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스페셜 에디션)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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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고토 감독에 대해서는 [ 너의 이름은 ] 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 너의 이름의 ] 내용을 잠시 이야기하자면, 남녀 주인공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다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만남을 가지게 된다. 우연과 필연이 더해져 점점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 그러나 커플 중 한쪽이 위험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고, 그 혹은 그녀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 구조가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 [ 날씨의 아이 ] 도 그에 못지 않게 신비로운, 초자연적인 현상과 풋풋한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도 신카이 마고토 감독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온다. 영원한 피터팬의 일본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아직 청소년기를 벗어나지 않는 주인공들,, 그런 만큼 아직 완벽하게 성장하지 않은 그들은 그 나이때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는 고통을 앓게 된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작지만 아름답고 너무나 순수하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 톡 ” 하고 터질 듯한 [ 날씨의 아이 ] 속 주인공들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호다카는 고향인 섬을 탈출해서 도쿄로 향하고 있다. 그가 왜 가출을 하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부모님과의 갈등이라는 사실이 언뜻 시사된다. 배에서 실수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질 뻔한 호다카. 그때 한 깡마른 몸매의 아저씨가 그를 구해주고, 생명을 구해준 그에게 호다카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여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준다. 그리곤 그 아저씨에게서 받는 한 장의 명함.


한편, 도쿄에 온 호다카는 연고가 하나도 없는 도시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가출을 위해 모아두었던 비상금이 다 떨어지고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수프로 허기를 떼운지 어언 3일, 거기서 일하던 왠 아르바이트생이 호다카 앞에 햄버거를 턱 하니 놔두고 돌아선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는 호다카에게 그녀는 말한다. " 며칠 째 수프만 먹고 있잖아.. " 3일을 굶은 호다카에게 있어서 그때 그 햄버거는 이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맛이었다나 뭐라나...


어쨌든 차갑고 냉정한 도시 도쿄에서 노숙을 하며 떠돌기를 며칠, 도저히 버티기 힘들었던 호다카는 마지막 보루로써, 배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줬던 명함 하나를 들고 그에게 무작정 찾아간다. 지하에 있는 허름한 사무실을 운영하는 스가라는 남자가 바로 명함의 주인공인데 이 사람은 초자연적 현상을 주로 취재해서 잡지사에 넘겨주는, 일종의 작은 편집 프로덕션 일을 하고 있다.

쫓겨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순순하게 호다카를 받아주는 스가, 스가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나츠미라는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호다카는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스가와 나츠미의 곁에서 점점 도쿄생활에 적응해간다. 나츠미와 함께 여러 기이한 현상과 초자연 현상을 취재하러 다니던 어느날, 여고생들에게서 흐린 날씨를 맑게 바꿔주는 " 맑음 소녀 " 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 맑음 소녀 " 를 취재하러 갔더니, 그녀는 바로바로바로 그에게 햄버거를 사주었던 그녀,, 바로 " 히나 " 였다!!!

아무리 많은 비가 내리고 태풍이 쳐도 그녀가 기도만 하면 어느새 햇빛이 쨍쨍 내리쬔다. 그녀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초자연 현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어느 무녀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여인들이 있다고 한다. 햇빛을 관장하는 이나리 여자와 비를 관장하는 용신 여자. 그들은 모두 각각 자연령에 빙의되어 있다고 말하는 무녀. 그런데 그녀가 말하길, 맑은 여자와 용신 여자 모두 자연을 다루기 때문에 크나큰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하는데....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 답게 가출한 소년과 초능력의ㅏ 힘을 가진 소녀와의 만남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날씨를 빌어주는 마음 착한 소녀 히나, 그러나 왜 착한 사람들에게 비극이 스며드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치러야하는 댓가는 톡톡하기만 한데... 신비로운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순수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 날씨의 아이 ]. 영화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국이 시국이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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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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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태평양의 조그마한 섬마을 보라보라에 살고 있다.

아마도 그 이름만 듣고 어떤 섬인지를 바로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항에서 탑승권을 발급해주는 직원조차 늘 어디에 있는 곳인지 묻고는 하니까.

태평양의 진주라고 불리며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인 보라보라 섬.

그곳에서 저자는 9년간 남편과 검은 고양이 쥬드와 함께 살면서 느꼈던 일상생활의 소소함을 글로 전달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여행지. 저자는 거기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상생활을 보냈을까? 급 궁금해진다.

생활에세이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2. 이 모든 전달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3. 어른이 된다는 것

4. 심심한 건 꽤 좋은 일

# 벌거벗은 아이

모아나의 가족들은 낡은 집에서 사는 것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외적인 것으로 이곳 사람들을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정신적으로는 다소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 쉽다. 필요한게 있으면 앱을 통해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가끔은 욕구불만을 채우기 위해서 온라인을 목적없이 배회하기도 한다.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얻고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살아가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하는 섬주민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한 삶을 살아가는 듯 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확행을 실천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 우리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

‘가족들이 보라보라섬에 놀러 왔을 때, 새삼스럽게 놀랐다. 딱히 나눌 말이 없어서였다.

