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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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요즘은 짧아도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한 문구에 끌린다. 이 책 <고상하고 천박하게>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대단히 궁금했다. 이 책은 젊은 두 예술가의 편지 교환과 대화가 담겨있는 에세이이다. 저자 김사월씨는 10년차 싱어송 라이터이고 이훤씨는 언어 뿐만 아니라 사진으로도 소통하는 시인이다. 세상을 매우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대화라 그런지 첫 편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표현마다 고심한 흔적이 묻어나고 서로를 굉장히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혹시나 너무 난해하진 않을까 했는데, 그냥 평범한 듯 특별한 두 예술가의 이야기였다.

이 책의 첫 글은 저자 이훤의 결혼식에 다녀온 김사월의 편지로 시작된다. " 너 왜 자꾸 우니 " 라는 다소 사랑스러운 타박 (?) 으로 시작되는 편지는, 가부장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경상도 여자들의 모임을 지나, 부모님이 축가를 불러주고 축무를 추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파격적인 결혼식에 대한 부러움으로 이어진다. 그 뒤 바로 이어지는 답장에서 이훤은 죽지 못해 살아왔던 지난 날과 이제는 살고 싶게 해주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달라질 줄 나도 몰랐다 " 단순한 편지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도 불쑥 나오는 깊이있고 감동적인 표현에 나도 모르게 그만 감격하게 된다.

이 책은 계속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장. 가수이면서 동시에 가사도 쓰고 수필도 쓰는 김사월씨는 무대에 설 때의 두려움과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작품에 달리는 악플을 보며 고통받는 자기 자신을 고백한다. 어쩔 수 없이 대중들에게 노출이 되어야 하고 대중들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예술가로써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반면에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한국으로 온 이훤씨에게서는 오랫동안 소외되어온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많이 보였다. 책 속에는 두 사람의 편지글과 대화 뿐만 아니라 이훤씨가 찍은 듯한 사진들도 실려있는데, 대도시의 뒷골목 등을 찍은 사진들과 이 둘의 대화를 읽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책에 실린 사진 작업의 제목은 <집은 어디에나 있고 자주 아무 데도 없다> 라는 것인데, 이민자로 살면서 단절감을 많이 경험한 이훤씨의 "이민자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 사진전을 본 이민자들은 이훤 씨에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고백을 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건 분명히 이주자의 정서라고 확신을 하지만, 웬걸,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이 사진전을 본 후 비슷한 심정을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둘은 어쩌면 "단절"을 경험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경험이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냥 가볍게 나누는 대화인 듯 하면서도 작품 세계에 대해 깨닫고 고민하는 흔적들이 보인다.

이 책에는 특히나 적어놓고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은 문구가 굉장히 많았다. 일일이 다 열거하긴 힘들지만 나같이 메마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줌의 시원한 물과 같은 문장과 글이라는 느낌이다. 서로를 아껴주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예술가로써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고민을 털어놓고 깊은 마음을 나누는 이런 대화가 굉장히 따뜻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답장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시인 이훤, 그는 사월이 있었기에 마음 속 어항과 이끼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한다. 그리고 사월은 성별과 계급을 뛰어넘어 서로의 고통을 알아보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고맙다 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아놓은 편지지와 일기장 그리고 사진첩을 몰래 들여다본 듯한 경험, 비밀스럽지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해준 책 [고샹하고 천박하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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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힘들 때 나를 지켜 주는 내 손안의 작은 상담소
김호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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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처 입은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어른이 된 당신에게

16년 차 심리 상담사가 알려주는 치유와 성장 프로세스

언젠가부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다거나 반대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과연 어땠을까 떠올려보게 된다.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몸만 어른이 된 것 같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자신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 남을 괴롭히거나 너무 착해서 거절을 못 하면서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책 <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는 본인의 "내면의 아이"에 대한 점검을 한번 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굉장히 좋은 안내서이다.

