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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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피해 여성은 어떻게 침묵을 강요당하나 "

소설인 줄 알았더니 일종의 르포 형식의 글인 <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기자인 두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서 취재한 글이다. 실제 피해자인 ' 마리 ' 와 지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다양한 언론 상을 수상했는데 2016년 공동 집필한 이 책 <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성폭력은 강력 범죄 중 하나다. 그러나 강력 범죄 중 가장 신고율이 낮다고 한다. 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마 강간을 당한 여성 중 경찰에 신고하는 케이스는 10명 중 1명도 채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경찰과 사회의 무지몽매한 태도 때문이다. 이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서는 사건을 경험하고도 수차례 번복하여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된 마리라는 여성의 케이스가 등장한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신고했다가 무고로 몰려서 고통받는 여성들. 그러나 사람들은 아는지... 육체적 살인이 있다면 영혼의 살인도 있다고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것. 강간 사건으로 인한 고통과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것.

녹갈색 눈동자에 곱슬머리 그리고 치아 교정기를 낀 18세 소녀 마리는 경찰에 강간 신고를 한다. 아파트에 침입한 낯선 남자가 그녀의 눈에 눈가리개를 하고 팔다리를 묶고 재갈을 물린 후 강간한 것. 이후 일주일간 마리는 경찰에게 이 이야기를 최소 다섯 번 반복한다. 마른 체형의 백인 남성, 키는 170센티가 안됨. 청바지 입었음. 후드 티셔츠 착용.. 하지만 마리가 진술할 때마다 말이 조금씩 바뀌고 그 와중에 경찰은 마리를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주목하고는 그녀를 불러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전달한다. 마리는 무너져내리고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자백한다.

과연 마리가 거짓말쟁이였을까? 결론은... 그녀는 경찰의 강간 피해자 보고서에 나와 있는 유형에 맞지 않았을 뿐 강간 피해자가 맞았다. 범인은 실제로 존재했고 마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피해자들과도 관계가 있었다. 2011년 대학원생엔 엠버가 콜로라도 주 골든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10년에는 콜로라도 주 웨스트민스터에서 세라라는 여인이 그리고 그전 2009년에는 도리스라는 여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수차례에 걸쳐 강간하고 그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만약 신고를 하면 인터넷에 올린다면서 협박을 가했다. 이 책에서 사건을 담당한 여형사 갤브레이스는 같은 경찰인 남편과의 대화에서 각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는 조사에 돌입한다.

사실 강간 사건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너무 내밀하고 사적인 부분이라 이야기하기도 힘들고 충격 때문에 정확하게 떠올리기도 힘들다. 그런데 남자들이 대부분인 경찰들은 그러한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 속 핸더샷이라는 여형사는 100여건이 넘는 강간 사건을 담당하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알고 있다. 경찰들이 강간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면서 " 저 사람 범인 잡고 싶은 것 맞아요? " 할 때마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한다. " 아내랑 최근에 한 잠자리에 대해 자세히 말해볼래? "

그리고 강간 피해자의 태도와 반응이 천편 일률적으로 다 같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의 평소 성향 나이대 등등에 따라 그들의 반응이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간 피해자에 대한 의심이 경찰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 얼마나 퍼져있는지는 1999년 출간된 국제경찰 서장 연합 문건을 봐도 알 수 있다.

" 강간이란 상황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감을 보이며 감정적으로 극도로 흥분해있다.

보통은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며 대체로 부상, 베인 상처, 멍, 찰과상 등이 남아 있다. (...)

열거한 징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거나 거의 없다면 강간 기소의 타당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

갤브레이스, 핸더샷 그리고 버지스 이 세 형사는 각자의 수사 파일을 합치는데 다들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다소 내성적이고 똑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것처럼 보임. 피해 여성들의 일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범죄를 매우 기계적으로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저지름. 3명의 형사들은 공조 수사를 통해서 지역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피해자들을 고통과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들었던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를 체포하는 와중에 발견된 사진 속에 마리의 사진도 있어서 그녀의 무고죄는 풀리게 되지만 그 와중에 마리가 받은 상처는 누가 보상해줄까?

