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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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육지가 서서히 멀어졌다.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

새로운 느낌의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 "범선 군함의 살인". 망망대해에 떠 있는 군함 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 즉 일종의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간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광기 어린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완전 서스펜스 그 자체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네빌 보우트는 평범한 구두장이였으나 갑작스럽게 해군에 의해 강제징집이 되면서 영국 군함 헐버트 호에서 수병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평범한 서민의 삶에서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옮겨온 네빌. 엄격한 규칙과 질서 속에서 작은 실수에도 채찍질을 당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나날들.. 그러나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소설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영국은 프랑스와 격렬한 해상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네빌을 비롯한 초보 수병들은 살인 사건 뿐만 아니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투 상황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가 타임 머신을 타고 당시로 가본 듯한 생생한 현장감이 그야말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내가 만약 네빌이었다면,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수라장에, 미쳐 돌아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는 도무지 낯설게만 다가오는 군함 속의 구조물과 관련 용어들.. 처음에는 진짜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러나 배의 구조나 관련 용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특히 네빌 보우트가 맞닥뜨리게 된 불운한 운명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청나게 흥미진진해진다. 이 순수하고 평범한 인물은 이상하게도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들 주위에서 맴돌고 있기에 살인 용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완전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상황!

끔찍한 연쇄 살인 그리고 그보다 더 끔찍한 해상 전투... 과연 네빌은 무사히 살아남아서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18세기 영국 군함과 해상 전투를 완벽하게 고증해낸 듯한 내용과 도무지 범인을 파악해낼 수 없는 완벽한 범죄 미스터리...

그러나 셜록 홈즈처럼 이 소설에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가능"하게 설명해주는 천재가 있다. 결말에 가까워졌을 때 이 인물이 술술 풀어내는 사건의 정황에 대한 설명도 이 소설의 재미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연쇄 살인 사건... 모험과 미스터리, 둘 다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범선 군함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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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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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아마 이 방랑이 끝나도 여전히 알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방랑길이 즐겁네."

조선 시대에서 온 기묘한 이야기과 해학으로 가득한 버디 무비 느낌이 잘 어우려지는 책 [기기묘묘 방랑길] 양반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효원과 냉정한 겉모습 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여우 요괴 사로. 그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괴이한 일에 휘말린 자들을 도와준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성 - 해학, 유머, 가족애 등등 - 이 물씬 풍기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덩치가 크고 호기심이 왕성한 윤 대감집 막내 아들 효원. 그는 호방한 성격에 순수한 오지랖으로 가득 찬 청년이다. 어느 날 그는 최 대감댁에서 금두꺼비가 탈출했다는 기이한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데, 하인인 갑석 아재는 금으로 만들어진 두꺼비가 담장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한다.

효원은 괴이한 일의 해결사라는 사로라는 인물을 찾으러 직접 산으로 가게 된다.

최 대감댁 계집종인 쪼깐이마저 실종된 상황에서 갑석 아재가 쪼깐이와 짜고 재물을 훔치기 위해 그 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결국 갑석은 관아에 갇혀 모진 고초를 겪게 되지만, 사실 사람들의 쑥덕임은 전혀 다른 사건의 정황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책 <기기묘묘 방랑길>은 표지에 나와있는 "조선판 셜록과 왓슨" 표현처럼 냉정하고 논리적인 해결사 사로와 행동력 넘치는 먹보 효원이 콤비를 이루어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들의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고 조선 시대에 유행했을 법한 설화를 섞었기에 독특하고 기묘한, 일종의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주목한 점은, 각 이야기마다 "한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금두꺼비의 행방"에서는 결국 악인은 천벌을 받게 되어있다는, 사이다 같은 느낌의 권선징악이 두드러지고, "목각 어멈"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동시에 가난한 이웃에 대한 자애심이 느껴졌다. 이야기 "푸른 불꽃"에서는 호랑이 소굴 같은 시댁에서 고초를 겪었을 주인공 때문에 가슴이 시려온다.

