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 세상의 잣대에서 벗어나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
유세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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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인생이 물었다,

어떻게 나이 들고 싶냐고."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제목에 끌렸다. 주위에는 나이만 먹었지 어른답게 행동하거나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나 스스로도 내가 충분히 어른답게 살고 있는지가 의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진정한 어른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어주는 제목이 아닐까? 또한 저자의 약력에도 끌렸다. 저자 유세미씨는 삼성물산, 애경그룹 등 대기업에서 25년간 근무했다가 퇴직하여 현재는 작가, 강연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회사 생활도 궁금했고 퇴직 이후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마다 봄, 여름, 가을, 계절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지금 당신의 인생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사계절을 바탕으로 하여 때에 맞는 인생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서 모든 것이 시작하는 "봄"의 시기에 접어든 사람은 각자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서 전력투구해야 하고, "여름"의 시기에는 뜨겁게 사랑하고 인간관계를 가꿔야 한다고 한다. "가을"에는 그동안 쌓아온 편견과 고정관념을 떨치고 다시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겨울"에는 무엇이든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희망의 씨앗을 심을 시기라고 한다.

이 책이 잘 쓰인 에세이라고 느낀 건 우선 기획 자체가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나이를 계절로 분류해서 각 시기에 적절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쓰인 글들. 어떤 연령대의 사람이 읽어도 나를 위한 내용이 있다고 느낄, 배려심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진정성이 있다. 저자 유세미씨는 본인의 경험을 우선으로 글을 썼다는 느낌을 준다. 커리어 우먼이 아이들에게 느낄 수밖에 없었을 부채감이나 귀한 아들이 공황장애로 시달렸을 때 느꼈던 절망감 등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임원까지 달았던 능력 있던 분의 글이라기에는 굉장히 소탈함이 느껴졌다.

또 이 책이 좋았던 이유를 말하자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똑같은 사건이라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해석될 수 있다. 아픈 엄마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다소 우울한 사실 앞에서 30분만 수술을 받으면 끝이라는 초 긍정적인 태도로 엄마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녀.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에서 한순간에 백수가 되었을 때조차도 사랑하는 아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을 계속 유지한 것! 등등 생각의 전환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저자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친구나 가족 혹은 지인들이 삶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들이 제시되고 거기서 저자가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이끌어내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구조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서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프리랜서 G 씨가 은근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사례로 든 후, 저자는 사회생활에서 타인의 마음을 얻는 말씨와 태도를 제시한다. 메모장을 켜놓고 미리 준비, 부정적인 표현은 의도적으로 없애고, 너무 잘잘못을 따지지 마라.. 와 같은 조언들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흔하디흔한 에세이가 아니고 저자가 직접 삶에서 우린 곰탕 같은, 아주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 읽어 내려다가 다 꼭 배울 점 몇 가지를 얻어 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삶의 전환점에 서 있거나 득이 되는 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나답게 사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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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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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미묘한 교실 속 친구 관계

미처 말하지 못했던,

상처와 속마음을 드러내 줄 비밀 노트가 열리다!

청소년 소설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를 읽고 진짜 많은 감정을 느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집안 시정 때문에 전학을 정말 많이 다녔었는데 계속 도시에서만 살다가 딱 1번 시골 지역으로 전학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도시 지역에서는 한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미묘한 따돌림을 당했었다. 나는 심히 괴로웠지만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과 친해질려고 노력을 했고, 알고 보니 그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 폭력, 학대와 방임, 찢어지는 가난 등등 화목했던 우리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모진 환경이 아이들에게 모진 마음을 심어주었다는 것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피해자에 가까운 해환이에게 주로 감정이입을 했지만 나애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의 주인공 중학생 해환이는 공부를 잘하고 책을 좋아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지만 스스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소 자존감이 낮은 친구이다. 그런 낮은 자존감 탓인지 반 친구들로부터도 약간의 따돌림을 당하는 해환.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반에서 잘나가는 친구인 나애가 해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나애는 새벽 6시에 해환이와 운동하는 스케쥴도 잡고, 해환이의 식단을 적극 관리하는 등 친구라기 보다는 마치 매니저처럼 행동한다. 해환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품긴 하지만 나애가 직접 다가와주고 자신을 관리해준 덕분에 체중도 줄고 여드름도 많이 없어졌기에 나애에게 고마워한다.

