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아무것도 없이 모든 것을 이룬 남자
조던 벨포트 지음, 장지웅 옮김 / 여의도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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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에는 고귀함이 없습니다.

저는 부자도 되어봤고 가난도 경험해 봤습니다.

저는 매번 부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어요.

적어도 부자라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해결할 수 있어요.

수천 달러짜리 양복에 수만 달러짜리 금 시계를 차고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서 말이에요."

이 책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읽는 동안, 마약에 취한 채 돈벌이라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자본주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타입이다. 사실 책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마치 동물원 같은 사무실 분위기나 (회사에서 동물 길러도 됨, 직원들끼리 이곳저곳에서 성관계도 함) 주인공 벨포트가 단상 위에 서서 열광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에게 주식 판매를 종용하고 떠난 뒤 사무실에서 터져 나오는 광기 어린 전화 통화 소리 등등은 가만히 앉아서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흥분감과 스릴감을 안겨다 주었다. 마약이나 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는 영 앤 리치들의 도덕 불감증 (?) 이 눈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책은 정말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있다고 들었고 홍보용 영상도 본 것 같은데, 영화에 앞서 책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젊은 시절 월가를 호령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는 돈을 엄청나게 벌어들이기도 했지만 마약도 엄청나게 했고 창녀도 엄청나게 만났고 ( 거의 미친놈 수준.. ) 부유한 투자자들의 돈을 홀라당 삼켜버리기도 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자서전에 가깝긴 하지만 소설이니까 과장된 면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싶을 만큼 엄청난 과소비와 방탕한 생활을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조던 벨포트는 1962년 뉴욕시 브롱크스의 한 유대인 가정에 태어났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주식 중개 업체에서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매우 영리하고 눈치가 빨랐던 그는 얼마 있지 않아 회사가 하나의 정글이라는 사실을 파악한다. ( 목표를 위해서는 인정사정없는 모습? ) 브로커들은 상사고 부하직원이고 상관없이 안하무인에, 다들 마약에 찌들었고, 중요한 것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 야생적이고 본능적인 (?) 모습에 벨포트는 큰 매력을 느꼈고 자신도 이 업계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추진력과 잠재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그는 1989년 친구 대니와 함께 그들 소유의 중개 업체인 스트레턴 사를 차리게 되고 1990년대 초 미국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회사가 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된다.


이 책은 주인공인 벨포트가 주식 시장을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어떤 식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들일 때마다 어떤 식으로 노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주식 거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상적인 주식 거래라기보다는,, 크게 한 방을 노리는 듯한 느낌이 더 컸고, 중개인들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가 도로를 내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스스로를 흥분시키고 ( 마약 흡입 ) 더 많은 돈을 벌고 나면 흥분감에 또 마약 파티... 뭔가 굉장히 문란하고 타락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스트랜턴 회사의 모토가 " 타락 "이라니 할 말 없음.

앞에서 얘기했지만 이 책은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들이 극명하게 갈릴 그런 책이다. 주식 팔고 마약 하고 성을 사고... 주식 팔고 마약 하고 성을 사고..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형화된 삶, 완벽한 삶이 과연 재미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책은 뭐랄까? 간접적으로 타락의 기쁨에 젖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소심한 개미라서 남 눈치를 많이 보고 한계선을 결코 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일탈의 느낌을 준달까? 그런 책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본 것 같기도 하고, 파티와 난쟁이 쇼 같은 것이 일상인 문화에 대한 약간의 충격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항상 엄숙하게 살기만 했다가 이렇게 자신을 다 놓아버린 듯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사는 것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민망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그런 재미적 요소가 가득 들어있는 책이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대중적인 요소가 가득한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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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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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 앞이 전혀 안 보일 때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길을 그린 그림도, 길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크리스마스란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촉촉해지는 걸 느낀다. 따뜻한 벽난로 앞 둥글게 모여 앉아서 크리스마스 특별 요리를 먹으며 선물을 교환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과 가게들을 장식한 트리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마구 들뜨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다정하기 짝이 없는 크리스마스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하루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책 [엄마의 크리스마스]


