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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아마 이 방랑이 끝나도 여전히 알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방랑길이 즐겁네."
조선 시대에서 온 기묘한 이야기과 해학으로 가득한 버디 무비 느낌이 잘 어우려지는 책 [기기묘묘 방랑길] 양반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효원과 냉정한 겉모습 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여우 요괴 사로. 그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괴이한 일에 휘말린 자들을 도와준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성 - 해학, 유머, 가족애 등등 - 이 물씬 풍기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덩치가 크고 호기심이 왕성한 윤 대감집 막내 아들 효원. 그는 호방한 성격에 순수한 오지랖으로 가득 찬 청년이다. 어느 날 그는 최 대감댁에서 금두꺼비가 탈출했다는 기이한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데, 하인인 갑석 아재는 금으로 만들어진 두꺼비가 담장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한다.
효원은 괴이한 일의 해결사라는 사로라는 인물을 찾으러 직접 산으로 가게 된다.
최 대감댁 계집종인 쪼깐이마저 실종된 상황에서 갑석 아재가 쪼깐이와 짜고 재물을 훔치기 위해 그 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결국 갑석은 관아에 갇혀 모진 고초를 겪게 되지만, 사실 사람들의 쑥덕임은 전혀 다른 사건의 정황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책 <기기묘묘 방랑길>은 표지에 나와있는 "조선판 셜록과 왓슨" 표현처럼 냉정하고 논리적인 해결사 사로와 행동력 넘치는 먹보 효원이 콤비를 이루어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들의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고 조선 시대에 유행했을 법한 설화를 섞었기에 독특하고 기묘한, 일종의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주목한 점은, 각 이야기마다 "한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금두꺼비의 행방"에서는 결국 악인은 천벌을 받게 되어있다는, 사이다 같은 느낌의 권선징악이 두드러지고, "목각 어멈"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동시에 가난한 이웃에 대한 자애심이 느껴졌다. 이야기 "푸른 불꽃"에서는 호랑이 소굴 같은 시댁에서 고초를 겪었을 주인공 때문에 가슴이 시려온다.
하지만 이야기가 무조건 슬프고 아프기보다는 "차오르는 술잔"이나 "열리지 않는 문"에서는 엉뚱한 사고뭉치 효원의 활약이 좀 더 두드러지면서 해학적인 요소가 강해진다. 전반적으로 "효원"이라는 강렬한 캐릭터 덕분에 재미있었는데, 잘 먹고 잘 웃고 삶에 긍정적인 어떤 연예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 드라마 제작이 시급함 )
살면서 느끼는 게, 인연이라는 게 정말 우연이 아니다.. 이건 필연이라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효원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로 와의 인연, 그 부분도 큰 재미요소이다. 한국인의 감성을 저격하면서 독특하고 기묘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정말 재미 만점인 소설 <기기묘묘 방랑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