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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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증오로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니콜과 모니카. [퀸의 대각선 2]에서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좀 더 본격적인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체스 게임에서 시작된 개인적 원한으로 말미암아 발생된 여로 사건들로 인하여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에게 있어서 영혼과도 같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된다.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서로에게 향하는 공격은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퀸의 대각선 2]에는 아직까지도 음모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 엄청난 사건, 9.11 사태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충격적이었던 당시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퀸의 대각선] 1편에서 니콜 때문에 어머니를 잃는 비극적 경험을 했던 모니카. 그녀는 영국 정보기관인 M15을 이용해서 니콜의 남자 친구이자 IRA의 우두머리였던 라이언을 죽이고 니콜을 납치하게 된다. 독방에 갇혀서 감각 박탈이라는 일종의 고문을 받으며, IRA에 대한 정보를 토해내기를 종용 받던 니콜. 모든 상황이 모니카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고 보이던 그때, 교도관을 돈으로 매수한 아버지 덕분에 니콜은 감옥을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비록 모니카와 총격전을 벌이긴 했으나 총격전을 벗어난 니콜은 헬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1986년, 총격전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니콜은 양모 사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양치기 조슈아에게 넘기고 국제 정치에 투신하게 된다. 그녀는 민중 혁명의 중심부는 바로 소련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에 들어가게 된다. 조직가와 전략가로 인정받은 니콜은 친소 정부를 세우려는 소련 정부에 의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이 된다. 한편, 모니카는 반군 무장 게릴라인 무자헤딘을 지원하는 미국에 의해 마침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었다. 원수는 외다리 나무에서 만나는 법!! 멀리서도 모니카를 한눈에 알아본 니콜이 오토바이를 타고 말을 탄 모니카의 뒤를 쫓게 되는데....

이 둘이 실제 인물이라면 그냥 얼굴만 봐도 카리스마가 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전사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들. 체스의 천재들답게, 마치 체스판 위에서 사용할 듯한 전략들을 써가면서 서로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공격한다. 서로에 대한 이들의 끈질긴 공격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쓰는 작전과 전략 때문이다. 특히 니콜은 단 한 사람, 즉 모니카를 제거하기 위해서 마치 우연한 사고로 보이는 사건들을 설계한다. 이 와중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단을 심리적으로 조종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써먹는 그녀의 전략에 있어서 실패란 없다.

[퀸의 대각선 2]는 정치에 몸을 담근 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라는 각자가 믿는 신념에 따라 투쟁하면서 동시에 평생의 숙적인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니콜과 모니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국제 정치학, 사회학, 지정학 등등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고, 냉전 이후 세계사를 이끈 핵심 세력들과 그들의 움직임 등등을 알 수 있었다.

역사에 있어서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벌이거나 사건의 중심지에 있었던 니콜과 모니카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적으로 세계사의 전면보다는 뒤에 물러서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대결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것... 마치 체스 대결을 벌이듯 그렇게 세계를 넘나들었던 두 체스 천재의 마지막 대결은 과연 어떤 결과로 마무리되었을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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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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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은 픽션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과학자나 탐험가처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 - 뇌, 인간의 영혼, 신, 공동체 등등 - 깊고 넓게 파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인 [퀸의 대각선]도 일종의 사회학, 혹은 정치학 논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체스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오래된 이념과 이념으로 인한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개인의 잠재력을 믿는 모니카는 냉전 시대의 소련과 미국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체스 천재 니콜과 모니카, 그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1970년대, 호주에 살고 있는 소녀 니콜 오코너는 학교에서 과학 실험을 위해 우리에 넣어놓은 생쥐 640마리를 풀어주고는 집단이 일으키는 혼란과 무질서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미국 소녀 모니카는 한 학생을 괴롭히는 5명의 아이들을 소화기를 이용해서 응징한 후, 멍청한 인간 집단의 무용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관심이 많은 니콜은 혼자 있기 싫어하는 병인 오토포비아를 앓고 있고, 모니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안트로포비아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가정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딸을 보다 못한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이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계획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그녀를 체스로 유도한다. 양모 사업으로 떼돈을 번 니콜의 아버지는 사실 골수 공산주의자로서. 탄압받는 민중을 위해서 일하는 IRA와 같은 혁명 집단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왔다. 그는 니콜이 체스를 배우면서 집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우길 바란다. 반면 모니카의 어머니는 충동적으로 감정에 휘말리는 모니카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체스를 권유한다.

