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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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의 죽음은 아씨가 바란 것도 선택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일은 아무리 애써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행복하게 살지 불행하게 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니 행복을 염원하고 선택하십시오

이 얼마나 유려하면서도 감동적인 말인가? 이것은 혼인 다음날 남편이 죽은 후, 시댁에서 받은 모진 핍박을 견디다 못해 수없이 자살을 시도했던 " 유은우 " 에게 이 글의 주인공인 " 유세풍 " 이 진심을 담아 건넨 말이다.

이 책 [ 조선의 정신과 의사 유세풍 ] 은 각 에피소드 마다 이런 식이다. 마음의 병을 오래 앓다가 탈이 난 병자들이 그를 찾아오면 섬세하고도 진지한 자세로 치료에 온 정성을 다하는 [ 진정한 의원 마인드 ] 의 유세풍.

스토리의 배경은 조선이다. 주인공 유세풍은 원래 내의원 의관 출신이나 자신의 치료로 인해 사람이 죽자 더 이상 침을 잡지 못 하는 신세가 된다. 그 후 아버님의 소개로 소락현이라는 마을로 내려온 그는 " 계지한 " 이라는 마을의원과 함께 병자들을 돌보게 된다.

침을 못 잡는 대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심의가 된 유세풍. 그에게 찾아오는 이들은 조선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낳은 피해자들이다. 서자라고 설움받다 오줌싸개가 된 소년, 전란 동안 청에 끌려갔다 돌아오니 화냥년 낙인이 찍히게 된 치매 할망, 과부에 대한 핍박과 멸시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여인 등등.

유세풍은 자신이 양반이라고 위세 부리지 않고 그들과 같은, 낮은 자리로 내려와 그들과 마주하며, 병에 대해 묻고 경청하며 치료를 위해 전념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감동적으로 흘러가다가도 몇 군데 웃음 포인트를 남겨둔다. 예를 들면, 좀... 괴팍스러워 보이는 계의원. 맨날 똥똥 거리고 사람들에게 똥침을 놓겠다고 위협하다 개지랄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또 치매에 걸린 할망이 유세풍에게 맨날 시집오겠다고 하는 장면도.. 보다가 킥킥 거리게 되는 장면이 많다.

저자 이은소님이 " 상상하고 쓰는 병 " 에 걸리셨다고 하던데 혹시 만나서 얘기해보면 웬지 구성지고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요 근래에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책 중 하나였다. 본격 코미디 사극? 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한 내용이다. 책 내용이 워낙 좋으니 별 다섯개 아니 별 여섯 개 있으면 드리고 싶다. 읽다보면 웃다가 울다가 분노하다가... 온갖 희노애락을 다 겪게 되는 책이다. 모두가 읽어봤음 하는 책이니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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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정석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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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의 정석 ]. 이 글의 저자는 출판사의 발행인이자 작가 및 번역가 활동을 하고 있다.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4권 [ 노인과 바다 ] , [ 위대한 개츠비 ], [ 어린 왕자 ] 그리고 [ 이방인 ] 의 고전에 나온 번역의 오류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와 번역계의 전반적인 문제점인 의역과 윤문을 꼬집는다.

2014년 저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바로 불문학과 교수이자 까뮈 연구 권위자인 김화영님의 [ 이방인 ] 번역의 오류에 대해 지적하면서 [ 이방인 ] 의 재해석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 출판사를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 이 아니냐는 심한 말까지 쓰면서 그를 비난하고 질타했지만 저자의 항변은 다음과 같았다.

" 왜 문제의 핵심 --- 번역의 오류로 인한 작품 내용 전달 훼손 --- 을 보려하지 않고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나의 태도를 문제 삼는가 ? "

사실 나는 김화영 교수님의 [ 이방인 ] 과 저자의 [ 이방인 ] 을 비교하여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주장의 진위를 살피는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전반에서 펼치는, 번역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고 간단하다.  번역가는 반드시 원문을 직역해야 한다는 것.  단어,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토씨, 인용부호, 문체, 어투, 문장 ... 더 나아가서는 작가의 숨소리까지....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  단어의 오역이 문장의 오역을 낳고 문장의 오역이 글 전체의 의미 전달을 훼손시킨다는 것...
저자는 번역가의 의역과 윤문에 대한 강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다음 인용문을 보자.

