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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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작가 루이스 페니가 만나 스릴 만점 정치 스릴러 [스테이트 오브 테러]를 탄생시켰다. 이 스릴러를 위해 클린턴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의 경험을 되살렸고 고전 미스터리의 대가인 루이스 페니는 자신의 빛나는 필력이라는 재능을 쏟아부었다. 그들은 핵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도시를 공격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한 여성 국무장관에 대한 이야기를 멋지게 창조해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를 돕는 반역자가 미국 정부 상층부에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선출된 더글러스 윌리엄스 대통령은 사실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앨런 애덤스와 숙적 관계였다. 윌리엄스가 상원 의원이었고 엘렌이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의 수장이었을 때 엘렌의 아들인 길 비하르 기자가 중동 테러리스트에 납치되었었다. 그때 윌리엄스 상원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길의 석방을 위해 테러 집단과 협상하는 것을 막아섰고 엘렌은 곧 길이 무참히 사형 당할 것이라는 절망에 빠졌었다. 그러나 길은 기적적으로 탈출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교로 개종하여 중동에 친구들과 연락책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윌리엄스 때문에 길이 제때 석방되지 않았기에, 엘렌은 그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열심히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결국엔 윌리엄스가 대통령이 되었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삐걱대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엘렌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윌리엄스는 그녀를 함정에 빠뜨릴 계획을 세운다. 새 행정부는 독재자들에게 아첨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손상시킨 이전 행정부가 일으킨 혼란을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세 개의 테러가 하루 만에 발생한다 - 처음에는 런던에서, 그다음은 파리, 그리고 마침내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폭탄이 터지기 직전, 국무부 소속 파키스탄 담당 직원인 아나히타 다히르는 처음에는 횡설 수설하는 스팸 메일이라 여겼던 이메일이 사실은 그 테러들에 대한 경고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덤스는 마지막 폭탄이 터지기 직전 이 소식을 접하고 독일로 도망간 파키스탄 핵물리학자 뒤를 쫓아 버스에 타고 있던 아들 길에게 알린다. 길은 무사히 버스를 탈출하지만 부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지게 되는데...

한편, 이 폭탄들은 중동 파벌을 위해 핵무기를 제조하러 가던 파키스탄 출신 과학자 3명을 살해하기 위해 폭발된 것으로 밝혀진다. 사실 알고 보니 중동 지역의 다른 적들이 대량 살상 무기를 획득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이란이 폭탄을 터트렸던 것. 중동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미국은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의 감독하에 있는 러시아 마피아들이 중동 테러리스트들에게 핵 부품을 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바시르 샤라고 불리는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는 이 미치광이들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것을 돕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에게 과학자를 보냈던 것이다.

엘런과 그녀가 신뢰하는 카운슬러 벳시 제임슨 그리고 국부무 소속 직원 아나히타 다히르는 엘렌의 다른 참모들과 함께 중동으로 향한다. 엘런은 테러리스트들의 신원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얻기를 희망하며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의 지도자들과 상의할 계획이다. 그러던 와중에 엘런은 3개의 핵무기가 미국의 도시에 배치되었고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엘런의 아들 길 비하르 기자는 병원을 떠나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비밀 정보원에게 향하는데, 그 정보원은 그에게 미국의 "고위급 정보원"이 러시아와 여러 테러리스트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배신자에 대해서 알게 된 엘런은 벳시를 미국으로 돌려보내 그 범죄자의 신원을 조사하게 만든다. 벳시는 전 행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던 한 구성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조사하던 와중에 여러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엘런은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윌리엄스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발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엘런은 마침내 러시아 테러리스트를 관리하고 있는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가 해온 추악한 일들을 기사로 내겠다는 협박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는데....

모든 스릴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스테이트 오브 테러]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가정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나, 중동에 있는 여러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의 위협과 러시아 마피아들이 활개를 치는 것과 같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우려들을 반영하고 있다. 가까이에는 북한이 시시때때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의 위협을 우리에게 하고 있고 현재 유럽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가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세계 대전의 위험성이 높아진 이 시기에 정치 스릴러인 책이 시기적절하게 출간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의 왕따 수준으로 외면받은 엘런 애덤스와 그녀의 충직한 친구이자 동료인 벳시 제임슨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속도감을 즐기는, 그리고 정치 스릴러를 즐기는 모든 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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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2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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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남자,

옥상에서 떨어진 듯한 여자,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을 맨 경찰관.....

