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가리 찢기고 버려진 이 나라의 모습 자체인

이 피란민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는 천천히 덜컹거렸다.

어디에나 얼굴들, 얼굴들이 있었다. 어떤 거대한 장례 행렬 같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패배의 가혹한 거울이 된 거대한 장례 행렬이었다.

빛바랜 편지 한 뭉치.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열정과 한숨 그리고 눈물이 담겨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탄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혈연관계 일지도 모를 한 남자를 찾아 파리를 떠나 피난민들과 함께 고생고생하면서 프랑스 남쪽으로 향했던 루이즈. 그녀에게 있어서 엄마가 남긴 편지 한 뭉치는 삶을 지탱하게 만든 힘이 되어 주었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비극과 개인의 삶에 들이닥친 혼란 속에서 소설 [ 우리 슬픔의 거울 ] 속 등장인물들은 거대한 운명의 힘에 떠밀리듯 인생을 여행하다가 결국엔 한곳에서 만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간의 삶을 압축한 듯한 문장이 잘 어울리는 듯한 소설이었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나체를 보여주다가 그가 갑자기 권총 자살을 하는 바람에 혼비 백산하여 나체 상태로 거리를 헤매게 되는 초등학교 여교사 루이즈.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직업을 여러 바꿔가며 사람들을 속였던 주인공처럼, 천재적인 두뇌와 임기응변 덕분에 변호사, 의사, 공보관.. 그리고 결국엔 신부님이 되어 사람들을 돕게 되는, 카멜레온 같은 남자 데지레 마고.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의 유럽 공습으로 인해 적성에 전혀 안 맞는 군인으로 다시금 복무하게 된 수학교사 가브리엘. 그의 눈에 전형적인 야바위꾼, 사기꾼으로 보이는 문제아 라울 랑드라드가 들어오게 되면서 가브리엘은 앞으로의 군대 생활이 정말 힘들어질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이란 게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군대 생활 내내 가브리엘을 괴롭혔던 문제아 라울이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책의 띠지에 [악마 같은 플롯을 가진 책]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정말 책에 대한 묘사로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머리에 거대한 물음표가 가득했는데 끝날 때쯤엔 머릿속엔 다양한 표현을 나타내는 느낌표가 가득했다. 정상인 같지 않은 3명 ( 루이즈, 데지레, 그리고 라울 )의 좌충우돌적인 삶의 궤적이 독자들을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가? 할 만큼, 처음에는 소설이 하나의 대소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대 노인은 왜 루이즈에게 옷을 벗어달라고 요청했고, 왜 그 일이 이루어지자마자 자살을 했단 말인가? 데지레는 어차피 3일만 지나면 드러날 정체인데 왜 저렇게 남들을 속여가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라울이라는 저 군인은 왜 저렇게 소시오패스처럼 행동하고 감정이 아예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일이 결국엔 필연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딱 맞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결국엔 " 신 "이라는 게 머릿속에 딱 떠올랐다. 신은 사람들에게 겉으로는 "축복"처럼 보이는 "사랑"을 인간에게 주지만 사랑이 결국엔 눈물의 씨앗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비극"처럼 보이는 "전쟁"을 인간에게 안겨 주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극을 통해서 성장하고 인간이 되어간다. 이 소설은 정말 "삶"이라는 거대한 아이러니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이렇게 웃고 울고 다시 웃다가 울고 그렇게 살아가는가 보다.

우리의 삶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회의감을 느낄 때 읽어보면 좋을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마치 자신의 생일날, 남의 생일잔치에 가서 재롱부리는 어릿광대 같다는 느낌도 있다. 굉장히 희극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에피소드들 때문에 웃다가도 다음 페이지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 인간과 삶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 나오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잎사귀처럼, 홍수에 떠내려가는 길고양이처럼,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정신없이 헤엄치던 등장인물은 결국에는 운명이 준비해놓은 선물을 받게 된다.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딱딱 맞추어지면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에 속하진 않지만 그들 못지않은 큰 존재감으로 소설을 이끌었던 커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책의 곁가지 소설, 즉 스핀 오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루이즈 어머니가 남긴 편지 속에서만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 그냥 편지지만 그 속엔 세상의 모든 커플들만이 아는 세계가 들어 있었다. 관습을 어긴 채 몰래 해야 하는, 그러나 너무나 열정적인 사랑.. 그 사랑의 힘은 루이즈가 여행을 계속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독자가 소설을 계속 읽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발자크라는 작가를 잘 모르지만 책의 소개 글에 나와 있는 " 21세기의 발자크,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이라는 말 때문에 발자크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 그 자체였던 소설 [ 우리 슬픔의 거울 ]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

시간 여행을 기반으로 한 SF 소설인가 했더니, 어느새 추리 소설로 변해있고, 또 추리를 하려고 했는데 로맨틱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결국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가모 저택의 사건].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언제 다 읽냐? 했는데 정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주인공 다카시가 빨려 들어가듯 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이 책에 빨려 들어갔다가 나왔다고나 할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 [가모 저택 사건]. 추리라는 재미에 역사라는 진중함이 더해져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일본의 2.26 사태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봤을 정도니까.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이 잘 쓰인 역사 소설 못지않았다!!

