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달링턴 홀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가 1956년 여름 6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남긴 기록의 형식. 과거와 현재가 씨날줄로 엮여 진행된다. 황혼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는 스티븐스는 아버지, 여자, 옛주인과 현주인 등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서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혈육에 대한 관심과 연애 감정마저 포기한 채 충직스런 집사 역할을 해낸 한 남자의 내면 이야기

 

 

제목이 <남아 있는 나날>이라니. The remains of the day 그날의 잔재, 그날의 흔적, 살아온 흔적들, 인생이 남긴 것 등등 아무리 봐도 지나온 과거를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데 남아 있는 나날이라니 어리둥절하기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더욱 우리식 제목과는 안 어울린다는 느낌. 차라리 <살아온 나날>이나 <삶이 남긴 것> 등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 책 제목은 그렇다쳐도 영화제목마저 같은 것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일까. 생뚱맞지만 아마 최초 번역이 나중 번역에 영향을 끼치니까 그런 것도 같다. 의도된 번역이겠지만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참고로 작가 자신의 제목에 대한 변과 해설은 다음과 같다.

    

 

한 작가 친구가 언급한 낮의 잔재라는 프로이트의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중에서)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을 깨어 있는 동안, 곧 낮 동안의 사유 활동과 연관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낮의 잔재(잔해, 파편)debris of the day’(해설에서는 주간 잔재 : day residue)가 분위기상 작품과 어울린다고 본 이시구로는 이를 조금 변형시켜 자신의 작품에 ‘The Remains of the Day’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런데 이 이란 하루의 한 부분인 동시에 인간의 활동 기간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우리말 판 영화와 소설 제목은 그 점에 비중을 둔 셈이다.

 

 - (?) 해설의 의도대로라면 <<살아온 나날>>, <<인생유감>>, <<삶이 남기는 것들>> 정도의 의미가 아닌지. 지난 삶보다 앞으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 이 제목은 작가의 의도와도 맞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작품이다. 영국인 집사의 품위 문제는 인간적인 품위를 놓친 뒤에야 얻게 되는 집사로서의 품위에 한정 된다. 충직성과 평판을 위한 품위에 한 생을 걸기 위해 판단유보의 행보를 견지하는 품위. 그것이 지나치면 악의 평범성을 곁에 둔 아이히만의 행보와 다를 바 없게 된다. 판단유보의 행위는 행위 자체가 악을 견지하지는 않지만 판단유보 때문에 악의 침투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위계 사회에서 충직한 하위의 삶은 맹목의 충성을 위한 자긍심 말고 또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인가. 도덕적 판단력이 마비되고 현실감이 억제된 상태에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 안타까움과 인간적인 분노가 인다.

 

 

해설의 오류도 보인다. <304쪽 요컨대 일류급 집사들의 모임인 헤이스 소사이어티회원답게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았다. --> 스티븐스는 헤이스 소사이어티 회원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전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가치관(자신들이 모시는 주인이 저명한 가문인가 아닌가)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티븐스 세대는 도덕적 지위에 관심을 두는 이상주의자가 더 많았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던가.

 

 

자신의 삶을 절절이 정당화할수록 스티븐스 가치관의 경직성이 오히려 두드러진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떤 가치관의 전복 -그것이 옳든 그르든-은 텍스트나 설득력 있는 이데올로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예를 들면 집밥이 최고이니 엄마에게 밥하기를 강요하고, 늘어진 양말을 신는 엄마의 미덕을 찬양하는 것이 가정폭력의 한 행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텍스트나 그런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매개물이라는 것. 그런 것들을 접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 스티븐스에게 그런 절실한 매개물이 없었기에 스티븐스는 아주 오랫동안 집사로서의 자신의 품위에만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닌지

 

  

집사혼으로 나치에 간접 복무하는 격이지만 그것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다. 충직한 봉사자들의 실제 성격과는 상관없이 악의 평범성은 그들에게 당연지사가 된다는 아이러니. 집사라는 직업은 가치판단 보류를 유지할수록 유능한 직업인이 되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다만 가치 판단 미스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스티븐스 인격을 신뢰하면서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집사로서의 품위에 안달복달할 때 자기 존엄 또는 인간 자체에 대한 품위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못했다는 점. 켄턴, 저 아련하게 무너지는 켄턴 양을 어찌하란 말인지. 켄턴 양의 마음을 알면서 스스로를 자제하거나 억압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애초에 그런 애정에 관한 감정 따위를 자각하려 하지 않은 것 같아 더욱 안타까웠다.

 

 

새로운 주인 페러데이의 가치관을 수용하려 함으로써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스티븐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집사로서의 품위에 대한 스티븐스의 가치관은 바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살아온 나날보다 남아 있는 나날이 길지 않은 스티븐스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켄턴 양을 재회했을 때 갈기갈기 찢기던 그 마음의 정서를 유지했으면 좋겠고, 달링턴 홀로 돌아가면 패러데이 어른 식 유머를 조금이라도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훈련했으면 좋겠다.

    

 

 

<등장인물>

 

*스티븐스 달링턴 홀 집사, 품위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헤이스 소사이어티 멤버(일류 집사들의 모임)

*패러데이 달링턴 홀 주인, 달링턴 가문의 200년 된 저택을 인수. 미국에서 넉 달 정도 머물 예정. 홀 직원들도 달링턴 홀에 남기를 바람.

