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분석해 볼 수 있다니 흥미롭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소설 [ 당신과 다른 나 ].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던 점은, 내가 과연 독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왜곡된 기억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한참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를 걷는 것 같았다. 걷고 또 걸어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나선형의 거리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일단, 한 부부가 들려주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처럼 시작된다. 아내는 근래 들어 낯설게 느껴지는 남편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다.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 그는 물건이 어디있는지 제대로 찾지 못하더니 급기야는 키우지도 않았던 개를 찾아헤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뭔가를 사서 들고 가는 남편을 분명히 봤는데 집에 들어오는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녀는 낯선 사람처럼 변해버린 그를 보며 생각한다.

" 그이가 도대체 내게 무얼 숨기려고 하는지, 그게 진짜 무엇인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찾으려 했던 것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개라니요? 어떻게 그걸 잃어버려요?

무엇보다 애당초 키운 적도 없는 그것을 그이는 어디서 찾겠다는 걸까요 ."

한편, 남편은 아내 미양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과 꼭 닮은 남자를 찾는 광고문을 인터넷에서 봤다는 이야기. 심지어 자신이 소유한 셔츠를 입은 그 남자를 남편이라며 누군가 찾더라는 이야기.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라 되도록 무리에서 튀지않으려 노력한다는 그는, 옷 색깔도 되도록 브라운 계통이나 회색으로 고른다. 너무나 무난해서 사람들이라는 배경 속으로 곧잘 녹아드는 그를 닮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의미심장한 말을 속으로 속삭이는 남자 주인공.

"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실은, 당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건 실수였지. 당신에게는 말해줘야 할 것 같았어......

내가 말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미양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미양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 중략 ) 지금 내 감정이 진짜라는 걸, 내 사랑에 하나도 거짓이 없다는 걸, 미양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걸까?"

도대체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심각한 건망증 혹은 치매에 걸려버려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남편을 데리고 사는 아내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 세상에 반드시 나를 닮은 누군가가 한 명 쯤은 있다는, 그 도플갱어 이론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예전에 TV에서 봤던 한 드라마가 떠올랐다. 현실과 만화 속을 오고가던 주인공들. 현실 속 그들의 모습과 만화라는 허구 속 다른 존재인 그들은 서로에게 끊임없는 영향을 미친다. 만화라는 허구 속 존재가 위기에 처하면 현실 속에 존재하는 도플갱어도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

[ 당신과 다른 나 ] 속의 남편의 직업이 제약회사 연구원인 줄 알았다. 아내인 미양이 그렇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러나 알고보니 남편의 직업은 소설가였다. 세계 속에 또다른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는 소설가. 남편은 자신을 자꾸 연구원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내가 걱정된다. 그러나 아내는 있지도 않는 개를 찾아다니는 남편이 낯설기만 하다. 도대체 누구의 기억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의 존재가 어떤 이야기 속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아 숨쉬리라는 보장은 없는가? 작가는 현실이라는 세계와 그 속에서 창조된 허구라는 세계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의 끝부분에선 약간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내가 어딘가에서 창조한 나의 캐릭터가 언젠가 내 집 방문을 두드리지 않을까? 싶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기적으로 인해서 안도감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대부분 생명과 관련이 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밀림(책에선 ‘다우림’)에서 홀로 살아 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1971년 12월 24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푸카이파로 가던 랜사 항공의 소형 비행기가 폭풍우 속으로 사라졌다. 탑승객 92명 중 단 한 명의 생존자인 열일곱 살 독일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는 3,000m 상공에서 페루의 밀림으로 떨어졌다가 홀로 살아남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책은 이 기적의 소녀가 본인의 입을 통해 겪은 상황을 직접 들려주는 책이다.

주인공은 부모님이 동식물학자라서 페루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페루의 밀림을 누볐으며 밀림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는 그녀가 어렸을 때 밀림에서 경험한 자연의 신비에 관한 얘기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담겨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독일에서 보내기 위해 엄마와 둘이 비행기를 탔다가 당한 사고에서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렸을 적 그러한 경험 덕분이었다. 밀림 한복판에 떨어진 그녀는 11일 만에 나무꾼에 의해 발견된다.

책의 내용은 다우림으로 추락 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곤충들과 생물들을 다 만나고,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은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을 핥으며 해결했다고 한다.

인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밀림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터라 공포심보다는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하니 어릴 적의 경험이라고 무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물소리를 찾고 개울을 따라 강으로 가면 마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익히 배웠던 밀림에서의 생존 비법이었다.

밀림을 헤매던 그녀의 귀에 이렇게 조언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자꾸만 들리는 듯했다.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거야.”