이 시체가 모두 나에게만 보인다고?

설정이 대단히 신선하다!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시체 환각을 경험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아닌 밤중에 시체를 경험하는 남자의 인생은 과연 어떨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삐죽 서는 듯하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느닷없이 닥쳐오는 시체의 환각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매일 두려울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예전에 한 대학 후배가 웹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거의 밤을 지새운다고 하더니, 이렇게 환상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들 틈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구나 싶다.

독자 별점 9.92점에 네이버 웹 소설 베스트 리그 TOP 5에 속하는 영광을 누린 소설 [시체를 보는 사나이]는 독자의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공한 k 작가는 10년을 교육 사업 마케터로 일하면서 시인을 꿈꾸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웹 소설을 쓰게 되었다니, 남다른 상상력과 추진력이 부럽기만 하다. 책 소개 글에 나와 있는 것처럼, 평소에도 "상관없어, 상상하면 다 내 거니까!"를 외치며 허를 찌르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시체를 보는 사나이]의 주인공 남시보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냥 무심코 길을 걷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시체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일종의 환각이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것이 진짜 시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오히려 허위 신고 죄로 경찰서에 끌려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끌려간 경찰서의 화장실에서도 목을 매단 채 죽어있는 한 경찰관의 시체를 보게 되는데,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하늘을 날아다니고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하는 히어로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히어로가 등장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는 식으로 미리 그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 나타났다! 평범한 공시생에 불과했던 주인공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이유는 뭘까? 세상 모든 히어로들이 그렇듯, 그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줄 운명을 타고난 게 아닐까?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공 남시보의 할아버지도 시체 환각을 경험하였다고 하니 아마도 남씨 집안의 초능력을 특별한 주인공이 물려받은 듯하다. 그러나 재능이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는 법, 시체의 환각을 보기 시작한 뒤부터 남시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경찰서에 다녀온 후 또다시 시체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 남시보. 이번에는 공무원 학원 옥상에서 어떤 여성이 뛰어내려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여성을 사전에 구해내게 되고, 그녀가 허무하게 살해된 아버지 사건 때문에 절망하여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름이 소담이라는 그 여성을 도와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남시보는 자신이 거리에서 목격한, 피 흘리며 죽어가던 파란 셔츠 사내의 죽음과 택시 기사였던 소담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격한 경찰관의 죽음이 묘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경찰서에서 쫓고 있는 주요 용의자가 바로 자신에게 잘해줬던 유일한 형사, 민우직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과 형사들 사이에선 묘한 분위기가 맴돌고, 민우직 형사가 범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이 구렁텅이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시보는 소담과 민형사의 도움을 얻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애쓰게 되는데......

다른 사람의 시체를 미리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이 죽은 모습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사는게 너무나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만약 나라면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릴 것 같은데, 소설 속 주인공 남시보는 대견하게도 이 능력을 이용하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비극에서 구해낸다. 비전형적으로 보이지만 전형적인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재는 상당히 신선하고 독특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거의 대화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약간은 느슨한 감이 없지 않다. 짧게 요약해도 되는 장면은 묘사나 서술 방식을 통해서 빨리 지나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추리와 스릴러 그리고 환상이 적절하게 혼합된 소설 [시체를 보는 사나이]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국 장르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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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
김동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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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나 무게에 상관없이 다른 책에 비해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책이 있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서민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뜨끈한 국밥 같은 책이랄까? 이 책 [사람이 온다]가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김동규 교수는 부드럽고 다정하시지만 굳은 심지를 가진 분일 것 같다. 글에서 향기도 나지만 동시에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모습에 함께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달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에 진짜를 구분해 내려는 책, 그런 책이 바로 [사람이 온다]이다.

저자 김동규 교수님은 한양대에서 광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젊은 시절에는 광고 회사에 몸담았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하다가 그만 해고를 당하는 바람에 교편을 잡게 된 듯 보인다. 아직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군사 정권에 대항하는 운동을 하고 직장에서도 노동 운동을 하였다니 가족들에겐 걱정덩어리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그의 젊은 시절이 아름답게 보인다.