이 책엔 세상일과 인간관계에 서툴기만 한 한 싱글맘 누크와 영악하기 그지없는 꼬마인, 아들 으제니오가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의 풍경을 담아낸다. 그러나 외국의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없다. 엄마가 구워준 크리스마스 쿠키를 먹으며 선물을 교환하는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대신 고독하고 쓸쓸한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 모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아무 계획도 없는 엄마. 그런 엄마의 모습이 답답했던 걸까? 엄마의 말에 일일이 말대답을 하고 햄버거를 사다 달라고 칭얼대는 꼬마 으제니오. 내가 어른이라서 그런지, 아님 꼰대인 건지, 어린 녀석이 엄마를 휘두르는 듯한 모습에 책 읽는 내내 기가 막혔다. 물론 으제니오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1년 동안 기다렸기에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선물도 가득 받는, 풍요롭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한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예술적인 엄마가 낭만과 애정을 가득 담아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현실성이 없다며 비난하는 으제니오를 보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이가 저렇게 삐딱하게 나온다면? 잘해주고 싶다가도 그런 마음이 쏙 들어갈 것 같았다.


남편과 이혼을 한 뒤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 전문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한 엄마 누크는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아들 으제니오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워낙 세상사와 인간관계에 서툰 탓에 으제니오가 만족을 느낄만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지는 못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린 엄마와 아들은 햄버거도 사 먹고 장난감 가게도 가고 카나리아 한 쌍을 사기도 하지만, 뭐랄까? 고독과 쓸쓸함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감정은 뼈가 시릴 듯한 고독감과 단절감이었다. 친구가 있어도 주인공 누크가 진정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들은 이야기 내내 삐딱선을 탄다. 불만에 가득 찬 꼬마 폭군을 달래기 위해 엄마는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자신을 위한 크리스마스는 사치일 뿐이다. 인간관계에서 누크는 내내 평행선을 달린다. 그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고 그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어찌하리 그게 누크의 진정한 본성인걸.


꼬마 폭군 으제니오가 어른이 되면 엄마의 마음을 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없다는 사실을 좀 깨닫게 될까? 우리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실 쓸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엄마 누크와 아들 으제니오가 고독감에 몸부림쳤던 것처럼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기에. 나는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누크가 좀 더 편안해지기를, 본인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쓸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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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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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모인 사후세계에서 시작되는

애틋하고 뭉클한 이해, 용서, 화해 그리고 사랑!

세속의 삶을 등진 후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스스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경우는 또 어떠할지..이 질문에 대한 대답하는 듯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여성 작가로손꼽히는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 설재인 작가의 신작 [우리의 질량] 을 읽게 되었다.이 책 [우리의 질량] 은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딱 그 중간 지대인 듯한 곳에서 살게 되는,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들 이야기이다.

그들은 이승에서 풀었어야할 매듭을 풀지 못하고 이쪽 사후 세계로 넘어왔기 때문에

잠시 유예 기간을 가지면서 자신에게 낙인처럼 새겨진 매듭을 풀어야 한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필요없는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스킨십을 통해서만

매듭을 풀 수가 있다. 그것도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긍정적인 스킨쉽만이 도움이 된다.

주인공 서진은 전 남편의 손에 지속적 폭력을 당하가다 급기야 한강에 뛰어든 후 이쪽 세계로 넘어왔다. 그녀는 매듭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탈출할지 알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영원한 안식을 얻기 위해 너무 급하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겁을 먹은 채 숨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전 남친이었던 건웅을 만나게 된다.

서진이 쓰레기같은 전 남편과 결혼하기 전, 그들은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던 연인이었으나

곱게 자란 건웅에게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서진의 결정으로 헤어졌었다.

서진은 사실 부모에게도 배신당하고 가난에 찌들리면서 살아가다가 돈 밖에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마음이 크게 다친 상태였다. 순수한 건웅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달까?

서진과 건웅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와중에 그들이 나눈 사랑의 면면이 보였다. 아름답고 순수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끝이 보였던 그들의 사랑.

서진에게는 자신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부모가 그녀를 쪽쪽 빨아먹었고,

엘리트였던 건웅의 부모는,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간 건웅을 무시하고 막 대했다.