사람들은 그녀에게 ‘녹색 지옥’에서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었냐고 묻지만, 정작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 밀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녹색 지옥이었던 적이 없다. 오히려 고향처럼 친근한 장소가 바로 밀림이었던 것.

책은 그녀의 과거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11일만에 구출된 그녀는 페루를 떠나 독일로 이주하고, 대학에 진학해 동물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페루로 돌아온다. 밀림으로 들어가 박쥐와 나비를 연구하고, 어렸을 적 그의 부모가 세웠던 오두막 연구소 일대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면서 밀림(다우림)을 지켜내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사고를 당해 밀림 속에 던져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그녀.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떨어진 그녀가 도대체 그 복잡한 밀림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한다. 많은 설명을 해줄 순 없지만 딱 한 마디는 할 수 있다. 그녀의 명쾌한 해답은 바로 ’밀림은 저마다 극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범죄소설에 열광하고 법정씬이 화려한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나는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범죄자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접 범죄에 가담하였거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보고 싶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 책 [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에는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치않았거나 간에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법망을 피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로 실려있다. 표지에 나와 있는대로 [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 이다. 지구상에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을 만큼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는데, 현재 나는 도덕적 판단의 혼란 상태에 와 있다. 흠....

변호사를 흔히 영어로 devil’s advocate 이라 부른다. 악마를 대변하는자 라는 뜻의 번역에 맞게 변호사는 의뢰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악역을 담당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아주 사악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할 거 같은데,, 그렇게 살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도 그런 정신적 부담을 안아야했던 한 변호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특히 변호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정신적 부담을 몰랐던 애송이였다.

이 책은 변호사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살인과 같은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간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변호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번지르르해 보이는 사법제도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고백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혹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악인들이 살아남았던 불공평한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평생을 변호사로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보면 양심 고백으로 들리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법이 의외로 주먹보다 멀다는 것을 담담히, 객관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안타까웠던 사연들 중에서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이 동유럽 여자들이 독일로 인신매매를 당해서 겪게되는 비참한 사례였다. 이 사례에 등장하는 의뢰인의 변호를 맡게된 사람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지만 자신의 강한 의지로 변호사자리까지 올라가게된 여성이었다. 그녀는 마땅히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해야하지만 음... 처음 그녀가 맡게된 의뢰인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맡았던 그 의뢰인은 겉으로는 젠틀해보이고 매우 친절한 남자였지만,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여성들을 인신매매해서 그녀들로 하여금 몸을 팔게 하고 학대한,, 정말 사악한 인간이었다. 애송이 변호인은 나중에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고 변호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왠걸 < 변호사 윤리 장전 제 19조 > 에 따르면 "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 " 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 결국 에송이 변호사였던 그녀는 의뢰인에게 14년이 구형되었던 1심 파기 환송을 받아내고 재판을 다시 열리지만, 첫번째 재판에서 증인을 섰던 루마니아 여성은 다시 증인석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가 증언을 하기 위해 돌아왔던 그 잠시 동안, 살해 되어 버려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겉으로 보기엔 사고로 보일 수 있는 사건들도 있고 피고의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풀지 못한 사건들도 있었다. 그리고 증거가 충분치 못해서 범인이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간 사건들도 많아 보였다. 변호사란 직업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가끔씩 회의가 들지는 않을까? 같은 인간으로써 이게 할 짓인가?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책. [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 사람들이 있다. 오래봐야 알 수 있고 오래봐야 예뻐보이는 사람들. 냉정하고 까칠하고 이기적인 것 같았던 고복희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를 깨닫는다. 그녀와 함께 일했던 호텔직원 " 린 " 도 그랬고 엉뚱했던 한달 살이 여행객 " 박지우 " 도 그러했다. 대학 시절 그녀를 배신자, 겁쟁이라고 욕했던 평생의 사랑 " 장영수 " 도 그러했고 캄보디아 교민 사회의 발전을 걱정했던 목사님 " 이영식 " 도 그러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엔 " 하... 이런 까칠한 사람 곁에서 누가 있겠냐고 ... " 이랬다가 나중엔 가슴 속에서 진정한 존경심을 느꼈으니.

원칙을 중요시하는 까칠한 여자 고복희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복희라는 사람은 절대로 춤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춤추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다만 그녀가 사랑했고 여전히 그리워하는 장영수라는 한 남자는 한때 열정적으로 디스코를 췄고 열정적으로 사람을 사랑했던 인물이었다는 것.

