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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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발생한 다섯 명의 죽음

두개골이 모두 박살이 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망해버린 지구... 처참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려 악전고투하는 사람들... 얼마 안 되는 자원을 독점하고자 철저한 차별과 분리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와 정부... 이 책 [노비스 탐정 길은 목]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절망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 범죄 미스터리 + 디스토피아 물 "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필력이 굉장히 좋고 주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대규모 침수 사태와 곧이어 발생한 전염병.. " 작은 종말 " 을 거쳐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장애를 입고 살아간다. 세상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들이 머물게 된 메가 시티, 침수 지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난민촌, 그리고 만조가 되면 거의 건물들이 물에 잠기게 된 침수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정부가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침수 지역은 이미 해적들이 난립하여 마약 거래를 하고 사람들을 해하는 등..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절망적인 지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난민촌과 침수 지역에서 다섯 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 사망자들 모두 머리통이 완전히 터져버린 채 발견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들 모두 힘든 와중에도 사람들을 도와주던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투신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것은 자살인가? 혹은 자살로 꾸며진 연쇄 살인인가?

한편, 한때는 침수 지역과 난민촌을 오가며 살아남기 위해 마약 배달을 했던 꼬마 길은목. 운 좋게도 한 기업 회장의 눈에 띄어 입양이 되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노비스 수녀로 살아가고 있다. 은목은 따뜻한 빵 냄새에 이끌려 정 회장의 손을 잡았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바람에 해적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친구 윤수가 악어 수조에 던져졌을 것이기 때문에. 친구를 배신한 사람이 가게 된다는 주데카 얼음 연못의 악마 그림을 그린 이유도 친구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악마 그림 때문에 불려간 원장님 사무실에서 은목은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메가시티 경찰도 반응하지 않는 5건의 연쇄 투신 사망 사고를 비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는 원장 수녀님의 부탁.... 아직 어리고 경험 없는 노비스 수녀 길은목은 과연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따뜻한 빵 한 덩이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세상에 신이 웬 말인가?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종교나 신을 논하는 형이상학이 조롱당하는 시대를 그려낸다.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를 묻고 있는 듯하다. 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세상... 신을 등지고 빛을 거부하고 악마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그려낸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덕분에 대단히 신선했던 이야기이다. 신은 우리에게 선악을 구분하고 선한 의지대로 살아나갈 선택권을 주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니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더 형이상학과 신에 대한 믿음이 빛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이미지들이 떠오르면서 정말 재밌게 봤던 여러 SF 영화들이 떠올랐다. 어릴 때 봤던 " 블레이드 러너 " 와 " A.I. " 등등을 보면서 느낀 감정의 파도 - 분노, 절망, 비애, 슬픔 등등등 - 을 여기서도 느꼈다. 우리 인간은 정말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문명이 발달했고 앞으로도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오만함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어쩌면 우리가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지....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우리들에게 뭔가 잃어버린 게 없는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을 잃고, 엄마를 잃고,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고 깊이 있어서 놀랐던 작품 [노비스 탐정 길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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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게임 Ⅱ - 호손가의 위험한 유산
제니퍼 린 반스 지음, 주정자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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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수수께끼와 호손가의 어두운 비밀

진실 안에는 더 많은 비밀이 있다.

미국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상속 게임]. 아직 1편은 못 읽었고 속편인 [ 상속 게임 2: 호손가의 위험한 유산]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전편의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지만 다 읽지 않아서 그런지 소설의 전체 구도를 이해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중심인물인 에이버리과 꽃미남 4인방 말고도 등장인물의 수가 어마어마하고 이들이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와 퍼즐도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야기 전달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도무지 앞을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주는 긴장감 덕분인지 흡인력이 대단했던 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니, 유산에 얽힌 비밀과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비슷한 주제를 가진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나이브즈 아웃] 이 생각났다.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써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한 작가가 자신의 85세 생일날 숨진 채 발견되고, 당연히 그의 유산을 받게 될 아들, 딸,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다. 자살처럼 보이는 죽음이라 경찰은 자살로 그냥 종결지으려 하지만 엄청난 촉과 추리의 소유자 탐정 블랑 ( 다니엘 크레이그 연기 잘함 ) 이 사건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영화! 굉장히 재미있었던 영화다.