*달링턴 - 전주인

*켄턴 양 (벤 부인)결혼으로 콘월로 떠났지만 실패 후 다시 달링턴으로 오고 싶어함, 전직 총무, 헬스턴의 벤 씨 집에서 나와 리틀컴프턴에서 지인과 기숙. 결혼한 딸 캐서린.

*- 켄턴 양 좋아함, 집사 출신, 둘이 결혼해서 캔턴 양은 달링턴 홀을 떠남

 

*클레먼츠 부인 전 직원 중 홀에 남은 사람

*로즈메리 애그니스 클레먼츠 부인 추천으로 고용한 아가씨들

*제인 시먼스 지리여행정보를 쓴 작가

*심슨 씨 플라우맨스 암스 술집 주인

*마셜 씨(샤를 빌 하우스) / 레인 씨(브라이드우드) 품위 있는 유능 집사의 예

*스티븐스 아버지 평생 품위를 지켰던 완벽한 집사, 로버로 하우스에서 직무 마감

*레너드 스티븐스의 형, 남아프리가 전쟁에서 죽음.

*찰스 앤드 레딩 컴퍼니 사장 데이비드 찰스 씨 아버지의 품위 있는 대처 일화 들려줌

 

*존 실버스(로버로 하우스) -스티븐스 아버지가 한 때 15년간 모셨던 주인

*그레이엄 집사의 품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패배주의자적인) 견지하는 집사

*엘리스 화이트 분통 터지지만 가장 헌신적이었던 하녀

*시머스 달링턴 시절의 설비 점검 하인

*카를하인츠 브레만 독일군 장교 출신 달링턴 지인, 권총 자살

*마서, 도로시, 모티머 부인 달링턴 시절의 하녀들

*데이비드 카디널 국제회의(베르사이유 조약의 부당성 논의)차 들른 인사, 승마 사고사.

*레지널드 카디널 데이비드의 아들, (남녀?) 자연현상에 대해 가르쳐 주라고 데이비드가 달링턴에게 부탁. 달링턴이 다시 스티븐스에게 부탁하고, 스티븐스가 말하기도 전에 카디널은 그것에 대해 안다고 함. 레지널드는 달링턴의 나치 협력 사상을 스티븐스가 알고 있는지 확인하지만 스티븐스는 관여할 상황이 아니라고 응대함. 현실 직시 및 사태 파악 능력이 있음. 나중에 칼럼니스트로 명성. 전쟁 때 벨기에서 사망.

*리벤트로프 독일 대사, 달링턴과 친분

*루이스 / 뒤퐁 미국 대표(비열하지만 나치의 실상을 직시함) / 프랑스 회의 대표(시크함)

 

*루스, 사라 해고된 유대인 하녀들

*바넷 부인 친유대계 인사, 이 여자 영향력으로 루스, 사라 해고된 바도 없지 않음.

*리사 해고된 유대인 하녀들 대신 들어온 이쁜 하녀, 중고참 하인과 눈 맞아 도망,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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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크아이즈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곁에 두고 싶은 책 중의 하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소설이되 소설이 아니다. 소설을 가장한 언어 사유법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찬 철학서이다. 정체성을 찾아 끝 간 데 없이 사색하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내면 일기라고 보아도 좋겠다.

 

   인간은 완벽하지도 않고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의문과 복잡함으로 가득 찬 인간을 탐색하려는 작가의 자의식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우리는 타자를 또는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주인공 프라두는 곧 내레이터 그레고리우스이고, 이는 곧 작가로서의 메르시어이자 자연인 비에리이기도 하다

 

   소설 형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우연의 연속을 아무렇지 않게 연결시키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이 소설이 소설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중시하는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남발된 우연이 연결한 유기적 관계망 속에 등장인물들은 프라두의 행적에 대해 술술 풀어놓는다. 소설적 긴장감이 없는데도 메르시어의 구라에 쏙쏙 빨려 들어간다.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 진정성이 있고, 말들을 부리는 가슴이 시적이다.

 

   언어의 문제 나아가 결국은 인간의 문제를 다뤘다. 기억과 현실의 교집합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여러 매개물들이 적재적소에 쓰여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체스는 주앙 에사와 그레고리우스를 과거로 안내하는 주요 매개물이다. 그 외 붉은 삼나무, 이스파한, 피니스테레, 리스트론, 타라파우 등의 이미지를 따라가며 작가의 의중을 읽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계급의식도 투영되었다. 각각 귀족과 농민(실우베리아, 프라두 / 그레고리우스, 조르지)으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이 소설의 무게감에 보탬을 준다.

 

   다만 액자 기법으로 차용된 프라두의 글들이 <언어의 연금술>이란 제목에 걸맞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의문이 남았다. 옆에서 증언해주는 등장인물들의 프라두에 대한 아우라를 프라두의 글이 받침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랄까. 대체적으로 고뇌와 성찰의 고백이지만 가끔은 신변잡기 식에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문장이 이어질 때는 책장을 넘기기 힘들기도 했다.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은 내면을 토로하는 일기장 역할을 하는데, 탐색 과정의 느닷없음과 상황 이해 부족 등으로 완전하게 탐독하기는 힘들었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작가의 사유와 독자의 해석이 합일점을 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변죽을 울리는 듯한 부분이 느껴지는 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기질적 차이 때문이 아닐는지.