소설 [퀸의 대각선 1]은 이토록 완전히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두 천재가 체스를 통해서 성장을 하면서 또한 체스를 통해 점차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1972년 레이캬비크 세계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만나게 되는데, 니콜은 에그레고르, 즉 집단정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믿는 평소의 원칙대로, 체스를 둘 때도 폰들을 이용해서 상대방 킹을 강하게 압박하며 승리를 거둔다. 모니카는 좀 더 전략적인 편인데, 퀸이 가진 능력치를 이용해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체스를 두게 된다. 숨 막히는 접전 끝에, 니콜이 특유의 압박 작전으로 모니카에게서 승리를 거둔 순간, 갑자기 모니카가 니콜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니콜과 모니카... 독자들은 [퀸의 대각선 1]에서 이 상반된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대로 자라나게 된다. 니콜은 부족민들의 관습을 지켜보며 공동체와의 연결이 개인에게 힘을 준다는 걸 깨닫고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쪽을 택한다. 우수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요가와 명상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스스로 정신적인 깨달음을 추구하고 능력치를 키우게 된다. 겉보기에 그냥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건의 지점에서 계속 만나게 된다.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두 사람. 이들이 부리는 체스판의 말들은 결국 세상이라는 보다 더 큰 체스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이 벌이는 체스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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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 - 나는 나를 초대하여 정신분석 삶을 고백하다?
김현미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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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다고 말하지 마라.

성공했다고 말하지 마라.

명예롭다고 말하지 마라.

상처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상처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게 되는 사람들은 우선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아마도 본인의 마음속도 모르는데, 어찌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 책 [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는 윤정정신분석연구소에서 8년째 연구 중인 작가 김현미씨의 스스로에 대한 정신 분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부제가 [나는 나를 초대하여 정신분석 삶을 고백하다]이다. 누군가의 삶과 그 삶에 대한 분석이 한 편의 책으로 빚어졌다.

“서문”을 통해 작가는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진 학자 3명을 언급한다. 프로이드, 라캉 그리고 현 스승인 ‘정신분석가’ 윤정이다. 프로이드 이론에서 “자아”란 무의식 충동, 즉 이드를 향해서 명령과 금지를 전달하는 초자아가 되고, 라캉은 인간의 말과 행동은 결국 무의식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정은 자아란 하나의 [정신적 바이러스]이고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접근한다. 나는 정신분석학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으나 대단히 흥미로운 분야이고 어쩌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정신분석학을 통해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진다. 1부는 자아의 주체 / 2부는 말하는 주체 / 3부는 생명의 주체 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각 글은 시선 / 응시 / 전이 / 분열이라는 소제목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이들은 일종의 정신분석학 속 이론이다. 저자는 각 정신분석학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선 : 자아가 상상하면서 바라보는 세계

응시 : 말하고 행동하고 난 뒤 보여지는 세계

전이 : 안전한 곳에 기대어 정박하려고 애쓰는 자아

분열 : 끊임없이 차이가 발생하고 그 차이 속에서 상처를 입고 한쪽으로 분열되는 것을 의미.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각 소제목에 따라 글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었다. “시선”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라면, “응시”는 세상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미지라 하겠다. 실제로 “시선”이 작가의 아버지를 가난하고 무식한 이미지로 바라보았다면, “응시”를 통해서 아버지가 겪은 삶의 아픔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자아의 “분열” 에 의해,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는 어느새 세상의 권력을 움켜쥐려는 여전사를 불러왔고, “전이”를 통해서 결국 저자는 모든 분노를 승화시켜서 공동체를 위한 활동, 즉 정의로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모습이 된다.

이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가운데, 저자는 자신의 평생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 상처,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본다. 그때는 아팠지만 결국 상처가 삶을 지속하게 만들어준 에너지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중간 중간에 저자가 지은 시들이 그녀가 겪은 아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녀의 마음 속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 [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는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받은 온갖 상처와 고통을 결국엔 에너지로 만들고 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상담 쪽에 몸을 담고 있는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살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아무 상처없이 살아온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알지 못합니다.

슬픔, 괴로움, 아픔, 가난, 좌절, 절망, 자살 충동.

그런 흔적이 철학입니다.

그런 삶이 없다면 아름다운 삶의 교향곡을 들을 수 없습니다.

고상한 논리는 삶의 지도에 불과합니다.

상처는 생명을 기다리는 희망입니다"

-155쪽 상처의 노래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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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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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옭아매는 견고한 매듭

나의 엄마, 나의 딸

'모녀'라는 관계의 함정에 빠진

사라진 친구의 행방

카인은 질투심 때문에 동생 아벨을 죽이고도 피 묻은 손을 감춘 채 태연히 살인을 부정한다. 이렇듯 살인과 거짓말이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악"의 씨앗은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후손에게로 전해졌으리라 본다. 나는 소설 [mymy]를 읽으며 "악의 유전성" 혹은 "악의 평범함"을 떠올렸다. 악은 실제로 존재하고 악을 저지르는 괴물 같은 유전자는 우리 안에 있다.