그러던 중, 해환이는 나애가 나쁘게 말했던 정안이에게 주목하게 된다. 정안이는 한때 나애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현재는 반에서 완전한 왕따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에 정안이에게 동정심을 품고 있었던 해환이는 수학 문제 때문에 끙끙대고 있던 정안이에게 다가가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되지만 해환이는 정안이를 싫어하는 듯 보이는 나애에게 이 관계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일기를 써서 정안이와 교환하게 되면서 해환이는 그동안 나애가 정안이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점점 더 진실을 알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해환이에게 몰래 다가온 나애. 나애는 해환이가 가지고 있던 정안이와의 교환 일기장을 읽고는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게 되는데..... 과연 이후에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학창 시절에는 친구가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우정이 중요한만큼, 인기있는 친구와 사귀게 되고 많은 친구들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큰 행복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일을 계기로 친구와 멀어지고 급기야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만큼 아픈 경험일 수 있다. 책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속 해환이와 나애의 관계는 그다지 건강하지는 않은 우정이라 볼 수 있다. 나애는 해환이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집착하며 해환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동안 외로웠던 해환이는 괴로움을 느끼지만 선을 넘는 나애의 행동을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한다. 이 책은 혹시나 이런 상황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해서는 될 일과 안 될 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느낌이다.

자라면서 친구를 사귀고 친하게 지내다가 갈등하는 등등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우리는 친구와의 우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성격이 정말 딱딱 잘 맞아서 절친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너무 친하게 지내다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할 선을 못 지킨다거나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나중에 후회할 싸움이나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책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는 청소년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친구와의 갈등, 절교, 따돌림 등을 다룬다. 청소년기처럼 예민한 시기에는 소유욕이나 우월감 혹은 낮은 자존감 등으로 인해서 친구들과의 우정에 금이 갈 수 있는 일이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실수도 하고 인간관계도 배워나가는 것이 아닐지.. 성장통을 심하게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다룬 소설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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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리조트 스토리 -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
윤경훈.전복선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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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즐기는 자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잘 되는 조직에는 이유가 있다?! 이 책 [호시노 리조트 스토리]를 읽고 강렬하게 내 머리를 스친 문장이다. 리조트 이야기라고 해서 일반인들의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기 쉽지만, 사실 이 책은 "개혁과 혁신"이라는 중심 주제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조직에 속한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부제목에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이 표현처럼 호시노 리조트에서는 일을 노동이 아니라 마치 놀이처럼 한다는 느낌이었다. 호텔업계에서 혁신을 이끈 아이콘인 주인공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는 관성에 찌든 조직을 그야말로 뒤집어엎는 개혁과 혁신을 단행하는데, 그냥 읽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경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프롤로그에 저자 윤경훈, 전복선 부부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이름만 믿고 선택했던 호시노 리조트. 그런데 이들 부부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에서 예사롭지 않은 뭔가를 느낀다. 다른 곳에서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능동적인 태도에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는 직원들의 긍정적 에너지에 감동을 받은 이 부부는 호시노 리조트의 독특한 경영방식과 철학에 담긴 이야기를 한국에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조직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주인공 호시노는 1914년 문을 연 호시노 온천료칸의 4대 후계자 출신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좀 더 가업 경영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미국 코넬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유학 후에는 바로 가업을 승계하려고 했으나 그의 개혁 의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호시노는 잠시 시티뱅크에서 일하게 되는데 거기서 도산한 리조트의 부실채권을 회수하여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확실하게 리조트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추게 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어서 개혁과 혁신을 단행한다.

