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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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비누칠을 한다.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씻게 된 이유!

이 책 [씻는다는 것의 역사]는 "목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인류의 문화, 생활상을 이야기한다. 한때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한 이후로는 대중목욕탕 이용이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우리나라는 언제나 청결을 가장 중요시했고 현재도 대중들은 찜질방이나 대중목욕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청결만을 목적으로 목욕탕을 찾지는 않는 것 같다. 몸이 피로하고 찌뿌둥하다고 느낄 때도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 인류의 목욕 문화는 과연 어떠했을까? 종교와 같은 다른 이유로 목욕을 하진 않았을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목욕"이라는 주제의 세계 문화, 함께 탐구해 보자.

우선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뉜다. 1부 <세계 목욕의 역사>에서는 고대부터 최근까지 세계 각 주요 지역의 목욕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21쪽 <테르마이, 뜨거운 곳>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로마의 대중목욕탕 "테르마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곳은 현재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찜질방 형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목욕이 일상의 일부였던 로마에서는 테르마이에서 개인적 친분을 쌓았을 뿐 아니라 음식을 구매해서 먹기도 했다고 한다. ( 찜질방에서 먹는 달걀과 식혜는 꿀맛 ) 그러나 기독교가 도입되면서 금욕주의가 생기고 신체적 쾌락을 죄악시함에 따라 유럽의 공중목욕탕은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다가왔던 목욕 문화가 바로 이슬람식 목욕 문화인 "하맘"인데, 이는 유럽에 '튀르 키 예식 목욕' 혹은 '터키탕'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코란에 기록된 무슬림의 기본 의무 중 하나가 바로 '살라트'라는 것인데 불결함을 없애는 절차인 '우두'가 포함되는 의식이다. 우리나라 목욕 문화와 다른 점은 바로 뜨거운 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목욕 의례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빌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핀란드의 국민들이 토요일마다 즐긴다는 사우나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문화이다. 이파리가 달린 자작나무 묶음인 비타를 두드리며 건강을 기원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사우나는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부와 3부는 각각 <한국의 목욕 문화> 와 <공중목욕탕과 현대 한국 사회>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목욕 문화가 과연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남녀 구분 없이, 그리고 부끄러움 없이 모두 훌훌 벗고 함께 시냇가에서 목욕을 했지만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왕들의 목욕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선조 ( 아직까지 욕을 먹고 있는 왕 )의 경우 임진왜란이 막바지에 이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온천을 가겠다고 떼를 썼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관리하는 사복시에서 선조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왕의 명령이라도 옳지 않은 일에는 저항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한국에도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양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1961년에 온수 보일러가 등장하면서 집 안에 욕실을 갖춘 경우도 생겼으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했다. 3부에는 공중목욕탕의 요금 분쟁, 공중목욕탕 이용 예절, 집은 아니지만 마치 집과 같은 포근함을 가진 찜질방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들 위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수건을 훔쳐 가는 사람들, 속옷 빨래 금지 등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코로나 이후로 찾지 않은 목욕탕이 문득 그리워졌다. 청결, 종교, 그리고 휴식 등 다양한 이유로 목욕탕을 찾는 전 세계의 사람들. 우리나라는 사우나와 찜질방 등 여전히 공중목욕탕의 형태를 갖춘 시설을 즐기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온 세상의 다양한 목욕 문화를 살펴본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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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돈 되는 책 만들기 - 1인출판.독립출판.자가출판 성공필독서
