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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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하면 안돼. 검은 개는 그걸 원하니까.

대신 조용히 준비해야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준비 .

평범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삼촌은 조카 지안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고 천애고아가 된 지안이를 끝까지 돌봐준 사람,

그런데 그가 자살한 상태로 욕조에서 발견되었다니...

금지옥엽 아끼는 지안이를 놔두고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닌 삼촌 정진만...

그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어느날 삼촌이 죽은 채로 욕조에서 발견되고 그를 둘러싼 세계가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의문과 원망에 가득 차 있던 지안에게 다가온 삼촌의 지인들은,

마치 홍길동같은 삼촌의 지난날에 대해 들려준다.

중학교 때 진만이한테 신세 진 애들이 꽤 있어.

네 삼촌은 그런 쩨쩨한 놈이 아니었어.

섯다 하우스를 통째로 집어삼킬 계획을 세웠거든

네 삼촌은 나한텐 은인이야.

한때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소위 섯다 하우스 ( 노름판 ) 에 중학생의 몸으로 들어가

노름꾼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문까지 닫게한 전설의 인물,, 삼촌 정진만, 그는 누구인가?

장례식을 치르는 중, 초등 동창 배정민을 만나게 되는 정지안.

삼촌을 도와 모바일 쇼핑몰 구축을 했다는 그를 통해서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삼촌이 운영한 더헬프닷컴이라는 쇼핑몰이 사실은 지하 웹세계의 murthe-help.circle 이라는 무기판매소였던 것.

머리에서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더헬프닷컴과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머더헬프는 마치 백조와 흑조를 연상케했다.

디자인은 같았다.

다만 배너에 적힌 카피가 달랐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악을 모아 응축한 듯한 단어 " 검은 개 " 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정진만이라는 인물의 정체와 그를 둘러싼 세계를 함께 던져준다.

지안에게 항상 " 검은 개 " 에 대한 주의와 경고를 날렸던 그가 킬러와 살인자를 돕는 무기고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마침 삼촌을 찾아온 인물 " 민혜 " 라는 여인은 삼촌이 총기류 커스터마이징의 장인이었다 말하고,

그가 자살한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 것이라는 말을 슬쩍 흘리는데....

지안이의 뒤에서 항상 보이지않는 방패 역할을 했던 삼촌이 누군가에 의해 처단된 상태.

그리고 그 살인자들은 현재 지안이를 좇고 있다.

삼촌을 해했고 지금 그녀를 위협하는 " 검은 개 " 의 세력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 검은 개 " 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 강지영은 가상의 쇼핑몰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불안정성을 제시하는 듯 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의 세력은 항상 공존하고 있다는 것.

사실 질병이나 죽음 같은 " 검은 개 " 가 우리의 주위에 항상 웅크리고 있긴 하지만

지하 웹 세계를 통해 들여다본 범죄들 - 아동 포르노, 납치, 살인, 스너프 필름 등등 - 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제 든든한 버팀목을 잃어버린 정지안의 주위에는 살기를 내뿜는 " 검은 개" 들이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이 위기 상황을 벗어날 것인가?

아마도 삼촌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개는 어디에든 있어.

그러니 싸움을 피할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거야.

(....) 절대 눈을 피하면 안 돼. 눈빛으로 말해야 하니까.

눈은 그대로 향한 채 천천히 다가서며 기회를 틈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아야 돼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엄청난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 [ 살인자의 쇼핑몰 ]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의 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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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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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는 유성의 인연. 

신비롭게 빛나는 유성이 맺어준 인연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치밀한 플롯의 전개와 놀라운 반전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은 추리소설이라기엔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았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분노와 슬픔 그리고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주는 작품 [ 유성의 인연 ] 속으로 들어가보자.

일본 요코스카 근교, 하이라이스로 유명한 아리아케 양식당의 삼남매인 고이치, 다이스케 그리고 시즈나는 어느날 밤 유성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러나 곧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를 피해 집으로 온 삼남매 앞에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채 부모님이 쓰러져있었던 것. 때마침 뒷문을 통해 달아나는 범인의 옆모습을 둘째 다이스케가 목격한다.

때마침 출동한 두 형사 가시와바라와 하기무라 형사가 꼼꼼이 단서를 찾아보지만 

쓸만한 게 없다.  흉기로 쓰인 것은 아리아케 양식당 부엌에서 쓰던 칼이고 범인이 놓고간 듯한 투명 우산 하나가 있지만 이미 지문은 닦여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된 단서가 없는 상황,,,, 이대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는 걸까?

