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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 - 진화론에 가로막힌 과학
제임스 르 파누 지음, 안종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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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모든 생물은 살아남기 위하여 환경에 따라 적합한 기능과 형태로 진화해 왔고, 그 결과 현재와 같은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고 배웠다. 이게 다윈의 진화론이다. 물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진화론의 설명은 아주 탁월했다. 진화론만큼 인류의 기원을 속시원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도 없었다.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제까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가장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 과연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이론인지, 아니면 단순히 창조론에 대해 우월한 이론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이런 지은이의 주장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최근까지도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는 반박이 계속 있어왔다. 지은이는 진화론을 명확하게 입증해 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두뇌 영상 연구가 이중 나선 구조에 늘어선 단순한 유전자가 어떻게 생명체와 무한한 다양성을 발생시키는지, 두뇌의 전기자극이 어떻게 인간 정신의 창조성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그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지 않은게 된다. 여기서 지은이는 다윈의 진화론을 이론이라기 보다는 가설일 뿐이라는 주장으로까지 밀고 간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주장이다. 다른 이론이라면 모르겠지만 진화론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다. 여태까지 학교에서 배워왔고, 어떻게 보면 당연명제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적 이론에 대한 인식과 생각에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만 논의가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는 진화론이라는 장벽에 막혀 다른 과학적 성과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주장을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황우석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과학적 발견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과학이 인문학처럼 누구의 주장이 더 논리적이냐, 라는 논리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의 반복과 검증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관계로, 그 발견에 대해서는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과학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나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이라는 논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 과학이라는 학문도 100% 무결점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실험과 논증을 거쳐 과학자 집단 내에서 그 중에서 가장 결정적이고 논리적으로 우세한 결과물이 새로운 발견으로서 인정받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과학자들과 같은 전문가들만이 참여하게 된다. 열린 사고가 없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가 주장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지은이의 주장 자체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진화론을 믿지 못하겠다는 핵폭발과 같은 발언이었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맹숭맹숭하게 끝나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과학은 발전하고 변화해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은이의 생각은 충분히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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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2010-03-2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 두 가지 수학진리를 대한수학회의 부당업무 관련 죄인, combacsa(그네고치기), melotopia(snowall), Pomp On Math & Puzzle(박부성) 등은 권위만을 앞세워 부인하는 잘못을 범하였던 것이다.
첫째, 다음 세 가지 공식들은 모든 피타고라스 수를 구할 수 있다.
X=(2AB)^(1/2)+A, Y=(2AB)^(1/2)+B, Z=(2AB)^(1/2)+A+B.
상기 공식은 c^2=A=Z-Y, 2d^2=B=Z-X 일 때 X=2cd+c^2, Y=2cd+2d^2, Z=2cd+c^2+2d^2 같이 된다.
위 공식은 c+d=r 일 때 X=r^2-d^2, Y=2rd, Z=r^2+d^2 같은 기존 공식이 된다.
둘째, [2^{(n-1)/n}+……+2^(2/n)+2^(1/n)](자연수)^{(n-2)/n} 과 (자연수)/(무리수) 는 항상 무리수가 된다.
최미나 010-7919-8020.
 
<리영희프리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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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진정한 이 시대의 양심을 원한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군부독재 시대라는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양심들이 힘들고 모진 시기를 거쳐왔다. 그 중에서도 ‘리영희;라는 이름이 남긴 의미는 남다르다.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 세 글자는 ’민주화‘ 라는 화두와 함께 우리에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 책은 2009년 12월 2일 리영희의 팔순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다. 리영희가 이 시대에 던져준 의미와 영향력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영희를 프리즘으로 삼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다른 삶과 다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교양 목록을 제시한다.

리영희와 생각하기에서부터 책 읽기, 전쟁, 종교, 영어 공부, 지식인, 기자, 사회과학, 청년 세대 등에 이르기까지 리영희를 매개로 다양한 교양을 이야기한다. 각 주제는 지금 현실과도 직결되는 주제들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오랜 공부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논의될 수 있는 묵직한 주제들이다. 리영희의 삶과 인생이 함께 녹아든 주제들은 리영희라는 인물 앞의 우리들이 더욱 작게만 느껴지게 만든다.