이 책에 다른 제목을 붙여본다면 아마도 " 어른이들 마음 안내서 "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쓴 김호성 저자는 현재 휴앤 마음 디자인 센터의 원장인데, 사람들의 얼굴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분이다. 일상이 힘들 정도로 마음이 망가져서 자신을 치유하고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역시 깨우친 사람들은 남을 돕는 게 당연한 듯.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뉘는데, 우선 첫 번째 '뇌'라는 미로 속 '마음 아이'찾기에서는 우리 마음속 울고 있는 아이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을 시작하라고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남들의 공감보다는 자신의 가슴으로부터의 '공명' 즉, 우리 자신에게 받는 공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은 유진 씨 이야기로 시작된다.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접과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려온 유진 씨. 그녀는 어느 날 커피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자신만 없어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놀라 상담소를 찾아오게 된다. 저자는 유진 씨에게 어린 시절을 돌이켜봐라는 과제를 내어주게 되고, 그녀는 술 먹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 자신보다 남의 편을 드는 무감각한 어머니 등에게서 상처받은 마음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움츠려든 채 울고 있는 아이를 찾아내어 공감을 넘어서는 진정한 공감, 즉 공명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어렸을 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어른이 된 자신이 직접 주면서 내면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어른의 감정 일기장>이라는 작은 책이 추가로 동봉되어 있어서 이쪽에 매일 느끼는 감정 변화를 적으면서 아이 찾기를 해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편도체 반응과 생존을 위한 뇌 구조 이해하기 그리고 부정적 감정을 역으로 이용하기와 같은 내용이 펼쳐진다. 이번에도 현우 씨와 지연 씨라는 피상담인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뇌는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토대로 현우 씨는 자신에게 공황장애를 일으키게 만든 폭군 같은 아버지에게서 머릿속으로 사과를 받아내면서 치유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이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악화된 부부관계 때문에 상담소를 찾은 지연 씨는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비난만 하던 어머니와의 갈등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상처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 지연 씨는 어머니 용서 그리고 마음속 상처 치유 이후 결국 이혼까지 갈 뻔했던 부부관계가 훨씬 더 좋아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책의 마지막 파트에는 <실전 : 사례로 연습하기>라는 대목이 있는데, 말 그대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가졌던 사람들의 사례와 치유 방법 등이 소개된다. 어릴 적 아버지의 폭력으로 대인관계 문제를 겪은 어떤 사람은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불러낸 이후 치유 단계를 밟게 되고 결국은 회사에서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인 관계를 맺는 사람이 된다. 독자들 중에서도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겪은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고 내면의 상처 입은 아이를 치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 삶이 왜 이렇게 힘든가?를 느낄 때 굳이 종교의 힘을 빌리거나 타인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어쩌면 모든 것은 내가 보는 세상, 내가 만든 감옥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뚝 성장한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너무나 알차고 좋은 내용으로 가득한 심리 서적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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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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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좋은 문장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는 모두를 위해

그냥 읽고 돌아서는 게 아쉬워서 나는 서평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내 글이 함량 미달일까 봐 조금 걱정이다.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분들의 책을 자꾸 읽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책 <연중 마감, 오늘도 씁니다>는 그래서 더욱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남는 부분은 결국 글은 남에게 읽히기 위한 것, 미사여구가 많은 것보다는 읽기 쉬운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라는 내용이었다.

저자 김현정 씨는 2003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이라는 프로를 위해 10년간 새벽 5시 반에 출근하여 생방송 원고를 작성하고 글감을 찾고 출연자 섭외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 무려 5시 반!! ) 2014년에 JTBC <뉴스룸>에서 앵커 브리핑을 맡아서 일을 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사회적으로 울림이 컸던 그 앵커 브리핑을 맡았던 분이 바로 저자였다는 놀라운 사실! 이 책의 부제는 "밑줄 긋는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인데, 거의 20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방송 작가의 프로의식과 노련함이 한꺼번에 담긴 부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균형감각과 더불어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작가의 여러 경험담 덕분이었다.

