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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좀 덜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계속 있었다. [ 인간 ] 에 관심이 있었고 우리의 심리가 무엇에 의해 자극을 받고 작동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심리 관련 책을 읽었는데, 대부분은 치유 목적을 가진, 소위 힐링하기 위한 책들이었다고 본다면 이 책은 약간 다르다. 저자인 대니얼 리처드슨 교수님은 인지, 발달, 사회 심리학에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고, 저자의 이력에 알맞게, 이 책에는 종전의 인간 심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과감히 깨트리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교수님은 약간 괴짜에 속하는 듯 하다.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기 보다는, 엔터테이너인데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같다. 그는 영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술집이나 공연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 공연과 어우러진 심리 실험쇼를 진행한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스탠드 업 코미디에 대한 일화도 종종 나오고, 웃기는 표현도 많이 쓴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 교수님이다.
각 장은 쉬운 예를 들어가면서, 우리가 그동안 믿고 있던 사실을 반박함과 동시에 실험을 통한 과학적 결론을 내놓거나 사실에 근접한 가설을 내놓는다.
다들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내가 관심있었던 2개는 바로 제 3 장에 나오는 인지 부조화 이론과 제 8 장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부분이었다.
인지 부조화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내가 평소에 느꼈던 것을 저자가 콕 짚어서 설명해 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자기보다 더 멍청한 사이비 교주를 따르는지 ,,,,, 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자꾸 더 끌리는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이상한 음식에 끌리는 이유,,,,, 이런 것 말이다.
인지 부조화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것들 사이에 모순된 부분이나 불일치하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인지 부조화는 불쾌한 감정에 속하고, 이 감정을 없애야겠다는 욕구를 느낄 때, 어떻게 할까?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은 신념을 바꾸고 새로운 가치에 맞게 행동해버린다고 한다.
그와 동료는 이를 설명해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부모들을 각각 A,B,C로 나눠서 A는 자식들로 인해 들어갈 비용을 말해주고, B는 자식들로 인해 얻을 이점을 들려주고, C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자식으로 인해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A 그룹이 " 부모가 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 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 20만 달러를 정당화 할 만한 일은? 그 정도로 가치있는 일은? 바로 "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 이다. 그 만큼 큰 비용이 바로 정당화된다.
8장에는, [ 상황의 힘 ] 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들이 재판에 회부된다. 그 중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간부급에 속하는 사람의 재판이 열리고 [ 악의 평범성 ] 이라는 책을 쓴 한나 아렌트가 재판을 지켜본다. 검사는 아이히만을 가학적이고 사악한 인물로 표현하지만 아렌트는 그를 따분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한다. 즉,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사악한 본성보다는 그것이 발현될 수 있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은 나치가 진행한 것과 같은 대학살이 유독 잔인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한사람에게는 학습자를, 다른 사람에게는 교사를 맡기고, 교사가 어떤 단어를 말하면 학습자는 그것과 짝을 이루는 단어를 말한다. 만약 학습자가 실수를 저지르면 교사는 전기 충격을 줘야 하고,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의 정도를 계속 높이게 했다. 물론 학습자는 연기자고 그가 고통스러워서 울부짖는 것도 연기였지만, 교사는 학습자가 고통스러워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험을 진행해나갔다. 실험 진행자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위에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어떤 특수한 상황에 의해서 발생한 악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존에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을 깨트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호메로스 시대에는 파란색깔 자체가 없었을 거라는 것. 엄청나게 많은 색깔을 볼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갯가재 이야기까지... 마치 대니얼 리처드슨 교수님이 강단 앞에 서서 파워 포인트를 가리키며 하는 강의 내용을 앉아서 듣는 기분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이 왜 심리학을 공부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게 해주고, 또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마케팅에도 잘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심리를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 알고 나니, 앞으로는 홀려서 소비를 하는 그런 일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