둘 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그랬기에 사랑을 완성하지 못했던 듯 보였다.

잔잔하게만 흘러가던 이야기는, 서진이 폭력적이었던 전남편을 마주치게 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비열하고 비겁했던 전남편 장준성은 자신이 가르치던 중학생 제자를 꼬드겨서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중학생 제자 선형이는 곧장 후회를 하고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장준성의 방해로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것이었다.

전남편의 악행을 알게 된 서진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복수의 계획을 짜게 되는데....

가슴 속에 피멍이 든 채 살아가야 했던 서진의 삶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청춘이라고 마냥 아파야 되는 것은 아닌데, 왜 누군가의 삶엔 끊임없이 불행만이 흘러넘칠까?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서진과 건웅의 사랑... 하지만 해피엔딩은 없다는 사실만 알고 살아온 서진은 건웅과의 이별을 끊임없이 준비했던 것 같다. 이 [우리의 질량]은 독자들을 울게 만들 수도 있고 웃게 만들 수도 있고 주먹을 꼭 쥔 채 분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답고 짠했던 이야기 [우리의 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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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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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펼쳐진 역사의 변주, 상상력의 질주

책의 제목인 [칼송곳]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하며 나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 사건을 기가 막힌 솜씨로 해결하는 가상의 인물 군관 장만호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전후 시기 동안, 왜군 간자들, 즉 간첩들이 수시로 조선을 드나들면서 양반들과 군관들의 배신을 유도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연작 소설집인 이 책에는 4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고 각각의 이야기엔 전라도 좌수영에서 근무하는 장만호가 등장한다. 첫번째 소설인 [칼송곳] 은 그가 바다에 빠져 죽은 한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좌수영 소속이었던 대장장이 순길이 살해당한 채 바다에서 발견되고, 풀뭇간에 있었던 거북선 모형이 사라진 점과 풀뭇간 곳곳에 순길이의 혈흔이 흩어져 있는 걸로 보아 아마도 모형을 훔쳐가려던 왜군 간자들이 그를 공격한 것이 아닌가 하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그러나 날카로운 추리력과 관찰력을 가진 장만호의 눈에는 전혀 다른 사건을 가리키는 증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번째 소설인 [편전]에는 활쏘기에 능한 한 관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첨사 나리의 활과 화살을 훔쳤다는 이유로 관아의 나무에 묶인 채 모진 신문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니, 활과 화살은, 활쏘기에 능한 그녀를 눈여겨 보았던 첨사 나리의 선물이었던 것. 자신도 한때 관노였던 첨사 윤흥신은 무예 실력이 뛰어난 관비 나해가 좀더 실력을 닦다보면 신분이 바뀔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장만호가 등장하는데, 그는 자신의 스승님이었던 윤흥신이 머무르는 경상도 다대포에 잠시 놀러왔다가 나해와 인연을 맺게 되고 그녀에게 던지는 화살인 척전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호시탐탐 다대포 지역을 노렸던 왜구가 침략하면서 임진왜란이 발발하게 되고, 윤흥신은 활쏘기 실력이 뛰어난 관비 나해에게 군관들의 자식들과 아녀자 그리고 부마의 아들을 책임지고 피신시키켜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이 책은 여러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임진왜란 전후의 조선의 정치와 군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대단히 흥미롭게 풀어낸다. 당시 부정 부패에 시달렸던 조선군의 상황과 군대의 기강을 바로잡으려했던 이순신 장군의 노력이 보였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전쟁 중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역사 장르 소설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느낌이 든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후로, 많은 양반들과 장군들이 몸을 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왜구들에게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시도가 이 책의 각 단편에 여러번 등장한다. 실제로 그런 인물들이 많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없고 조선의 무기가 좀 더 발달했더라면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내고자 한 정의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었기에 다소 실망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소 의외인 소설이었다. 임진왜란이 주가 아니고 임진왜란 중에 발생한 살인 사건들이 주를 이루다니, 그런 면도 신선했다. 내가 워낙 추리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주인공인 날카로운 추리력의 소유자 장만호 군관이 여러 살인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할 때마다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역사와 추리 장르의 만남인 이 흥미진진한 책을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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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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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리 울프는 절대 빈손으로 떠나지 않는다.