나는 우선 작가가 함께 일했던 앵커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 그냥 나의 뇌피셜 ) 차가운 느낌의 손석희 앵커에게 최종 원고를 보내는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메일을 클릭하며 덜덜덜 떨리는 손을 기억하는 작가의 멘트가 재미있었다. 앵커는 단답형 " 보냈다 / 고쳤다 / 다 고쳤다 "로 된 답장을 주로 보냈다고 하는데, 그 안에 담긴 속뜻이 너무 재미있었다. (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으시길 ) 작가는 JTBC 방송국 다음으로 일하게 된 KBS 방송국에서 만난 이소정 앵커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한다. 축구팀 소속에 밥도 고봉밥으로 먹는 쎈 언니이지만 스태프들에게 그렇게 공손할 수가 없다고. 역시 직장 생활의 백미는 좋은 직장동료와의 케미이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 생활 동안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다. 나에게도 충격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쓰레기 만두 파동"인데, 작가가 2004년 <손석희의 시선집중> 막내 작가를 하던 시절 썩은 무로 만두소를 만든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영세 만두 공장이나 업체가 한꺼번에 망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작가는 다음 날 6시 15분 생방송 프로를 위해 전날 밤 한 만두 업체 사장과 통화를 했는데, 통화는 영 찝찝했고 사장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도 엉망진창이었던 것. 결국 쓰레기 오명을 뒤집어쓴 사장이 억울한 심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날 밤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작가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시의 스스로를 반성한다. 방송국에 있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 가지일까? 이런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도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켜온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는 글 속 에서 작가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감동을 받았다. 69쪽 " 글쓰기는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 하지만 매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 좀 못 썼다고, 주눅 들지 않아야 내일도 쓸 수 있다. (...) 그래도 정 안 되겠으면 원고료를 떠올린다. (...) 하루치 원고를 견디면서 오늘도 마라톤 하듯 달리기를, 아니 글쓰기를 이어간다." 옛 말에 머리 좋은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시기를 다 극복하고 20년간 꾸준하게 방송 작가의 길을 걸어온 저자가 바로 "즐기는 사람"이 아닐지. 잭표지에 남긴 작가의 말에 "글은 손이 아니라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란 표현도 정말 감동 그 자체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진심어린 자세가 이 문장에서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재미도 있었지만 감동도 그에 못지 않았던 에세이 <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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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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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꿈은 정신과 의사였다. 사실 남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많이 무뎌졌지만 젊었을 때는 정신적인 고통이 좀 심각했다. 겉으로는 밝은 척했지만 내면적으로 매우 불안했고 예민 초조...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도 심했다. 그때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 이렇게 사는가 보다 하면서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 책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를 읽어보니 힘들었을 때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긍정적인 힘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필 스터츠씨는 무려 4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해왔다. 미국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인지, 자신의 이름을 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 있다고 한다. ( 책을 읽고 나니 당장 보고 싶다는 느낌 ) 이 분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심리치료사인 배리 미첼스라는 분과 독자적인 심리 치료법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궁금하다. 총 6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저자의 이론뿐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치료해온 환자들의 사례가 아주 풍부하게 제시된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 본인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 / 항상 분노로 가득 찬 사람 / 욕망에 쉽게 굴복하는 사람 등등 - 이 소개되면서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해결 방법이 아주 흥미롭게 제시된다.

저자의 통찰력 가운데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그는 우리가 머리로는 ( 이성이나 논리로는 )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고차원적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가 치료했던 한 영화감독은 "자신의 평가"로 어떤 영화사 임원을 깔보지만 후에 그 임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공동체를 만드는 문제로 얽힌 50대 남자 해럴드가 정식으로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평가 절하했으나 그의 행동력 덕분에 결국에는 "웰니스 커뮤니티"라 이름 붙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말하자면 우리가 세계를 "인식" 하고 "평가" 하는 것은 그냥 우리의 생각일 뿐, 세상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고차원적인 지혜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피하고 싶은 고통이나 역경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깨달음을 주는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나 모든 것이 이어진 우주에서 개인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내"가 특별한 존재이며 개체로서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이 갔다. 이와 이어지는 그의 이론 중에 "X 영역"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 즉 "내면의 적"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내면의 악마라고 불러도 좋을 이 "X 영역"은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끝내는 완전한 외톨이가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체의 힘에 연결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습관으로 들이는 것이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 내면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주변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 순간이 바로 고차원적인 힘과 자신이 연결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저자가 굉장히 유명하고 사회적으로 알려진 분이신 건지, 아니면 할리우드 근방에서 병원 운영을 하고 계시는 건지, 하여간 환자의 사례 중에 영화감독, 여배우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원래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기 때문에 더욱더 정신적 문제에 취약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잘나가는 자신의 친구를 질투했던 한 여배우의 사례는 "질투"라는 마음은 본인의 삶보다 남의 삶을 더욱더 욕망하게 만든다는 점에도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부유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결핍을 느끼고 남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산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류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고 부정적인 마음을 멀리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위대한 지혜를 가진 구루나 스승처럼 느껴지는 책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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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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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있다는 남자, 그런 남자를 믿는 여자

