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0시의 몸값
교바시 시오리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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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은 10억 엔 기한은 24시간

반드시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하라

좋은 추리소설의 조건은? 신선한 소재와 예상할 수 없는 미스터리 그리고 짜릿한 반전이 아닐까? 이 소설 [오전 0시의 몸값]은 3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납치 사건과 크라우드 펀딩이라니?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어우러져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왜 하필이면 크라우드 펀딩일까?라는 호기심에 붙들려서 끝까지 책을 손에서 못 뗀 독자들이 아마 많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등장! 독자들을 복잡한 미로 속으로 집어넣고 출구에서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소설 [오전 0시의 몸값]으로 들어가 본다.

니쿠라 미사토 법률사무소에서 '프로보노', 즉 공익을 위한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 다이키. 어느 날 그에게 혼조 나코라는 여성 의뢰인이 찾아오게 된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와 어울리다가 그만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사기 범죄에 연루된 그녀는 경찰에 자수를 할 결심을 하고 보이스피싱 일당과의 마지막 사건에서 그들이 훔쳐낸 가방 속 서류를 빼돌린다. 서류가 도난당한 것을 알게 된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쫓기고 있던 그녀를 구해준 것이 바로 니쿠라 미사토 법률사무소의 대표 미사토 변호사이다.

나코로부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듣게 된 고야나기 변호사. 그러나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나코가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코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일본 최대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보유한 IT 기업 '사이버 앤드 인피니티'에 도착한다. 범인이 원하는 금액은 무려 10억 엔!! 한국 돈으로 100억 원!! 몸값은 반드시 일본 국민들이 내야 하고 몸값이 10억 엔에 미달한 경우나 기일까지 송금하지 않는 경우 나코의 신변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협박 메일의 요점이다. 가야 나기 변호사는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게임 같은 이런 일을 벌이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크게 분노하게 되는데....

경찰에 모든 것을 밝히려던 어느 젊은 여성을 납치한 괴한,, 그 괴한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몸값을 받아내려 하고... 이 두 가지 사실 사이에 전혀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납치 사건이라고 하면 비밀리에 몸값을 받아내려는 것이 보통인데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방식으로 몸값을 받아내려 하다니.. 범인이 완전히 대담하거나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사이버 앤드 인피니티'라는 특정 IT 기업의 모금 사이트를 통해서란 말인가? 사실 이 범죄 사건에 휘말려 있는 동안 이 IT 기업 사이버 앤드 인피니티는 영업 활동을 할 수 없어서 손해가 막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것은 기업을 무너뜨리려는 누군가의 음모 혹은 계략?

갑자기 의뢰인이 실종되더니 납치되고 말았다. 보스 미사토 변호사는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인다. 납치 사건을 파들어가는 동안 한 언론사의 기자가 따라붙으면서 이 납치 사건이 사이버 앤드 인피니티 기업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일에 휘말린 듯한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속시원히 말하지 않는 의뭉스러운 보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납치된 의뢰인... 그리고 약속 기한까지 무조건 거둬들여야 하는 10억 엔의 돈... 일본 국민들은 협조를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듯한 이 사건.. 대단히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는 듯한 실타래.. 과연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나코를 납치한 범인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출현으로 너무나 놀랐던 소설 [오전 0시의 몸값]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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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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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당신이 치유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자기 안에 회복의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학교 폭력, 직장에서의 왕따, 그리고 아동학대 등등 우리 사회는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일에 매우 민감하다. 학창 시절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던 여주인공이 어른이 된 후 가해자들을 찾아내서 잔인한 복수를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걸 보면 더욱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폭력이나 학대, 즉 괴롭힘이 만연해있다는 반증일 텐데, 왜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않을까? 저자 제니퍼 프레이저는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를 통해서 괴롭힘이 발생할 때 우리의 뇌가 겪게 되는 부정적인 변화와 회복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매우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녀가 "괴롭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들 몽고메리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농구 토너먼트를 마치고 돌아온 몽고메리는 입과 혀에 염증으로 생긴 궤양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알고 보니 아이들로부터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코치들이 공개적으로 몽고메리에게 면박을 주고 욕설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코치들의 학대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몽고메리의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분비가 되었고 그로 인해 입과 혀에 온통 궤양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신체적인 학대가 몸에 남듯이, 정신적으로 받은 학대도 뇌에 고스란히 상처를 남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 제니퍼 프레이저는 정신적인 학대가 뇌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로써 영화 "위플래시"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봤을 때 지휘자 플래처가 엄격한 지도법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영화 위플래시는 음악 하는 기쁨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공포와 고통에 관한 영화라고 고백한다. 사실 영화 속에서 지휘자 플래처에게 학대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한 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드럼 천재가 되는 주인공도 피해자로 시달리다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는 여자 친구와 소통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제니퍼 프레이저가 언급하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욕이나 성희롱처럼 신체에 가하지 않는 정신적 학대로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뇌에 영향을 미쳐서 학습과 성공을 방해한다고 한다.

