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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씨의 해빙기
슈테판 쿨만 지음, 양혜영 옮김 / 달로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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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은 오는 게 아냐, 잡는 거지

그 꽉 막힌 윈터 씨가 화장을?

말도 안 돼

무뚝뚝하고 까칠한, 매우 비사교적이었던 중년 남성 로버트 윈터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자신의 공간에서만

머물기 좋아하는 부류였다. 그나마 뷰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따뜻하고 밝은 아내 소피아 덕분에 그럭저럭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소피아.

이 세상에 별 미련이 없어진 윈터 씨는 죽음을 택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뷰티 컨설턴트였던 아내 소피아가 연락이 되지 않자, 그녀의

고객들이 화장품 구매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연락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 사람들이라면 치를 떠는 윈터 씨가 어느새 뷰티

컨설턴트가 되어서 고객들과의 파티를 열고 화장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너무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소설 - 윈터 씨의 해빙기

세상을 향한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았던 괴팍한 사내 윈터 씨가 변화하는

과정이, 정말 배꼽 잡을 정도로 웃기고 재미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변화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내 소피아의 죽음에서 비롯

되었다는 점이 슬프기는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느낀 순간, 윈터 씨는 자신의 주위에 있던

거대한 벽을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그 속에는 그 누구보다도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고 애정 넘치는 소년이 숨어 있었다. 변화하기 전

윈터 씨는 그냥 자기방어를 위해 거대한 갑옷을 입고 있었던 순수한

소년에 불과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모든 것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하필이면 시끄러운 게이 커플이

옆집으로 이사를 오고, 손자 요나스는 자신이 여자라고 느낀다는 고백을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윈터 씨,,, 과연 그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붙잡게 될 것인가?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표현도 있듯이, 어려움이 오히려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꾸기도 한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일생일대의 충격을 계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되는 윈터 씨.

소설 [윈터 씨의 해빙기]는 그동안 한 가지 색깔로만 세상을 보던 윈터 씨가

뷰티 컨설턴트가 되면서 무지개 빛깔로 칠해진 알록달록한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통통 튀는 유머 감각 덕분에 독서가 너무나 즐거웠던

소설 [윈터 씨의 해빙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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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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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엄마를 내버려둔 사회를 용서할 수 없어서,

생부를 용서할 수 없어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어서

용서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멀리했다. -145쪽-

25년 전, 엄마가 사귀던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한 후, 찬서의 인생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엄마를 죽인 범인이 출소하면 바로 복수를 감행하는 것. 경찰이 되었던 찬서는 범인이 출소할 때가 되자 일을 그만두고 범인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향인 무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이 운영하는 술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찬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로라 미용실 2층에 있는 한 탐정 사무소에 탐정으로 취직하게 되는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로라 미용실]은 단순히 미용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머리를 하기 위해 모여든 아줌마와 할머니들의 오고 가는 수다 속에 중요한 정보를 정원장이 캐치해낸다. 정원장은 따로 정보원까지 두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도대체 그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고양이 찾기와 같은 소소한 사건들도 있지만 교제 중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여자들 등등 찬서는 탐정이 된 후 실로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고 해결하게 된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지만 현재는 다른 여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찬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건만, 교제하는 사이에서 이렇게 다양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니.. 나는 너무 놀랐다. 애정을 가장하고 취약한 연인에게 가스라이팅을 행하며 돈을 갈취하는 남자,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으로 팔아먹는 남자... 세상에 있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모두 무산에 모아놨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이런 사건들은 요즘 너무나 흔히 뉴스에서 목격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찬서가 참 똑똑하다고 느낀 게, 그녀는 피해자나 본인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가해자를 완벽하게 처리한다. 그녀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경찰서에 한 번이라도 신고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문장이 짧고 사건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과 속도감이 굉장한 소설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시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피해자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더 빠져들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여러 잔인한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당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깜짝 놀란 부분도 있다. 문장은 짧고 단순하게, 사건은 최대한 생생하게 묘사,라는 박성신 작가님의 라이팅 스타일이 느껴졌다. 범죄 미스터리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찬서는 일부러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 주위를 맴돌며 범인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 건지 고민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한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교통사고로 어머니까지 잃은 전재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산에 내려와서 술집을 경영하는 전재호. 이 남자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이렇게 사는 이유는?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찬서. 그녀의 공허하고 메마른 눈동자가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약한 사람들의 피를 뽑아먹고 고통에 빠뜨리는 인간쓰레기들을 처리한다. 사적 복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당신의 엄마가, 여동생이, 그리고 딸이 고통받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여러 가지 사건들과 함께, 찬서 본인의 복수라는 이야기도 같이 있어서 소설 끝까지 긴장감과 스릴감이 내내 이어졌던 소설 [로라 미용실] 마치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찬서의 사건 해결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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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 - 3분 응시, 15분 기록
즐거운예감 아트코치 16인 지음 / 플로베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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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점을 응시하며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예술로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을 치유한다