그 믿음은 기적일까, 아니면 위험한 착각일까

나는 원래 TV를 잘 안 보고, 보더라도 뉴스나 다큐멘터리 위주로 본다. 드라마는 거의 안 보는 편인데, 특히 연애가 주제인 드라마는 질색이다. 워낙 추리나 스릴러 등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소설도 연애소설은 절대로 읽지 않는다. 손가락 오글거리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거절이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드라마도 "뭔 재미로 보나?" 싶은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읽은 이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은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결혼 이후에 말라비틀어져있던 내 심장이 그야말로 사랑의 기운으로 촉촉해진 느낌이랄까? 주인공들의 밀당에 과몰입한 내가 보인다.

주인공 서지영은 시골에 있는 제과 공장에서 과자 포장지를 검수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일을 상징하는 소리가 바로 '위잉 위잉 착착 쿵쿵'이다. 그녀는 반복 노동에 시달리는 자신을 찰리 채플린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모던 타임스>의 주인공에 비유한다. ( 여기서 주인공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 ) 자신이 없으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치매 걸린 할아버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골에 남아있긴 하지만 지영은 아직도 서울에 가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시골쥐와 서울쥐 이야기 (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 주제 )를 가장 싫어하고 시골에서의 안분지족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순응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비유한다. ( 서지영의 비판의식과 똑똑함이 드러남 )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된다. 슬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눈물까지 말라버릴 정도로 너무도 급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런데 장례식을 치르던 중 서울에서 어쩐지 낯익은 남자가 내려와서 할아버지의 조문을 한다. 그의 이름은 서은우. 알고 보니 어릴 적에 할아버지의 중재로 잠시 시골에서 살다간 꼬마 남자아이였다. 서은우는 지영에게 "사람 저널"이라는 명칭이 적힌 회사 명함을 내밀며 서울로 올라올 것을 권유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던 것을 갚기 위해서 지영에게 취직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선뜻 제안을 하는 서은우... 과연 그의 손을 잡은 지영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은 뭐랄까, 아주 재치 있고 과하지 않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주인공 서지영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우선 서지영은 다소 드라이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매우 지적으로 날카롭다. 비록 공장에서 단순 반복 노동을 하고 있으나 책을 정말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는 캐릭터도 묘사된다. 신문사 대표인 서은우가 그래서 그녀를 단번에 스카우트한 게 아니겠는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끝까지 시골에 남아있던 의리도 그렇고 스스로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까지... 인간적으로 참 끌리는 여자가 아닌가... 싶었다. 보통 로맨스 소설은 남자 캐릭터에 아우라가 드리워지는 경우가 많고,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자 주인공이 매력이 넘치는 게 설득력이 있다. 남녀가 서로 끌리는 이유가 강력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듯!

소설 속에서 "저는 마인드컨트롤 초능력자예요. 말을 하면, 말하는 대로 이뤄지거든요."라면서 너스레를 떠는 신문사 대표 서은우. 얼굴도 잘생겼지만 정말 초능력 덕분인가? 싶을 정도로 광고 영업 능력이라든가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분명 매우 잘난 인물이지만 겉으로 젠체하지 않고 속 깊은 인간성도 두드러진다. 분명히 내 주위에는 없는 남자이지만 ( 소설 캐릭터니까 당연한가? ) 여성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훈남인 것은 당연하다!! 서은우를 별로 마음에 두지 않던 지영은 이윤경이라는 은우의 과거 연인이 갑자기 등장하면서부터 조금씩 그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뭔가 시트콤 같은 분위기에 ( 주위 인물들이라던가 회사 환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재치가 빛난다! ) 주인공 서은우가 약간 장난스럽게 묘사되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 눈에서 꿀 떨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맞다!! 초능력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나와서 유치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재미있었던 연애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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