그의 혁신의 키워드라고 한다면 바로 소통과 탈 권위가 아닐까 싶다. 그는 범접하기 힘든 료칸의 "성역"인 주방에 침범한다. 주방장의 권위가 아주 세서 료칸의 요리에는 혁신을 불러올 수 없었던 것이 사실. 호시노는 강한 저항을 보이는 주방장에게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소통을 시도하여 부엌을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윗사람 신호 제거, 즉 직원들 사이 권위 의식을 아예 제거함으로써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 승진과 강등이라는 기존 개념을 없애고, 충전과 발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팀 중에서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 활약하는 시기는 "발산" 그리고 다시 팀원이 되면 "충전"의 기간에 들어간다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면서 내부 연공서열과 직원 간의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이 책의 3장 ~ 12장까지는 호시노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여러 호텔과 관광 상품 등이 소개되는데, 이 책의 부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독특한 컨셉으로 무장한 호텔들이 많아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오이라세 계류 호텔"은 "이끼 산책"이라는 다소 색다른 액티비티로 고객들을 끌어모은다. 이외에도 쉬고 있는 버스를 이용하여 고드름 나이트 투어를 기획하여 고객들이 자연의 공기를 달리는 스릴을 맛보게 하는 액티비티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여유와 시간만 된다면 솔직하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호시노 리조트 소속 호텔들을 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멋진 호텔을 이끄는 사장 호시노만의 비결은 뭘까? 책에서는 바로 그의 독특한 리더십을 강조한다. 권위적인 공간을 두지 않고 현장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맡기고 신뢰하는 리더십. 그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위기에 놓였던 호시노 리조트를 성공 가도에 올리고 파산한 다른 호텔들도 여럿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호시노 리조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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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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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은 파는 물건이 아니다."

문명과 생명, 돈과 정의, 차별과 정체성 사이

끝내 '우리'를 지키기로 한 결심과 승리의 기록

예전에 TV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문명과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꼈졌던 프로그램이었다. 한편으로는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고도 과연 행복할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이렇듯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만의 신을 받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백인들이 상징하는 문명이 그들의 삶을 침범하고 파괴했을 때 어떻게 용감하게 일어나 싸워 이겼는지를 담은 이야기이다.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 숲의 구원자는 누구인가?에서는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위치한 와오라니 부족 출신인 주인공 네몬테의 어린 시절과 그녀가 잠깐 집을 탈출해 문명으로 나아갔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대 우림이라는 야생에서 사는 삶은 비록 힘들지만 숲과 강에서 풍부한 먹잇감을 얻을 수 있고 네몬테를 비롯한 지역 원주민들은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레이첼을 비롯한 백인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준답시고 허락 없이 이 땅으로 들어와 백인들의 신을 믿게 하고 그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강인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주인공 네몬테는 백인들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부모님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백인 선교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숲속에서 만난 재규어, 즉 신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명을 향해 나아갔던 네몬테는 백인 선교사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뒤 문명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는 다시 원래 자신이 살던 땅, 아마존 밀림으로 돌아오게 된다. 2부 :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에서는 주인공 네몬테는 철석같이 믿었던, 그리고 원주민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백인들과 그들의 문명이라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원주민들의 영혼을 ( 함부로) 구원하려고 시도하고, 땅을 빼앗으려고 하는 백인들은 매우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그들에게는 한계가 없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네몬테. 그리고 그녀는 듣게 된다. 석유를 얻기 위해서 땅을 파내는 소리를..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오게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석유 회사를 포함한 많은 이익 집단들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활동으로 인해 네몬테가 살던 지역의 열대 우림은 파괴되고 오염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네몬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가꿔온 전통적인 삶을 마치 밤도둑처럼 침범하는 백인들... 선이 없는 백인들이 휘두르는 문명의 칼날에 의해 원주민들은 그렇게 쓰러지고 삶은 파괴되게 되는데....

