났던 그녀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오구대왕에 의해 버림을 받는다. 버려진 바리공주는 비리 공덕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서 자라게 되지만, 15년 후 큰 병에 걸린 오구대왕은 자신들이 버린 공주가 황천 땅에서 생명수를 구해다 줘야 살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를 찾는다. 부모님 소식을 듣고 그길로 황천길로 가서 생명수를 구해 오는 바리공주. 오던 도중 한 많은 원귀들을 보고 한없이 가여운 마음을 품게 된다. 그녀는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부모님을 살리고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소원을 빈다. 한을 풀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싶다고.



그렇게 바리공주는 무당들의 왕이 되어 만신들의 섬김을 받게 된다. 길을 잃은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귀하디 귀한 바리공주.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는 그녀를 찾아 역시 인간으로 태어난 ( 남편이었던 ) 무장승과 함께 한 많은 이들의 넋을 달래주고 저승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만화에서 바로 그녀와 무장승 그리고 다른 감초 역할의 캐릭터들이 퀄러티 높은 만화로 잘 표현된다. 그냥 바리공주를 소설로 읽는 것보다 몇 배 더 생생하고 현실감 있다. 만화의 퀄리티 또한 매우 높아서 남주인공, 여주인공이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샤방샤방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스토리 덕분에 생긴 꿀잼에 +A 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바리공주 시리즈에는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이 엄청 많이 등장한다. 그중 1화 미명귀 편에는 표독스러운 시어머니와 우유부단한 남편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타살인지 자살인지 모를 죽음을 맞이한 전 며느리들 ( 며느리들 ? )이 원귀로 등장하여 현재의 며느리를 괴롭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미명귀에 대해서 잠시 소개하자면,

미명귀란? 결혼한 젊은 여자가 죽어서 되었다는 귀신. 미련이 남아 남편의 후처를 괴롭힌다.

후처가 병에 걸리면 미명귀의 짓이라 하여 무당을 불러 원혼을 달랬다. 심한 경우 시체를 파내어 불에 태우기도 했다.

4번째로 이 집안에 들어온 죄 없는 며느리 앞에 계속 나타나는, 원귀가 된 전 며느리들. 다양한 방법으로 죽은 그녀들은 죽었을 그 당시의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 현재의 며느리가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게 옆에서 계속 괴롭힌다. 견디지 못한 그녀가 바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바리는 원귀와의 소통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내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원귀들이 그녀를 괴롭힌 이유가 따로 있었다. 추리 소설 못지않은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 미명귀편.



무속에 관심있거나 귀신 이야기를 퀄리티 높은 만화로 만나보고 싶은 분들.. 그리고 바리 공주 설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게 이 만화책을 추천한다. 만화의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밤에 보면 약간 무섭긴 하지만 몰입도는 굉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무속 신앙을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바리가 귀신과 소통하거나 굿을 하는 장면을 좀 더 잘 표현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으로 손색없는, 무속신앙 만화 [ 바리공주 1 - 만신의 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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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 사모님 소리 듣던 28년차 전업주부, 하루아침에 집안의 기둥이 되다
박경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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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을 책임지던 가장이 갑작스럽게 퇴직을 한다면?”

“당장 다음 달 월급이 끊긴다면?”

이 책은 사모님 소리를 듣던 28년차 전업주부가 남편이 퇴직한 후 현실에서 겪은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현대의 대한민국은 현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다. 하지만 정년 보장의 사회시스템은 탄탄하게 갖추어져있지 않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정년이 보장된 특정 직종을 제외하면 피라미드 상하관계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50세 중반 전후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생애주기에 맞추어서 제대로 된 설계를 했든지,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주어진 환경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나 그동안외벌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이 퇴직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혼란에 휩싸일 것이고 그 혼란에서 빠져 나오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편이 퇴직한 후 한 집안의 기둥이 되어, 분노조절 강사, 퇴직부부 상담사, 동영상촬영 조연출, 지식경연 기획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생활했던 저자. 퇴직부부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도록, 재무관리, 부부관계, 퇴직 후 재취업 등에 관해 실질적인 조언들을 전달한다.

퇴직 후에는 자신의 재무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0플러스캠퍼스에서 생애설계 7대 영역 중 재무설계를 받았다.

100세 시대에 노후를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점검이다.(p.224)

일단 당장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활비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부부가 가지고 있는 동산과 부동산에 대한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해서 집의 규모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보험에 대해서도 미리 수령액에 대해서 알아둠으로써 65세 이후의 노후 생활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이가 좋다는 건 외부의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거리,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중략) 부부 사이가 좋아지려면 기본 양념하듯 다음의 세 가지를 첨가하면 좋다.(p. 90)

- 서로 간섭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 취미를 같이 한다.

- 부부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기 위해서는 해야할 집안일이 최소한으로 줄어들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같은 취미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게 되어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퇴직 후 하루 종일 자신을 노출하는 것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면 자유와 해방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강사가 말하는 재취업 3가지 팁은 자신감 회복, 경험 활용하기, 백전불굴의 정신. 이렇게 준비되어야 두터운 취업문이 열린다고 한다.

또한 “최고의 노후대책은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p. 181)

퇴직은 자신이 속했던 사회와의 단절이다. 퇴직을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 대기업 임직원이었던, 전문직에서 일을 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누구였는데?’ 라고 하면 ‘그래서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 힘들고 예전 직업을 그대로 지키기는 더욱더 어렵다. 작가의 남편은 집에서 전철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택배 집하장으로 출근한다.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택배 일을 한다. 눈높이를 낮추고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일도 가능하며,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한다는 퇴직자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퇴직 후 안정은 없다. 퇴직이라는 문턱 앞에 준비 없이 직면하기 보다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퇴직 후 누구나 자신만의 가능성을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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