절대로 호텔같은 건 운영하지 못할 것 같은 까칠한 사장님 고복희씨. 똑단발에 앙다문 입술의 그녀는, 그러나, 오늘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호텔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 원더랜드 ] 라는 이 호텔은 캄보디아에 있다. 그녀가 캄보디아라는 먼 타향까지 흘러들어와 혼자서 호텔을 운영하기까지의 비밀이 많이 궁금했다. 그러나 비밀이 밝혀지기전,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한인교회와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펼쳐졌으니.....

고복희씨는 원칙주의자다. 약속은 꼭 지켜야하고 매우 단호한 사람이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 교민회에 나가지 않는 그녀의 주위에 언젠가부터 김인석이라는 사람이 알짱거리기 시작한다. 그는 만복회라는, 한국인들로 구성된 자치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으로 제법 돈을 번 사람인데,, 그가 고복희씨 주위를 맴도는 목적은 뭘까?

음식도 맛없고 사장님이 친절하지도 않은 [ 원더랜드 ] 가 그나마 돌아가는 이유는 고복희 밑에 아주 우수한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린이라는 이름의 그 직원은 캄보디아 출신이지만 마치 한국인처럼 유창한 한국말을 할 수 있다. 린은 돈이 필요하긴 하나,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없다. 그냥 [ 원더랜드 ] 가 발전하길 바랄 뿐. 까칠한 고복희의 원칙 위주의 경영 때문에 호텔이 파리를 날리기 시작하면서 린은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내고 그것이 바로 [ 캄보디아에서 한달 살기 ] 프로젝트였다. 호텔에서 숙식 제공하고 싼값에 한달 살이 손님을 모시겠다는게 그녀의 전략.

그녀의 전략에 걸려든 한국인 여성 박지우. 그녀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떠나온거나 마찬가지이다. 친구 한별은 부모가 돈이 많아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여유롭게 사는데 자신은 용돈을 긁어모은 돈으로 고작 온 곳이 여기 캄보디아이다. 게다가 [ 원더랜드 ]에서 홍보한 것과 다르게 앙크로와트는 이곳에서 버스로 7시간이나 걸린다. 앙크로와트에 대한 환상을 가득 품고 온 길인데 말이야 ... 울상을 지은채 환불을 요구하는 그녀에게 [ 원더랜드 ] 의 사장 고복희는 단호히 거절한다.

" 여기가 캄보디아 수도 아니에요?"

" 맞습니다."

" 근데 앙코르와트가 없어요?"

" 불국사는 서울에 있습니까?"

작가가 실제로 프놈펜에 8개월을 머무르면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한 묘사와 그 지역 한인들의 삶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생생하고 살아있다. 특히 한국에 가족을 놔두고 성공을 위해서 찾아왔던 최사장의 안타까운 죽음과 살아남기 위해서 반찬을 팔며 살아가는 억척녀 오미숙 아줌마의 삶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고복희의 캐릭터와 그녀의 추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생들이 한창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살았을 떄도 절대 수업만은 뺴먹지 않았던 그녀.

어떻게 보면 융통성없고 원칙주의자에 무뚝뚝한 그녀 고복희를 마음깊이 사랑했던 그 남자 장영수. 대학생일 때는 시민에 의한 정부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어민를 위해서 불철주야 뛰어다녔던 그 남자 장영수. 고복희 여사는 그가 살아있지 않은 한국이 싫어서 떠나온지도 모를 일. 호텔 사장이 저렇게 장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꽉 막힌 고복희 여자이지만, 엉뚱한 한달 살이 여행객 박지우가 남긴 호텔에 대한 글 덕에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고복희라는 여자의 삶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회의 격변과 그 속에서 피해를 입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조곤조곤 들려준다. 새만금사업으로 갯벌이 썩어나가는 바람에 고통을 받아야했던 어민들, 어민들을 도우느라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린 남편 장영수. 캄보디아에서도 위선과 가면은 쭉 이어진다. 교민들을 걱정하고 교회를 걱정하는 목사 이영수는 막상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던 최사장을 외면하고 부동산으로 조금 재미를 본 김인석은 고복희의 주위를 맴돌며 언제쯤 원더랜드 호텔을 장악할까.. 노리고 있는데.

그러나, 그 사람들의 뜻에 흔들릴 고복희 여사가 아니다. 어떻게 찾은 평화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 없지. 당당히 그들을 쏘아보며 절대로 호텔을 내놓을 수 없다는 고복희 여사. 책을 읽다보니 계속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가든 나에게 떳떳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를 깨닫게 해준 책, [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 오늘도 [ 원더랜드 ] 의 사장님 고복희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호텔 청소를 시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