불가능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손에 넣을 거니까."

미드 [덱스터]는 악당만을 골라서 죽이는 연쇄 살인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낮에는 혈흔 분석가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 밤이 되면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살인 충동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비록 살인범이긴 하지만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처리한다는 면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영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착한 살인자?라는 매우 모순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안겨준 충격적인 원작 [덱스터]를 쓴 사람이 바로 이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을 쓴 작가 제프 린지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줄거리를 살짝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라일리 울프는 엄청난 금액의 골동품이나 예술 작품을 훔쳐서 되파는 천재적인 도둑이다. 아무리 경계가 삼엄해도 유유하게 물건을 훔쳐나가는 놀라운 그의 기술에 입이 딱 벌어졌다. 작업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피가 더 끓어오른다는 천재 도둑 라일리 울프,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처음엔 단순 절도범으로 보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울프는 복잡한 내면세계를 가진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울프는 변장에 특히 뛰어나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 때마다 색다른 인물로 변신이 가능하다. 그 뿐 아니라 그의 이름 "라일리 울프"는 본명이 아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천재 도둑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여러 겹의 베일에 신분을 감춘, 매우 비밀스러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희대의 사기꾼이자 도둑을 열심히 추적하는 FBI 요원 프랭크 델가도의 손에 의해서 조금씩 그의 과거와 본 모습이 밝혀진다.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이나 되는 것처럼 라일리 울프의 뒤를 쫓는 프랭크 델가도. 책의 많은 부분이 울프의 과거를 파헤치는 델가도의 모습에 할애되어 있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는 법! 델가도는 신출귀몰한 울프를 잡는 길은 오직 그의 과거를 파헤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성실하고 끈질긴 FBI 요원의 눈을 통해서 라일리의 과거가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독자들은 한편으로는 울프의 불운하고 불행했던 과거가 지금의 현재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한편, 울프는 도저히 실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황실 보물이 뉴욕의 에버하르트 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것. 그중 울프는 '빛의 바다' 라 불리는 거대한 핑크 다이아몬드, 10억 달러를 호가하는 보석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훔쳐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엘리트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던 전문 경비원들이 밤낮으로 보물을 지킬 것이고, 그들이 방심할 경우를 대비해 이란이슬람공화국도 살인자 집단에 가까운 혁명수비대를 파견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첨단 보안 장치와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울프는 꼭 다이아몬드를 반드시 훔쳐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고는 위작 제조의 천재인 모니크를 이 사건에 끌어들이는데....

"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보석들을 맨해튼에서 전시한다는데

누가 그런 기회를 외면할까. (.... 중략....)

누군가는, 틀림없이, 훔칠 것이다.

미친 짓이라고? 자멸할 거라고? 불가능하다고? 그렇겠지.

절대 못 할 것 같아? 나를 지켜봐 "


황실 보석, 그것도 10억 달러가 넘는 거대 핑크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겠다는 천재 도둑 울프. 그는 보통 사람은 결코 생각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기발하고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차근차근 계획 실행에 돌입한다. 물론 그를 뒤쫓고 있는 FBI 요원도 조금씩 울프의 실체에 가까워진다. 울프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중간중간 실패를 하기도 하고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다이아몬드에 다가가는 것은 틀림이 없다. 도대체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저 사건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라고 궁금해하는 사이에 어느새 프로젝트는 레이스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의 주인공 라일리 울프는 비상한 머리와 이성적 매력을 이용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절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그는 천재적인 변장 실력뿐 아니라 절도와 관련된 풍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냉철한 현재 모습에 비해서 울프의 과거는 매우 비참했다. 그로 인한 분노 때문일까? 그는 절도를 저지르는 중간중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저승으로 가는 고속 열차에 태워 보내기도 한다. 뭐랄까? 나쁘지만 왠지 인간적으로 끌리는 주인공 라일리 울프. 과연 그는 장애물을 뚫고 거대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범죄 미스터리 소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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