1936년 2월 26일 일본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젊은 군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인해서 일본은 마치 얼음판 위에 서 있듯 긴장 상태였다. 지독한 제국 주의자였던 기존 군부가 장악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천황을 위주로 나라를 다시 세우려던 황도파. 이 책 [가모 저택 사건]은 1936년 당시 쿠데타를 일으킨 장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가모 노리유키라는 사람에게 발생한 죽음의 미스터리를 다루면서 과거 일본 사회와 정치에 몰아닥친 혼란스러움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다카시라는 현대인이 직접 그 시대에 가게 되는 설정을 통해서 독자들도 생생하게 그 시대를 맛보게 하려고 한 설정이랄까? 다 읽고 나니 마치 역사의 한 현장에 서 있었던 것 같은 벅차오름을 느꼈다.

주인공은 예비교 ( 대학 입시 학원 ) 시험을 위해서 도쿄에 올라온 애송이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부모님에 대한 자부심도 부족한 청년 다카시. 특히 조그만 기업의 사장인 아버지를 속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서 이상한 남자를 목격하는 다카시. 그는 눈에 띌 정도로 어두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비상계단에서 갑자기 사라지더니 다른 곳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이상한 남자. 다카시의 눈에 굉장히 이상해 보였던 남자, 그는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다카시가 죽어가고 있을 무렵, 그 이상한 남자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다카시를 급히 대피시킨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와 있는 곳은 바로 호텔 그 자리? 그러나 불타고 있어야 호텔은 온데간데없고 웬 서양식 저택이 눈앞에 보인다. 여기는 과연 어디일까?

[가모 저택 사건]의 기본은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가진 일종의 SF 소설이다. 다카시는 히라타라는 이름의 이상한 남자에 의해 1936년 격동의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된다. 왜 하필이면 그 시간대일까? 어리둥절한 다카시는 이 모든 게 이상한 남자와 다른 인물들의 속임수라는 생각까지 한다. 이 모든 게 몰래카메라이고 자신은 속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카시. 그러나 시간 여행은 진실이었고 다카시는 히라카의 조카라고 꾸며대어 저택에 머물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에서 총소리로 의심되는 폭발음이 들리고 주인인 가모 노리유키가 서재에서 변사체로 발견이 된다. 머리에 총구가 나있는 채로 사망한 가모 노리유키. 그런데 그의 곁에 총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자결보다는 살인 사건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되고, 저택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인해서 다카시가 적극적으로 저택일에 관여하게 되면서 책은 본격적인 추리물의 성격을 띠게 되는데....

다양한 장르가 섞여서 매우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내는 소설 [가모 저택 사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물론 가모 노리유키 가에서 발생한 불행한 죽음과 거기에 얽히고설킨 가족들 간의 갈등이지만 나에게는 배경으로 다루어지는 역사적 사건 - 2.26 사태 - 이 더 눈에 들어왔다. 저자 미미 여사는 주인공 다카시를 격동의 역사 흐름 한 중간에 데려다 놓고는 그에게 직접 경험하게끔 한다. 태평양 전쟁을 비롯하여 많은 비극적인 전쟁을 일으키면서 스스로를 비롯하여 다른 국가들도 불행에 빠뜨렸던 일본. 역사가 어떤 식으로 흐르고 있었는지, 역사라는 물줄기의 방향을 결정지었던 사건들의 진상이 뭐였는지를 후손들이 아는 것이, 그리고 제대로 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역사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발전하는 게 아닐까? 고생고생했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좌충우돌을 통해서 더욱더 성숙해진 다카시를 보니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반드시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인인 나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추리도 좋아하지만 전반적인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젝트 브이 안전가옥 오리지널 23
박서련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너는 내가 아니어도 되겠지만

나는 꼭 너를 타고 말 거야.

나보다 너를 잘 몰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고 말 거야. ”

최근에 인공지능이나 가상 공간을 주제로 한 SF 소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이야기라니! 어릴 때 즐겨봤던 만화 로봇 태권브이가 생각나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싶었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지는 로봇이나 화재나 산사태 같은 재난 시에 투입되는 로봇, 크기는 작지만 굉장히 유용한 로봇들이 만들어지는 시대이기에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파일럿이 조종 가능한 거대 로봇의 탄생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들 중 한 명인 박서련 작가의 펜 끝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까?

