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지 않습니다 - 치사하게 추가수당 주지 않고, 야비하게 직원 해고시키고, 무책임하게 실업급여 주지 않는 회사에 결단코 당하지 않는 소설 노동법
김영호 지음 / 카멜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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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자다.  하루 8시간씩 혹은 그 이상 노동을 해서 정직하게 돈을 번다.  그러나 무지한 노동자다.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러나 동시에 드는 생각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직한 노동과 정직하게 돈을 버는 노동자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너무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법 보다는 주먹이 더 가깝다고 할까?  엄연히 노동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본가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그 노동법을 자기 입맛대로 이상하게 고쳐버린다.  어떻게?  돈에 눈이 먼 법 전문가를 동원하여 법이라는 허술한 시스템을 이용한다.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그 이름 대한민국.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약탈자들의 반대편에, 노동자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애쓰는 법 전문가들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주인공들과 이 책을 쓴 저자도 바로 그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인 것 같다.

저자는 노동법에 무지한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서연, 민주, 민기 ( 나중에 문기로 이름을 개명한다 ), 그리고 한신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동원하여,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었던 갑질에 대해서 묘사하고 그때마다 적용해야 할 노동법을 일일이 알려준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이용하여 노동법을 설명하니, 이해하기가 너무 쉬웠다.  예를 들자면,  지금은 직장인인 서연은 4년전 유명한 외식업체의 한 지점에서 알바생으로 일한다.   그녀는 연차휴가를 쓰고 싶어했으나, 점장의 한 마디에 그만 기가 꺾이고 만다.

" 서연씨, 힘들지? 힘들면 관둬. 괜히 시답잖은 노동법 쪼가리 들먹이지 말고. 하도 형편이 딱해 보여서 뽑아 줬더니 참나...근로감독관을 뽑았군 "

서연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무사인 삼촌을 찾는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 수호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는 서연에게 이런 말을 한다.

" 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거야. 아예 침묵하든지 아니면 송곳이 되든지."

서연은 묵언 수행하기보다는 송곳이 되고 싶었다.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상식대로 일하고 싶었다.  노동법의 상식을 실천하고 싶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다.  각 인물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할 상황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노동법에 빠삭한 한신이든,  노무사로 일하고 있는 서연의 삼촌이든, ,,,,,,,,  그들은 나라에서 정해놓은 노동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는 불법을 저지르는 거대한 집단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송곳이 되어라고 말한다.   주머니를 꿰뚫고 나오는 송곳.....  그러나 송곳의 삶은 힘들다.

계약직으로 전전하던 시절,  ( 계약직은 법적으로 제대로 된 보장을 못 받는다 ) 한신은 이런 생각을 한다.

" 철저한 시장 중심의 철학 앞에 침묵하면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연대성과 평등의 부재에 대해 어줍잖은 고민한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어중간한 회색지대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

슬픈 현실이다.   법 앞에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권리를 주장하고 싶지만 짤릴까봐, 당장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어서 참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침묵은 그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노동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걸 보고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을 계기로 노동자의 권리, 노동법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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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마케팅
이동화 지음 / 예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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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좋아져서 우리는 이제 손가락 몇 개만 이용하면, 문 앞에 물건이 배달되는, 스마트 쇼핑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 층 도 어마어마하고 따라서 온라인 쇼핑몰로 돈을 벌고자 하는 판매자 층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판매자들이 많은 만큼, 나만의 경쟁력을 살린, 괜찮은 쇼핑몰을 여는 것은 곧장 높은 판매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인 내가 판매자가 되고 싶다면?   온라인으로 팔아볼 만한 좋은 아이템, 혹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쭉, 소비자로만 살아오다가 갑자기 판매자로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자본이 부족할 수 있다.  ( 본인만의 홈페이지를 만들기가 어렵다 ),  정보도 없다.  (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런 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책,,, [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마케팅 ] 을 소개한다.

우선 이 책은 우리에게 굉장히 친근한 네이버라는 검색 엔진을 이용한다.  한국인 대다수가 이용하는 검색엔진이라는 면에서, 다양한 성별,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쇼핑몰이 노출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일단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검색 엔진을 이용하여, 그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구매 후기를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에는 파워 블로거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블로그를 살펴봄과 동시에 네이버 플랫폼에 존재하는 쇼핑몰에 들릴 수도 있다는 장점도 또한 있다.

책 내부를 살펴보자.  이 책은 일단 4개의 큰 주제로 각 챕터를 그룹으로 묶어서 설명한다. 