이 책을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마치 범죄현장에 가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된 장면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나 할까? 한 피해자는 범죄자가 욕실로 들어가서 욕조에 물을 채우라고 했을 때 자신을 익사시키려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말이 더 가슴을 찢어놓았다. 강간은 일어나서도 안되는 범죄이지만 결코 가볍게 다루어져서도 안되는 문제이다. 이런 책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좀 더 환기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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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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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절대로 마주치기 싫은 징그러운 생쥐들이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책을 통해 귀엽고 발랄하게 표현되어 온 귀여운 생쥐들. 할리우드 제작 애니메이션인 스튜어트 리틀이나 생쥐가 요리를 한다는 콘셉트인 라따뚜이에서는,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고 귀욤귀욤한 매력을 풍기는 생쥐들이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그들은 밴드를 조직하여 공연을 펼치거나 고도의 미각을 이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 책 파피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무서운 상황,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무시무시한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하여 모두를 구해낸 귀여운 어린 영웅이 등장한다. 작고 여리지만 강한!!! 파피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흰 앞발과 통통한 몸매, 분홍코를 가진 귀여운 암컷 생쥐 파피. 그녀는 무시무시한 권력자 미스터 오칵스가 지배하는 숲속의 그레이 하우스에서 아버지 렁워트가 이끄는 대가족 틈에서 살고 있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과 매서운 부리를 가진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는 생쥐를 잡아먹는 고슴도치로부터 그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사실은 그들을 꼼짝 못 하게 통제하고 있다. ( 사실은 고슴도치는 채식주의자,, 미스터 오칵스의 정체는 무엇? 대중의 눈을 가리는 권력자? )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 오칵스에게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고 ( 평소에도 그는 맹목적인 순종과 복종에 반항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 파피와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래그위드는 달빛이 비치는 언덕 위를 올라간다.  래그위드가 파피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오칵스에게 그가 잡아먹히고 파피는 코에 상처를 입은 채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한편, 그레이 하우스에서는 늘어나는 생쥐 수에 비하여 점점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다. 지도자인 아버지 렁워트는 이제 뉴하우스로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결심하고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허락을 얻기 위한 길을 떠난다. 그러나 오칵스는 거만한 몸짓을 보이며 허락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파피와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래그위드가 허락 없이 영역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하여 혹시 파피를 자신에게 바치면 허락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은근히 암시한다.


그날로 아버지는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혀 앓아눕고 진상을 파악한 나머지 가족들은 파피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한다. 이제 파피는 어찌해야 할까?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이 마땅한가?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생쥐들을 손안에 넣고 흔드는 지배자를 상징한다. 그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순진한 생쥐들을 통제한다. 그가 뉴 하우스로 생쥐들을 이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뉴 하우스라고 언급한 순간 사실 미스터 오칵스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흔들렸었다.


아버지 생쥐 렁워트는 권력에 순종 복종하는 것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는 소시민을 상징한다. 그는 근면 성실할 순 있지만 어리석음으로 인해 현실을 바꿀 순 없다. 그러나 영리하고 통찰력 있으며 깨어있는 파피. 미스터 오칵스의 행동과 말투를 생각하며 그의 심리를 어느 정도 파악한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길을 떠난다. 오칵스가 두려워하는 것이 뉴 하우스에 있다고 믿고.....


이 책은 연약한 파피가 두려움이 몰려오는 상황을 물리치고 ( 딤우즈의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극복하며 ( 거센 물살이 흐르는 강을 건넌다 ) 자칫하면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 생쥐의 적!! 고슴도치를 만나다 ) 슬기롭게 빠져나와서 결국은 모두의 행복을 되찾아준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내 여동생 같은 귀여운 암컷 생쥐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지혜를 발휘하는 장면에서 박수를 보내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이런 동화나 우화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인 듯 같아 추천한다. ( 약간 아쉬운 점은 책 안에 삽화가 많이 없다는 것!! 그림이 좀 추가되면 좋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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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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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 속 여자 주인공인 사라는 미국에서 자선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충실하게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는, 겉보기로는 성공한 여성이지만 사실은 사생활이 불안불안하다. 현재 첫사랑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라는 심리적 불안을 안고 있는, 이제 마흔을 앞 둔 여성이다.


남자 주인공인 에디는 영국 런던의 외진 숲 속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취미삼아 축구 선수로 활약하는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동생에 대한 아픈 과거를 간직한채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보살피고 있는, 다소 외로운 남성이다.


낮선 남자와의 일주일의 짧은 만남에서 어떤 사랑의 감정이

사라를 집착녀로 만들었을까?

“전에는 페이스북은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하루 내내 페이스북에 붙어살면서

그가 살아 있다는 신호를 찾아

그의 페이스북 프로파일을 샅샅이 뒤졌다. 변심보다 더 끔찍한 일이지만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있는지도 찾아봤다.”(p.39)


우연히 휴가지에 만나 7일간의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사라와 에디. 사라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 후 에디에게 아무 연락이 없다. 사라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린 에디를 찾기 위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본다.


“내 페이스북 때문에 알았죠. 그렇죠?

토미가 내 담벼락에 남긴 포스팅을 봤죠.