 

 

56쪽

위대한 작가의 문장을 해체해서 역자 임의로 의역하는 행위는 심하게 말하면 유치원 선생이 천재화가 어린이의 그림을 자기 수준으로 고쳐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가는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문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살펴서 그것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  결국 올바르게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 고전을 읽을 바에 아예 읽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대로 [ 이방인 ] 을 다시 번역했고 그 결과 여러 핵심 부분들이 180 다르게 재해석되었으며, 그는 [ 이방인 ]을 발간함과 동시에 역자노트를 함께 추가하여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하였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저자와 저자의 주장에 대한 세간의 갑론을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번역계에서 직역 VS 의역 논란은 수년, 아니 수십년 지속되어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작 " 뜨거운 태양빛 "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 뫼르소에 대한 나의 오해는 이 책을 통해 풀린 듯 하다.  그리고 왜 [ 이방인 ] 이 부조리 문학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도.  물론 어렸을 때 읽어서 내 이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씀처럼,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잘된 번역물은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고전을 읽고 싶고 나 스스로 고전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번역에 관심이 많고 이미 번역에 입문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고전을 새롭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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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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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 " 으로 불린다는 전건우님이 허물어져가는 고시원에서 발생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낸 일종의 소설집이다.  하지만 고시원에 기거하는 5명과 "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 설키며 일종의 연속성을 이루므로 엄연히 말해 이 소설은 장편 소설인 것.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면, 화재로 인해 많은 사상자를 낸 흉흉한 터에 고시원이 지어지고, 이 고시원을 둘러싼 많은 괴담이 오고가는데 그것은 바로 여기서 유령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거를 앞두고 있는 이 고시원에는 유령보다도 더 유령같은,, 존재감 제로인 밑바닥 인생들이 기거 중이다.

"홍", "편", "깜", "최" , "정" 뭐 이런 식으로 존재감없이 성으로만 불리는 그들.  그런데 이들의 사연이 기가 막힌다.  어떤 식으로?   일단 기담이니까 신비롭고 이상야릇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배꼽잡는다!!!

303호 "홍"은 판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던 "권"이라는 자가 사라지자 그를 찾는 탐정놀이 시작.

 316호 "깜"은 외국인 노동자인데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갑자기 초능력이 생김.
 313호 "편"은 아버지의 도장을 물려받으라는 명령을 물리치고 서울로 올라와 99번 면접에서 떨어진후.  면접신공을 가르친다는 귀인을 만남.
311호의 "최" 아저씨는 매일 죽는다... ( 책 읽어보시길 권유 )
그리고 317호의 "정"은 소녀킬러이다.  ( 책 읽어보시길 권유 )

근데 나는 특히 " 편 " 의 이야기가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아마도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홀딱 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표현하기가 참 힘들긴 한데 웬지 성룡 영화 취권을 보는 듯 하다면 비슷할까? ㅋㅋㅋㅋ   다음은 "편" 이 99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후 우연히 면접신공을 가르쳐 줄 귀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대목이다.

166쪽

"회사는 필요한 사람을 뽑는게 아니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착각할 만한 사람을 뽑는 거지."

 191쪽

"취업 무림에서 가장 강한 기술이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지인소개 ( 知人紹介 ) 와 낙하신공 ( 落下神功 )

정신없이 빠져들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잠깐 인용해 본다.

" 바로 이 사회의 소외계층, 이른바 ‘루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건데요. 장르 소설이야 말로 한 사회의 밑바닥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질척질척한 밑바닥 풍경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장르 소설이거든요. 그리고 또 세상의 중심에서 빗겨난 사람들에게 이야기로나마 희망을 부여하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거창하게 창작관이라고 말하면 좀 쑥스럽기도 한데 아무튼 그래요. 루저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모습을, 사랑하고 또 죽어가는 모습을, 희망이라는 양념을 조금 추가해서 보여주는 것이 저 나름의 창작관이에요. "

아스팔트에도 풀이 자라고 꽃이 피어나듯,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삶을 살아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희망을 저울질 하면서.  그러나 현실에도 그렇듯, 그러한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괴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3층 사람들은 정신없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와중에도 조금씩 그들에게 다가오는 차가운 "괴물"의 존재를 느끼면서 동시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과연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을 도와줄 존재는 없을까?

솔직히 나는 별 5개를 드리고 싶다.  이런 장르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너무 즐거웠다.  추리와 SF와 무협 그리고 범죄물이 뒤섞인 ... 마치 짬짜면 + 탕수육 같은 소설..  너무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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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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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  한 소녀의 성장과 모험, 그리고 기괴하면서도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다루는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를 쏠쏠하게 준다. 

주인공인 모리건 크로우.  불운의 아이콘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윈터시 공화국의 연대기 중 가장 어두운 시기인 이븐 타이드에 태어난 죄로 저주를 받아 그 다음 이븐 타이드에 죽음을 맞이해야한다.

창백한 얼굴빛과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그녀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피해다닌다. 왜? 가는 곳 마다 불행을 일으키니까.....