Part 1 : 검색에서 쇼핑까지 네이버 커머스, 스마트 스토어
Part 2 : 매출 대박을 위한 상품 등록 전략과 운영관리 비법
Part 3 : 네이버쇼핑에서 상품 상위 노출하기
Part 4 : 한단계 도약을 위한 스마스 스토어 분석과 광고 진행하기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서 설명하자면,


Part 1 스마트 스토어가 뭔지, 어떤 식으로 네이버와 연동되는지 설명한다.
Part 2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상품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지 설명한다.
Part 3  많은 상품들 가운데 내 상품의 순위를 올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Part 4는 구매 현황 분석과 광고 진행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일반인들은 컴퓨터 활용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간단하게 느껴지는 플랫폼을 이용한 쇼핑몰 만들기도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진과 텍스트를 적절히 사용하여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쇼핑몰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까 옆에서 선생님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쇼핑몰 사장님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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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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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없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제 아무리 기묘한 것이라도 그것이 진실이다 

( When you have eliminated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he truth )

셜록 홈즈의 대사이자 그 소설의 저자인 코난 도일의 믿음이다. 이 소설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 는 이 명제에 바탕을 둔 천재 탐정의 비상한 추리에 대한 책이다.

줄거리를 쓰기 앞서서, 이 책을 쓴 저자가 궁금해져서 그의 이력을 살펴봤다.  이노우에 마기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는 2015년 이 책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 를 발표하여 2016년 제 1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른 한편,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 다양한 순위에 선정된다.  오~~~ 읽기 전부터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된다.

이 글의 주인공 탐정은 파란 머리에 오드아이를 가진, 전형적인 만화 속 미남 캐릭터이지만, 알고보면 동네 바보형 같은 냄새를 풍기는 허당이다.   푸린이라는, 중국에서 온 고리대금업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어, 목숨이 간당간당하고 그가 운영하는 탐정사무소는 파리만 날린다.

그러던 어느날 놀랍게도 허름한 사무소에 사건 의뢰인이 찾아오고, 그녀가 들고온 사건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초자연현상이다.    그녀는 자신이 한 종교집단에서 탈출하는 동안, 머리가 잘려진 소년에 의해서 구해졌다고 말한다.  탈출 후 정신이 깨어보니 목이 잘린 소년이 옆에 누워 있었던 것.  그녀는 자신이 그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소년이 자신을 구한 기적을 일으켰는지 알고 싶어한다.

일단 이 책은 독특한 게 첫번째로, 기적을 믿는 탐정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디테일한 증거를 모아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리를 근거로 사건을 해결한다.    근데 이 탐정은 초자연현상, 즉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완전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전설로 내려오는 성인 이야기 -  순교당했지만 목이 잘린 채로 마을을 행진한 성인 - 를 예로 들면서 " 그것은 기적이다 " 라고 선언해 버린다.

두 번째로, 이 책에는 탐정을 두고 추리 대결을 벌이는 여러 고수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탐정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수조 속에 빠뜨려 익사시키려 하거나 독이 묻힌 탄창을 던지면서까지, 추리 대결에서 이기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이 웬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 읽었던 일본 만화 드래곤볼 에서 이런 대결을 봤던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결하던 고수들,,,,  생각해보면 징글징글하다.

 

어쨌든 주인공 우에오로 탐정은 전직검찰 다이몬, 한때 푸린의 사업 파트너였던 리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수였던 천재 초등학생 야쓰호시가 제시한 모든 추리, 즉, 과학적이고도 논리적인 추리를 모두 반박해버린다.  이런 말을 하면서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근거있는 추리를 제시하지만 그때마다 두꺼운 보고서 속의 쪽수를 가리키며 반박하는 탐정.  독이 묻은 탄창에 맞아서 죽어가면서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든 트릭의 오류를 증명하던 탐정을 떠올리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에오로가 얘기하는 기적이 바로 그런 " 기적 " 이 맞을까?  설명이 불가한 초자연현상 ? 막판에 이 책은 약간의 반전을 제공하고 있다.  탐정의 출생과 관련하여,  그리고 그가 기적을 믿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어쩌면 기적은 거대한 게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게 이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 끝까지 돌봐주려는 마음,,,, 그런 것들도 어쩌면 기적이 아닐까? 라고 조용히 말하는 듯한 소설,,,,   추리 고수들의 트릭을 반박하는 논리를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개그 포인트도 즐길 수 있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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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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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간들은 구원을 위해 신을 믿었다.   현대인들은 자본에 목숨을 걸고.  과연 미래의 인간들은 어떨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진, 건방지고 냉정한 10대 소녀는 어떻게 할까?  정답은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구하고 싶은 것들을 구원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리고 A.I 이든.

이 책은 구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때는 2026년, 전주에서 시작된 배터리를 기점으로, 한국 곳곳에 초능력자들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초능력이 쎄지면서 영웅놀이를 하고 싶어하지만, 글쎄, 그 정도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조종하는 정신감응능력자, 육체를 조종하는 염동력자, 그리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들... 혹은 이 모두를 합친 복합 능력자들. 이들은 LK 라는 거대기업에 들어가 다음 세대를 이끌 엘리트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미 교사들의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10대들이 통제와 억압을 받아가면서 틀에 갇힌 채 교육을 받고 싶을까?  이들은 나름대로 리더를 정하여 팩을 구성한다.  그리고는 능력을 더욱 더 고취시키기위한 만행을 서슴치 않으며 팩끼리의 전투도 불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스만 팩이다.  그들은 한담 로보틱스라는 곳에서 발명한 소위 [ 에너지 벌레 ] - 이 벌레를 삼키면 능력이 최대한 발휘됨 - 를 훔쳐가면서 다른 팩들과의 전투와 승리에 집착한다.