"내가 겪은 봄이 그러한 충격이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때까지 믿고 있던 견고한 합리의 세계는 성전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되듯 사라졌다. (...) 역사는 진전한다는 것. 사람의 모듬 살이를 지배하는 것은 악이 아니라 선한 의지라는 것. 그러한 모든 신뢰가 파괴된 집처럼 폭삭 내려앉았다."

젊었던 시절 군사 정권의 독재에 맞서서 투쟁하다가 군부대에 감금된 채 모진 고문을 받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쓴 글에서, 저자는 한순간에 사람과 사회 그리고 신에 대한 신뢰를 잃었던 것을 고백한다. 신이 있다면 이런 피비린내 나는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밤길을 걷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에 가득했던 별들이 눈 안으로 쏟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저자는 모든 시절에 신이 그와 함께 했음을 깨닫는다.

" 그는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진화한 인간이었다. 집권 기간 중의 문제점과 한계를 솔직히 인정했고 그 바탕 위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 사는 세상'의 실체적 내용과 성취를 구상했던 노무현. 그의 죽음이 지금도 애통한 것은, 퇴임 이후 그의 안에서 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구체화되었던 '새로운 한국 진보 정치의 구조물'이 땅을 다지기도 전에 함몰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못마땅한 적이 더 많았노라고. 좌파를 지향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한, 어찌 보면 얼치기 정권이었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 노무현을 지극히 사랑했던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망가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던 인간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었다.

"환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세상은 불온하다."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현상을 일으켜 "시뮬라크르"라고 하는데, 우리가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도 어쩌면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암울한 상황일 수 있다고 짚어내는 저자. 특히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인공 지능 기계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간들이 바로 "시뮬라크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기계가 창조한 환상의 세상에서 행복을 만끽하며 진짜 현실을 잊어버린 비루한 인간들.... 어쩌면 그런 인간들의 모습이 바로 가상 현실에 웃고 우는 우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라고 그는 지적한다.

오랜만에 책 다룬 책을 읽은 느낌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진짜 어른을 만난 느낌도 든다.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는, 알량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진짜 지식인을 만나 것 같기도 하다. 저자 김동규 교수에게서는 서슬 퍼런 에너지도 느껴지지만 정말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세월호 아이들의 비극에 누구보다도 마음 아파하고 그런 사고가 발생하도록 내버려 둔 정권을 향해 분노하고 원통해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눈을 번쩍 뜨고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조금 얻은 느낌이다.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가 한 걸음 더 진보하기를, 보다 나은 세상이 되기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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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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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구인 광고로부터 촉발된

범죄로 얽힌 가족의 불편한 생존기

길을 걷다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자신이 삶에서 겪은 일들이 제일 놀랍고 기구하다고 할 것이다. 너무나 기가 막힌 경험들이라 소설책 한권쯤은 거뜬하게 나올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 [리아 가족]에 나오는 가족 구성원들만큼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로 이런 가족들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가족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평생을 시달려야했다.

이 책 [리아 가족]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3자의 입장이나 정해진 화자의 관점에서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가족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사건이나 상황의 객관적 묘사는 탁월하지 않다 하더라도, 특정 상황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생각, 느낌, 감정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심리 묘사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추리나 스릴러 장르인 줄 알았는데 읽고 나서 보니까 가족 심리 드라마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리아는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살아온 여성이다. 청소년 시절 한 남자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후 남자들에 대한 혐오를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분노의 칼끝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 문재식 형사를 향하게 된다. 리아는 자신이 당한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남편을 오해한 나머지 그를 피해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몸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도우미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한 청년에게서 핏줄만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 그녀,, 그랬다, 그 청년은 리아가 범죄를 당한 후 낳았던, 어쩔 수 없이 버려야했던 아들 조 였던 것이다. 부모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채 한 마리 길고양이처럼 살아왔던 조는, 뿌리가 뽑힌 들꽃 마냥 그렇게 아무렇게나 살아오다가 엄마가 있다는 걸 알고 무턱대고 리아에게 찾아왔던 것.. 하지만 그는 이미 큰 범죄를 저지른 뒤였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남편 문형사는 아내의 안타까운 심정을 알면서도 그를 연행할 수 밖에 없는데.....