 

   확실한 것은 철학적 사유 깃든 장면보다 에피소드가 가미된 이야기를 풀어낼 때 메르시어의 문체가 더욱 빛난다는 점. 애매모호한 장면이 아니라 선명한 실체가 있는 부분에서는 버릴 게 없는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그레고리우스의 흔적을 따라 훌쩍 리스본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 책. 내가 밟은 가장 먼저의 유럽 땅. 그래서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도시. 온통 노란 빛깔의 벽, 구시가지 바이후 알투 언덕의 골목들, 타호(테주) 강의 다리, 벨렘 거리의 빵집, 대성당과 제로니모스 수도원 등등. 그레고리우스가 쫓아다니던, 낯설지 않은 지명들을 만날 때,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어 맘 속의 스냅사진을 꺼내어보곤 했다.

 

  그렇다. 묘령의 여자가 내던진 한 마디에 홀려 떠나보는 도시 이미지로리스본보다 나은 데가 있을까. 이런 괜한 생각까지 덤으로 얻게 하는 책. 

포르투게네스!  리스트론!

 

 

    

<등장인물>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 (문두스) -고전문헌학자, 언어 교사, 고도 근시, 이혼 후 19년 째 혼자 산다. 박물관 경비원과 청소부 부모를 둔(166) 가난한 집 출신

*플로렌스 - 제자 출신 그레고리우스 아내. 5년 결혼 생활 후 이혼함.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 (1920~1973) -의사 출신 시인이자 언어 신비주의자, <<언어의 연금술사>> 쓴 귀족 포르투갈 작가. 에사의 삼촌 주앙보다 5살 많음. 1975년에 출간된 작품. 30대 초반 작가. 그레고리우스가 번역해 나감, 활화산 같은 열정과 오만하리만큼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 집안 경제력 외모까지 다 갖춘 남성의 화신, 주앙 에사를 만나 저항운동에 관여함. 동맥류 앓음,

**부인 - 파치마, 35살 심장마비로 죽음,

 

*콘스탄틴 독시아데스 - 그리스 출신 안과 의사, 20년 지기

*캐기 - 동료 선생,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

*주제 안토니우다 실우베이라 -기차에서 만난 도자기업자, 이혼 후 큰집에서 혼자 산다. 나중에 그레고리우스에게 그 집을 제공한다.

*마리아나 (콩세이사옹) 에사 - 리스본 안과 의사

*줄리우 시몽이스 - 리스본 헌 책방 주인, 프라두 관련 길잡이를 해줌.

*후이 루이스 멩지스 리스본의 인간백정, 프라두가 목숨을 구해줌. 이 일로 프라두는 사람들로부터 상처.

*올리베이라 살라자르 - 포르투갈 정치인. 1932년부터 1968년까지 36년간 총리로 독재. 나치 원조, 유대인 수용소 짓기 등 나치 방식 모방. 전후에는 서방측에 가담하여 북대서양 조약기구 참여로 국제적 지위 보장 받음. 1960년대에는 아프리카 식민지 정책을 계속 유지하여 국제적 비난을 받음. 1968년 낙마 사고로 1970년 세상을 떠남.

*비토르 코우팅뉴 프라두 소식 알고 있을 이전 책방 노인, 줄리우 시몽이스가 소개해 줌.

 

*아드리아나 프라두의 여동생, <<언어의 연금술>> 책을 출간. 낙태의 충격을 겪었고, 자신의 현재 삶 대신 오빠의 과거 인생을 살고 있다. 오빠의 파란 집을 지키며 현재와 과거의 시계를 오간다.

*멜로디(리타) 프라두의 막내 동생, 바이올린 연주자, 들끓는 화산 같은 오빠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지만 프라두는 멜로디를 부러워함. 자유로운 영혼

*주앙 에사 마리아나 에사의 삼촌, 회계사 출신 저항 운동가, 농부 자제, 프라두보다 5살 어림, 영국 여행에서 우연히 프라두 만나 교류하면서 저항운동 같이함,

*조르지 오켈리 프라두와 주앙의 학창 친구, 약사가 됨, 저항운동가, 프라두와 정반대의 성격, 그래서 프라두가 친구로 삼았다고 베르톨~신부가 전해줌.

*아고스칭냐 신문 (여자)실습생,

*마리아 주앙 아빌라 플로레스젊은 시절부터 프라두가 좋아했던 여자, 농부 딸, 간호사

*알렉산드리 오라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 프라두의 아버지, 유전적 척주경직증 앓는 판사, 독재에 부역하고 저항하지 않은 자책으로 자살.

**아내 마리아 프라두

*바르톨로메우 로우렝수 드 구스마옹 프라두의 학창 시절 선생(신부), 거짓말 하지 말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절대 명령에 대해 논쟁 벌임, 요양원 생활

 

*에스테파니아 에스피노자 저항 운동 동지, 우체국 근무, 기억력 좋아 저항운동의 비밀을 다 외움, 조르지의 애인, 아마데우와 서로 첫눈에 반한 사이. 조르지를 위해 아마데우는 신의를 지킴. 그녀를 죽여야 한다고 판단한 조르지, 주앙과 그레고리우스는 그녀를 국경지역으로 도망치게 함. 그레고리우스 무덤 앞에서 조르지와 서로 눈길 주지 않은 채 조우함. 한참 뒤 스페인 살라망카에서 역사 강사로 일한다는 소식, 파치마 죽은 뒤 프라두가 사랑에 빠진 여자. 아버지는 비밀경찰에 잡혀 타라파우로 끌려 감.