재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던 평범한 소녀 에이버리가 단숨에 제1의 상속인으로 떠오른다는 설정의 소설인 [상속 게임]. 로또를 사는 족족 실패를 맛보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백일몽을 꾸게 만드는 주제이다. 거기에다 치명적 매력을 가진 꽃미남 4인방이라니... 내가 십대였다면 아주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만한 이야기가 틀림없다. 1편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복 언니인 라비와 함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에이버리. 그런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거대 재벌 토비아스 호손이 그녀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걸 알게 된다. 원래 상속인이었어야 할 사람을 모두 제쳐두고 오직 에이버리에게만 재산을 남긴 토비아스 호손. 1편에서 에이버리에게 엄청난 질투와 음모 그리고 위협이 쏟아졌을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속편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토비아스 호손의 손자들인, 꽃미남 4인방과 함께 유산 상속의 수수께끼와 비밀을 풀어나가는 에이버리. 그런데 이 퍼즐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인 토비아스 호손의 아들인 토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살아있을 정황이 여기저기에서 속속들이 발견된다. 그뿐 아니라 그가 오래전부터 에이버리의 주위를 맴돌았다는 사실도 밝혀지는데, 아침마다 에이버리와 체스를 뒀던 노숙자 해리가 바로 토비였던 것!! 토비는 왜 죽음을 가장한 채 노숙자 행세를 하면서 숨어버린 것일까? 그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와중에 호손가가 감추고 있던 치부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사물함에 떡하니 붙어있는 지독한 악플들.... 침대 위에서 발견된 칼이 꽂힌 소의 심장.. 욕실에서 발견된 죽은 뱀 등등 아직 고등학생인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격한 위협을 감당해야 하는 에이버리. 하지만 용감하고 똑똑한 에이버리는 매번 주어지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퍼즐을 풀면서 막대한 상속과 관련된 비밀을 파헤쳐 나간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도 재미있지만 꽃미남들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서로 상반된 매력을 가진 듯 보이는 그레이슨과 제임슨. 에이버리가 이들과 벌이는 밀당이 감질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역시 나쁜 남자와의 밀당이 주는 재미가 빠질 수 없지!

" 여긴 호손 하우스야, 상속녀. 미스터리는 얼마든지 있어. 네가 마지막 비밀 통로와 마지막 터널과 벽 속의 마지막 비밀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게 더 생길 거야."

호손가의 미스터리는 결국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나올 3편이 기대되는 책이었다. 용감하고 아름다운 소녀 에이버리는 자신의 능력을 다시금 입증해야 하고 엇갈리는 로맨스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비밀과 비밀 그리고 또 비밀... 돈과 권력이 있는 곳에는 이렇게 복잡한 퍼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걸까? 3편을 읽기 전에 꼭 1편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소설 [상속 게임 2 : 호손가의 위험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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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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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무서운 거야? 유령을 깨우는 사람이면서."

타임지 역대 최고 판타지 소설 100에 선정된 소설 엘랏소에. 엘랏소에는 미국 원주민인 리판 아파치 부족의 일원이고 공동체의 초능력을 물려받은 아이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미국은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 약간의 변형을 가미했다. 엘랏소에의 세계에는 여러 우주가 있고 (평행우주 이론?) 요정의 고리라는 곳을 이용하여 공간 이동이 가능하며 산책길에 갑자기 목숨을 위협하는 괴물을 만나기도 한다. 주인공 엘랏소에나 친구 제이 그리고 엘리의 엄마까지 모두들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때 각자만의 재능을 발휘한다. 판타지에 살인 미스터리가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했던 소설 "엘랏소에"로 들어가 본다.

엘랏소에, 줄여서 엘리라 불리는 소녀는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17세 소녀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동물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살아있을 때도 충직했던 반려견 커비는 현재 유령의 상태로 머물며 언제 어디서든 엘리와 함께 한다. 십대가 되면 능력을 부여받는 리판 아파치 부족의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엘리도 팔대조 할머니처럼 강력한 힘과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다. 팔대조 할머니는 영혼 소환술을 이용해서 부족민들을 괴롭히는 괴물들을 처단했던 전사였다. 그녀는 꿈을 통해서 죽은 자와 소통했고 죽은 자로부터 사건들에 대한 정보와 단서를 얻곤 했다. 뛰어난 영적 능력을 가진 엘리도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꿈을 통해 죽은 자들과 소통한다 ( 사람의 영혼을 소환할 수 없음 )

그러던 어느 날 예감이 굉장히 좋지 않았던 엘리는 엄마를 통해 사촌 트레버가 큰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트레버가 엘리의 꿈에 등장해서 자신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했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전달한다. 남겨진 아내와 아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고 그들을 꼭 돌봐달라고 이야기하는 트레버. 그리고 엘리는 트레버에게서 살인자의 이름과 지역명을 선명하게 듣게 된다. 잠에서 깨어난 엘리는 곧장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살인자 추적을 위해 교통사고가 일어난 곳으로 부모님과 함께 떠나게 되는데... 도대체 트레버를 죽인 자는 누구고, 학교 선생님인 트레버를 왜 죽음으로 몰고 간 걸까?