본조박 지음 / 읽고싶은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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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독서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책을 가지고 꿈을 한 번쯤은 꿔봤을 것이다. 예전에는 "내 책 소유"로 가는 길의 진입장벽이 다소 높았다. 특정 주제에 맞는 글은 쓸 수 있다 하더라도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결국 특정 출판사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술의 발달 등으로 독립 출판사를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혼자서도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본인의 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본조박씨는 20년 이상 출판계에 몸담아온 베테랑 전문 출판인이다. 이 책 <나 홀로 돈 되는 책 만들기>를 통해서 기획부터 제작,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모든 과정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 지식을 전달한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독자들에게 3가지를 약속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을 통해서 첫걸음을 내디는 작가에게는 출판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하기. 출판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마지막으로 1인 출판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표지나 크기도 심상찮아 보인다. 들고 다니기 쉬운 작은 크기와 얇은 두께 그러나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표지에 내용의 핵심을 분명히 전달하는 제목. 이 책의 저자가 아마도 출판업계에 오래 있어본 경험이 있기에 책 디자인도 엄청 깔끔하게 보이도록 제작한 느낌이다. 책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총 5부로 나뉘는데, 우선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1부는 기획 단계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어떤 것을 주제로 책을 쓸 것인가? 어떤 독자를 중심으로 글을 쓸 것인가?처럼 책에 대한 아이디어와 콘셉트 위주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2부부터는 책 내용보다는 형식과 홍보 등에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각적 자극에 매우 약한 편이라서 책 표지 디자인도 내게는 꽤 중요하다. 그리고 종이의 질이나 글자 크기 등도 내게는 책을 고르는 중요 조건에 속한다. 같은 주제의 책이라도 읽기 편한 쪽을 고르게 되는데, 이 책에 인쇄 형식, 종이 종류 등 제작 실무에 관한 내용이 A부터 Z까지 아주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실무 작업을 지나게 되면 정말 중요한 내용, 즉 책의 브랜드화와 독자 소통과 같은 마케팅에 대한 글이 등장하는데, 요즘처럼 입소문이 빠른 시대에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작가가 직접 독자들과 댓글 등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것도 괜찮은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5부에는 <출판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출판계가 어떤 식으로 크게 변화할지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출판의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생겼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재자 없이 저자와 독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한다. 갈수록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가는 사회에서는 이런 식의 출판이 더욱더 발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책 1권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1인 출판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출판에 대한 매우 핵심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책 <나 홀로 돈 되는 책 만들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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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의지가 약해서 번번이 실패한다는 사람들을 위해, 개정증보판
사사키 후미오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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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을 좋은 습관과 함께하고