박서련 작가의 작품 중에서 [마르타의 일]이라는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동생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언니 이야기였는데 약간의 추리와 스릴러가 섞여있던 이야기답게 그 서늘함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그 책을 통해서 여성 서사를 잘 이끌어갈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 [프로젝트 브이]에서도 그녀의 그런 면이 돋보였다. 여성이지만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람. 그런데 2037년 거대 로봇 브이의 첫 번째 파일럿을 뽑는 대국민 오디션에는 오직 남자만이 지원할 수 있다. 성차별적인 대회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빠듯한 시간, 우람은 결국 오빠 보람인 척 가장하여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과연 그녀는 1등의 꿈을 이루고 당당히 거대 로봇 브이에 탑승할 수 있을까?

마치 아이돌 선발 대회처럼 펼쳐지는 파일럿 선발대회! 버추얼 리얼리티, 즉 가상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거대 로봇 미니 마라톤 대회라든가 로봇 격투 대회를 통해서 누군가는 떨어지고 다른 누군가는 합격을 하게 되면서 점점 거대 로봇 파일럿이 되는 지점으로 달려가게 된다. 소설은 경쟁자들 간에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신경전이나 갈등을 다루는 동시에 연대 의식도 다루고 있다. 흙수저 출신에 겉보기에는 재능도 크게 없어 보이던 우람의 룸메이트 정훈은 순전히 정신력으로 오디션을 버티다시피 하고 있다. 가상 미니 마라톤 대회에서 고전했던 정훈에게 파일럿과 로봇이 어떻게 한 몸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우람. 이것을 계기로 그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우람은 그녀에게 자신이 여자인 것을 들키게 된다. 옥신각신하던 와중에 막내 작가인 서진에게도 들키게 되는 우람. 서진의 경우는 우람이를 남자일 거라 생각하고 팬으로서 계속 지지해왔던 터라 더욱더 실망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 여성들만의 연대 의식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우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종의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 오디션이 끝나는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기로. 그렇다면 우람은 과연 끝까지 들키지 않고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을 건드리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파일럿이라고 하면 흔히들 여성보다는 남성을 떠올리게 된다. 비행기 조종사들 대부분이 남성인데 아마도 비행기 조종시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묘사되었듯이 우람처럼 평균 남성들에 비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여성들도 대단히 많다. 책을 읽기 전에 누가 보람이가 오빠고 우람이가 여동생이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생각을 뒤집어보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좀 더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국회 의사당 뚜껑이 열리고 거대 로봇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재미있는 상상과 더불어 성역할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게 해준 좋은 소설 [프로젝트 브이]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의 악의로 아들을 잃게 되었지만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인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다소 진부한 말이겠지만, 부모를 잃은 자식은 부모를 땅에 묻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어떤 슬픔보다도 진하고 오래가는 법이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아들 지훈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살인자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인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만약에 소설 속 주인공 은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자식 잃은 부모들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돌아가서 과거를 바꿀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 [타임머신]이 생각났다. 주인공 과학자의 여자친구가 그만 강도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개발하여 과거로 돌아가 여자친구의 목숨을 구하려 하지만 다시 살아난 그녀는 매번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다. 안타깝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잊고 현실을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있던 영화였다. 이 책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도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이번에는 영화 [타임머신] 과는 달리 제발 주인공이 아들을 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주인공 은서는 현재 딸 에리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커다란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아들 지훈이가 학창 시절 학급 친구가 농약을 탄 커피를 마시고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슬프지만 딸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던 그때, 직접적인 살인의 피의자는 아니지만 살인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도 방관했던 지훈의 동창생 성태가 찾아온다. 은서는 성태의 방문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성태는 그녀가 반드시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막암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성태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고 은서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저승에서 거래를 했다는 성태는 자신의 일기장을 읽으면 성태 자신의 모습으로 은서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의 말은 진실일까?

일종의 다중우주론? 을 이야기하는 듯한 소설이었다. 여러 번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게 되는 은서. 그녀가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냐에 따라서 현재의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마치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여러 갈림길 중에서 매번 다양한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여자친구의 인생을 위해 주인공이 여러 번 과거를 바꾸는 영화 [나비효과]가 살짝 생각나기도 했다. 아들 지훈이를 무사히 살리고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촉법소년법 덕분에 멀쩡히 거리를 쏘다니는 살인자 종오에게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손에는 식은땀이 쥐어질 정도로 긴장감과 스릴감이 있었다.