하지만 이야기가 무조건 슬프고 아프기보다는 "차오르는 술잔"이나 "열리지 않는 문"에서는 엉뚱한 사고뭉치 효원의 활약이 좀 더 두드러지면서 해학적인 요소가 강해진다. 전반적으로 "효원"이라는 강렬한 캐릭터 덕분에 재미있었는데, 잘 먹고 잘 웃고 삶에 긍정적인 어떤 연예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 드라마 제작이 시급함 )

살면서 느끼는 게, 인연이라는 게 정말 우연이 아니다.. 이건 필연이라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효원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로 와의 인연, 그 부분도 큰 재미요소이다. 한국인의 감성을 저격하면서 독특하고 기묘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정말 재미 만점인 소설 <기기묘묘 방랑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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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 -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600억 자산가 이야기
박지형(크리스)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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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 되겠습니다.

위암 4기 복막 전이, 삶의 끈을 놓지 않은 10년간의 기록"

이 책을 한참 읽다가 문득 예전에 봤던 한 유튜브 채널이 떠올랐다. 책 속에 있는 저자의 사진을 보다가 그 채널의 주인장이라는 기억을 하게 되었다. 굳이 암환자라고 스스로 밝히지 않아도, 어딘가 아픈 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만큼 낯빛이 굉장히 안 좋았던 저자. 그러나 나는 낯빛보다 저자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 강한 의지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삶을 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그의 언어에 실려있었다. 시한부 6개월의 통보를 받고도 10년을 더 살아낸 힘이 바로 이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박지형 님은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고 이후 경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을 이끄는 CEO가 되다니, 보통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신학대학교를 다닌 이력 덕분에 좀 더 강한 의지를 발휘하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1과 2 챕터는 죽음에 직면한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주로 다루고 있다. 경영인답게 챕터 3은 돈을 다루는 법에 대한 이야기, 챕터 4와 5는 삶의 끝과 믿음에 대한 생각을 다룬다.

저자는 1분 1초가 아쉬울 정도로 정력적으로 사업에 몰입했던 인물이었는데, 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기절을 하는 바람에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술을 잡았던 병원에서는 그에게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저자는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일념과 자신 때문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암과의 투쟁 과정과 그 와중에 경험했던 정신적 갈등이나 다짐 등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경영인답게 어떻게 투자를 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할지 등도 다루고 있다.

독서를 하면서 정말 감탄을 했고 감동을 받았다. 일반인들 같으면 6개월 밖에 생존 기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 좌절감에 빠져버릴 것이다. 실제로 2기 암을 앓고 있던 저자의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쩌면 "정신력"이나 "삶에 대한 의지"라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삶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저자의 말이 하나하나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기 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해서라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저자.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동시에 특히 나를 위해서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만 한다. 만약 내가 그전에 죽는다면 거기까지가 나의 여정일 테지만, 죽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희망의 증거로서 좋은 영향력을 많은 이들에게 나눌 것이다." -69쪽-

나도 한때 일을 그만두어야 했을 정도로 아팠던 시절이 있다. 그 당시에는 너무 고통스러웠으나 그때 이후로 많은 부분이 변했다.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삶에 초연해졌다고 할까? 오히려 불안이 줄어들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저자도 책의 말미에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한다. 물론 몸이 건강해야 삶의 행복을 더 잘 느낄 수 있겠지만, 저자의 경우 암 선고를 받고 난 후 그전의 빠른 속도의 삶에서 잠시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작고 사소한 것에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서 좀 더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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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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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믿음을 이길 거라 믿는 여자 김서연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과