일터에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이상하게 그림에 미친 듯이 끌려서 특히 서양 회화를 해석해 주는 책들을 많이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따뜻하고 밝고 맑은 그림보다는 기괴하고 무섭고 ( 아, 그래서 구입했던 책들이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였다 ) 뭔가 소름 끼치는 그림을 보면서 삶의 괴로움을 잊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이상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그림을 해석하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치유를 이끌어내는 책이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은 즐거운 예감 아트 코치 16인인데, 모두 "예술 교육 리더 과정"이라는 예술 교육자 양성 과정을 통과한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이끌어내는 각 그림에 대한 감상은 매우 지적이고 풍부하다. 각 그림이 전달하는 느낌과 본인이 삶에서 겪은 경험들을 연결해서 이끌어내는 그림 소개가 진짜 맛깔난다. 마치 도슨트가 따라다니며 그림 설명을 해주는 것처럼 이해가 잘 되어서 글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에 그림에 대한 해석이 엄청 달라지는 걸 느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글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대한 것이었다. 글쓴이 김승호 씨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후 밖으로 나돌며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아버지 때문에 일찍부터 진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다고 한다.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어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는 저자. 그림 속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꼭 자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듯한 그림 속 주인공을 보며 오히려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큰 공감을 했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삶,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기만하며 살았던 기나긴 시간, 나의 내면에는 그림 속 남자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목소리가 소거된 듯한 이 남자의 외침은 나를 멈춰 세우고 위로한다. 그림 속 인간의 모습은 살면서 겪는 고통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성찰, 열정, 시련 등등의 주제에 따른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각각의 장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있다. [열정]이라는 주제에서는 화가 최영미 씨의 작품 [또 하나의 세계]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 박은미 씨는 젊은 시절 스윙댄스에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세계]에 그려진 선 굵은 사람들도 거리를 지켜가며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련]에서는 화가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항구를 나서는 증기선]이라는 그림이 소개된다. 거친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는 증기선의 이미지는 인생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림도 너무 아름답지만 그림과 함께 쓰인 글들이 마치 보석처럼 다가온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통찰력으로 가득 찬 글들을 읽고 있자니 주말에는 가까운 미술관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그림을 볼 때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에만 주목했는데, 세부적인 부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고 해석해 주는 분들의 글을 읽고 있으니 그림을 감상하는 새로운 눈이 생긴 느낌이다. 그림을 감상하며 느끼는 감동으로 삶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도 치유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작가들의 글을 보니 나에게도 큰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 같다. 재미와 감동을 듬뿍 느끼게 해준 책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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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섬 - 역신의 제단 네오픽션 ON시리즈 24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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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

도깨비에 현혹되는 순간, 눈과 귀를 잃고

짐승의 탈을 쓰게 되리라.

집안이 매우 부유하여 자신의 요트를 가지고 있는 수현, 수현의 친구들인 주영, 은솔, 한아 이렇게 네 명의 친구들이 잠깐 시간을 내어 남해 쪽으로 요트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그런데 갔다 오던 길에 은솔이의 뱃멀미가 심해지면서 그들은 결국 한 조그만 섬에서 쉬었다가 오기로 결정하게 된다. 잠깐 들렀다 갈 생각이었지만 그들이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이들은 곧 아이가 말도 못 하고 앞도 볼 수 없는 시청각 장애인임을 알게 되고,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이가 수현이가 들고 있던 과자 봉지에 실려있던 실종 아동 사진과 매우 흡사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이의 손바닥에 글을 쓰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끝에 아이가 이모와 이모부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수현. 이 작은 섬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 수현은 아이가 그 실종 아동이 틀림없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지만, 아이로부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은솔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수현을 뜯어말리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영화 "파묘" 속에서 무당 윤봉길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맬 때 무당 화림과 동료들은 제주도에서 내려온다는 제주 영감놀이굿을 시행한다. 도깨비가 좋아한다는 돼지고기와 시루떡을 올려놓고 무당 윤봉길 속에 숨어있는 요괴를 불러내는 화림 일당들. 그때 잠시 존재를 드러내는 도깨비 혹은 요괴가 굉장히 낯설기도 하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설 [도깨비 섬]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하고 무서운 존재가 섬 전제를 떠돈다.