그런 여러 팩들 중에서 민트 팩을 이끌었던 닉네임 민트, 류수현은 현재  LK 기업이 소유한 연구소에서 불타버린 시체로 남았다.  그녀를 살해한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인력 관리국의 직원들인 한상우와 최유경이 동원되고 그들은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살인자를 추적한다. 

이 책은 한상우와 최유경이 민트의 살인범을 추적하는 현재와 민트가 팩들을 구성하기 위해서 최고의 초능력자들을 모으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녀는 능력을 높이려는 생각 밖에 없는 다른 팩들과는 달리 " 뚜렷한 목표 " 를 가지고 팩을 모은다.  그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최고의 초능력자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인류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듯한 이 책. [ 민트의 세계 ] 는 LK 라는 거대 기업의 음모에 맞서는 민트 갱의 활약을 그린다.  익숙치 않은 여러 개념들 - 정신 감응 능력 이나 염동력 등등 - 때문에 가독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몇몇 영화나 영드의 내용과 겹쳐지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인간들은 인공 지능을 위한 배터리로 사용된다.  이 책에서도 몇몇 인간들은 배터리로 사용되면서 착취당한다.   얼터드 카본이라는 영국 드라마에서는, 부유한 인간들이 자신의 의식을 건강한 육체에 주입하면서 영원히 살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죽은 누군가의 의식, 즉, 유령이 다른 이들의 의식에 복제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또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이 가능해질지도.


마치 RPG ( Role Playing Game ) 을 틀어놓은 듯한 이 소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읽을 수록 이 듀나라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글솜씨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임을 좋아하거나 Sci-fi 영화 혹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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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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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듣고 절망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듣고 절망하되 다시 일어서라 " 라고 말하는 듯 한 이 책.  점선의 영역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들은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였다.  불사신으로 묘사되는 신들은 신전에 모여 인간들에게 신탁을 내리고, 무력한 인간은 불길한 운명을 애써 부정하며 피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신탁이 내린 운명의 저주에 붙들린다.

이 책의 주인공도 신이 내린 불길한 신탁에 맞닥뜨린다.  그의 할아버지는 신이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불리는  신.  살아계실 때 그는 몇 번이고 가족들에게 불길한 신탁들을 내렸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몸서리쳐지는 운명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을 만날 것이다.  소중한 걸 잃어버릴 것이야.  용기를 잃지 말아. 도망치면 안돼 "

정신줄을 살짝 놓은 할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내린 신탁.  지금까지 할아버지의 예언이 틀린 적이 없었기에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점선의 영역이라는 이 책에서, 저자 최민우는 그리스 신화 코드를 차용하여 책 속에 살짝  심어놓는다.   오이디푸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찌기 신탁으로 정해진 절망적인 운명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주인공.  의연한 듯 대처하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예언을 잊고 살던 주인공은 여자친구인 서진의 그림자 분실사건을 계기로 그것을 떠올린다.  서진은 모멸적인 취업활동 이후 자신의 그림자를 분실하고 만다.  

그림자는 도시 곳곳을 떠돌며, 자신이 가진 파괴적인 힘으로 정전사태를 일으킨다.  서진의 분신이기도 한 그림자는, 그녀의 분노와 증오의 에너지를 품은 채 자신을 절망으로 이끄는 도시를 파괴하고자 하고,  어둠의 에너지를 없애버린 서진은 점점 빛처럼 투명해지는데....

저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살면서 느끼는 혼란스러움  (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부당함? 교과서와 일치하지 않는 사회?  매우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 ) 과 삼포세대로써 느끼는 절망감 등을 판타지적 요소를 이용하여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도시의 정전사태와 지하철 경로이탈 사태와 같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할 것 같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사고와 상황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주인공 젊은이가 살면서 느끼는 불안함을 나타내는 듯 하다..

주인공은 이미 신탁을 받아 운명이 정해진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는 마치 벼랑 끝에 놓인 것처럼 팍팍한 삶속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만다.  ( 현실을 나타내는 빛과 그림자 중에서 그림자를 놓아버림 )  그러나 저자가 결국 말한다.  우리의 삶은 선이 아니라고.  정해져 있는 운명 같은 것은 없다고...   비록 힘겨워도 운명이라는 점을 찍어나갈 수 있고 방향 설정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 새옹지마 ] 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 점선의 영역.   엄청 재미있는 동시에 많은 토론 거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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