 

*나탈리 루빈 그레고리우스 제자 

*에바 폰 무랄트 - 세상에나, 라는 별명으로 불린 학생

**에바 아버지는 판사

*부리 / 비에르지니 르도엔 - 동료 교사

*한네스 슈나이더 -그레고리우스가 이스파한에서 가정교사를 할 뻔했던 사람

*- 페르시아 통치자 총칭, , 지배자

*루슬리 부인 - 그레고리우스 옆집 사람

*클로틸드328 - 아드리아나네 도우미

*바다호스 -멩지스 부하, 저항운동 감시

*아드리앙 교수 에스테파니아 피아노 선생님, 바다호스에게 끌려가서 행방불명

*디아만티나 에스메랄다 에르멜린다 도벽으로 아버지에게 판결 받은 여자, 프라두는 아버지의 위선에 복수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친다.

*엔리크 - 프라두 아버지의 운전수이자 비서

*세실리아(336, 345, 514) -포르투갈어 잘하는, 초록색 옷을 즐겨 입는 리스본 어학원 선생?

*줄리에타 실우베리아 집 도우미

*필리피 실우베리아 운전사

*아나 프라두의 가정부?

*오로라 파티에서 본 실우베이라 조카

 

<참조>

*부벤베르크 베른에 있는 도시, 광장

*에스타두 노부 시대(Estado novo1933~1974)-포르투갈의 비민주적 정치경제체제

*타라파우 - 정치범 수용하던 끔찍한 감옥(산티아고 하프베르뎅 섬)

*시도니우 파이스 포르투갈 군인, 호색적인 사기꾼으로 묘사, 포르투갈 대통령

*테오필루 브라가 포르투갈 초대대통령

*모시다드 포르투게자 - 이탈리아, 독일을 본뜬 파시스트적 제도, 학생 강제 조직.

*이스파한 -페르시아 도시, 그레고리우스가 가고 싶어 한 도시

*아니타 에크베르크375 배우(1931~2015스웨덴)

*카보 피니스테레 갈리시아 땅, 에스파냐의 가장 서쪽

**까보 다 로까 포르투갈의 대서양 서쪽 땅끝마을

*리스트론561 오디세이에 나오는 넓은 홀 바닥을 청소할 때 쓰는 쇠꼬챙이, 그레고리우스가 자주 되뇌는 단어.

*리스본 지역 - 벨렘(리스본 외곽), 바이후 알투, 알파마 구역, 아우구스타 거리, 카실랴스(주앙이 있는 요양원), 타호(테주)

*아빌라(스페인, 마리아 주앙과 떠나려고 했던 곳)

*코임브라(아마데우가 의학 공부한 곳)

*살라망카(스페인, 에스테파니아가 역사 강사로 일하는 곳)

 

  

13 갑자기 수수께끼 같은 여자와 만난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 찰나에 들었던 것이다.

20 포르투게스. 그의 귀에 멜로디가 들렸다.

22 57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이제 완전히 장악하려고 한다는, 불안과 해방감이 섞인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33 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문두스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도 모릅니다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 전화기에 대호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하면서도 장엄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35 포르투게스. 벌써 얼마나 다르게 울리는가! 지금까지 이 단어는 갈 수 없는 나라에 있는, 마법에 걸린 보물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그가 문을 막 열게 된 궁전에 장식된 수많은 보석 가운데 하나였다.

40내가 포르투갈어로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 소리 없는 열차를 끌고 가는 우주…. --청렴하고 확고부동하게 서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신의 말과 비슷하고, 또한 과장이나 격정이 없이 정확하고 간결하여 단 하나의 단어나 쉼표도 뺄 수 없다는 점에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엮은 시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41 그레고리우스는 유럽 지도를 꺼내 펴놓고, 기차를 타고 어떻게 리스본으로 갈지 생각했다. --그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41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이름 없는 포르투갈 여자, 빛바랜 포르투갈 귀족의 사진, 초보자를 위한 어학 교재,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 때문에 한겨울에 리스본으로 도망치는 사람은 없다.

44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44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많은가!

51 당신은 절대 날 원했던 게 아니야. - 그레고리우스가 플로렌스에게
55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56쓰이는 경우가 지극히 들물거나 어려운 동사 형태를 노련하게 쓰면서 교장이 사랑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그렇게 할 능력이 있는 그 ‘자신’이었다. 단어들은 그를 꾸미는 장신구였고, 그가 늘 매고 다니는 나비넥타이와 비슷한 존재였다.

68캐기는 자기 눈을 의심하겠지. 문두스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으로부터 도망치다니, 다른 사람들이야 모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문두스가 그럴 리가.

76나에게 보내는 신뢰 때문에 난 아버지를 사랑했고, 절절한 소원으로 날 짓뉴르는 그 부담 때문에 증오했다. -프라두의 글 중

87어떤 도시를 그곳에 있는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 이는 그가 언제나 해오던 일이었다.

89그때 갑자기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이 베르나르두 소아레스(페소아의 필명 가운데 하나)가 책방 점원으로 일하던 도시, 그가 도우라두레스 거리에서 일하며 페소아의 생각 -그보다 앞이나 뒤의 세상이 아는 모든 생각보다 더 외로운 생각 –을 쓴 도시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여기로 왔다.
89묘사된 들판은 원래의 초록빛보다 더 푸르다. 페소아가 쓴 이 문장은, 플로렌스와 그가 결혼 생활을 하며 겪은 일 가운데 가장 예리한 기억을 남겼다. --그 뒤로 그는 어디서든 <<불안의 책>>을 보기만 하면 얼른 지나쳐갔다. 두 사람은 이 사건에 대해 말을 나누지 않았다. 이 일은 둘이 헤어질 때까지 앙금이 남아 있던 온갖 사연들 가운데 하나였다.