그러나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네몬테는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미치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땅을 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어렸을 때처럼 숲속에 사는 정령인 재규어를 만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뒤에 부족 사람들을 이끌고 석유 회사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세이보 나무의 강인한 뿌리가 땅 아래로 내려지고 가지들이 숲의 강을 만들었듯, 부족들끼리 연대를 한 후 세이보 나무의 연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그녀는 적극적으로 백인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예전처럼 백인들의 문명을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의 것,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 떨치고 일어서게 되는데....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대단히 감동적이고 영감을 불어넣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은 슬며시 다가와서 그들을 망가뜨리는 문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감한 여성, 깨달은 여성인 네몬테는 문명의 해악을 몸소 느낀 후 분연히 일어서서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나선다. 이 와중에 백인들의 문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실화라는 점도 어떻게 보면 소름이었다. 그래서 책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왔나 보다. 이 책은 정말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탐욕으로 인해, 소비문화 때문에, 우리가 지금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책. 지구는 현재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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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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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한 감정을 한껏 고양시키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

사라진 것들을 불러들이는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역작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뉴욕 타임스, NPR, 가디언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인 [호라이즌]을 만나게 되었다. 베리 로페즈라는 작가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실로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주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책을 써왔다는 저자는 1986년 [북극을 꿈꾸다]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책 [호라이즌]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논픽션으로써,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구라는 장소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살았던 옛 인간들의 삶을 반추하기도 하고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는 문명에 대한 비판도 가한다.

여러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쓴 글이라 언뜻 보면 그냥 여행기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자연, 역사, 예술, 철학, 음악 등등 실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저자가 매우 박식한데, 그냥 그때그때 저자가 떠올리는 주제로 의식이 흘러간다는 느낌도 있다. 자연을 망쳐놓은 인간의 욕심과 자본주의의 타락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의 역사와 관계있는 과거 인물들의 삶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해설이 따라붙는 느낌이라 책을 읽는 내내 자연사 박물관 혹은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느낌도 있다.

책 [호라이즌]에는 여러 다양한 여행지가 등장한다. 우선 저자 베리 로페즈는 자신의 집 근처인 파울웨더곶이라는 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은 태평양으로 약 3킬로미터 정도 뻗어나간 해안 능선이다. 여기서 저자는 18세기 위대한 해양 지도 제작자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지구의 대양과 해안을 알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에서 또 자연스럽게 바다의 여러 생물들에 대한 관찰로 넘어가는 저자. 저자는 수천 마리의 바다오리, 쇠가마우지, 아메리카 바다쇠오리 등등이 한가롭게 물속으로 다이빙하고 먹이를 낚아채는 장면을 묘사하다가도 현대의 삶에 도사리고 있는 윤리적 부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자연을 감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추하는 철학자라고 해야 할까? 의식의 흐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파울웨더곶에서 시작된 여행은 이제 북극점에서 660해리 떨어진 스크랠링이라고 불리는 섬으로 이어진다. 한 무리의 고고학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저자는 이곳에 살았던 과거 개척자들의 유적지를 탐구한다. 고대 툴레 사람들은 알래스카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개척자들이었고 극단적 환경에 맞서서 싸운 투사와 같았다고 한다. 이후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로 이동하게 되는 저자는 푸에르토아요라라는 지역에서 어안이 벙벙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389쪽 "1986년 처음 갈라파고스에 왔을 때 나는 새들과 동물들의 다양함과 광범위함에, (...) 기적 같은 그 모든 생명에 너무나 놀라 어리벙벙해진 나머지, 처음에는 이곳에 삶과 죽음이 얼마나 철두철미 긴밀하게 뒤섞여 있는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감탄하는 저자의 모습도 있으나 인간에 의해서 황폐해진 갈라파고스의 이곳저곳이 보이기도 한다.

저자 베리 로페즈는 마치 음유시인이 된 것처럼 노래하듯이 글을 쓴다. 비교적 외딴곳으로 다니면서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인류학적인 함의를 매우 의미 있게 담아낸다. 아주 조용하지만 예리한 눈길로 자연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만끽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망쳐놓은 부분에 대해서 분노하기도 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지구와 자연"이라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순례하는 한 성인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는 세상을 여행하는 자신의 눈으로 독자들을 직접 초대하여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도와준다. 역사 속 인물들의 업적과 정신을 알려주고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반성하자고 설득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여러 다양한 문화까지 포함하는 장대하면서도 치밀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에 대한 영감과 통찰력으로 가득한 여행기 혹은 철학서를 읽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호라이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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