저자가 아들과 영화의 상황을 예로 들었듯이 괴롭힘과 학대는 우리 삶에 불행을 안겨주는 요소이다.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왜 피해자들이 우울증을 겪게 되거나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몰랐다. 즉, 일반인들은 괴롭힘 때문에 겪게 되는 정신적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어떻게 정신적 건강을 회복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 의사,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등등 - 이 그동안 수집해온 여러 증거들, 즉 괴롭힘과 학대가 어떻게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와 어떻게 하면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힘과 학대가 남긴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데, 뒷부분에 가면 뇌의 회복 가능성, 즉 신경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서 신경학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성인과 어린이들에 대한 사례가 등장한다. 예로써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아들 몽고메리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신체활동을 선택하여 꾸준하게 함으로써 회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말하자면 자신의 몸을 단단하고 강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뇌도 단단하고 강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는 기관으로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괴롭힘을 도덕적인 문제로 보고 주로 가해자에게 벌을 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괴롭힘을 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적으로 아프거나 다치면 검사와 치료를 받듯이, 괴롭힘과 학대로 인해서 상처 입은 뇌도 검사받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괴롭힘은 이제 의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신경과 학자들이 만든 뇌 치료 훈련으로 인해서 얼마든지 뇌가 입은 상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괴롭힘이 만연한 세상이다. 모두들 조금씩 상처를 입었지만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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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의 첫걸음 - 자연으로 돌아가라
박동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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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맨발로 숲길을 걸을 때 비로소 느끼고 체험하게 되는 자연과의 본원적 일체감, 그로부터 시작되는 경이로운 치유 효과를 나는 ‘맨발 필리아’라 규정한다.

(...) 이 단어는 숲이나 바닷가에서 맨발이 되었을 때의 그 자연스럽고 아늑한 느낌,

그 생생한 실존 인식의 기분을 모두 포함한다.

몇 주 전, 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집 근처 작은 산을 올랐다. 헥헥거리며 지친 상태라 다른 분들을 관찰하지 못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앞서서 걸어가시는 아주머니 몇 분이 맨발로 걷고 계셨다. 처음에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튀어나온 돌과 여기저기 떨어진 잔가지도 많은 산길에 맨발이라니.... 괜찮으실까? 그러나 우려도 잠시, 밝게 웃는 모습에 오히려 맨발 걷기가 기분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걷기 위해서 좋은 트랙 슈즈를 사는 세상에, 맨발로 걷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던 차에 이 책에 만나게 되었다. 독자들의 열띤 요청으로 인해 절판이었던 이 책을 다시 출간할 만큼 완전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폴란드에서 은행장을 하던 무렵, 경영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간이 많이 상하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무작정 시작한 맨발 걷기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효과를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 이렇게 책을 쓰면서까지 맨발걷기를 홍보하고자 하는 저자의 뜻을 알고 싶었다.