나쁜 습관과는 영영 헤어질 시간.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처럼,

내 일상에 긍정적인 행동들이 스며든다면?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나는 나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쁜 습관을 끊어내고 좋은 습관만을 살려내고 싶지만 내가 너무 의지박약이라 이룰 수 없는 일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반성을 하지만 사실은 그때뿐이다. 인간이란 생각한 대로 살지 못하면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삶에 구체적인 목표점이나 지향점을 세우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해법이라고 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읽게 된 이 책 <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은 이런 나의 생각에 확실한 근거를 제공해 주었다. 말하자면 의지박약을 깨부술 수 있는 망치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쓴 사사키 후미오는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미니멀리스트이다.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쓴 그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전 세계적으로 총 80만 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 책은 우선 크게 4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큰 제목 아래 저자 자신의 경험과 실험, 이론, 통계 등등 정말 다양하고 세세한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1장 <의지력은 타고나는 걸까?>에서는 사람의 의지력이 어떤 경우에 생기고 약화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언급되고 ( 어릴 때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이 커서도 성공한 케이스 ) 우리 뇌의 구조도 언급된다. 대게 우리는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뇌를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의지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이성적이고 차가운 뇌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의지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의지력이 습관이 된다는 말씀!

2장 <습관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우리 행동의 거의 45%가 습관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자. 말하자면 저자는 우리가 채 의식을 하기도 전에 뇌가 몸에 먼저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과 우리가 우리를 다스리는 왕이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일을 의식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꿔놓으면, 즉 습관화하면 그 이후로는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습관의 3요소를 말하는데, 신호 → 루틴 → 보상이 바로 그것이고 이 패턴을 따라가기만 하면 습관이 형성되고 습관이 강화되면 실제로 뇌의 신경 세포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의지박약한 인간에서 강한 의지의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장 <새로운 습관을 몸에 붙이는 55가지 방법>에서 저자는 습관을 들이는 여러 가지 색다르고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 중에서도 내가 한번 해볼 만하겠다고 느낀 게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 나 자신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기 "였다. 말하자면 내가 가진 나쁜 습관을 내 아이가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의 나쁜 습관, 즉, 단 음식에 집착하거나 게임에 열중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습관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외에도 "미니멀리즘" 즉 생활을 간편하게 만드는 것과 자기 관찰 일기를 써서 내가 평소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했다. 이외에도 나쁜 습관을 끊어내고 좋은 습관을 갖추는 여러 방법이 있으므로 각 독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마지막 장인 <우리는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저자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바로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다"라고 말하는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는 천재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들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을 지속한 끝에 결국 재능을 가지게 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습관을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결국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할 주요 동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을 읽고 리뷰 쓰는 활동이 너무 좋은데 직장이나 가족과의 생활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툴툴거리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좋은 습관을 들이게 되면 자연히 시간이 따라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보다 긍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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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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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푸른 빛깔의 물속에 젊은 여성과 해마가 깊이 잠수하는 듯한 표지. 나혜원 작가의 소설집 [해마]의 표지는 소설 내용이 품은 외롭고 쓸쓸함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물에 빠지면서 그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소설들을 다 읽고 난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아마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피해 고요한 침잠을 택한 그녀가 이제야 비로소 평안할 거라는 생각이다. 소설집과 같은 제목의 단편 <해마>의 주인공은 자신과 아버지를 해마에 비유한다. 가족을 버린 엄마 대신 평생 자신을 거둬준 아버지는 평생 수컷이 새끼를 품으며 살아가는 해마와 같다는 것. 그런 아버지를 닮기 위해 그녀가 취한 행동은 무엇일까? 이 소설집은 어쩐지 모성 혹은 모정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라고 한다. 이 단편소설집 [해마]에도 사랑이 넘쳐나는 이상적인 가족보다는 다양한 불행을 품고 균열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가족들이 등장한다. 갈등과 불화로 인해 갈리지는 부부, 정신병을 가진 가족력을 가진 엄마와 살인자 형을 둔 아빠, 자신의 불행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결국 알코올 중독에 걸려 간암으로 사망하게 되는 가장 등등... 그런데 문제는 부모의 불행은 고스란히 자식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단편의 각 주인공들은 ( 대부분이 여성 ) 어딘가 어긋나있고 고장이 나 있는데, 불행한 유년기의 기억은 결국 어른이 된 후에도 죽음과 살인 등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뭔가 굉장히 잔인하고 냉정한 현실을 비추는 느낌이다.

첫 번째 단편 <변호할 권리>에서 주인공 변호사 신수영은 자기 엄마를 찔러 죽인 이영주를 접견하게 된다. 존속살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는 이영주. 엄마의 의부증으로 인한 이혼, 아빠의 알코올중독과 간암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다시 나타난 엄마.... 그러나 결국 엄마와의 만남은 존속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데... ( 엄마를 정신병자로 모는 딸, 그러나 그녀가 거짓말에 능한 경계선 인격장애자라는 느낌이 팍팍 왔다 ) 단편 <상흔>에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엄마와 살인자 형을 둔 아빠의 딸인 '나"는 가족의 해체 후 보육원에서 성장한다. 성인이 되어 작은 회사에 경리로 취직한 나는 짝사랑하던 남자 사원과 하룻밤을 보내고 그만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사장의 사촌 여동생과 결혼식을 올리는 그의 환한 미소를 보게 되는데.... ( 결말이 다소 끔찍하고 잔인했던 걸로 기억나는 소설... 타인을 장난감 대하듯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

