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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예술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박소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평점 :
❗️익숙한 작가들의 낯선 작품, 낯선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
신선한 큐레이션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작가의 설명과 함께 그림을 들여다보는 여정이 또 다른 예술이 된다.❗️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창문’이라는 제한적인 주제로 이렇게나 다채롭게 접근할 수 있다니.
샤갈, 뭉크,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앙리 마티스,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뿐 아니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남아 있는 정보는 많지 않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그리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작품을 남긴 야곱 브렐까지. 다양한 시대와 화풍을 넘나드는 작가들의 구성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15년간 MBC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 또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방송인으로 지내던 시절, 마음이 버거웠던 날들. 암 투병을 겪으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던 순간들.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피아노를 사랑하던 소녀가 퇴사 후 미술에 매료되어 이제는 그 예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고로움도 감수하는 것은 물론, 방대한 미술사 지식을 흡수하고, 이를 섬세한 시선으로 책에 녹여 내는 통찰력까지. 읽는 내내 음악과 미술, 두 세계 모두에 능하고, 그 안에 뜨거운 열정까지 품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런 예술적 감수성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의 삼촌은 아시아 작가 최초로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받아, 한국관이 생기기 전부터 그곳에서 작품을 전시했던 김관수 작가였다. 어린 시절, 삼촌과 함께한 따뜻한 기억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삼촌의 창작 활동을 묘사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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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6
예술가들은 자신이 보여 주고 싶은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해왔다. 내 앞에 쌓인 초대장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하나하나 열어 보게 되었다. 어디를 묘사한 픙경인지, 왜 이런 색으로 표현했는지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그림 너머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 사각형 틀 안에 세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림은 창문과 닮았다. 창문 역시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초대한다. ...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실내의 풍경과 달리 창 너머의 세상은 낭만적인 우주와 초현실적인 꿈속을 넘나드는 무한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런 창문을 품은 예술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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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문을 열어 두기만 했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 사랑,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 마르크 샤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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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1
경계에 서 있지 않고서는 그것이 경계였는지 모른다.
... 일상의 소중함에 더 감사하는 것, 그것은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어 본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