리판 아파치라는 부족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러 전설과 신화를 기반으로 쓰인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설 [엘랏소에] 는 엘리의 팔대조 할머니의 활약과 관련된 옛 모험담이 많이 소개된다. 소설이 전반적으로 매우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야기들 덕분인 것 같았다. 작가 달시 리틀 배저도 리판 아파치 부족 출신이라고 하니 공동체가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아끼고 보존하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엘리가 삼엽충과 같은 고대의 곤충을 소환해 내거나 팔대조 할머니가 매머드 영혼을 소환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만물에 영성이 깃들어있다고 믿었던 그들의 믿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동물의 영혼을 소환하고 공간이동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고도 또 아무렇지도 않는 사람들.. 작가 달시 리틀 배져가 창조한 세계는 참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살인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똑똑한 소녀 엘리. 부모님이 엘리의 능력에 대해서 다 알고 있고 적극 지지한다는 면도 이 소설의 따뜻함과 밝음을 더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 대 후반들이 읽는 소설이라기엔 화자가 약간 더 어리게 느껴졌지만 ( 초등 고학년 정도로 느껴짐 ) 사촌 트레버의 죽음과 관련된 어두운 비밀이 드러나고 괴물 등이 출몰하면서 작품 전반에 감도는 으스스한 분위기 덕분에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한 소설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작가가 전달하는 리판 아파치 부족의 신화와 전설 덕분에 재미있었던 소설 [엘랏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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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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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당신의 메이드입니다. 당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요?"

약간 이상하지만 사랑스럽고 조금 모자라는 듯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너무나 똑똑하고 어진 사람 몰리. 분명 천재적으로 타고 났지만 멍청한 주위 사람들이 그녀의 가치를 알리 없다. 청소를 너무나 사랑하여 호텔방을 항상 완전 무결한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은 듯한 그녀 몰리. 이 책은 몰리를 위한, 몰리에 의한 그리고 몰리의 소설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몰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소설 [메이드] 그런데 이렇게 착하기 그지 없는 몰리가 살인 사건의 주요 용의자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스물 다섯 살 몰리 그레이는 리젼시 호텔에서 일하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항상 하시던 말, "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넌 평생 하루도 일하는 게 아니야." 몰리는 화려한 장식이 빛나는 호텔방들을 청소하는게 너무 신나고 청소 카트를 민다는 사실도 너무 좋고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도 너무나 사랑한다. 그런데 사실 몰리가 호텔에서 청소하는 일을 사랑하는데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그녀. 사회 생활과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기에 남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직업인 메이드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호텔 직원들은 그녀를 로봇을 의미하는 룸바나 몰리와 돌연변이를 합해서 몰연변이 혹은 예의충이라고 부르며 그녀를 따돌린다. 매우 예의바르고 성실한 그녀, 단지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는 몰리가 가여웠다. 잔머리를 굴려서 다른 메이드들의 팁을 빼돌리거나 딱 보기에도 몰리를 이용하는 로드니 같은 인간들이 뒤에서 그녀를 씹어제끼는게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래도 도어맨 프레스턴같은 분들이 몰리를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다. 세상에 자기 편이 딱 1명만 있어도 사실 든든하고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그런데.. 운명은 왜 이렇게 가혹한 것인지... 어느날 몰리는 호텔방에서 뻣뻣해진 채 죽어있는 찰스 블랙을 발견한다. 블랙과 그의 젊은 새 아내 지젤은 주로 스위트룸에 묵는 부유한 고객이다. 몰리는 거칠고 무례한 블랙은 싫어했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지젤을 좋아하고 있었다. 지젤을 진정한 친구로 여기기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호텔에 경찰들과 형사가 드나들고 조사를 하는 가운데 호텔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어나간 현장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던 어느날, 블랙의 사인이 약물 중독이 아니라 질식사일 가능성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또한 방 안에서 발견된 몰리의 지문들 ( 청소를 했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 죽은 블랙의 목에 묻어 있는 청소 세제 ( 몰리가 블랙이 죽었는지 어떤지 확인했으니 당연 )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건, 그 방에서 주운 블랙의 결혼 반지를 몰리가 전당포에 맡겼다는 사실 ( 월세가 급했던 몰리의 실수 ) 이런 모든 정황이 몰리가 블랙의 돈을 노리고 그를 죽였을 수 있다는 것을 가리켰고, 그 뿐 아니라 스타크 형사가 누군가에게 받은 결정적인 제보가 있다. 가여운 몰리, 열심히 청소한 죄 밖에 없는데 이렇게 범인으로 몰리다니.. 그녀를 궁지에 몬 사람은 누구고 이제 몰리는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올 것인가?