92따뜻한 이끼로 덮인 계단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던 그 의사라면 이 책은 그가 직접 출간한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아마도 자비를 들여 출간했을 터였다. 그리고 이 다른 사람이 29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그레고리우스가 찾아야 할 대상이었다.

93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그렇다면 여기 프라두의 죽음은 정치적인 것이었을까?

97(코우팅뉴) 노인이 고양이와 함께 외롭게 살면서 잃어버린 것은, 거리두기와 친근함에 대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7우리는 서로에게 이중으로 이방인이 된다. 우리 사이에는 허위적인 외부세계뿐 아니라 외부세계가 각자의 내부세계에 만드는 망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121"헤스텡시아(Resistencia)." 의사는 이 단어를 지극히 당연하게 포르투갈어로 말했다. --다섯 살 차이가 나는 회계사와 의사. 두 사람은 저항운동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완벽하게 변장했으며, 입을 굳게 다물었던 침묵의 대가요 명수였다. (주앙 에사의 삼촌과 프라두 둘 다 저항운동가)

128그레고리우스는 안개에 축축하게 젖은 진열창에 이마를 대고, 곧장 공항으로 달려 취리히로 가는 다음 비행기를 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급박한 욕망은 불타는 듯하다가 떨어지는 열처럼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136그(그레고리우스)는 비밀의 기호인 세드루스 베르멜류스, 붉은 삼나무가 적힌 책을 가지고 온 사람이었다.

178이곳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러나 이런 ‘잘난 척’도 잠은 자야 하는 법. 남은 것은 오만의 시체가 곳곳에 드러누워 풍겨대는 썩는 냄새가 나는 적막감뿐이다. -영국에서 멜로디에게 보낸 프라두의 편지

181그는 베른에 없었지만 베른에 있었고, 리스본에 있으면서도 리스본에 있지 않았다.

182그의 의지가 멈추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추었고, 이 세상도 멈추어 섰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을 만큼 조용히.

183영혼의 그림자.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말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처럼 확실한가? 스스로의 말이라는 것이 맞기는 할까?--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프라두

196어쩌면 마리아 주앙이 그에게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처럼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게 (그녀를 사랑한) 이유였을 거요. 그에게 필요했던 게 바로 그거였을 지도 몰라요. 그를 지극히 당연하게 자기와 똑같이 보는 태도 말이오. 자연스럽고 수수한 말과 눈빛과 행동으로 그를 그 자신에게서 구원할 동등함. -바르톨~이 프라두의 사랑 분석

202우리의 모든 행위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무의미한지 몰라야 천박한 허영심에 빠질 수 있어요. 그건 어리석음이 조아한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 - 프라두가 이렇게 말했다고 베르톨로메우가 전해줌.

204장례식이 끝났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어. 비가 오기 시작했소. 사람들이 부둥켜안고 울었지. 가려고 몸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하늘이 열린 듯 비가 퍼부어 뼛속까지 젖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서 있었어. 난 사람들이 납같이 무거운 발로 시간을 묶어두려 한다고 생각했소. 시간이 흐르지 못하도록,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그랬듯 흘러가는 시간이 사랑하는 의사를 이방인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 바르톨로메우

221난 대성당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자유와 모든 잔혹함에 대항할 적대감이 필요하다. 한쪽이 없으면 다른 쪽도 무의미하다. - 프라두의 고교 연설문

307리스본 뒤에는 베른이 있었지만, 잃어버린 베른 뒤에는 더 이상 다른 베른이 없었으므로 지금 느끼는 공포는 더 불안했고 무척이나 위험했다.

312유치함은 모든 감옥 가운데 가장 악질적이다. 창살은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감정으로 도금되어 있어. 사람들은 이를 궁전의 기둥으로 착각한다. -프라두

322왜 나에게는 프라두의 친구 조르지 오켈리와 같은 사람이 없었을까? 신의와 사랑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 독시아데스, 나탈리 등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레고리우스의 심적 갈등

335어떤 일을 표현한다 함은, 그 일이 지닌 힘은 보존하고 두려움은 제거하는 것이리라. 페소아가 쓴 글입니다. -프라두가 아버지에게
335성공적인 학기라 되길 바란다. --아버지는 저에게 한 번도 이제 새로 시작하는 학기가 저에게 충족감을 주거나 재미있길 바란다고 표현하신 적이 없습니다. 차에 앉아 우아한 쿠션을 쓰다듬으면서 저는 아버지가 쾌락이라는 단어를 과연 아시기는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버지도 젊었던 시절이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나? 과거 언젠가.

