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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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몰라.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지.

가장 컴컴했던 그 시절 빛 한 조각조차 사치였던

그 무렵의 평양을.”

예전에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고 관계에 진전이 있어서 드디어 남한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웬걸 요즘 상황을 보면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남북의 미래... 과연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의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듯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읽었다. 전반적 평가를 내리자면, [강철로 된 무지개]는 굉장히 흡인력이 있어서 독자들을 대번에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우선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은 다소 기괴한 죽음을 맞이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확 일어나는데 수사에 참여하는 두 형사들이 가진 어둠과 상처 그리고 비밀이라는 부분도 굉장히 끌리는 부분이었다. 줄거리와 캐릭터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장르 수작! [강철로 된 무지개]로 들어가 본다.

남북 연방수사국 평양 지부에서 경위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영훈. 얼마 전 조직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사 (라고 하고 정치적 알력 싸움이라 읽는 )에 휘말려 하마터면 조직에서 축출될 뻔했다. 가까스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벗긴 했으나 현재는 고립된 처지가 되어 상처 입은 고독한 늑대처럼 조직을 떠돌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에서 미스터리 한 여러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 수사에 영훈이 투입된다. 그리고 얼마 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온 세욱이 파트너로 수사에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영훈은 단번에 그가 윗선에서 그를 감시하라고 파견한 스파이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피해자들은 각각의 살인 사건에서 매우 독특하고 기괴한 상태로 사망했다. 감전사를 당한 듯한 사람도 있고, 얼굴이 짓이겨진 채 불에 타 죽은 인물도 있다.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리거나 차 안에서 약물로 사망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그들 모두 누군가에 의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죽어갔다는 점이다. 마치 고문을 당한 것처럼.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은, 누구나 다 접속해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는 연방수사국 네트워크에서 이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서울 본청에서 그들의 신상 정보 파일을 직접 보내준다고 하는데.. 도대체 정보가 막힌 이유가 뭘까? 범인은 누구이고 피해자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소설은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있는 2078년 현재의 평양과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때인, 2048년이라는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데올로기는 물론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도 남한과 완전히 다른 북한이지만 어떻게 돈과 권력 앞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다들 똑같은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은 정말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나의 이익 앞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리는 인간들이 보여서 너무 답답했다. 어쨌든 소설은 두 시점을 오고 가며 아주 촘촘하고 정교하게 빌드 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 빵 " 하고 터트린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들과 상황이라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꿀잼!!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형사라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영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마치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등나무 가지 같은 정치적 암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이 엄청 투지가 있어 보였다.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좋아야 되지만 영훈처럼 투지가 있고 끈기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이긴 하다. 나는 남북이 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이 소설 속 연방제처럼 남북이 서로의 시스템을 존중하며 살아가게 될 미래를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적인 남북의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강철로 된 무지개]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문제와 조직 속 돈과 권력을 향한 암투와 음모라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결국 결론은 남한과 북한이 스스로 정화작용을 하면서 멋진 미래를 조성할 수 있다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장르 소설답게 매우 흡인력 있고 스피디한 전개!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묵묵히 사건 해결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투지 있는 형사!! 비리와 탐욕이 시스템화되어버리는 순간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인간들!!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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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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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캠프에서 떠돌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 된다.

