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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축제의 날들]의 저자 조 앤 비어드는 글을 쓴다기보다는
문장으로 삶을 그려내는 사람이다. 이 책 [축제의 날들]은
여러 편의 에세이이자 픽션 혹은 과거에 대한 짧은 기억들을 담은
단편집인데,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자유롭게 교차한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저자는 각 단편들이 에세이인 동시에
소설이라는 점을 밝힌다. 장르의 유연함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조금 난해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말로
저자가 의도한 실험적인 작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직접 경험과 기억 그리고 객관적 관찰이
느슨하게 엮여있는 글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죽음과 공존하는 삶의 감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민과 유머 등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작가.
저자는 특히 동물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죽어가는 개, 지나가는 새, 구조된 고양이 등등
이 모든 생명체들이 이야기의 단순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그녀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감정과 기억의 매개체로 등장한다.
[축제의 날들]에 속한 여러 단편들은 마치 누군가의 의식의 흐름처럼 흐른다.
따라서 명확한 서사 구조가 있다기보다는 생각과 기억 그리고 많은 이미지들이
서로 얽히고 엮이면서 연쇄적으로 펼쳐진다고 보면 된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자유로운 흐름 덕분에 시적인 산문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다소 산만하게 펼쳐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사용하는 표현의 완성도이다.
저자는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를 자로 잰 듯한 신중함으로 선택한다.
글 자체가 유려하거나 화려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표현이 매우 명료하고 정확하며 "삶의 진실"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서 단편 "워너"에서 화재 장면을 묘사한 표현
" 마치 검은 천이 풀리는 것 같았다. (...)
그것은 쓰고 버려진 엔진오일처럼 검고 끈적거렸다.
그러니까 그들은 기체가 아니라 액체를 들이마셨던 것이다"
은 독자로 하여금 실제로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전달한다.
[축제의 날들]은 조 앤 비어드가 쓴 글은 단순히 '기억'이나 '사실'들이
기존의 형태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확장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한 글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핵심인 죽음, 사랑, 상실 등을 보여준다.
그녀의 명료하고 정확한 문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동시에
독자들에게 "사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이 결국 다른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나 장르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에세이이자 소설 [축제의 날들]
그러나 구조에 상관없이 삶과 죽음, 상실과 유머가 교차하는 감성적인
에세이를 찾는 독자나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완벽한 작품일 듯. 노래처럼 들리는 문장, 그러나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하는 독특한 단편집 [축제의 날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