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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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금 죽어도 좋아. 이 순간이 행복해.

다만 죽을 때까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우리는 평생 젊음이 지속될 거라고 착각하며 산다. 그러나 노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직도 노년의 질병과 죽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그런 문제는 고스란히 자식들이 떠안게 된다.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의 저자 유미 씨도 아픈 엄마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해야 했다. 낯설고 힘든 간병을 하는 동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시달려야 했던 저자. 그러나 가정이 있고 어린 아기까지 돌봐야 했던 그녀는 결국 아픈 엄마를 요양원에 맡기게 되는데.....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에서 저자의 엄마 오미실 씨는 유방암, 신우암, 폐암 등 각종 암 치료를 꿋꿋이 해낸다. 평소에도 대단히 활동적이고 사교적이었던 엄마는 병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자꾸 헛소리를 하고 휘청거리며 걷다가 넘어지는 엄마를 본 유미 씨는 그것이 전형적인 뇌줄중 증상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가까운 병원에서 알아본 결과, 엄마의 뇌에 뇌종양이 발생했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유미 씨. 결국 대학병원으로 가게 된 엄마는 뇌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위급한 순간은 넘겼다는 위안을 한 것도 잠시, 엄마에게서 섬망 증세를 발견하는 저자. 극단적인 기분 변화, 공격적으로 변한 성격,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것까지... 저자는 의사에게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지만 수술 후에는 그럴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믿고 퇴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 혼자 계시던 엄마가 두통에 시달리다가 그만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고 생각한 이모가 교회 권사님과 의논 끝에 권사님이 잘 아는 요양원으로 가게 된 엄마.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서는 꺼내달라고 하소연하는 엄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딸 유미 씨는 이런 상황을 "마치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이라고 표현하면서 완전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읽으면서 나는 울다가 웃다가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하고 활발했던 엄마가 갑자기 치매에 걸린 것처럼 난폭해지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마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낄 것 같다. 그러다가도 간병 파산이라는 부담을 지게 한 엄마를 또 원망하겠지? 그러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법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다가도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혐오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 유미 씨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엄마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24시간 붙어서 간병을 하고 싶지만 아직 어린 아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사정. 그렇다고 간병인을 편안히 쓸 정도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도 할 수 없고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저자의 무력감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마치 돈 뽑는 기계 같았던 대학병원과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갈수록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던 요양원 원장님 모습까지.. 아픈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저자가 느낀 한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글은 아니다. 환자에게 반말하는 의사를 유미 씨의 남자친구로 착각하는 엄마, 요양원에서 남자친구를 만드는 엄마, 그리고 답답한 요양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는 엄마 등등 군데군데 가볍고 희극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어쨌든 유미 씨의 어머니, 오미실 씨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는 다시 건강해져서 예전의 삶을 누리며 행복해하고 있다는 오미실 씨.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에세이임에도 굉장히 드라마틱 해서 소설처럼 읽였던 대단히 재미있는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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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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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대단히 강렬하고 대담하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 <그녀를 지키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조각품처럼, 이 책도 엄청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시대를 앞서간 여인 비올라와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 미모.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둘은 자신들을 우주적 쌍둥이라 정하고 평생 우정을 지속해 가게 된다. 이 책 <그녀를 지키다>는 한 천재적인 조각가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걸작품 "피에타 조각상"에 얽힌 논란과 평생 이어간 비올라와의 우정 그리고 파시즘의 광풍이 휩쓸었던 1900년대 이탈리아의 모습을 현장감있게 보여준다. 너무나 예술적이고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책 <그녀를 지키다>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미모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삼촌이라는 석조공 알베르토에게 보내진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후 어머니가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색하고 옹졸한 알베르토에게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하던 미모는 어느날 무덤가에서 우연히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엄청난 독서광인 비올라는 매우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고 언젠가는 날개를 달고 날거라는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러던 어느날 오르시니 가문에서 밀어부친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지붕 위에서 날개를 달고 뛰어내린 비올라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마침 미모는 알베르토에 의해 피렌체에 있는 공방으로 팔려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이 소설은 사실 수도원에서 죽어가는 노년의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즉 미모의 상황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죽어가는 비탈리아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에트라달바라는 마을에서 인색한 알베르토와 지내야했던 소년 시절과 서커스단에서 숙식하며 밑바닥 생활을 했던 청년 시절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만든 작품이 빛을 보게 되면서 세속의 성공과 명예를 누리는 이후 까지 이야기가 죽 이어진다. 왜소증으로 태어났기에 무시당하며 자랐지만 결코 꺾이지 않은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걸작품을 만들어내는 미모를 볼 때마다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이와중에 펼쳐지는 비올라와의 우정도 아름답다. 마녀, 주술사 등으로 불리면서 이웃의 쑥덕거림을 일으켰던 비올라. 그러나 사실은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마도 자유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관습과 명예를 중시했고 매우 속물적인 오르시니 가문으로부터의 탈출을 원했을지도.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그 "피에타상"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도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미모는 그전에도 조각상을 만들때 자신만의 새롭고도 다소 선을 넘는 해석을 담아서 만들었기에 그의 조각상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피에타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악마들린 조각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조각상을 본 사람들을 감정적인 동요와 큰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큰 논란이 인 탓에 수도원의 지하에 갇혀있다는 이 피에타상을 상상하면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이런 의문점을 품게 된다. " 미모가 피에타상을 어떤 계기로 조각하게 된 것일까?" "이 피에타상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 혹시나 비올라와 피에타상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일이지만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정말 특별하다. 두 주인공이 나아가는 인생 여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삶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돌 속에 숨은 영혼을 발굴하는 미모의 모습과 관습을 거부하며 본인만의 고고한 자유를 누리던 비올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야생 동물인 곰을 길들이고 죽은 이와 대화를 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라 믿었던 비올라. 그녀가 지금 살아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행위예술가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전쟁과 파시즘 그리고 지진... 온갖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미모와 비올라는 이제 본인들만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정말 짧지만 예술은 길고 영원하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해준 엄청나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 <그녀를 지키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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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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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건강하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고양이들이 내는 골골송은 실제로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니 대단하다. 나는 현재 코난이라는 이름의 6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가끔은 키우는 게 아니라 모시고 있다 (?)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까다로운 녀석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코난이는 내가 우울한지, 화가 났는지 금방 파악하는 것 같다.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옆에 앉아서 물어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가끔은 까칠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매력덩어리 고양이들. 이 책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는 무려 22마리라는 엄청난 고양이들을 모시고 사는 베베 집사의 제주도 라이프를 보여준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마일로라는 고양이를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생긴 것도 너무 잘생겼고 무엇보다도 집사를 너무 사랑해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고양이라니! 우리 코난이는 꾹꾹이나 골골송을 잘 하지 않고 잠을 잘 때만 옆에 오는 다소 차가운 고양이이다. 마일로를 보는 순간 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고 심장은 그야말로 콩닥콩닥 뛰었다. 그런데 그 마일로의 집사가 바로 베베 집사님이었다니!!! 책이 나오고 나서야 그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었다. 베베 집사가 게임계의 고인물이었고 ( 대학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직장도 게임회사로 선택했다니 ) 여자라는 사실 (이게 왜? ㅋㅋ) 서울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제주도에 내려가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다.