캠프를 둘러싼 비밀과 사라진 아이들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부잣집 아이들만 가는 나이팅게일 캠프에서 3명의 아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후로 15년간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고통을 받았지만 특히 그 아이들과 같은 오두막을 썼던 주인공 " 에마 "는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이후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이팅게일 캠프를 주최했던 프래니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다. 15년 만에 다시 캠프를 열기로 했고 에마가 지도교사로서 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실종이라는 큰 비극을 겪었던 프래니가 다시 캠프를 주최하는 이유는? 그리고 에마는 과연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소설 [마지막 거짓말]은 청소년들이 모인 한 여름 캠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에겐 거대한 수수께끼가 주어진 셈. 15년 전 비비언, 크리스털 그리고 앨리슨이 사리진 이유는 뭘까? 캠프 안팎으로 여자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자가 있었고 그들은 결국 그의 손에 처단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 전설, 즉 캠프장 근처에 있는 미드나이트 호수와 연관된 각종 흉흉한 소문과 관련된 것일까? 독자들은 책을 읽는 순간 주인공 에마와 함께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살인범이 있다면 과연 누구일지, 아니면 오래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유령의 짓인지,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사실 1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종된 아이들을 포기한 상황. 그러나 에마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다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었고 실종 아이들에 대한 큰 죄책감과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에마는 사라진 아이들의 환영을 보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 속에 아이들의 모습을 몰래 그려두기도 한다. 에마가 프래니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딱 하나! 15년 전 실종된 아이들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진실을 알아내는 것. 그러나 캠프에 머무르는 사이 여러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되는 에마. 샤워를 하는 동안 누군가가 그녀를 훔쳐보고 숙소 안에 까마귀를 풀어놓는 등 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벌어진다. 그리고 제일 소름 끼치는 것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비언의 환영이 계속 그녀를 따라다닌다는 것. 나이팅게일 캠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소설 [마지막 거짓말]은 아이들의 실종이라는, 마지 늪과 같은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숲과 호수라는,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세계. 그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아이들. 수상해 보이는 프래니 가족들과 지도 교사 그리고 캠프 관리인. 오두막에 감시 카메라를 달고 비밀스러운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등 그들의 행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비비언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에마에게 자꾸만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바로 프래니 가족들?? 과연 실종의 진실이 무엇일까? 하며 소설을 읽어가던 그때, 책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반전을 터트린다. 다른 독자들은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결말이 펼쳐질 줄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다. 엄청난 반전에 소름이 돋을 뿐.... 15년 전 캠프의 아이들은 "두 가지 진실, 한 가지 거짓말"이라는 게임을 즐겨 했고 결국엔 이런 식으로 마지막 거짓말이 등장했던 것... 마지막 몇 페이지를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니 내가 놓쳤던 여러 떡밥들이 보이긴 했다.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에마의 행보도 물론 흥미진진했지만 끝에 드러나는 거대한 반전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소설 [마지막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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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리플리 리플리 5부작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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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소망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우리는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하지만 " 나 "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살아가기에 그럭저럭 결핍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머리가 좋고 대담하기까지 한다면 인간 사회에서 금지하는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정상인 듯 정상 아닌, 광기로 가득 찬 남자 " Mr. 리플리 " 가 그러했다.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평소에 세금과 관련된 소소한 사기를 쳐가며 아슬아슬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거의 대부분이 넘어간다. 그러나 재능이 아무리 있다 한들, 톰은 매일 자신을 짓누르는 가난과 삶에 대한 불안 탓에 숨 막힌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년의 남자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톰 리플리. 자신의 범죄를 알고 쫓아오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그는 디키 그린리프라는 청년의 아버지였고, 유럽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톰을 찾아왔던 것이었다.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건실한 청년이라는 이미지메이킹에 성공한 리플리. 자신의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유한 그린리프 씨에게서 든든한 자금 지원을 받아서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유럽에서 디키를 만난 리플리는 자신의 매력으로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고 생각했으나 유럽을 떠날 생각이 없는 디키 탓에 그가 꿈꾸고 계획했던 안락한 생활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막다른 골목에 놓이게 되면서 견딜 수 없는 초조함에 시달리게 된 리플리... 디키를 죽이고 자신이 디키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재능 많은 청년 리플리를 생각하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1인 연극을 완벽하게 해내는 배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나"라는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리플리는 관계 맺기를 꺼려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야 하는 관객에 불과한 것. 실제로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리플리는 디키를 연기하다가 디키가 되는 꿈을 꾼 뒤 실제로 디키가 되어버린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다니는 마술사.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극도로 꺼리는데 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후 그들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리플리. 어떤 상황이 와도 그는 품 속에서 가면만 꺼내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원하는 가면을 그때그때 써가며 살아가는 리플리.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인물이 생각났다. 재벌 혼외자에 여자와 남자라는 성을 그때그때 갈아탈 수 있는 사람. 리플리와 그녀 혹은 그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살인을 하고, 그 살인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리플리. 그리고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처해가는 리플리. 그의 삶은 영원히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창조한 연극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자신의 매력발산으로 넘기고 나면 내일 또다른 태양이 뜰 거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리플리를 보며 내가 불안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리플리의 완전 범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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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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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내게는 언제나 그래야 할 이유가,

그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

소설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는 완전 범죄에 도달할 뻔한 사건이 하나 등장한다. 어찌나 교묘한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가 현실에 벌어졌다면? 아마도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 묻혀버렸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뼛속까지 악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머리까지 좋아버리다니... 그래서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이 이야기의 끝이 과연 무엇일까? 다소 충격적이고 소름 돋는 결말이긴 했으나 어쩌면 독자들 거의 모두가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악인의 끝은 비참해야 제맛이다.

주인공 헨리 킴볼은 한때 경찰이었으나 사건 조사 중 불미스러운 사고에 휘말린 후 그만두고 현재는 사설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탐정이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그가 하는 일은 실종된 고양이를 찾아준다든지 하는 시시한 일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조앤이라는 젊은 여자가 그를 찾아온다. 헨리 킴볼은 경찰로 일하기 전에 잠시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조앤이 당시 그의 학생이었다. 그녀는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 리처드가 한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면서 헨리 킴볼에게 불륜 사실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한다. 마침내 사건 다운 사건을 맡게 된 헨리. 과연 그는 조앤이 의뢰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여러 편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우선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등장하는 탐정 필립 말로. 고독한 늑대 같은 겉모습에 대비되는 뭔가 낭만적이고 순수한 내면? 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수사 중간중간 시를 쓰고 사건 주요 관계자와 연애를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헨리 킴볼의 인간적인 매력이 좋았다. 이외에도 미국 드라마 [덱스터]와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도 떠올랐는데, 진짜 나쁜 놈들만 골라 죽이는 연쇄 살인마 덱스터와 엄청난 걸 크러시의 매력을 가진 밀레니엄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섞어놓은 듯한 인물이 등장해서 말이다. 완전 매력덩어리 그녀 릴리.