341저는 이 먼지 냄새가 법전의 본질에 속하는 게 아닐까, 아무도 그 책을 꺼내지 못하게 만들어 고귀한 책의 내용을 책 스스로만 알고 있도록 하는 건 아닐까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프라두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 중

346제일 허무한 건 욕망이고 그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언젠가는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고. - 프라두의 말

357타인은 너의 법정이다. -프라두의 편지에서

363내가 아빠의 상상에 대해 아는 게 있던가? 왜 우리는 부모의 상상에 대해 이다지도 모를까? 어떤 사람이 상상을 통해 받는 이미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 프라두가 아버지를 두고

407조금이 아니라 하늘만큼 뛰어나야 했어요. 어머니가 저에게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음험했어요. 어머니는 기대를 말로 표현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난 내 의견을 말할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어떤 느낌으로 부딪쳐볼 수도 없었어요. --어머니 앞에서 저항한다는 건 불가능했어요. 어머니의 연기는 실수하나 없이 너무도 완벽한, 압도적이고 놀랄 만큼 완전무결한 걸작이었으니까요. -프라두가 엄마에게 쓴 편지

409어머니에겐 뭔가 아름다운 것, 빛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청소를 하는 집이 사람들을 길에서 만났을 때 어머니가 보이던 품위였다. 비굴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청소를 했다. 하지만 시선은 그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 있었다. 저래도 되나? 그레고리우스는 어릴 때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지만, 나중에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자랑스러웠다.

427오빠는 멜랑콜 리가 시간을 초월한 개념이며, 인간이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귀중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깨지기 쉬운 인간의 모든 연약함이 거기에 들어 있어.’ - 아드리아나

440내가 약국을 그냥 가지고 있어 다행이오. 내가 우리의 우정 속에서 살 수 있으니까. 가끔 우리가 결코 서로를 잃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소. -조르지

443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레고리우스가 그의 글을 인용했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체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 마리아 주앙을 만난 그레고리우스가 아마데우의 글을 소개

447메멘토(경고)는 권력을 가진 억압자들에게는 위험하다. 이들은 억압당하는 자들의 소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들 스스로도 듣지 못하게 하려는 계획을 꾸미니까. - 아마데우

447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나중에도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을 고치기, 메멘토를 안락함과 자기기만과 꼭 필요한 변화에 대한 불안에 대항할 도구로 사용하기, 오래 꿈꾸어오던 여행하기. 이런 언어들을 배우고, 저런 책들을 읽기, 이 보석을 사고 저 유명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기. 스스로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좋아하지 않던 직업을 그만 두고 싫어하던 환경을 떠나기. 더 진실해지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들을 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변에 누워 있거나 카페에 앉아 있기, 이것도 메멘토에 대한 대답이다. 지금까지 일만 해온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답.

519덧없음. 프라두가 좋아하던 단어 가운데 하나라고 마리아 주앙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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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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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으면서 계속 속죄인가, 자기합리화인가 그 생각에만 꽂혔다. 소설과 더불어 영화도 봤다. 영화 제목은 잘 알다시피 어톤먼트. 소설은 브리오니 입장 위주로, 영화는 세실리아와 로비 입장에서 진행된다. 지루하지만 섬세한 심리묘사가 독자를 압도한다. 고전적인 방법을 취한 이 내레이션이 부럽고도 탐났다. 단정과 속단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의 가공할 폭력성에 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가진 자의 권력이든 왕따 문제이든 인간이 지닌 딜레마 중의 가장 큰 주제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폭력성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에 가까우며 후천적 경로를 통해 성선설을 학습하게 된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기울이게 된다.

 

   롤라는 폭행 당사자를 몰랐을까? 브리오니는 진심 속죄의 의미로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명성을 이용한 또 하나의 장난을 한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해 진실을 말한다 해도 인간의 다중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소설적 장치로 등장하는 깨진 도자기의 의미도 좋았고, 시대적 배경을 통한 전쟁과 폭력의 참상을 브리핑한 부분은 어쩐지 소설 내용과 어울리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전쟁박물관을 활용한 작가의 자료 수집 의지 같은 건 백 번 존경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이야기에 해당하는 척추와 묘사를 이끄는 피톨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느낌. 진실을 알리는 방법에서는 전자가 상황을 보여줄 때는 후자가 낫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탈리스 가>

*브리오니 속죄 당사자, 세실리아의 여동생, 내레이터.

*세실리아 소꿉친구 로비를 사랑함, 런던 지하철 폭격으로 사망

*레온 브리오니와 세실리아의 오빠, 캠브리지에서 공부

*폴 마셜 레온의 친구, 초콜릿 군납업으로 성공, 롤라와 결혼, 롤라 폭행범

*잭 탈리스 탈리스 가의 가장, 브리오니 남매들의 아버지, 공직으로 런던 근무

*에밀리 탈리스 탈리스 부인, 냉정함

*베티 주방마님,

*폴리 - 가정부

*하드만 씨탈리스 가의 집사

*대니 하드만 하드만의 아들

 

<퀸시 가>

*허마이니 이혼으로 애인과 파리 도피 중, 브리오니의 이모

*클렘 브리오니의 외삼촌, 전쟁에서 도자기를 포상으로 받아 탈리스 가에 남김

*롤라 브리오니보다 두 살 많은 이종사촌 언니, 15, 성폭행 당함, 롤라와 결혼

*피에로, 잭슨 쌍둥이 소년, 롤라의 동생들

 

<터너 가>

*로비 터너 브리오니 탈리스 가의 가정부 아들로 세실리아와 사랑하는 사이, 의대 준비생, 브리오니에 의해 롤라를 성폭행한 것으로 몰림, 프랑스 전쟁터에서 부상 후유증인 패혈증으로 사망,

*그레이스 터너 로비의 어머니, 탈리스 가의 파출부

*어니스트 터너 그레이스 남편이자 로비의 아버지

 