소설의 주요 화자는 몰리이므로 독자들의 그녀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몰리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짓말쟁이나 협잡꾼을 걸러내지 못한다. 이렇게 험한 세상을 살아나가기 굉장히 힘들어 보여 조금 안타깝고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고결함과 성실함 그리고 청소에 대한 신념을 물려받은 몰리는 무질서한 세상을 바로잡아나가는 일종의 전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 줄거리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누명을 쓴 한 메이드 이야기이지만 그것보다 몰리라는 개성넘치는 주인공 덕분에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린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본다고 하여 혹은 말투가 이상하다거나 조금 모자라게 보인다고 해서 누군가를 멀리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가치감, 자존감 그리고 우정과 가족의 의미를 좀 더 일깨워준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소설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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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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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되자 남편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부산 국제 영화제 ACFM 선정작 [배니시드] 평범했던 한 주부의 삶이 남편의 실종으로 크게 휘청이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지만 남편이 살인 사건의 피의자라면? 그런 피의자가 한 마디 말도 없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면? 이 책은 남편이 저지른 ( 혹은 저질렀을 거라 의심되는 ) 사건과 실종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주인공은 아내 정하이고 주로 다루는 내용도 실종 이후에 정하가 들려주는 10년간의 삶이다. 당사자는 없고 오직 독자들은 정하의 입으로 들려주는 진실을 듣게 되는데,, 과연 그게 진실일까?

평범한 젊은 주부였던 정하. 남편이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20평대 조금 넘는 전세 아파트에서 어린아이들과 전투하듯 살아가고 있다. 그에 비해 이웃 동의 60평대 아파트에서 사는 한 여인은 팔자가 너무 좋아서인지 쓰레기장에서 남들을 감시하며 살아간다. 기분 탓인지 뭔지는 몰라도 왠지 정하는 그녀가 남들에 비해 유독 자신을 더 노려보고 감시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퀭한 눈빛에 푹 들어간 뺨을 가진 그녀는 오늘도 정하가 버린 쓰레기들을 뒤지고 있다.

남편과 서로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에 대해 관심을 끊은 듯한 남편.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욕실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묻은 양복을 발로 밟으며 빨고 있던 것.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호프집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TV를 통해 보도된다. 피를 뒤집어쓴 채 빨래를 하고 있던 남편... 그 옆에 놓여있던 칼... 그리고 호프집 살인 사건. 그러나 정하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른 척하기로 결심하고 연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정하의 결심도 무색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했던 남편이 사라져버리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배니시드]는 남편이 사라진 이후 10년 넘게 이어지는 정하의 세월을 담는다. 무책임하게도 아무런 설명 없이 가족을 떠나버린 남편. 정하는 닥치는 대로 여러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워낸다. 그러는 가운데 그녀는 쓰레기장 빌런의 남편을 알게 되는데, 그는 정하의 아이들에게 치킨을 사주며 호감을 얻더니 어느새 그녀의 삶으로 조금씩 들어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정하는 그녀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하를 이상한 방식으로 스토킹했던 60평대 사모님... 자꾸만 스치게 되는 사모님의 젊고 잘생긴 남편... 그리고 그녀의 죽음! 

점점 서로를 소 닭 보듯 데면데면 대하게 되는 부부... 40평대 60평대 아파트들 사이에서 더 초라해지는 20평대의 삶.... 돌아다니며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과 그런 소문에 휘둘리는 자들... 그리고 삶에 책임지지 않는 빌런들... 이 책은 한국 사회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만약에 정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과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숨기고 감춘 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정말 스릴러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싶다.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자동차처럼 불행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작품 [배니시드] 그 흔한 살인 장면 하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진실을 전달할 당사자는 사라지고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추측과 논리로 퍼즐을 끼워 맞춰야 된다. 도대체 이게 머선 일이고? 와 같은 궁금증 때문에 책을 헌번 들면 놓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좋은 페이지 터너라는 말씀. 내가 생각했던 결말은 아니었으나 그랬기에 오히려 진부하지 않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신은 인간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어쩌면 각자가 맡은 역할을 너무도 충실히 해냈다는 점에서 조금 소름이었던 소설 [배니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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