" 어디서부터 우리의 만남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어디서부터 불운은 싹트기 시작한 걸까요?

비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불운은 왜 우리를 덮치고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던 걸까요?"

책은 3대로 이어지는 가족의 불운한 운명을 다룬다.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범죄로 인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또 아이들을 버려야했던 얄궂은 운명의 리아, 리아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남편 문형사, 악마같은 생부를 찾아내서 법 대신 심판을 하려했던 딸 란과 운명의 소용돌이에 갇혀서 삶을 내팽개치다시피 살게 되는 조, 그리고 조의 연인이 낳은 아들 단비까지... 모두들 마음 속으로는 행복한 가족을 꿈꾸지만 범죄로 촉발된, 원죄에 가까운 운명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어색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독백이나 대화로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다소 두서없게 느껴진다. 추리나 스릴러 장르로 보기에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색다른 시도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편하게 다리 뻗고 잘 수 없는 가족의 불운한 운명..... 그런 가족 속에 있는 각자의 입장을 직접 들어볼 수 있기에 그들의 세세한 심리묘사와 감정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 누구보다도 기구한 삶을 살아온 리아 가족.. 서로를 밀어내기 바빴던 그들은 진정한 화해와 용서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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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성격 상담소 -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인생이 힘든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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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과연 성격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내 성격의 못난 부분에 대해 유전이라며

가족 탓을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소극적이고, 항상 불안에 떨고, 겁도 엄청나게 많아서

사회생활을 겨우겨우 하고 있는 나..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멀어지고새롭게 만난 사람들과도 일정 거리를 두고 편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나.. 답답할 뿐이다.요즘 들어 이런 경향이 부쩍 더해져서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의식적으로 드러난 부분 말고 무의식 속에 감추어져있는 부분이 많기에

본인의 성격 문제는 본인이 알기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나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일일이 나에 대해 파악해달라고

졸라대기도 어려운 일... 이럴 때 정말 상냥하고 친절한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받는다면

도움이 될 듯한데, 이 책 [아들러 성격 상담소]를 읽고 있자니, 오래 만난 친근한 의사 선생님께 매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심리학 강의 혹은 조언을 들은 느낌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히트를 친 [미움받지 않을 용기]를 쓴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신작이다.[미움받지 않을 용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지? 하며 무릎을 탁 쳤었는데, 나 말고도 남에게 미움받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니.. 이 책 [아들러 성격 상담소]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서 열거하면서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발현되고 있는 콤플렉스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허영심 많은 사람들의 특징은, 사실 열등감이 너무 많고 자신감이 없어서

스스로 뛰어나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더더욱 자기가 뛰어나다고 강조하려는 몸짓이라고 한다.


본인의 문제를 약간이나마 알고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혼란스러웠던 그동안의 삶의 이유가 조금 밝혀지고 어느 정도 해결책이 주어진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내가 소극적이고 불안에 떨고 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아들러에 따르면 이런 성격은 '방어형'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적의가 있는 고립'에 처한다고 한다. 즉, 상대가 나를 공격하기 전에 미리 차단을 해버리는 유형이고, 이런 사람들은 남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고립을 선택함으로써 결국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런 '방어형'의 사람들에 대한 아들러의 분석을 열거해 보자면,

- 대인관계에서 도망치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 불안은 과제로부터 도망치려는 마음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 변화 앞에서 불안한 이유는 과제와 적극적으로 마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밖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므로 고립을 택하는 불안형도 있다.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은 무조건 좋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전개가 되었다면 신뢰가 덜 갔을 텐데, 이 책은 쾌활하고 잘 웃는 사람도 나름의 단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웃음의 무의식에는 타인의 불행에 고소해하는 공격적인 면도 있다고 한다) 기분파, 비관적인 성격, 화를 잘 내는 사람, 항상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 등등등 다양한 분석이 나와 있고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가 없이 쓰여진 편이라 쉽게 읽히는 책이다.

가끔 꿈에서 어딘가에서 뛰어내리거나 무언가를 피해 도망 다니는 꿈을 꿨었는데

내 무의식이 이렇게 내 손과 발을 묶고 입을 막아버려서 대인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냥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정 성격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몫,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다.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 [아들러의 성격 상담소]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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