우리들 각자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좋게 쓰면 사회에 도움이 되겠지만 범죄에 재능이 있어서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는 타고났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스라이팅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타인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 추론 능력이 뛰어나서 사건과 사건 사이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대번에 파악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타인의 목숨을 아주 쉽사리 빼앗을 수 있지만, 그 재능을 세상을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 등등등 이 소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아주 절묘한 플롯도 훌륭하지만 특히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세상엔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대담하게 넘어가거나 아예 그 선을 지워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게 별점을 준다면? 당연히 만점! 캐릭터 묘사가 기가 막히고 ( 미친놈들 전성시대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 않은 설정과 결론이 - 악으로 악을 이겨먹는 - 이 너무 신선하다. 현재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 가스 라이팅 "의 실체가 무엇인지 작가가 조곤조곤 짚어준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이자 교수인 릴리의 아버지가 " 좋은 작가란 좋은 관찰자다 " 라고 했는데, 이 책을 쓴 작가 피터 스완슨 본인이 정말 뛰어난 관찰자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싶다. 살아가면서 여러 성격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특성을 정말 잘 살려서 소설 속의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로 살려낸 것은 아닐지... 읽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 과연 나도 살려 마땅한 사람일까? " 를 스스로 묻게 되는 소설 [살려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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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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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SF 소설들은 그들이 제시하는 미래가 불행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독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듯하다. 특히 정확하고 풍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창조된 미래 세계는 마치 먼 후손의 삶을 망원경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더욱더 흥미진진하다. 이번에 읽은 SF 단편 소설집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내가 과학적 지식에 많이 무지해서 그런지 이 작품집에서 선보이는 내용이 다소 난해했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미래가 굉장히 설득력 있고 황홀하게 다가왔다. 짧은 단편을 읽었지만 마치 장편 영화를 감상한 기분도 들었다.

이 책에는 각각 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우선 에너지 위기를 겪는 먼 미래의 지구에 마지막 희망이 되어주는 거대 기업 " 인텍 루나 " 이야기인 [위대한 침묵] 거대 기업 " 인텍 루나" 가 중력파 기술을 보유한 채 우주에 숨겨져있는 어마어마한 매장량의 에너지 채굴 사업에 뛰어든다는 이야기인데, 이 거대한 우주에서 왜 우리가 외계 문명 하나 발견할 수 없는지 이유를 제시하는 듯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심해 속 생태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연구 조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이 두 번째 단편인데, 특히 이 단편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SF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마치 심해를 탐험하는 사람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편은 앞에 나온 이야기들의 후속편에 속하는 듯한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편인데, 이야기에 연속성을 더해주는 듯하여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이라는 작품은 좀 더 길게 늘여서 장편으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용을 조금 말하자면, 목성의 달인 유로파에 파견되어 심해 생물을 연구하는 3명의 과학자 세실리아, 수미, 마야는 어느 날 얼음 바다 깊은 곳에서 수백 년 된 생물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체에는 장신구를 착용하였다거나 장례를 치른 흔적이 있었는데, 그 말인즉슨 그들이 지적인 생명체일 수도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던 중 가니메데 위성에서 날아온 제롬이라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그들에게 다급하고도 불행한 소식을 전하게 된다. 원래는 90일 후에 유로파에서 철수할 계획이었으나 3일 후 지구로 떠나야 한다는 것.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고 난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고 그 바이러스로 인해 식물이 파괴되면서 식량 문제와 산소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학 합성으로 어찌어찌 식량과 산소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으나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겨 곤충을 죽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종말이 멀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아마도 먼 우주에서 왔을 이 바이러스와 DNA 상 가장 흡사해 보이는 생명체의 샘플을 가능한 한 많이 채집해서 지구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황. 과학자 수미의 뇌와 연동된 잠수정 8대가 얼음과 구름충을 뚫고 사체가 아니라 생물 샘플 채취를 위해 심해로 내려가게 되는데....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과학과 신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 지역을 탐험하고 생물 샘플을 채취하여 조사하는 과정이나 인간의 뇌가 마치 소프트웨어처럼 잠수정에 업로드되는 과정 등등은 실제 과학자들의 활동 현장을 보여주는 듯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유로파 심해 지역에 있는 8개의 열수구에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지역인 니플헤임이나 아스가르드라는 명칭이 붙여지고 결국 거대한 생명의 나무인 위그드라실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종의 기원을 보여주는 신화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외계 문명과 접촉하게 되는 인류의 모습을 아주 색다르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각 과학자들 활동 이후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것만으로는 조금 감질난다는 느낌이다. 공간이나 시간 그리고 각 인물들의 사연 등을 확장하여 이 단편의 확장판인 장편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소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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