거기서 토미가 날 해링턴이라고 불렀으니까.”내가 물었다.(p. 334)


“사라가 그때 그랬던 건 알렉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란 걸 알았다.

그 때 그녀가 핸들을 확 비틀었던 이유는 사랑과 공포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똑같은 사랑과 공포를 나는 사라에게 느끼고 있었다.(p.445)


사라는 에디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그녀가 했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에 대한 오해도 풀게 되어서 이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이 진실됨을 확인하게 된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잠깐만. 내가 얼른 저쪽으로 건너갈게. 전화 끊지 마 ???.”

남쪽으로 가는 차들의 흐름이 순간 끊겼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북쪽 방향 차선은 돌아보고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난 그냥 달렸다. 바다를 향해, 한나를 향해.


" 안돼!!!! " 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갑작스런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반전이 있었다. 이 책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진실 " 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큰 의미를 되새겨 보고, 모두가 행복함에 감사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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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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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니발 은 양들의 침묵 의 속편이다. < 양들의 침묵 에서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함으로써 스탈링을 도와주었던 한니발이 조연급이었다면이 소설에는 주로 한니발의 활약 (?) 을 다루고 있다.  세상의 딱 1명 있을까 말까한 광기어린 천재 한니발 렉터그가 내뿜는 광기는 책장을 뚫고 나올 지경이다.  엽기적이고 변태적이긴 하지만 어쩐지 예술적이고 종교적이기까지 한 그의 기행은 생생한 장면 묘사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한다.


< 양들의 침묵 에선 여자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겼던 연쇄 살인마를 추적한 스탈링이 주연급이었다면 이 책에선 한니발 렉터와 그의 뒤를 쫓는 메이슨 버저라는 갑부가 주연급이라고 할 수 있다그도 한니발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기행을 일삼은 사람이었으나 렉터에게 당한 이후로 얼굴 전체를 잃고 몸이 마비되어 호흡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눈꺼풀과 입술 그리고 코를 잃은 사람을 상상해보라...   소름끼칠 듯한 생생한 이미지가 나타난다그는 한니발 렉터의 목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어놓은 상태이다자신의 부하가 기르고 있는 사나운 돼지들에게 산채로 그를 집어넣는게 그의 꿈이라고나 할까?


 어느 돼지라도 죽은 사람은 먹을 수 있지만 산 채로 먹게 만들려면 훈련이 좀 필요했다

메이슨이 고용한 사르데냐인들이 그 일을 맡고 있었다

이제, 7년 동안의 노력과 숱한 고통 뒤에 찾아올 멋진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리날도 파치라는 이름의 수사반장이 카포니 궁 관장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러다 그는 실종된 관장 자리를 꿰챈 낯선 인물인 펠 박사를 만나게 된다그는 단테의 시를 매혹적으로 읊어내는 이 매력적인 인물이 위원회 사람들을 휘어잡는 장면을 보게 된다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카포니 궁 관장으로 뽑지만 우수한 형사인 파치 수사반장은 펠 박사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우수한 형사답게 그는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았다

전임 관장이 사라짐으로써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실종된 관장은 독신으로 단정하게 살아왔으며 조용한 성격의 존경받는 학자였다. (...) 

그런데 그가 사라지자 혜성처럼 한 남자가 등장한 것이다. ” ( 201)


콴티코의 행동과학부에서 잠시 있었던 파치 수사반장은 그때 벽에서 봤던 한니발 렉터의 사진을 기억해낸다.   그 사진은 한니발이 정신병원의 감방에 있던 시절 그렸던 피렌체 그림 앞에 붙어있었다.  이제 그는 깨닫는다. 펠 박사가 한니발이고 한니발이 바로 펠 박사라는 사실을.


파치는 메이슨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죽이든 살리든 한니발을 메이슨에게 데려다 주는 것이다한니발 머리와 손을 가져다주면 미화 100만 달러.  메이슨이 한니발을 체포할 수 있도록 정보만 제공해도 1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한다.  그를 생포해서 넘겨주면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수사반장 급이면 보다 합법적으로 예를 들자면 FBI 와 공조한다든지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야망가였던 파치는 그만 돈에 혹하고 만다그리고 또 하나, 과거 일 모스트로 연쇄 살인범 사건을 망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증거 조작이 드러나 명성이 추락함 이제 그는 연쇄 살인범을 잡은 수사관이라는 명예를 포기하고 돈을 택한다.