책의 구성을 좀 살펴보자면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는 고양이를 기르게 된 계기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결국 직장을 떠난 이유 등이 자세하게 실려있다. 23쪽에 보면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집사님의 팔에 매달려있는 마일로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애교쟁이 고양이를 처음 봐서 너무 놀랐다. 31쪽에는 제주도에 마련한 파란 지붕의 주택이 나오는데, 넓은 마당을 보니 고양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느낌이었다. 33쪽에는 블로그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올린 막장 동화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이름을 딴 "베리스토퍼 놀란"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는 글이다. 고친자, 즉 "고양이에 미친 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 사진 찍기, 영상 올리기, 그리고 이야기 만들기 -에 푹 젖은 저자를 볼 수 있었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집사가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펼쳐진다. 첫 고양이였던 길고양이 빠빠. 빠빠는 가족을 거느린 아빠 고양이였고 어쩌다 알게 된 빠빠에게 저자가 음식을 주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이후 비 오는 날 처량하게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냥줍하게 되는 저자. 알고 보니 새끼 고양이는 빠빠의 새끼였다는 사실.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디올이를 필두로 해서 입양 문의 글을 보고 데려온 샤넬, 수의사 선생님의 연기에 속아 데려온 포우, 고양이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데려온 노랑둥이 고양이 푸딩 등등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역시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애교쟁이 마일로 이야기였다. 마일로는 특이하게도 성묘인 채로 길 생활을 하던 아이를 데려온 케이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의 껌딱지라 불릴 만큼 집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이다.