수현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던 그때, 이모와 이모부로 보이는 동네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갑자기 하늘에서는 천둥이 치고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아이 납치 계획은 실패하고 어차피 거센 파도 때문에 배도 띄울 수 없는 상황, 수현과 친구들은 동네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마을회관에서 묵었다 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주영은 낮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은솔이 수현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짐승 같은 으르렁 소리를 내며 죽일 듯한 수현에게 달려드는 은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소설 [도깨비 섬]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죽어 나가는 염소들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제단 위에 서 있는 죽은 팽나무 등 을씨년스럽고 음산한 자연환경과 짐승 소리를 내며 수현의 목을 조르는 은솔 그리고 몇 년을 굶은 듯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우는 한아. 그리고 마치 신이 노한 듯 며칠 동안 그치지 않는 사나운 태풍...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먹잇감을 향해 다가가는 포식자처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되어 이들 대학생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반복되고 진행 상황이 너무 느리지 않은가? 하던 그때, 나는 소설 [도깨비 섬]이 가진 기묘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속 신앙과 오컬트라는 장르가 가진 힘이 이야기 뒷부분에서 폭발한다. 굿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경험한다는 트랜스 상태를 독자인 내가 경험한 기분이다. 주영이가 경험한 기이한 환각을 함께 체험한 기분이었다. 그 만큼 [도깨비 섬] 아주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소설이라 하겠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그 엄청나고 웅장한 그 무엇에 대한 생생한 묘사 !! 기가 막힌다. 소설 [도깨비 섬]이 빨리 영상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사이다. 과연 아이는 실종 아이가 맞을까? 이 음울하고 고립된 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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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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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식 다음으로 예뻐하던 옥상 장미는 흐드러지게 잘 있습니다.

어느 밤, 잠을 설치다가 바람이라도 쐬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하얀 장미가 달처럼 빛나는 걸 보았어요. 예쁘더라고요.

원숙 씨가 이 탐스러운 풍경을 보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싶고"

글월은 편지를 순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편지 가게 글월은 편지와 관련된 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인데 여기서는 익명의 상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펜팔 제도인 셈이다. 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이름은 선호. 연기를 전공하고 배우가 꿈이었으나 오디션에서 낙방을 거듭한 끝에, 자신은 배우라는 직업과는 인연이 없음을 알고 과감하게 그만두었다. 현재는 후배 효영이가 이곳 알바생으로 일하면서 바쁜 선호를 도와주고 있다.

처음에 소설 [편지 가게 글월]을 펼쳤을 땐 그저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현대인이 품을 법한 질문만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모든 의사소통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 손으로 쓰는 편지와 관련된 가게라니, 이게 과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장사란 말인가? 손 편지는 뭔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혹시나 이 소설이 그렇진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이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애초에 얄팍한 자본주의적 사고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세상이 소설 [편지 가게 글월]에서 펼쳐졌다.

과장 없이, 글월은 세상의 모든 작가들과 시인들의 영혼을 끌어모은 곳인가? 아니면 그곳으로 가면 모두가 한순간에 작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소였다. 책 속에 소개된 편지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는데, 다들 문학성이 뛰어나고 깊이가 있어서 편지글만 모아서 작품을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편지글 중에서 단연코 내 눈물샘을 터트려버린 편지는 곧 은퇴를 앞둔 교장 선생님인 원철 씨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내 원숙 씨에게 남긴 편지였다. 이 편지를 읽다가 뜨거운 눈물샘이 그만 팍 하고 터져버렸다.

"원숙 씨가 방사선 치료를 받던 날.

갑자기 내가 사과를 사 오겠다며 뛰쳐나간 걸 기억하나요?

깡마른 당신이 포댓자루 같은 병원복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울컥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효영이가 이 편지 가게 글월로 취직을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언니가 어디선가 보내오는 편지를 피하기 위함이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야무졌던 언니 효민은 명문 대학의 대학원까지 그만두고 학원을 차리려 하다가 동업자에게 크게 사기를 당하고 어딘가로 잠적한 상태였다. 부모님의 대출금까지 끌어다 쓴 언니가 원망스럽고 화가 났던 효영은, 언니가 꾸준히 보내오는 편지를 피하기 위해 집을 나왔고

현재 선호의 가게에 취직한 상태. 편지를 피하기 위해 온 곳이 바로 편지 가게? 뭔가 의미심장한 듯?

"엄마, 아빠는 잘 지내시니? 두 분한테는 여태껏 편지 한 장 안 썼다.

이 편지를 혹시 부모님이 먼저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야.

엄마나 아빠는 단번에 답장을 보낼 사람이니까. 그래서 더 못 보내겠는 거 있지.

봉투에 대문짝만하게 네 이름을 적은 게 이런 이유였어. 너만 보라고."

요즘 살림살이도 팍팍하고 마음도 너무 건조해진 상태로 살고 있었는데, 실로 오랜만에 마음도 두 눈도 촉촉해지는 이야기를 읽었다. 편지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말로는 하기 힘든 뭔가 쑥스럽고 내밀한 자기 고백을 담을 수 있는 힘. 주인공 효영이가 지금은 언니와 잠시 멀어졌긴 해도 그녀가 편지 가게에서 일하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 [편지 가게 글월]은 한마디로 감동이다. 한순간 책에서 향기가 은은하게 풍긴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마도 책 속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써낸 글들이 풍기는 향기가 아닐까 싶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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