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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평점 :
삶에 치이고, 마음이 자꾸만 요동치던 요즘.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안식처처럼 다가온 책이다. 소란한 일상 한가운데서 건네는 다정한 문장들이 불안으로 일렁이던 마음을 다독이며,
조용히 가라앉혀 주었다. 그중에서도 “결이 맞는 사람이 귀하다”는 문장이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았다. 취향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람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 일. 대가 없이 서로를 지지하고, 말없이 함께 성장해가는 그런 관계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다시금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 따스한 관계의 본질은「뽀글머리」라는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머리를 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인형 같다”고 말하자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시선에는 사랑을 넘어선 깊은 애틋함이 스며 있었다.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삶은 이토록 사소하고도 찬란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한번더 깨닫게 해주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이 반짝이고 소중한 것이었음을 일깨워주는 책. 지금 이대로의 삶도 충분히 다정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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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결이 맞는 사람이 참 귀하다.
내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온 힘 다해 내 삶을 견인해 주는 사람.
취향과 가치관이 같은 방향으로 뻗은 사람.
알게 모르게 서로를 보살피고 다정의 영향 아래 쑥쑥 성장해 가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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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2
아내가 결혼하고서 처음으로 머리를 볶아왔다. 지나가는 생각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예쁠 줄은 또 몰랐네. 인형 같다고 인형 같다고 연달아 말해주니 만족스럽다는 듯 아내가 활짝 웃었다. 꽃이며 하늘이며 바다며 하는 예쁜 것들 보면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징한 버릇이 이번에는 아내를 향했다.
네가 웃으니 내가 웃는다. 어떻게 담아도 버릴 것 하나 없는 사진들만 남는다.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내 마음에는 쏙 든다. 머리 하나 하고 진종일 들떠서 기뻐하는 아내가 무척 귀엽다. 울지 않고 웃어줘서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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