3부에는 고양이들이 고양이 별로 떠나는 내용이 나오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봐야 할 듯. 4부에서는 직장 생활과 유튜버라는 직업을 동반하는 것에 지쳐버린 저자가 제주도로 이사 와서 본격적으로 생활하는 내용이 나온다. 원래 데리고 있던 녀석들 외에도 제주도에서 만나게 된 새로운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가롭게 늦잠을 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삶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삶이란 게 도대체 뭔가? 우리가 경쟁하면서 힘들게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골 생활이 주는 여유로움, 귀여운 아이들과의 즐거운 동반 생활, 카페처럼 지어진 주택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향기로울지... 너무나 부러웠다. 저자가 글도 너무 잘 쓰고 고양이들을 담은 사진들도 너무 귀여워서 정말 100% 만족하게 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에세이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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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LOGOS 일과 선택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조우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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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성공이 실패로, 때로는 친절이 속임수로,

혹은 실수가 실마리로, 다시 우연이 필연이 되어

삶은 언제나 기쁨과 슬픔의 교차로를 지나간다

우리는 문제없이 살아가길 원하지만 인간관계와 일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누군가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런 경우, 나 같은 일반인들은 법과 관련된 지식이 거의 없으므로 변호사나 법무사와 같은 분들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 책 <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의 저자 조우성 씨는 변호사 일을 하는 동안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놓았다. 요즘엔 법 기술자라고 불릴 정도로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갑질을 하고 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우리에게는 조우성 변호사와 같은 사람들이 절실하다.

지은이 조우성 씨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8년간 변호사로 일해왔다고 한다. 특이한 점을 말하자면,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을 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이>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의 원작자라고 한다. 평소에도 팟 캐스트나 여러 방송에서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왔다고 하는 저자 조우성 변호사.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세상이 조금 살벌하고 무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훔쳐가고, 부동산 계약을 이중으로 맺는가 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무심코 사용한 것만으로도 지적 재산권 침해에 걸릴 수 있다니. 이런 경우 그냥 법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법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법 사용에 있어서 매우 창조적이라고 해야할지, 어쨌든 저자 조우성씨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 몇몇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62쪽 " 아는 만큼 보이고, 실천한 만큼 얻는다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는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이 주업인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젊은 CEO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최상명이라는 이 젊은 사장은 한 대기업에게 마케팅 솔루션을 제안했다가 그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도용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업가는 평소 법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저자의 강의를 듣고 하나하나 실천을 한 덕분에 이런 법적인 문제에 휘말렸을 때 충분히 회사를 지킬 수 있었다. 여러 서류를 준비한 끝에, 결국 내용 증명을 통해서 기업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젊은 CEO. 저자는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가치가 없다"라는 체호프의 말과 함께 진정한 독서는 읽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앎으로 승화되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맺는다.

