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재미있-, 아니, 대처하기가 곤란했다. 어쨌든 서로 간에 친구는 상대 하나뿐이라는 외로운 관계상, 위로를 해줘야겠다 싶어 엉덩이를 든다.
환상적인 색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매끄러운 감촉에 놀라면서 그는 그 머리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렇게 한탄할 일이 뭐 있나. 자네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아름다워. 자네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는 것은 시간조차 불가능하다고. 자네의 긍지를 상처 입힌 그 여자는 백 년 후 어떻게 되겠나? 살아 있는 미라가 되었거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걸세."-198쪽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부 제 것으로 만든다 해도 분명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될 겁니다. -눈길을 갖고 싶다, 숨결을 갖고 싶다, 냄새를 갖고 싶다…."
말이 끊어진다.
처음 보는, 지독하게 쓰디쓴 미소를 띤 채 사라딘은 말했다.
"이런 욕심 덩어리의 다른 이름이 사랑이라니…. 아름답지 않아요…."
카쟈는 친구의 혼잣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실내에 떠도는 커피향을 깊이 들이마신다.
동감이었다. 사랑 따위 추하기만 할 뿐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