과묵하기로는 아빠가 최고였지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섬에 있는 국제공항까지 따라가서 가족을 배웅하고 돌아와 텅 비어버린 집 앞에 서 있었을 때,

쥬드가 안에서 ’야아옹‘하고 울어주어 문을 열 용기가 생겼다.’

일을 하려고 하면 노트북 위에 앉아버리고, 침대에 누우면 내 배를 꾹꾹 누르고,

‘나 여기 있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가족끼리의 적막함을 없애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웃게 한 장본인.

또한 가족들을 떠나 보낸 후의 공허함을 위로해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고양이의 행동들.

요즘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낱 동물이라고 생각한 존재가 서먹서먹한 가족들을 이어주는 존재가 되어주다니...

어쩌면 서로에게 무심해져버린 우리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공짜.

‘요즘 나는 매일같이 해 질 때를 기다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하늘이 물든 날에는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엄마는 그것도 고맙다고 하고, 나는 미안해지고 만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공짜라서, 정말 다행이다.’

보라보라섬만이 줄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을 엄마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행복인 것이다.

#우리만 아는 농담

‘서로의 사진에 가끔가다 ’좋아요‘를 눌러줄 뿐. 하지만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먼 훗날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에게는 우리만 아는 농담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모르겠고~~’라고 하지만 정말로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보라보라섬에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처럼

우리도 주어진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가져보는 것을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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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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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분석하면 아직도 그런 원시적인 방법에 기대어 사람을 분석하느냐는 날카로운 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날카로운 반응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니, 어떤 정형화된 틀에 자신을 가두는게 싫어서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그냥 재미로 사람들을 분석해서 이야기해주는데 너무 심각하게 반응을 하니 깜짝 놀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실 50억 인구를 단순하게 4개의 혈액형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하다. 세상의 인구가 많은 만큼, 각각의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성격 형성은 DNA 뿐만 아니라 자라난 배경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각 혈액형 별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하는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다. 주위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가족들을 봐도 그렇고 어 정말 혈액형에 따라 행동하잖아?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는 각 혈액형별 특징을 잘 정리해놓았고 그걸 보니 예전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 농촌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나는 잠에 있어서만큼은 강한 편이다. 아예 안 자고 버티는 것도 할 수 있고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기도 한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잠을 이기지 못해서 봉사 활동 중간에 집에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선배들이 밤에 잠을 안 재우고 하루 일과에 대해서 토론을 하라고 하는 바람에 신경질 내면서 집으로 돌아간 친구... 그녀의 혈액형은 AB 형이다.



까칠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으로 보였던 그 남자.... 자기 말이 항상 옳고 내 말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던 그 남자를 오래 만나보니 속정이 깊어도 그렇게 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물을 줄때 꼭 던지듯이 주던 그 사람,,,,, 말은 그렇게 안 했지만 선물을 줄 때면 좀 부끄러워하면서 마치 " 오다가 주웠다 " 라는 식으로 주곤 했는데 알고보니 그의 혈액형은 .... B 형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 그녀는 무척 강해 보인다. 별명이 천하대장군인 그녀는 어떤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돌파할 것 같은 그런 강한 카리스마를 뿜뿜 풍긴다. 예술 분야에 매우 무지하지만 돈 버는 일에 있어서만은 최고인, 따라서 생활력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그녀의 혈액형은 .... O형!!



예전에도 이 작가의 광팬이었었는데 다시 책이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얼마 전 포스트에 소개되었을 때 악플이 많이 달렸던데 작가분이 부디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란다. 사실 혈액형이란 건 맹신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참고를 해두면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재치있는 혈관고의 작가님~~~ 다른 작품 내실 생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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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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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온다 "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시신 처리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르는 것 같다. 사람의 인생이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다. 가족이 있더라도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홀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커진다. 예전에는 반드시 배우자가 있지 않더라도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는 나의 죽음을 발견해줄 수 있는 구조였지만 가면 갈수록 사람들 끼리의 왕래가 줄면서 정말 소위 " 고독사 " 라 불리는, 홀로 죽는 사태가 진짜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미처리 시신을 뒷수습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저승의 배경이 책방이고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의 영혼은 책으로 정리되어 책방에 꽂혀있다. 유명인사의 책을 대필해주는 고스트라이터이자, 중고책방인 ' 솔 ' 이라는 곳을 자주 찾았던 주인공이 미처리 시신 치다꺼리 대원으로 등장하고, 중고책방 ' 솔 ' 의 주인장이었던 김사장님도 왠일인지 이 저승 책방에 미리 와 있다. 그러고보니 김사장님도 소리소문없이 죽어버린 미처리 시신이었던 것!!!