<기타>

*전쟁터에서 브리오니가 만난 환자 병사

61하나같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치는 20억 개의 생각들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어느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
67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이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 그리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모든 마음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것이 소설이 지녀야 할 유일한 교훈이었다.
177그녀는 이미 로비의 편지를 읽은 후였고, 언니를 보호하겠다고 결심했으며, 사촌으로부터 로비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들은 다음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보는 것들은 이미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나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바에 따라 그 형태가 일부 수정되어야 했다.
215벌레들을 빛 속으로 유혹하는 것은 빛 너머에 있는 더 깊은 어둠이라고 했다. 벌레들은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빛의 가장자리에 있는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가려는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곤충들 눈에 보이는 빛 속의 어둠은 착시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그의 이런 설명은 궤변처럼, 단지 설명을 위한 설명처럼 들렸다.
241자신이 본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순진한 브리오니가 롤라가 해야 할 일까지 다 떠맡아줄 것이다. 롤라는 그저 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그 진실을 빨리, 그리고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신이 브리오니와는 다른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확신이 없는 거라고만 믿으면 되었다. 그의 손이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를 보지 못했고, 공포에 떨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자신을 설득하기만 하면 되었다. 브리오니는 단계마다 곁에서 그녀를 도와줄 터였다.
269공포에 떨 일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밀려와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공포는 예상치도 못했던 작은 일에서 비롯되었다.
368,369요즘 같은 때에 죄란 과연 무엇인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나 다 유죄이기도 하고 무죄이기도 했다. -- 우리는 매일 서로의 죄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다.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죽게 내버려둔 적도 없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두었나?
394현대의 소설가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토대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지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생각과 인식 그리고 마음이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의식의 흐름, 그 강물의 흐름과 각자가 한데 모여 잔잔한 강에 동요를 일으키는 지류, 그리고 강물의 방향을 바꾸게 될 예기치 않은 장애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잘 표현하는가가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바람이었다.
449그녀는 보잘것없는 글재주로 하찮은 소설 하나 펴냄으로써 그 사실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녀는 정말로 남을 모방한 소위 현대적 글쓰기 양식 뒤에 숨어서 의식의 흐름속에 죄책감을 익사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서도 빠져 있었다. 진정한 소설이 되기 위해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454,455저 폴 마셜과 롤라 퀸시, 그리고 이 브리오니 탈리스가 작당을 하여 침묵과 거짓말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냈던가? 그러나 그를 유죄로 만든 증언은 바로 브리오니 자신이 했다. 지방 법원에서 큰 소리로 선서를 한 뒤 행한 그녀 자신의 증언이었다. 게다가 형 집행도 이미 끝났다. 대가를 치른 것이다. 배심원의 평결은 여전히 유효했다.
490그녀가 그리워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언니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로비와 함께 있는 언니였다. 그들의 사랑이었다. 브리오니도 전쟁도 그들의 사랑을 파괴하지는 못했다. 이 사실이 도시 아래로 더 깊숙이 가라앉고 있는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다.
521소설가가 의지하거나 화해할 수 있는, 혹은 그 소설가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소설가 자신이 상상 속에서 한계와 조건을 정한다. 신이나 소설가에게 속죄란 있을 수 없다. 비록 그가 무신론자라고 해도.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521나는 그들에게 행복을 주었지만, 그들이 나를 용서하게 할 만큼 이기적이지는 않다. 아직 그만큼은 아니다. 내 생일 축하 파티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려낼 힘이 있다면. 아직까지 살아 있는 로비와 세실리아가 서재에 나란히 앉아 <아라벨라의 시련>을 보며 미소짓는 것으로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선 잠부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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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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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적은 분명해졌다. 잡지에서 에어 서플라이의 브로마이드를 뜯어낸 것은 일종의 복수였다. 짜릿했다.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것없더라도 복수란 그토록 황홀한 것. 하지만 복수의 황홀경에서 깨어나자마자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시궁창에 처박힌 것 같았다. 복수의 날카로운 칼에는 칼집이 없다. 복수의 칼을 거둔 자존심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복수가 ‘찌질’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뒷일도 걱정이었다.

79이곳의 가을은 정말 근사해. 천국이 따로 없디.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면 밤새 새로 태어난 세상을 마주하는 기분이야. 간밤에 하느님이 새로 세상을 빚은 것처럼. --고요하게 단단해지는 사슴의 뿔 속에서, 샘물처럼 차가워지는 공기 속에서. 만약 내가 당장 죽는다면 묘비에 이렇게 적도록 할 거야. 일흔 두 번의 가을을 즐겼다.

80‘샘물처럼 차가워지는 공기’라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느낌이라면 손영희도 잘 알았다. 에어 서플라이의 노래가 귓가에 울려 퍼질 때의 느낌.

80우물이 아니라 우물 너머의 세상을 보고 있는 듯했어. 헨리는 물에서 불을 보고 삶에서 죽음을 보는 아이였던 거야.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86엄마, 물이 타올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 웅덩이 위로 헨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영희가 본 마지막 세상은 32년 전 개마고원의 한 호숫가에서 전사한 벽안의 병사였다. 수잔 여사, 죽을 때까지 아드님을 기억할게요. 손영희는 약속을 지켰다.