그냥 멀쩡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소설이었다. 판타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종류의 판타지 소설은 환영한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저지른 실수나 불행을 되돌리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깊이 없는 불행의 구덩이에 빠졌던 엄마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서가 아들 지훈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결말이야말로 궁극적인 해피엔딩이라 하겠지만.. 사실 운명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살다 보니 한 번씩 기시감이 들 때가 있었다. 왠지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예전에 경험해 본 것 같은 느낌? 아마 꿈속에서 다른 차원의 내가 있는 우주로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식 잃은 엄마의 절절한 슬픔과 분노가 판타지를 만나서 새롭게 거듭난 작품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마논드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에서 땅이 완전히 사라졌다

현시대상을 투영시킨 충격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가 펼쳐진다

왜 이렇게 낯설지가 않지? 소설 [다마논드호]를 읽고 있는데 현재 한국 사회의 병폐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비 종교에 휩쓸려서 몸도 마음도 그리고 재산도 모조리 빼앗기는 사람들, 주술에 놀아나는 듯 보이는 정치와 나라를 움직이는 실세는 따로 있다는 느낌... 극도의 경쟁 사회에서 도저히 가족을 꾸릴 여력이 없어서 결혼을 회피하는 청년층과 부와 권력으로 인해 뚜렷하게 나뉘는 계급 등등등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우리들의 목을 조르는 한국 사회의 폐단이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또 다른 다마논드호?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후의 변화가 심상찮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해안가에 있는 마을과 섬들은 침수의 불안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우리가 겪을지도 모를 비극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소설 [다마논드호] 이 소설 속에서는 침수로 인해서 땅이 완전히 사라지고 19척의 배 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배를 벗어나면 오직 죽음뿐이니 차선책에 대한 희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 인간들이 고립된 상황이라 하겠다. 다른 선택지를 전혀 찾을 수 없을 때 인간들이 어떤 특징을 드러내게 될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매우 통제적이고 지배층이 득세하는 사회를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그냥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다마논드호는 침수로 인해 땅이 모조리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이 기댈 수 있는 19척의 배 중 하나다. 마치 성서에 등장하는 방주를 묘사한 느낌이다. 지구가 침몰하기 직전 남들에 비해 정보를 빠르게 손에 넣은 일부 계층들이 배를 짓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과 여러 종의 동물, 식물을 배에 태웠다. 매우 한정된 자원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제받으며 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이 이렇게 생존을 위해 겨우 살아가는 와중에도 지배층들은 계급을 나누고 종교와 정치 등을 통해서 사람들을 지배한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다마논드호를 쥐락펴락하는 실세는 기업인들이고 사람들이 왕처럼 떠받드는 왕부 ( 일종의 제사장) 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를 쥐고 흔드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은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듯했다.

주인공 산도는 원래 최하층들만 모여 사는 37 주거 단지에 삼촌이라 부르는 마요와 함께 살았었다.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고 탄생의 비밀을 가진 산도에게는 마요가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사회의 최하층에 속했던 산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다마논드호의 실세인 수호 그룹이 운영하는 기숙사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산도는 인간 이하의 삶을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절망을 느낀다. 한편 전학생 몬구도 원래는 최하층이었지만 가족 덕분에 기숙사 학교에 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몬구는 산도처럼 절망에 빠진 채 무력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냥 수호 그룹의 밑바닥에 붙어있길 바라는 산도와 악착같이 노력하는 몬구의 모습이 대비된다.

한편, 최하위 계층에 속한 마요에게는 결혼과 출산의 자유가 없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된 다마논드호에서는 임신 허가서와 결혼 허가서 가 제대로 제출되어야 그 모든 게 가능하다. 산도와의 관계 덕분인지 사립학교의 관리자로 취직할 수 있었으나 결혼을 한다거나 아기를 가지는 일은 불가능했는데, 여자친구 수지가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다. 좁은 동네에서 아기의 존재는 금방 들통나고 말일... 허락받지 않는 아기의 미래는 오직 죽음뿐이다. 과연 마요와 수지는 아기를 구할 수 있을까?

왕부와 실세들의 대립.. 그러나 기계 부품 바꿔치기하듯 늙고 병든 왕부는 건강하고 젊은 왕부로 대체된다. 실세들과 왕부 모두 용왕님이란 신적 존재는 애초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다마논드호의 안정과 통제를 위해서라면 신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뿐 아니라 통제를 위해선 계급의 공고화도 필수적이다. 어린아이들조차 수호 그룹에 속하면 지배층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현실 와 이상 가운데에서 괴로워하는 게 산도라면 약삭빠르게 현실을 깨닫고 맞춰 살아가는 게 몬구 캐릭터라 하겠다.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 소설에서 마지막 희망은 마요와 수지의 아기의 미래인 것 같다. 책에서는 남아있는 땅이 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긴다. 온통 어둡고 컴컴하기만 한 다마논드호의 항해가 안정된 땅을 찾아서 제발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불안하기만 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디스토피아 소설 [다마논드호]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