그녀가 지나가는 길엔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멀쩡하던 남자가 심장마비로 죽는 등의 불행의 퍼레이드가 발생한다.  그럴 때에는 어김없이 써야 하는 사죄의 편지.  그러나 사죄 옆에는 항상 냉소의 항변을 썼다가 지운다.  무뚝뚝하지만 재치넘치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 엉덩이가 깨진 할머니에게 쓴 그녀의 편지를 보자.

 [ 책속 page 40 ]
말로프 부인께

부인이 스케이트 타는 법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부인이 엄청나게 늙고 실바람에도 뚝 부러질 만큼 뼈가 약한데 스케이트를 타러 가도 좋다고 생각했다니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엉덩이가 깨져서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제 사과를 받아 주세요. 쾌유를 빕니다.

모리건 크로우 드림

읽으면서 킥킥대게 되는 부분이다.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않는 이런 모습이 그녀를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 같다.

어쨌든 죽음의 날짜가 정해져있는 모리건 크로우.  가족들은 전혀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이미 없는 것처럼 행동해버린다.  11살 어린 나이지만 이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리건.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더 슬프다.

그러나 인생은 반전의 연속일지니........  죽음을 앞둔 모리건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  불꽃같은 생강머리의 주인공 주피터 노스라는 신비로운 자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는 모리건을 좇는 죽음 사냥꾼을 피해서 네버무어라는,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도시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네버무어라는 도시는 모든 상상력을 다 동원한 집합소 같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호텔이 있고 용몰기 대회가 있으며 도마뱀이 사람들과 함께 연주를 한다....  어?  어디서 많이 본 듯 한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등의 영화들을 감독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속 내용인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다. 생동감 넘치고 자유로운 도시에 대한 묘사가 꽤 생생하게 펼쳐진다.

죽음을 피해, 즐겁고 신나는 상황 속에 던져진 모리건. 그러나 네버무어에 남기 위해서는 비기 ( 신비한 재주 ) 가 있어야 한다.  원드러스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러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인데 남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 외에는 다른 재주가 없는 모리건은 심난하기만 한데........


과연 가족, 소속, 영원한 우정 등  모리건이 일찌기 가질 수 없던 것을 안겨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원드러스 협회에 모리건이 남을 수 있을까?   얄궂은 운명의 주인공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된 모리건 크로우.  게다가 매력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쥬피터 노스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여간 든든하지 않다..  


읽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계속 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상황 ( 나날이 자라나는 샹들리에 , 발톱이 자라는 욕조 ) 이지만 뭐든지 가능한 어린이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상상력 백화점인 것.  전 세계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쓴 제시카 타운센드라는 작가는 호주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하는데,  과연 영국은 잘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을 낳는 거위 같은 장소인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울한 도시에서 이런 멋진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니. 도시의 힘이라면 나도 런던에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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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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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대학 다닐 때 번역가나 통역가가 되는 것을 꿈 꿔본 적이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해 본 적도 있고.  그 중에는 내가 훌륭히 제 역할을 한 적도 있지만,,내가 통역을 맡은 중국 바이어가 영어를 훨씬 더 잘 하는 바람에 너무나 부끄러운 적도 있었다.

하여간 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까지 잘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가진 꼼꼼함과 철저함에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너무나 존경스럽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책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은 일어에서 한국어로 한국어에서 일어로 어떻게 번역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번역가가 되는지 보여주는 책인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강조하는 것을 몇 가지 들어보면 첫번째는 스피드이다.  일을 따내는 것도 그렇고 번역일을 하는 것에도 스피드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효율성.  컴퓨터를 잘 다루어서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깔끔한 마무리와 마감일 지키기 등등을 강조한다.

게다가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한다.  신조어는 계속 탄생하므로. 

작가는 번역가는 어김없는 프리랜서라는 점도 이야기하면서 끊임없이 일을 따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체에 계속 메일을 보낸다던지,,,,,, 마치 야생의 호랑이가 일을 찾아 어슬렁거리는게 느껴진다.  그만큼 프로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아는 한,, 번역에 대한 모든 지식을 이 책에 퍼부은 듯 하다.  그게 보였다.  번역일에 대한 A부터 Z까지 안내 매뉴얼 하나를 독자들을 위해 제시한 듯 하다.

그 뿐 아니라 작가는 번역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통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 ? 어려운 초기 번역 시절을 견딜 만한 내공이 있는가 ? 등등

누군가 번역을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 매우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그 질문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요약해서 조곤조곤 속삭여 준 것 같은 고마운 책.  사실 문학책 아니라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진심이 많이 묻어나왔고 진솔어린 번역가의 삶이 그대로 펼쳐져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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