예전 세대에 비해 요즘 세대는 비주얼과 감각적인 면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즉물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물론 절대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휴대전화, MP3, DMB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점점 생각하는 시간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은이들이 이야기하는 생각하기와 책 읽기, 영어공부,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 숙독해 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다.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는 종교에 칼날을 들이대고, 지식인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지식인의 책무를 묻기도 한다. 이쯤되면 이 책이 단순히 리영희의 의미와 그 영향력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로 모시는 70, 80년대 학번부터 2000년대 학번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이야기꾼들이 참여하고 있다.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리영희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세대를 넘어서서 리영희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리영희라는 인물이 가진 진실한 교양인으로서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교양을 뜻하는 영어 'culture'의 원뜻은 '경작(耕作)'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풍부한 지식과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천박한 지식과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아집이 판을 치는 세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급변하는 현실 사회와 정치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교양인이 필요하다. 교양을 다시금 이야기해 보아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리영희를 더 읽어야 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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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2>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명의 2 : 심장에 남는 사람 명의 2
EBS 명의 제작팀 엮음 / 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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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MBC에서 방영한 의학 드라마 ‘뉴 하트’는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의사의 애환과 고뇌를 잘 담아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좌충우돌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환자들에게 열려있는 가슴이 따뜻한 의사였다. 우리 사회에도 저런 의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진찰시간은 길어야 5분 내외, 의사는 수많은 환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례적이다. 이게 우리들이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진료를 보는 환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진실을 말하는 의사가 아쉽다. 의사를 잘 만나면 병의 90%는 고친 것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명의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남주현 교수는 ‘명의는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 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 책은 환자들의 애뜻한 사연을 담아내기보다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일에 매달리는 의사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EBS 메디컬 다큐멘터리 ‘명의’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미 2008년에 출간된 1권에 이어 출간되는 것이다. 1권에서는 ‘5대암’과 ‘성인병’에 대해서는 다루었다면, 이번에 출간되는 책에는 130여 회가 방송 가운데서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심장내과, 소아성형외과 등에서 일하는 17인의 명의를 골랐다. 간이식에서부터 현대인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탈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명의를 조명하고 있다. 2007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총 네 번에 걸친 조사에 의해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문 조사기관에서 전국의 전문의 1453명에게 전화를 걸거나 면접을 통해 70여 개의 질환 별로 ‘명의’를 추천 받아 탄생한 명단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신뢰는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의사들은 바로 그와 같은 가슴으로 수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명의라는 말을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환자에 대한 마음이 없으면 수술을 하는 로봇이나 마찬가지다. TV에 방영된 내용과 사진 등 TV에서는 순간적으로 흘려버린 내용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어, TV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인간의 생활은 점점 편해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오히려 주변환경과 먹거리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복잡해지는 사회는 사람들에게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스트레스를 가져다주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고 질병이 생기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건강이 최고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그만큼 이 시대의 명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명의를 알게 되었고,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일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와 함께, 다시 한 번 더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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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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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에서는 학문 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서는 예전처럼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만 알고 있어서는 더 이상 학문적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인문학을 등한시해서 안되고,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과학 분야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통섭(consilience)’ 이라고 한다. 최근에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아닌가 한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은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여러 장르 중에서도 철학과 심리학이 다른 학문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결과물도 속속 출간이 되고 있다. 철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가 힘들다.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수고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점으로 인해 철학은 오래 전부터 인접 학문을 통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택했다. 영화, 음악, 미술, 건축, 사진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그런데 철학과 시가 만났다. 여태까지 감히 상상하지 못한 내용이다. 몇 줄되지 않는 시를 통해 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그런데 지은이는 이런 우려를 말끔이 씻어내고 있다. 철학을 이해하는데 시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단순히 언어의 유희가 아니다. 두터운 철학책에 못지 않은 많은 생각과 고뇌, 인생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읽고 시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지도 모른다. 여기쯤에 이르면 지은이가 시를 철학의 소재로 끌고 들어온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박노해, 기형도, 김남주, 강은교, 박정대, 유하, 원재훈, 황동규, 김수영, 도종환 등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인들의 시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띵해져오는 네그리, 비트겐슈타인, 아렌트, 알튀세르, 바타이유, 벤야민, 레비나스, 니체,푸코, 가라타니 등의 현대 철학이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중, 언어, 사유, 에로티즘, 타자론, 존재론, 해체론 등 언젠가 한 번쯤 정복해보겠다고 철학책을 꺼집어 내었다가는 다시 덮기를 수 차례에 걸쳐 반복하던 주제들이 술술 풀려나온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가뜩이나 정리가 되지 않는 철학 이론을, 또 다른 철학 이론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 자체가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좌절감은 철학책을 점점 더 멀리하게 만드는 주원인이었다.

지은이는 먼저 시를 한 수 읊는다. 그리고 그 시 속에 등장하는 철학적 개념을 풀어헤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와 철학이 지은이의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간다. 21개의 시와 철학적 주제는 한 권의 책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지은이는 깊이 있는 책읽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각 장의 말미에는 ‘더 읽어볼 책들’ 이라는 제목으로 한 번쯤 읽고 넘어가야 할 시집과 철학책을 소개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를 통해 철학을 읽는 독특한 글쓰기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철학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꺼내 읽어보며, 지난 시절 철학에 목말라하던 열정을 다시금 불태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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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공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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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일까?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 내지 그 발자취를 기록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르겠지만, 어떻든 지나온 과거를 담는 것이라면 그 내용은 가장 객관적이고 진실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후세 사가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혹자들은 역사를 가진 자가 기록하는 가진 자들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잘못된 역사를 고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가. 역사학자들도 그 학풍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더라도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흘러온 시간을 훑어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지나온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를 살펴보는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가 있든 좋은 과거가 있든,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안고 가야하는 것들이고, 우리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그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어져야 하고, 또한 우리는 그 역사를 어떠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보아야 할 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기존에 소개되어 있는 역사책은 인물 위주나 아니면 사건 위주로 쓰여진 것들이 많다. 자연히 기득권층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책을 읽더라도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같은 이야기를 소재만 달리하여 서술하고 있어 때로는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거의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국의 역사를 읽으면서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을 이야기한다. 근대 초기 한국에서 역사라는 관념이 탄생하게 된 것과 관련하여,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을 통해 근대적 시간-기계의 작동 양상, 근대적 영토 개념의 탄생, 근대적 역사 개념, 근대 초기 역사 관련 개념들의 인접성과 비대칭성 등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미 FTA, 이명박 정부와 촛불시위까지 최근의 우리 역사까지 살펴보고 있다.

이제껏 내가 읽어 왔던 한국사 책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의 책이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의 역사 이야기도 아니고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 이야기도 아니다. 역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새롭게 보고, 또한 한국의 역사를 다시 재조명하려고 하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가 아니었나 한다.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분량과 이제까지 읽어 왔던 내용이나 형식과는 전혀 다른 역사책이어서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기도 하고 많은 되새김질을 했다. 하지만, 지은이가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한 내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난 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일단 지은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역사 읽기라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 제대로 이 책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인물이나 사건 위주로 쓰여진 흥미위주의 역사책이 범람하는 서점가에서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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