누구도 상상 못할 충격적 반전의 이야기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소설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일단 "과학 소재", "거대 기업의 비리" "골리앗 같은 조직들과 싸우는 정의로운 개인"과 같은 요소에 끌리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희귀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과 음모 그리고 배신 등과 같은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진실"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 혹은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 한 여인의 끈질긴 투쟁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치 이기기 불가능한 전쟁에 뛰어든 여전사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완전 꿀잼이었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김서연은 영실대학교라는 지방대에서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을 7년째 수행하고 있었다. 빅터 우 교수를 비롯한 여러 동료들과 함께 "TPDD"라는 희귀 유전 질환 (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생각만 하고 한 가지 말만 할 수 있음 ) 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화학공학과이기에 거대 제약회사들과의 협업은 꿈도 꿔볼 수 없었던 상황. 서연을 비롯한 동료들은 무궁 화학이라는 작은 기업과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임상 실험을 하던 와중에 환자들이 치료제에 이상 반응을 보이더니 차례차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목이 왜 <당신의 세포막 속으로> 인지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치료제 투여 등 임상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단단한 세포막을 뚫는 리포솜이라는 물질이 필요한 것이 사실. 이 책은 진실이라는 단단한 세포막을 단번에 뚫어버리는 리포솜과 같은 거짓된 믿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익 앞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언론 플레이, 신약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스템 그리고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언론이 던져주는 가짜 뉴스에 흔들리는 대중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진실"이라는 단단한 세포막을 지키려는 주인공 서연을 위협한다

이 소설은 "과학 스릴러"를 표방하는 책답게, 주인공 김서연이라는 존재를 아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다루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직에 속한 개인이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 앞에서 거짓된 조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 한때는 믿을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릴 때 개인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거대 기업의 말만 믿고 진실한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언론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개인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이런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서연은 진실 수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엄청난 두려움도 느꼈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역시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되었다. 실험을 통해서 안전하다는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또 어떤 부작용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운동하지 않고도 살을 빼주는 기적 같은 약이 나오는 시대, 그리고 인공 지능으로 모든 일을 짧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언제 어떻게 부작용이 드러날지 아무도 모를 일. 이 책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는 그럼 과학의 무서움과 동시에 진실을 단숨에 덮어버리는 거짓된 믿음의 무서움을 동시에 말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끝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 만점의 소설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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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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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죽음은 우리를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한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자인 유성호 교수님을 처음 봤는데, 법의학자이고 시체를 부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분이라서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를 가졌으리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차분하고 젠틀한 분이셨다. 그때부터 이 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죽음"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마치 영원히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저자 유성호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잠시 의사 생활을 하셨다. 그러다가 법의학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하며,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중 사건 및 범죄와 관련한 부검과 자문을 담당하며 현재는 자타 공인 법의 학계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 책 이전에 이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라는 책을 통해서 법의학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철학을 이미 전달하셨던 듯. 다른 학자들에 비해 대중들과의 소통도 활발하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총 3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각각은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고, 기록하는 단계로써 "죽음을 배우는 시간",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삶을 기록하는 작업"과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42쪽 "죽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에는 1인칭, 2인칭, 3인칭 죽음이라는 것이 다루어지는데, 표현으로 짐작하겠지만 각각 나의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뉴스에 등장하는 남의 죽음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를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죽음을 3인칭의 죽음으로 대할 떼죽음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동시에 가까운 사람의 죽음 때문에 발생하는 상실감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루고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에서는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즉 "안락사"라는 주제를 다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다소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건 "보라매 병원 사건" ( 보호자가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하여 법적 처벌받음 )과 "김 할머니 사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법적으로 중단) 이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죽음에 대한 자기 선택권이 좀 더 공론화되어야 할 것임을 밝히는 듯하다. "삶을 기록하는 작업"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소개되는데, 남은 사람들을 위한 기록 작성과 재산을 정리하기 위한 유언서 작성뿐 아니라 살아있을 동안 할 수 있는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삶의 정리를 좀 더 후회 없이, 아름답게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죽음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이라는 것의 무거움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온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게 되고 그동안 망설이고 있던 일들을 좀 더 용기 있게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삶의 끝에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현재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진리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 당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음을 말하는 책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이 책은 결국 죽음을 준비하며 삶을 더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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