 한니발 렉터를 체포한 경관으로 알려진들 대체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런 명성은 금방 끝나고 말 것이다차라리 놈을 팔아넘겨그게 훨씬 나아. ” ( 226쪽 )


< 한니발 은 이제 한니발과 메이슨 버저 그리고 파치라는 삼각 구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메이슨 버저는 호흡기에만 유지하는 상태로 돈으로 사람들을 사서 한시라도 빨리 한니발을 돼지우리에 처넣는게 목표이다파치 수사반장은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떠올리며 렉터를 산채로 잡아 3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손에 넣는게 목표이다그들의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니발에선 렉터 박사의 이중성이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묘사된다지적이고 예술적이며 감각적인 한니발 렉터 그러나 인육을 먹는 엽기적인 살인마라는 면이 한편에 따로 존재한다.  마치 중세 시대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 느낌이었다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초인간적인 인간 영역을 넘어선 살인마 한니발그의 등장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공포스럽기도 하다내가 만약에 동시대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저자 토머스 해리스의 무의식이 궁금하다..  이렇게 이중적인 인물을 창조할 수 있었다니....


< 양들의 침묵 > 만큼 잔인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롭다!!   이중적인 인간 한니발의 활약을 보고 싶다면 오늘 < 한니발 > 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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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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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몸이 고장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찾게 되는 장소가 병원이다. 어쨌든 그렇게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가 내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제대로 진단을 내려서 완벽하게 치료 해주길 모두들 바랄 것이다. 사실 의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병원에 가는 것이라 우리는 의사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가 기대하는 의료진 ( 의자, 병원 ) 의 모습과 의사 본인이 생각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일치할까? 의대에 다녔을 때 품었던 이상이 병원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 의학적 소견이 높지 않은 인턴들은 더욱 더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느낄 것이다.

" 하우스 오브 갓 " 의 배경은 1970년대 미국 대형병원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턴이 다른 동료들과 병동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현대의 병원이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소설 내용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이 소설엔 통칭 " 고머 " 라고 불리는, 요양 외에는 더 이상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고령의 환자가 등장한다. 더이상의 진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환자들에게, 병원은 요양원에 침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개인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들에게 입원을 권유한다.

" 고머들은 인간일 수 있는 상태를 상실한, 대체로 나이든 사람들이지. 그들은 대부분 죽고 싶어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우리는 고머들한테 그렇게 하니깐 잔인한 거고, 고머들은 그들을 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맞서니까 우리에게 잔인한 거야. " ( p. 56 )

고령의 환자들의 경우,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더 좋은 예후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의사의 개인적인 흥미나 병원의 영리 때문에 환자들을 마치 실험실 속의 쥐처럼 다루는 병원과 의사들. 환자들은 필요도 없는 검사를 받고 실험을 당하다가 합병증으로 죽어간다. 현재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점에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설비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과연 제대로 된 치료가 가해지고 있는지... 양심적인 의료진에 의한 정확한 진료가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쟁같은 이런 의료의 최전선에 햇병아리 인턴들이 있다. 힘들어서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 고머 "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인턴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책을 통해 이론을 습득했을 뿐 실전 경험이 매우 부족한 인턴들이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 던져지다니... 그들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중압감은 아마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포츠의 자살 이후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하고, 무감각하고, 너무 두려워 울지도 못하고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우리 각자는 자신을 구하려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에디처럼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건물에서 뛰어내려 8층 아래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자살하지 않으려 싸우면서, 우리는 우리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의사가 되어가고 의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p. 532)

“이 경험이 자기를 일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는지 몰라. (중략) 이제 드디어 자기 안에서부터 성장하는 거야,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될 거야. 로이, 아는 알아. 완전히 새로운 삶이 펄쳐질 거야.”(p.614)

신입 사원이 회사에 들어가면, 말단 직원에서 점점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승진을 하듯 의사도 그런 단계를 거칠 것이다. 인턴-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의사들. 그 과정에서 의료기술을 연마하고 많은 환자를 대하며 진정한 의사가 된다. 사실 이 책엔 의사들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그러나 애벌레가 매미가 되기 위해서 7년이라는 땅 속 생활을 견뎌내듯이, 각각의 햇병아리 인턴들은 전공의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수련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시간을 포기한 채 환자에게 매달린다.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니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전에 응급실에 몇 번이나 실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땐 의사들이 왜 이리 불친절하고 정신없어 보이고 무뚝뚝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 환자의 입장이었으니 ) 의사들의 눈으로 병원 상황을 보니,, 참 그들은 매일매일 힘든 삶을 견뎌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고 있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들이 왜 그리 다 젊은지도 이제 알게 되었고 ( 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들이었던 것!!! ) 가족 중 의사와 간호사가 있어서 그 삶의 고단함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고단한 삶이구나 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의학 드라마 [ 하우스 오브 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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