“ 오늘날 현대인의 문명병은 대지와의 격리에서 비롯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으로부터의 소외, 어머니 대지로부터의 격리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이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

현대인이 앓고 있는 여러 가지 병이 대지와의 격리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도시가 설립되고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면서 질병에 걸렸다는 말에서 큰 공감이 갔다. 저자가 예로 든 한 노인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정말 맨발로 자연을 접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노인은 간암 말기 환자였고 한 달 정도 여생이 남았다는 말에 그날부터 맨발로 청계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는 그 노인은,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기운을 잃지 않았고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지가 생명의 모체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수목이 푸르른 이유가 대지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덕분이고 맨발로 걷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그 에너지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말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 신발을 벗고 맨발로 숲길을 걸을 때 비로소 느끼고 체험하게 되는 자연과의 본원적 일체감, 그로부터 시작되는 경이로운 치유 효과를 나는 ‘맨발 필리아’로 규정한다 ”

저자는 인간이란 날 때부터 자연에 이끌리는 본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맨발로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그 행위를 '맨발 필리아'로 규정하는 저자. 그는 '맨발 필리아'를 통해서 숲속을 걷다 보면 발바닥에 큰 지압 효과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지압, 반사요법을 "리플렉솔로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땅 위의 흙과 그 표면에 돌출되어 있는 작은 조약돌이나 나뭇가지, 솔방울 등이 맨발바닥에 리플렉솔로지 효과를 줘서 혈액순환을 활성화시키고 모든 내장과 장기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든다고 한다. 공원이나 놀이터를 가면 자갈로 올록볼록한 길을 만든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 "리플렉솔로지" 효과를 얻기 위함이리라. 고3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나 긴장감도 맨발걷기로 풀 수 있다는 내용을 보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까 여러 가지 건강법에 관심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몸에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꾸준하게 걷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몸이 늙어가는 것을 느낀다.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큰 효험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새롭고 굉장히 놀랍다. 사실 발바닥은 인간 몸의 축소판이라 지압만 잘해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맨발로 땅 위를 걷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맨발걷기만으로도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고 당뇨를 예방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읽고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자연과 괴리된 채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고 일주일에 1번 정도만이라도 어머니 대지와 직접 맨발로 접촉하는 시도를 해보려 한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주는 책 [맨발걷기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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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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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과 소녀 이야기. 동화책 [메멧]은 스치듯 만났다 헤어지는 두 아이의 이야기이다. 색연필로 빠르게 그린 듯한 그림체는 아이들의 표정이나 상황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동시에 아주 따뜻하다는 느낌도 갖게 되었다. 대사가 별로 없고 그림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한 2~3번 읽고 나서야 대충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잘 몰라도 어떠하리.. 그냥 그림만 봐도 주인공들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 여름의 캠핑장. 나뭇잎은 푸르르고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속에서 뛰어논다. 이곳저곳에서 텐트나 카라반을 설치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주인공 루시는 긴 금발을 가진 소녀이고 아마도 언니로 보이는 사람과 캠핑을 온 것 같다. 루시는 계곡에서 첨벙거리면서 노는 다른 여자애들이 함께 놀자고 제안하지만 무리에 끼지 않고 빈 플라스틱 병을 하나 구해서 마치 강아지를 대하듯 데리고 다닌다. 메멧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준 채.

한편, 로망은 캠핑장에서 만난 친구가 가지고 온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놀고 있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어보겠다며 마녀 역할을 할 소녀를 구하러 다니는 로망. 그러다가 로망은 루시를 만나게 되고 루시가 들고 있는 빈 병을 빼앗으려다가 그녀가 쓰고 있던 가발을 벗기게 된다. 알고 보니 루시는 굉장히 짧은 머리칼의 소녀였고 ( 마치 몸에 병이 있거나 하는 사연이 있는 듯) 당황한 로망은 가발을 그대로 들고 도망가 버리는데...


