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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불가능을 없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제 아무리 기묘한 것이라도 그것이 진실이다
( When you have
eliminated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he
truth )
셜록 홈즈의 대사이자 그 소설의 저자인 코난 도일의 믿음이다. 이 소설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 는 이 명제에 바탕을 둔 천재 탐정의 비상한 추리에 대한 책이다.
줄거리를 쓰기 앞서서, 이 책을 쓴 저자가 궁금해져서 그의 이력을 살펴봤다. 이노우에 마기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는 2015년 이 책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 를 발표하여 2016년 제 1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른 한편,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 다양한 순위에 선정된다. 오~~~ 읽기 전부터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된다.
이 글의 주인공 탐정은 파란 머리에 오드아이를 가진, 전형적인 만화 속 미남 캐릭터이지만,
알고보면 동네 바보형 같은 냄새를 풍기는 허당이다. 푸린이라는, 중국에서 온 고리대금업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어, 목숨이 간당간당하고 그가
운영하는 탐정사무소는 파리만 날린다.
그러던 어느날 놀랍게도 허름한 사무소에 사건 의뢰인이 찾아오고, 그녀가 들고온 사건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초자연현상이다. 그녀는 자신이 한 종교집단에서 탈출하는 동안, 머리가 잘려진 소년에 의해서 구해졌다고
말한다. 탈출 후 정신이 깨어보니 목이 잘린 소년이 옆에 누워 있었던 것. 그녀는 자신이 그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소년이 자신을
구한 기적을 일으켰는지 알고 싶어한다.
일단 이 책은 독특한 게 첫번째로, 기적을 믿는 탐정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디테일한 증거를 모아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리를 근거로 사건을 해결한다. 근데 이 탐정은 초자연현상, 즉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완전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전설로 내려오는 성인 이야기 - 순교당했지만 목이 잘린 채로 마을을 행진한 성인 - 를
예로 들면서 " 그것은 기적이다 " 라고 선언해 버린다.
두 번째로, 이 책에는 탐정을 두고 추리 대결을 벌이는 여러 고수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탐정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수조 속에 빠뜨려 익사시키려 하거나 독이 묻힌 탄창을 던지면서까지, 추리 대결에서 이기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이
웬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 읽었던 일본 만화 드래곤볼 에서 이런 대결을 봤던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결하던 고수들,,,, 생각해보면 징글징글하다.
어쨌든 주인공 우에오로 탐정은 전직검찰 다이몬, 한때 푸린의 사업 파트너였던 리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수였던 천재 초등학생 야쓰호시가 제시한 모든 추리, 즉, 과학적이고도 논리적인 추리를 모두 반박해버린다. 이런 말을
하면서
그들은 나름대로 근거있는 추리를 제시하지만 그때마다 두꺼운 보고서 속의 쪽수를 가리키며 반박하는
탐정. 독이 묻은 탄창에 맞아서 죽어가면서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든 트릭의 오류를 증명하던 탐정을 떠올리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에오로가 얘기하는 기적이 바로 그런 " 기적 " 이 맞을까? 설명이 불가한
초자연현상 ? 막판에 이 책은 약간의 반전을 제공하고 있다. 탐정의 출생과 관련하여, 그리고 그가 기적을 믿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어쩌면 기적은 거대한 게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게 이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 끝까지 돌봐주려는
마음,,,, 그런 것들도 어쩌면 기적이 아닐까? 라고 조용히 말하는 듯한 소설,,,, 추리 고수들의 트릭을 반박하는
논리를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개그 포인트도 즐길 수 있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