계속되는 경찰의 수사로 아라아케 부부가 최근 돈을 빌리러 다녔다는 사실과 아리아케 주인장이 도박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또한 사건 직전에 피해자 부부가 각각의 계좌에서 도합 200여만엔을 인출했다는 사실도 동시에 밝혀진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아마도 범인이 사건 도중에 가져갔을 확률이 높고 그렇다면 계획 범죄라기 보다는 우발적인 살인????

세월은 흘러, 어른이 된 남매들은 미모를 갖춘 시즈나를 앞세워 소소한 사기 활동을 벌이는 팀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고이치는 컴퓨터 지식을 이용하여 각종 서류를 조작하는 일을 맡고, 둘째 다이스케는 직접 발로 뛰며 시즈나 옆에서 행동하는 역할,  그리고 시즈나는 고이치가 물어온 어리벙벙한 사내들을 꼬셔서 돈을 뜯어내는 역할이다.

여러 남자들을 울렸던 그들의 새로운 표적은 바로 도가미 정이라는 양식당의 후계자 도가미 유키나리였다.  그들의 계획인즉, 시즈나가 그를 유혹하고 보석회사 사원으로 위장한 다이스케가 그에게 가짜 보석반지를 1천만엔에 팔아치우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와인 시음회에서 유키나리를 만난 시즈나가 우연을 가장하여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고 이번 사기도 대박을 터트리나 했는데...   그런데??????

단지 사기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되는 유키나리를, 시즈나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시즈나의 마음을 눈치챈 오빠들....

이제 어떡해야 하나? 사기를 접어야 하나? 라고 고민하던 순간, 유키나리 아버지이자 도가미 정 양식당 주인 마사유키를 본 다이스케는 그가 바로 부모님이 살해되던 날 집 뒷문을 유유히 빠져나가던 범인임을 알게 된다. 또한 시즈나가 도가미 정에서 먹은 하이라이스는 아버지 아리아케 유키히로가 만든 바로 그 레시피로 만들어진 맛이었다!! 그렇다면 마사유키가 부모님을 죽인 범인인걸까? 이제 사기 계획은 180도 바뀌어서 마사유키를 잡기 위한 새로운 계획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참으로 인생이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동안 남자들을 사기의 대상으로만 보고 돈을 뜯어내면 바로 차버리던 시즈나에게 진정한 사랑의 대상으로 다가온 유키나리,,, 그런데 그 백마탄 왕자의 아버지가 잔혹한 살인마라니... 아이러니하다못해 뒷목잡을 일이다. 그들은 과연 마사유키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추리 소설이다. 그렇기에 드라마로 각색이 되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닌지,,,,,,  부모님에 대한 복수가 주제이긴 하지만 소설 안에 가족애가 있고 사랑이 있어서 감동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가 살인마라는 극적인 상황이 또한 드라마적인 요소에 양념을 더하는 듯 하다.  이렇게 착하고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 있다니,,, 너무 잔인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기회가 되면 [ 유성의 인연 ] 의 드라마도 한번 감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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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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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NO,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


결혼, 육아, 사교육, 비혼주의, 왕따, 취업, 미투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솔직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집안은 대대로 탐정 집안으로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쌍둥이 오빠 또한 탐정이다. 전일도의 부모님은 딸이 탐정이 되는 것을 온몸으로 반대하지만 어찌하랴.. 그 부모님에 그 딸인 것을.


"수임료는 착수금, 성공 사례금, 위험수당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할인은 해 줘도 할부는 절대 안 되며,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에도 의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영업 인맥’이 된다 "


주인공인 전일도 또한 핏속에 흐르는 탐정의 끼를 숨기지 못한 채, 계속 해오던 공시준비를 접는다. 그리고는 자격증도, 사무실도 필요 없고 스마트폰과 카메라 그리고 메신저 기능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탐정이 되었다.


# 첫 의뢰 사건은 ‘사라진 그녀를 찾아주세요.’


어느 날 한 남자가 부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 온다. 전형적인 초식남이었던 그는 회사를 마치고 오면 맥주 한 잔에 TV 보는 게 낙이다. 결혼해서 부인과 아이들을 먹여살릴 자신도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계약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데이팅 앱을 통해 어떤 여인네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조건에 의한 결혼이었지만 그녀의 요리 솜씨와 인성에 반하게 되면서 진지하게 ‘진짜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그런 의도를 비친 순간, 그녀는 사라지게 된다. 그녀가 사라진 진정한 이유는 뭘까?