주인공은 싱글 맘인 엄마와 둘이 사는데, 그녀는 아빠의 존재를 모른다. 엄마는 청소, 식당 설거지 등등 온갖 허드렛일을 통해 하나뿐인 딸을 먹여살리고, 그런 엄마의 고생을 알기에 주인공은 공부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과학고 모의고사를 치른 후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는 주인공은 미술로 갈아타지만, 진짜 재능을 가진 다른 아이들 때문에 또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재능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하고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소설 [mymy]는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 시절 겪었던 커다란 사건 - 바로 학급 친구 변민희의 실종 -으로 시작되고 변민희가 사라진 후 뒤에 남은 사람들 간의 진실 게임에 집중한다. 평범하게 집을 나섰던 민희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때 변민희가 엄청 좋아했던, 홍콩 배우를 닮은 담임 한정철과 관계있는 것일까? 아니면 변민희가 사라졌던 날 아침, 그녀와 함께 있었던 오토바이 폭주족 남자 친구였던가?

혹은 허구한 날 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가 연루된 일이었던가?

십수 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성인이 된 주인공은 분식집을 차려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엄마의 강요로 회사의 자금을 몰래 횡령했다가 들키는 바람에 해고를 당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러던 중 아파트 공사 중이던 한 업체에 의해서 산에 묻혀있던 변민희의 시체가 발견되고, 공소 시효를 3개월 남긴 상황에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재개된다.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과거의 모든 기억과 용의자들이 한꺼번에 소환되게 되는데...

범인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가, 시체에 대한 묘사를 하는 뉴스 부분에서 그만 소름이 딱 돋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작가님이 심어놓은 떡밥을 그제야 눈치챈 .. 나는 둔한 독자였다. 여러 이미지가 순식간에 마치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갔다. 아... 그때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구나 하는.. 소름 끼치는 경험.

소설 [mymy]는 엄마와 딸 간의 끊을 수 없는 집착과 애증의 고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1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는 진실게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병적인 거짓말과 치명적인 살인 사건을 오고 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 [mymy]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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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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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는 거야.”

젊은 시절에는 가진 게 없어도 꿈이 있었다. 그랬기에 초라한 현실이 우리들을 때리고 짓밟아도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에 계속 걸어나갈 수 있었다. 낭만과 이상 그리고 동경은, 젊은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책 [좋아하길 잘했어]라는 소설은 SF소설을 표방함에도 불구 마치 청춘영화를 방불케하는 낭만과 이상으로 가득한 책이다. SF와 청춘의 만남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양자 얽힘을 이용한 타임머신 제작이라던가, 우주 팽창 이론이 등장하니까 SF소설은 맞는데 이 안에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 등이 있다.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소설집이고 각기 다른 분량의 3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첫 번째 단편 “당기는 빛” 인데 주인공이 툭툭 내뱉는 농담이 진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와 보면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뭔가 어두운데 따뜻하고 우울한 것 같은데 한번씩 던지는 블랙 유머가 진짜 배꼽잡게 하는 사람들.

#당기는빛

젊은 시절 문학 동아리에 가입할 만큼 순수하게 문학을 사랑했던 젊은이였던 주인공은 문학적 재능이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결국 어느 대기업 산하의 연구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얼마 후, 천재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들어온 신입연구원 안미래가 양자 얽힘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미래 의식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종의 타임 머신을 개발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녀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이 된다. 될대로 되라 싶었던 주인공은 선뜻 실험 대상이 되어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주인공은 대학 시절 삼총사로 붙어다니던 친구 중 한 명인 윤수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을 받게 된다. 황망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으로 들어간 주인공은 윤수의 사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정 사진을 보게 되는데...

다른 소설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당기는 빛]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우선, 주인공이 안미래에게 추천해준 타임머신, 즉 미래나 과거 의식을 현재로 끌어오는 것 이게 그나마 타임머신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계에 설득력을 제공한다는 느낌.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기는 빛]은 마치 한 편의 청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열정적이고 뭐든지 꿈꾸게 하지만 정말 너무 짧다.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랄까?

[당기는 빛]은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우리가 그래도 현실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주는 것 같은 소설이다. 별로 일도 없는 연구소에 천재보다 천재인 안미래가 들어온 것은 우연? 그녀의 컴퓨터의 시간이 하와이 시간대로 맞춰져 있던 것도 우연? 우연과 우연이 겹쳐지고 얽히면서 필연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단편 [당기는 빛] 내게 타임머신이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소설집 [좋아하길 잘했어]

"진정한 타임머신이란 사용자가 시간을 이동하는 기술이 아닌 거야. 바라는 세계를 현재로 끌어당기는 거지. 마치 견인광선처럼.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는 거야." -55쪽-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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