김사장님은 주인공에게 [ 치다꺼리 지침서 ] 라는 책을 던져주면서 책을 먹으라고 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페이지 한장, 두장 뜯어서 먹어야 되는 주인공. 그는 치다꺼리에 나서기 전에 2권의 책을 먹어야 한다. 일단 [ 치다꺼리 지침서 ]. 여기에 어떻게 미처리 시신을 수습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인데, 이 책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 속에 주인공이 수습할 첫번째 미처리 시신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치다꺼리에 나서야 하는 첫번째 시신은 바로 S032-3905696-허 08 이다. 배움도 짧고 변변한 직업도 없없으며 늘 형과 형수에게 무시당했던 허 08 은 [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 ] 라는 책을 복권으로 여기고 맹신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강연을 쫓아다니고 강연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부를 쌓는 법을 배우고자 했던 허 08은, 그러나, 차갑게 돌아온 저자의 반응 때문에 실망하고,, 결국은 실망을 넘어선 절망 때문에 저자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그런데 사실 막상 그 책을 쓴 사람은 미처리 시신인 허08 의 치다꺼리를 해야하는 우리의 주인공 저승사자였으니, 그 유명인사에게서 배울 게 없었음은 당연한 것.

책방이 저승,, 미처리 시신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 열 여덟시간,, 치다꺼리를 담당하는 저승사자는 생전에 남의 글을 대필해주던 고스트라이터,, 저승사자는 사연도 기구한 미처리 시신들의 열 여덟시간 동안 그들이 이승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봐야 자신의 시신이 발견될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정도? 이지만.. 그런데 알고 보니 저승사자 본인이 가장 기구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본인 또한 미처리 시신 상태가 되어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 갇혀 있는 상태. 그에게 일어난 일은 도대체 뭘까?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은 일종의 추리 + 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그리고 시신은 왜 발견되지 않는지,, 사연들은 매우 기구하고 슬프기조차 하다. 불안한 우리 시대가 낳은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 이후의 세상이나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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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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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이다. 항상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헬스클럽에 등록해놓고 한 달에 가본 횟수는 1~2번, 수영장에 등록했다가 너무 친한 척 들이대는 회원분들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가지 못하고, 요가 클래스를 신청해놨다가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바람에 못 가게 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은 다 변명인 것 같고 나의 의지 박약 때문에 꾸준하게 운동을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를 읽어보니, 작가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동질감이 조금 느껴졌다. 아쿠아로빅을 다니며 한동안 신나게 운동을 했던 저자, 갑자기 친근하게 들이대는 소위 인싸 회원 ( 인기회원, 즉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회원을 지칭하는 듯 ) 때문에 부담을 느끼며 거리를 둔 사연을 들어보니 꼭 그런 부류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소를 가도 바로 적응을 하고 인싸가 되는 사람들 아니면 저자처럼 너무 친근하게 구는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며 물러서거나 아니면 운동을 결국 그만두게 되는 사람들. 나는 후자이기 때문에 저자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질 수 있다거나 운동을 꼭 해야한다는 훈계조의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체력의 고갈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 저자가 여러 운동을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운동을 찾아가게 되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향한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적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복싱을 비롯하여, 필라테스, 요가, 아쿠아로빅, 커브스, 스포츠 댄스 등등 거치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찾아헤맨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털어놓은 운동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공감이 많이 갔던 에피소드는 단연 [ 운동요의 세계 ] 였다. 사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너무나 지겨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종종 TV를 켜두거나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한다. 그런데 가끔 운동 의욕이 불타오르고 다른 날보다 달리기가 훨씬 더 잘 될 때가 있다. 바로 귀에 찰싹 달라붙는 흥겨운 음악을 들을 때이다. 저자도 저절로 팔 다리가 움직이게 만들었던 흥돋는 음악에 대한 썰을 이 에피소드에 자잘하게 풀어놓는다.


“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채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케이팝 러버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전주를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티아라의 [ 롤리폴리 ] 였다. 첫 수업부터 흥이 바짝 올랐다 .


“ 그저 아쿠아로빅을 하는 중이었지만 내 취향의 노래를 만나자 광대가 살짝 솟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롤리폴리 ] 가 끝나니 곧바로 AOA 의 [ 심쿵해 ] 가 수영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묘하게 현재와 몇 년의 간격을 둔 케이팝 메들리는 나를 번쩍번쩍 들어 7년 전, 5년 전, 3년 전으로 옮겨놓았다.”


[ 인싸의 습격 ] 이라는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예전에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었던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저자가 아쿠아로빅을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 인싸 회원이 그녀에게 격하게 친한 척을 한다. 인싸 회원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 처녀야 애 엄마야? ” 저자는 이상하게 상대를 탐색하는 듯한 그 인싸회원의 눈빛을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생활의 경계와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감각이 아직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낯선 사람 간의 대화는

곧잘 타인의 정상성을 감별하는 절차로 변모한다. 자칫하면 입방아에 오를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


“ 건강하고 활기찬 나의 인싸 회원님에게 이런 생각을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발가벗고 샤워실에서 마주치는 우리의 환경 역시 깊고 지적인 대화를 나누기에 적질하지 않다.

나는 그저 묵묵히 아싸로 버티기로 했다 ”


운동하러 가기 싫은 날 ( 물론 매일 그렇지만 )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지면 좋을 듯 하다.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결국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열심히 그리고 충실하게 몸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느낀점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 저자.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해야겠다 싶은 분들 그리고 요즘 들어서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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