“나 그 남자 꼴도 보기 싫어. 왜 나한테 그 맛있는 파스타란 걸 먹여서, 

왜 내가 해 주는 파스타를 먹고 그렇게 좋아해 줘서,

왜 내가 셰프라는 거짓말에 의심 없이 속아 줘서, 

내가 진짜로 셰프가 되고 싶게 만들어! (중략)

나도 내가 셰프가 되고 싶다는 게 개꿈 같아서,

이름도 속이고 다 속이고 이런 웃기지도 않는 스파게티 교도라고 우기고 다니는데 왜 그것까지도 다 믿어 줘서!“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았던 한 남자가 " 계약결혼 " 이라는 조건을 내세운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다니,, 동화 속에서나 나올 일 같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손편지 한 장으로 그들은 서로의 믿음과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사건은 해결된다. 셰프가 되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이라 좌절했던 그녀,,, 과연 그녀는 셰프의 꿈을 이뤘을까? 이 여성을 찾은 일을 계기로 주인공 전일도 탐정은 카톡 프로필을 수정한다.


내 이름 전일도, 구 공시생 겸 불륜탐정 현 실종탐정이죠.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드립니다.


# 의뢰 사건 ‘가연이를 찾아주세요.’


“내가 걔를 어떻게 키웠는데! 왜 엄마가 1순위가 아니야? 

내가 지한테 못해 준 게 뭐가 있다고?

다 지 잘 되라고 학원 보내면서 내가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알아요?

주상복합 애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지가 공부라도 잘 해야 할 것 아니야!”


예전에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라고 반항할 수나 있었지,, 요즘 아이들은 그냥 체념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스케쥴에 따라 학원, 학교를 오가며 지낸다. 물론 엄마의 정보력에 의해서 자식이 더 좋은 대학에 가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기타 등등.. 미래가 밝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현재는? 본인의 의견은 무시된 채 공부기계처럼 살아가는 아이들.. 과연 중압감을 언제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구성되어진 아홉가지의 사건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짚어주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 전일도 탐정은

그냥 문제만 해결해주는 탐정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상황을 진정으로 " 공감 " 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전일도를 통해 상처난 마음을 치료하고 활짝 미소를 띈 채 사무실을 떠나는 의뢰인들. 나라면 전일도 탐정에게 무엇을 의뢰할지 고민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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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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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질병들과 맞서 싸우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질병들 중에는 완쾌가 가능한 질병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질병 또한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과 관련된 질병은 완전한 완쾌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2005년 7월,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 아들 케빈이 생일을 일주일 남겨두고 집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맨 뒤 10년 동안 작가는 어떤 주제로 책을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가족들에게 시련이 닥친다. 큰 아들 딘 또한 조현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딘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선언하고 다니다가 결국 경찰관에게 제압되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던 날, 그와 아내는 어둠의 그림자를 목격하게 된다. 가족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하여 작가는 어떤 주제로 책을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쓰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을 무너뜨린 사건은 2014년 1월 30일 밤에 일어났다.

그가 참여한 공청회에서 평범한 청바지와 청치마에 플란넬 셔츠 차림의 떨리는 목소리와 그들의 손에 쥐어 있는, 뭔가가 적힌 종잇조각도 바르르 떨리곤 했던 자신들의 소신을 밝히러 나온 정신질환자들의 얼굴과 영혼의 모습을 보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 공청회장에서 요구한 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희생자가 되어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요청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그 방 안에서 잊지 못할 모습으로 전시되고 있던 자신들의 인간성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묻지마 사건들에 의해 알려지게 된 정신질환의 일종인‘조현병’이란 병명. 이런 사건들 이후 사람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무서워하게 되었다.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언론이 이것을 부채질했다. 치료보다는 증상과 원인 그리고 성향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정신질환자를 무서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극단적인 격리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현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위험한 사람들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체 범죄율에서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범죄율은 0.1%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 주변에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있을 것이며, 빠른 시기에 제대로 된 진단과 상담을 받는다면, 환각과 환청 증상이 완화될 것이고, 또다시 끔찍한 살인사건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 또한 자신들이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이 아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들이 미친 사람이 아니라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일 뿐이다. “질병인식불능증”은 조현병 환자들에 나타나는 가장 끔직한 증상중 하나이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도 인지 못한다는 점이 치료시기를 늦추어 증상이 심각해 질수 있고, 질병을 인지하고 치료받기를 권유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과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처럼 모두가 같이 살 수 있도록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부터 색안경을 벗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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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방 The Black room K-픽션 26
정지아 지음, 손정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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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방에는 그녀의 구십구 년이 안개처럼 고여 있다.