89새끼 순경의 허풍은 디테일이 꽝이었다. 구라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디테일. 구라에 혼을 불어넣는 것도 깨알 같은 디테일. --디테일의 마술에 빠삭한 손테일, 아닌 손백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궁지면의 타고난 이야기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재담가, 못 말리는 빅마우스, 가십에 빠삭한 소식통이었다.
112사랑은 연락 끊긴 가족의 불행을 알리는 전보처럼 찾아왔다. 죽음, 비쩍 마른 우체부, 그리고 간결한 문장. 사랑에 관한 손미자의 낭만적 환상을 규정하는 삼위일체였다.

123꼭 명랑해야 할까 싶을 때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일기를 썼다. 명랑하지 않은 기분과 사연은 자진 삭제하고 명랑한 기분, 명랑한 얘기만 적었다. 명랑한 검열 덕에 문장이 짧아졌다. 동물농장 정독 요, 쥐덫 구입 시급, 비누 절약 철저, 일기가 아니라 전보 같았다.
124둘 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불가능해서 안전했다. 버림받을 염려가 없었다.
125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안전하기는 해도 피부처럼 얇고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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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게 박상륭 소설가의 부고를 들었다. 선생은 작품성 하나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신 문단의 큰 별이셨다. 하필이면 그 무거운 소식을 한 유명 제약회사의 오너가 자신의 운전수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는 뉴스와 같이 접했다.

 

애도의 마음이 훑고 간 자리에 뭔가 뿌연 막 같은 것이 가로막았다. 선생과는 직접적인 사연이 없으니 내 애도가 절절함에 가닿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이 막연하고 갑갑한 막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마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선생의 대표작인 자욱한 안개 숲 같았던 죽음의 한 연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막막한 경외감 같은 것일 테고, 다른 하나는 매캐한 연기 속 같은 가진 자들의 갑질행태를 바라봐야 하는 갑갑한 분노쯤이 아니었을까. 막막한 경외감에서 오는 조심스러움과 갑갑한 분노에서 오는 부글거림의 감정이 동시에 온몸과 마음을 뒤덮었던 것. ‘강자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나쁜 뉴스가 선생의 작품 한 부분과 자꾸만 오버랩 되었다. 이는 교만으로 가득하고 편견으로 뒤틀린 우리 자화상에 대한 경종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탐욕스런 영감이 착한 종을 데리고 서낭귀신에게 목숨 무게를 재러 갔다. 부자이니만큼 자신의 목숨 무게가 천한 종보다는 무거울 것이라 확신하면서. 귀신은 두 사람 무게가 꼭 같아 아무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고 했다. 영감은 종과 자신이 같은 목숨 무게라면 어째서 종놈은 못사는 데다 종살이를 면치 못하냐고 따진다. 서낭귀신이 말했다. 목숨이나 혼의 무게는 재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같다고. 다만 선업(善業)의 무게는 달아줄 수 있다고. 저울추를 보니 종의 그것이 영감보다 삼사백 배나 더 무거웠다. 영감 업의 무게는 가랑잎 한 잎에 지나지 않았다. 귀신이 말했다. 혼 위에 업()을 업고 오는 것이라 영감의 업을 종놈에게 판다고 해도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워 저승조차 종이 대신 가 줄 수 없노라고. 이 세상엔 같은 업의 무게는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울며 재물로 원한을 씻겠노라고 발길을 돌리지만 귀신은 그런 영감을 불러 세워 다그친다. 어디를 가느냐고, 저승사자가 와있으니 따라갈 채비나 하라고.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독본이 박상륭의 세계이다. 난해한 철학서이자 불가해한 경전 같다. 어쩔 수 없이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손톱만한 뭐라도 건지고 싶은 심정이랄까. 환멸(幻滅)로 가득 찬 진창을 헤매는 고뇌의 인간이 끝내 죽음으로써 환멸(還滅)에 다다르고야 마는 길. 생소한 문법으로 구도에 이르는 길을 장황하게 얘기하는데 뭐라 형언하기 힘든 파장이 인다. 낯설고도 독창적인 문체 앞에서 내 안에 있는 안개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허상을 걷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해독 불가능한 박상륭 식 문장 앞에서 차라리 무지는 아름다운 고통이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 강자와 약자가 있다. 약자가 강자에 의해 환난의 울타리로 내몰렸다면 약자에게 동정이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강자는 가만있기만 해도 약자 앞에서 강자 자체로 군림한다. 강자가 아무 눈치 주지 않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약자는 이미 심리적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약자는 강자의 쓰레기통이나 샌드백이 아니다. 거친 소리를 쓸어 담거나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막아내는 물건이 아니다. 소설을 넘어서는 소설이자 답 없는 비유로 가득한 암호 속에서도 이미 작가는 말하지 않았던가. 목숨이나 영혼의 무게는 같아도 업의 무게는 같을 수가 없다고.

 

큰 작가는 죽음으로써 감당키 어려운 당신 작품의 업 무게를 늘려놓았다. 사람의 존재감은 목숨 자체가 아니라 살면서 지속되는 선업의 축적에 달려 있다. 그것은 힘과 재물과는 무관하다.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느냐에 따라 그 경중이 달려있다. 죽음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업의 무게를 떠올려 본다. 마음이 무겁지만 피해갈 수도 없다. 박상륭 선생의 평생 테마 중의 하나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존재 이유에 대한 선업의 돌탑 쌓기가 아니었을지. 

 

  

  루체른 카펠교에서 - 

    앨리스 먼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등등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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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7-3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상륭....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요. 제가 얼마나 무지한 사람인지 또 깨닫게 되는 글입니다. 언니는 글을 정말 잘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