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사람은 조립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야
마음은 이식되지 않으니까
SF 소설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독자들에게
매우 끔찍한 질문을 던진다. "단지 생명을 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몸을 분해해도 되는가?" 더욱더 끔찍한 사실은
이 질문이 소설 속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방식'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배경은 제2차 미국 내전, "하트랜드" 전쟁 이후의 세계이다.
임신 중절을 둘러싸고 격렬한 갈등 끝에 한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이것은 13세에서 18세의 청소년을, 부모의 허락 하에 "언와인드"
즉,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는 법령이다.
이 법에 따르면 해체된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신체가 남들에게 이식되기에 일종에 살아있다고 여겨진다.
일종의 궤변이긴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미래 사회에서는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
등장인물 중 코너는 분노 조절이 어려운 문제아로
부모의 언와인드 신청을 교묘하게 피해 도망친다.
리사는 보호시설 출신으로 음악 성적이 기준 이하인 탓에
언와인드 신청이 되었고, 마지막 레브는 종교적인 "십일조" 개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희생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였다.
종교적이고 억압적인 가족 분위기 탓에 세뇌가 심하게 되었던
레브를 제외하고는 코너와 리사 모두 언와인드에 크나큰 두려움을
느끼고 "생존"을 위해 도망치게 되었고, 결국 레브도 이 법의 모순에
눈을 뜨게 되는데.....
이 책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잔혹한 상상이
시스템화되어버린 무시무시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세계관은 매우 치밀하게 구축이 되어 있고
비현실적으로 느끼지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도 임신 중절을 둘러싸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항상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임신한 사람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태아를 동등한 생명체로 간주하여 보호할 것인가?
결국 생명법, 즉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13세에 이를 때까지
그 생명에 대한 침해는 금지된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들은
황새 배달을 통해서 낯선 가정의 문 앞에 버려지게 되고
법에 의해 그 가정은 반드시 아이를 키워야만 한다.
이는 사회의 제도가 도덕과 윤리를 빙자해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설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 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과연 코너와 리사 그리고 레브는 언와인드 당하지 않고
무사히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이 작품이 대단한 이유는 인간의 생명과 존재를 둘러싼 철학적 질문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잔인하다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법" "윤리" "생명" 그리고 "책임"
등과 같은 표현들이 가지고 있는 무게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 같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설정들과 소설을 덮은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끔찍한 장면들... 이 책은 오지 않을 먼 미래를 그저 흥미롭게 다룬다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끔찍한 미래를 경고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매우 어둡고 불편한 주제
그러나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할 주레를 다루고 있는 책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