로망은 뾰족한 아이이다. 죽은 고양이 사체를 함부로 하고 루시와 장난치다가 갑자기 팔을 꽉 물어버린다. 그런데 로망이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유가 있었다. 가정에서 왠지 학대받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로망. 그 모습을 보니 로망이 가엾게 보였다. 한편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루시. 듬성듬성 난 머리칼을 가리는 가발과 아이들을 피하는 모습을 보니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로망을 만나서 즐거워 보이는 루시. 모든 걱정거리를 잊어버리고 잠시나마 함께 잘 어울리는 두 아이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여기는 캠핑장. 오래 머무를 순 없다. 로망과 어울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루시는 다른 캠핑장으로 떠나게 된다. 로망에게 자신이 떠남을 알리고는 강아지 인형을 남겨놓고 떠나게 되는 루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던 로망은 루시가 떠난 이후 봇물 터진 듯 울음을 터트리고 죽은 고양이 사체를 좋은 자리에 묻어주게 되는데...

어린 시절, 그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좋은 동화책인 [메멧: 계절이 지나간 자리] 큰 걱정 없이 뛰어놀았고 계산 없이 사람들을 만나던 유년기의 추억 속으로 잠시 머물 수 있어서 좋았다. 대사가 많지 않기에 루시나 로망에 대한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그것 그대로 좋았던 것 같다. 어리지만 외로울 수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에게서 상처 입을 수 있는 게 아이들이다. 그림이나 짧은 대사만으로도 쓸쓸함, 외로움, 사랑과 우정 등등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동화책이라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잠시 어린 시절 추억으로 빠지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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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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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석처럼 이끌려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가족을 이루고 지지고 볶는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물론 최근 들어 1인 가구 수가 늘었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천생연분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는 꿈을 꾼다. 그렇기에 사랑이 뭔지 모르고 사랑을 할 수 없는 부류인 주인공 사쿠코와 다카하시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여자,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와 임시 가족이 되다!

사쿠코는 일반 사람들과 약간 다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와 로맨틱한 관계를 가지는 것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과거에 누군가와 사귀어도 봤지만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친밀감을 쌓아가는 일이 그녀에게는 정말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쿠코를 오해한 많은 남자들은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접근을 하고 그러다가 그녀가 그들에게 이성적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쿠코는 그런 상황이 되면 자신에게 큰 문제가 있나 싶어서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우연히 날개 빛 양배추라는 닉네임을 가진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고 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 연애와 성적 감정을 별개로 보고, 둘 중 어느 면에서도 남에게 끌리지 않는 경우는 에이 로맨틱이 자 에 이 섹슈얼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을 ‘에이 로맨틱 에이 섹슈얼’, 줄여서 ‘에이로에이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의와 표기법, 당사자에게도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

"날개 빛 양배추"의 블로그에 쓰인 글들은 마치 사쿠코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세상엔 남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 반드시 그를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블로그 주인. 그러던 어느 날 관리차 들른 슈퍼 마루마루 야마나카점에서 만났던 직원 다카하시가 그 블로그의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되는 사쿠코. 너무나 기쁜 마음에 다카하시를 붙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충동적으로 그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는 사쿠코. 물론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은 완전히 배제한 거래! 사쿠코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란 다카하시는 처음엔 다소 물러서지만 결국 혼자 살기는 좀 외로웠던 걸까? 이내 사쿠코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사실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이 책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사랑을 원치 않았던, 아니 원치 않는다고 머릿속으로 만 생각하던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면서 생기는 좌충우돌?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와우, 이 소설은 전혀 그런 쪽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상대방과의 거리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줄 아는, 매우 성숙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사랑에 빠지지 않거나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소 비정상으로 보는 일반 통념과는 다르게 사쿠코와 다카하시는 너무나 정상적이고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까 저절로 설득이 되었다. 저마다 생각하는 삶의 방법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것을.

" 주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저희조차도요. 사고방식이나 소중한 것도 점점 변해가는 법이니까 그때그때 최선을 찾아가면 되고, 만약 두 사람의 최선이 전혀 다른 방향이라 여러모로 의논했는데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억지로 가족으로 지낼 필요도 없겠죠."

읽을 땐 재미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사쿠코나 다카하시처럼 일반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왜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선 많이 없는 걸까?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선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형태의 가족 구성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해준 책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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