그녀의 숨결에 따라 어떤 기억은 물안개로 피어오르고 어떤 기억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피어오르는 것은 묵은 기억들이다. (...)

그녀는, 살아있는 그녀는, 오직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좋은 한국 문학을 번역해서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취지의 K-Fiction 시리즈.

이번에는 [ 검은 방 ] 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 검은 방 ] 은 문자 그대로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으나,

이제는 미래의 삶이 보장이 되지 않는, 기억과 추억이 뒤섞인 한 노년의 의식 속 어딘가를 가리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날 빨치산 활동을 하며 이념과 조국을 위해서 살았던 투사였던 그녀는, 

이제 빛이 고통스러운 나이 아흔 아홉 살이 되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에야 비로소 생기를 띄는 그녀는,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헤매는 존재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과거의 기억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생생해진다.

밤하늘에 흐르는 반짝이는 은하수처럼, 어두운 방 속 그녀 주위에서 차고 흐르는, 

빛나는 과거의 기억과 추억들.






일찍이 산에서 첫 남편을 떠나 보낸 후 빨치산 동료였던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주인공은 늦은 나이 마흔에 딸아이를 얻었다.

피가 끓는 젊은 날에는 대의와 이념 그리고 조국을 위해 싸웠으나

이제 그녀에게는 딸아이가 세상 전부가 되었고 그녀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딸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허리 굽혀 밤을 주웠고 껍질을 깠으며 

이제 다 자라서 대학 강사가 된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 한 가득이다.


딸의 일상이 사소하게 흔들리면 그녀의 삶에서는 우주가 흔들린다.

전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그녀다.

사상을 잃은 뒤로 딸이 그녀의 사상이 되었고, 딸이라는 사상 앞에서는 잠시도 초연할 수가 없다.

사상이 위대한 것인지, 혈육이 위대한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고 어머니였던 그녀는 이제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이 서 있다.

미래는 희미하고 현재는 어둠에 싸여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마치 가족처럼, 친구처럼, 

그녀의 곁에 머물며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녀의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은 하나 더 있다.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 강사 자리를 포기하고 내려온 딸아이.

그녀가 아흔 아홉이라는 긴 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딸아이 덕분이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도 불을 켜지 않는 이유는,

딸아이가 기거하고 있는 윗집 등불에 비친 딸아이의 모습을 더 잘 지켜보김 위함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어둠은 농밀해진다.  손을 뻗으면 어둠의 질감이 느껴진다.

솜이불처럼 두텁고 무거운 어둠이다.

모든 것을 삼킨 어둠은 죽음 그 자체 같기도 하다.

아침이 오고 빛이 스며들기 전까지 그녀는 죽음 속에 고요히 누워 있다.


어둠 속에 마치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지만, 그녀의 머릿 속엔 과거가 살아나 생생하게 숨쉬고 있다.

남편이 죽은 뒤 동료의 수의를 지어주던 젊은 자신의 모습과

지리산 활동을 " 사랑의 밀어 " 처럼 함께 나누었던 두 번째 남편과의 일생 그리고

양갈래 머리로 촐랑거리는 딸아이의 모습과

토벌대에 쫓겨 폭설이 내리는 천왕봉 아래 눈구덩이에서 몸을 숨기고 며칠을 굶던 빨치산 시절의 기억이 있다.


K-Fiction 시리즈의 책은 매우 작고 내용도 짧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함축적이고 간결한 편이다.

서사구조가 장황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딱 하고자 하는 말만 전달하는 것 같다.

한 여인이 있었다.

아흔 아홉해의 삶은 어디론가 떠나버렸지만

그 기억과 상념, 회한과 욕망은 서로 뒤엉켜서 그녀 옆에 머무른다.

진득하니,,, 그러나 무겁지 않게 그녀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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