92쪽 "100에서 1을 빼면 0인 경우"라는 글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법무를 담당하는 김대리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느 날 회사의 회장이 김 대리를 불러서 땅을 팔려고 하는데 중간에서 계약서 작성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다 작성한 상태에서 갑자기 잔금을 치를 날짜를 미뤄달라는 계약자. 그 사이에 회장이 어떤 개발업자로부터 땅값을 훨씬 더 높게 쳐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김 대리는 원래 맺었던 계약을 파기한다. 잔금 날짜 지연을 핑계 삼아서 억지로 계약을 파기하는 김대리와 회장. 그러나 원래 계약자가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서 회장은 결국 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물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이중 계약을 한 회장의 잘못이 크지만 중간에서 법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은 김대리 때문이라고 하니, 법률가들은 정말 평소에도 꼼꼼하게 모든 것을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간다>에는 읽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여러 법적 분쟁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인정이 통하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 바로 법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는 조우성 변호사의 인간적인 면 덕분에 사건이 해결된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사업을 확장하려던 친구에게 보낸 손편지 이야기나 융통성 없는 후배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폭행 전과가 생기고 그 때문에 새로운 회사에 취직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저자가 쓴 이메일 덕분에 취직이 된 이야기 등등등.. 저자에게는 냉혹한 법률가 같지 않은 따스한 인간미가 빛나는 에피소드가 대단히 많았다. 때로은 단호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듯한 좋은 에세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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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장소
채민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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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생활자이자 건축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의 새로운 발견, 익숙한 공간으로의 모험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몇 년 전에 이탈리아에 여행을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민박을 했었는데, 몇 백 년 된 낡은 건물에 열쇠로 문을 여는 방식 등 현대화되지 않은 건물과 공간 때문에 많이 당황했었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그런 것일 뿐, 실내는 전문 디자이너가 연출한 것처럼 대단히 세련되고 감각이 있었다. 건물뿐 아니라 바깥에 테이블을 둔 카페에는 밤낮없이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 햇볕이 강렬히 내리쬐는 광장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가득해서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넘쳤다. 건물은 낡아도 삶은 여유롭게 즐기는 느낌이었달까?

이 책 <모든 날 모든 장소>는 연구원으로 미국에 1년을 머물러야 했던 한 건축 기자의 눈으로 본 미국의 공간과 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공간과 건물을 통해서 본 미국의 문화와 생활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보통의 에세이는 인간관계나 특정 사건에서 비롯된 에피소드 위주이지만 이 책에는 아파트, 학교, 놀이터, 다이너 등등 공간과 건물에서 느낀 미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원래 스스로의 단점과 장점은 자신이 잘 못 보는 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바라본 한국의 장단점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미국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좋았지만 한국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이 책은 "집"에서부터 "미술관"까지 우리가 늘 머무르는 공간에서부터 가끔 찾게 되지만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공간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우선 미국에도 "아파트"라는 공간이 있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마치 호텔과 비슷한 구조에 우리나라처럼 주위에 편의 시설이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면에서 아파트가 거주시설로 선호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너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삶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공부를 하러 간다는 목표의식이 확실하게 설정된 곳이고 공동체에 개방이 되지 않는 곳도 많은 다소 폐쇄적인 장소이지만 미국에서 학교는 아이들이 여러 체험을 하면서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는 곳, 그리고 주말마다 장터가 열리면서 마을 사람들과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는 곳이라는 개념이 더 컸다. 학교에서 여는 여러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자본주의의 첨병을 달릴 것 같고 개인주의가 너무나 심각할 것 같다고 느껴졌던 미국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잘될 수 있는 조건화가 되어있는 것 같아서 놀랐다. 뭐라고 해야 하나? 삶에 대한 관점,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공간 중에서도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품목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는 슈퍼마켓과 누구든지 가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이너라는 공간이었다. 다양한 식재료가 풍부하게 있는 미국 슈퍼마켓, 그리고 밥하기 싫을 때 그냥 나가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너라는 공간. 나중에 혹시나 미국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다녔던 한국 생활에 비해서 다소 불안한 미국 생활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간과 건축물을 통해서 바라본 미국은 꽤 인간적인 곳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곳곳마다 배치가 되어 있고 도서관은 그냥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가 있고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공동체가 살아있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진 공간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습에만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은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간과 건축물을 통해서 본 미국에서의 생활기 <모든 날 모든 장소>를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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