세 번째 단편 <해마>에서 작가가 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던 백수 청년인 주인공은 기분 전환을 위해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혼자 여행을 하고 있던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끔찍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이게 실화라면 평생 트라우마가 남을 듯.... ) 네 번째 단편 <마리모>에서 주인공 최유연은 대학 졸업 이후로도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학교 도서관을 들락거리고 있다. 그녀는 해조류 같은 마리모를 키우면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이 15학번 남자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서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남자 재원을 만나게 되고 15학번 지승우와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 ( 다른 단편에 비해서 조금 더 길었던 소설. 뭔가 안타까운 독립 영화처럼 다가왔다. 체리 새우와 마리모는 결코 함께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 )

우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랑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선남선녀가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서로를 꼭 닮은 자식들을 낳아서 영원히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꿈... 모두가 꾸는 꿈일 테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폭력적인 면을 가지고 있고, 그런 면으로 인해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데이트 폭력, 누군가의 죽음으로 치달은 부부갈등 그리고 끔찍한 존속 살해 등등과 같은 비극적 소식을 듣게 된다. 나혜원 작가의 단편 소설집 <해마>는 이렇게 보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지만 엄연히 우리의 현실인 비극적 뉴스 속 우리가 알지 못하던 누군가의 사연을 읽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 소설집은 나혜원 작가가 인간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차가운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혜원 작가의 소설집 [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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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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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있듯이,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지나가는 말로 자신의 인생을 글로 적으면 소설 한 100권은 나올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의 저자 박일섭씨의 삶이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조현병에 걸린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등 불안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저자는 자칫 비뚤어질 수도 있었으나 신은 그를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그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으나 그에게 주어진 것들도 많았다.

방앗간 일을 하면서 힘들게 살았던 할머니는 어린 주인공을 거둬주시고 한 번도 폭력이나 학대를 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셨다. 그가 원하는 것은 되도록 해주려고 노력하신 할머니. 그 뿐 아니라 저자 주위에는 좋은 친구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에서 만난 용이라는 친구는 굉장히 활발하고 사교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말이 없고 무뚝뚝한 저자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도 하느님이 둘을 연결해 주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저자는 굉장히 공부를 잘했다. 내가 보기에 정서적 안정과 학습이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저자가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 아마도 타고난 머리가 굉장히 좋아서인 듯.

저자가 글을 매우 잘 쓴 까닭도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무릎을 칠 정도로 강한 공감을 했다. 아마 나도 대구가 고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동시대를 보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Y2K 가 우리 젊은 시절에 대단히 큰 화두였던 걸로 기억한다. 2000년대가 되면 사회 곳곳의 네트워크나 시스템이 마비될 거라고 생각하며 엄청나게 두려워했었는데, 웬걸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책 속에는 대구에 있는 특정 대학 이름이 나오는데 내가 나온 대학도 있어서 ㅋㅋ 매우 반가웠다. 길을 걷다가 옷깃이 스친 인연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픈 대목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에 생일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기억이나 조현병이 있는 아버지의 폭력과 심한 언행을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던 어린 저자. 중학교 때 영어 단어 시험 만점을 받아서 시험지를 들고 갔을 때 아버지에게 매를 맞았다는 이야기에 나는 그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반적 가정이라면 부모님이 칭찬 세례를 할 텐데..... 어린 저자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났을지...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나중에 대학을 가서도 좌절 끝에는 결국 희망을 보고 일어나는 저자의 모습을 보니 역시 신은 큰 사람을 만들기 위해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가 과연 언제 올까?를 꿈꾸면서 산다. 그러나 그냥 꿈을 꾸는 걸로 끝나면 안 되고 노력이 따라줘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대학에 들어갔던 저자는 군대를 다녀온 뒤 엄마와 엄마에게서 소개받은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서울대에 들어가는 꿈을 꾸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에 뜬 별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성실한 생활을 한끝에 결국 저자는 자신이 원하고 또 원하던 서울대 약대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작가 후기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나는 과거의 나와 같은 환경에 놓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희망을 품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가 있었던 것. 본인만큼 힘든 새싹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부디 앞으로는 저자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해본다. 솔직 담백한 스타일에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에세이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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