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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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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간(空間, space)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 접근한다면 공간은 상하 ·전후 ·좌우 3방향으로 퍼져 있는 빈 곳을 말한다. 하지만 공간은 각 학문의 특성에 따라, 혹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공간은 빈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공간을 빈 곳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장(場)' 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간은 정의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공간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예의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의 공간에 너무 많이 비집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게 예의일 뿐만 아니라 서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소통의 거리도 된다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템포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 것 같다.

 

지은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공간 중에서 건축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나로서는 어림짐작해 볼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건축에 있어서도 공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건축물도 보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꽉찬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을 완화하여 줄 뿐만 아니라 각 구조물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은이는 특이하게 건축에서의 공간을 음미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세계를 규정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고 위험한 작업인 만큼 공간을 정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한다. 공간을 정의하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공간 그 자체로서 먼저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은이는 공간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우리들의 오감(五感)을 이용한다. 건축과 관련한 책이어서 전문적인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로 인문학적인 성찰로 책 전체가 채워져 있다. 오감을 통해 공간을 느껴보고, 우리들의 삶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고 있다.

 

책은 6장에 걸쳐 공간의 경험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살펴보고, 공간을 거닐고, 머무르고, 내려가고, 올라가는 등 공간을 경험하며, 빛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고, 우리의 오감을 활용하여 공간을 향기 맡고, 듣고, 만지는 의식을 치른다. 우리는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공간을 기억하고 시간 속에서 공간을 살펴보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 책에서 지은이가 공간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경험’이 가지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현대인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기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처럼 말하거나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가 빠져 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신한다. 경험은 단순히 냄새 맡고, 만지고, 느끼는 것 이상이다. 지은이는 감각의 체험은 표면적인 자극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정서나 기억에 닿으면 각자의 깊이가 만들어지며, 이는 우리 삶에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건축 뿐만 아니라 철학, 사진, 영화, 그림 등 다양한 장르를 이야기 속에 끌여들여 공간이 우리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다소 감상적이고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었지만, 그냥 보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공간을 통해 경험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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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즐거움의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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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이 대한민국을 놀이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축구이야기였다. 경제는 힘들고 정치는 퇴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몇 안되는 재미난 소일거리 중의 하나였다. 16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우리의 놀이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들은 축구 응원을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친구나 가족들과 화합을 도모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모처럼 놀이의 참맛을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이처럼 집단적인 놀이 문화든 아니면 개인적인 놀이 문화든 간에 진정한 놀이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었다. 일제시대와 6.25 사변을 거치면서 경제에만 매진을 하였고,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옮겨 오면서 도시화와 물질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른 곳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경제에만 치중하다보니 놀이는 일(work)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인식되었고 나쁜 것처럼 비춰졌다. ‘놀지 말고 공부 좀 해라’, ‘놀지 말고 일 좀해라’처럼 ‘놀이’ 라는 것은 점점 안좋은 의미로 쓰여지게 되었다. 우리는 성인이 되면서 순수한 놀이 경험을 의도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면에서는 지금 세대는 그 전 세대보다 더 심각한 놀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들판으로 숲으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놀았던 때에 비해 지금 아이들은 집 안에서 비디오 게임이나 ‘안전한’ 놀이만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할 놀이에 컴퓨터가 끼어들고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사회가 복잡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사람 사이의 정(情)이 그리워지고, 디지털 사회로 옮아가면서 스토리텔링 등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찬밥 신세(?)였던 놀이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왜 지금 현재 우리에게 놀이가 필요한지, 그리고 놀이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그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놀이 없는 삶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하는, 지루하고 기계적인 것일 뿐이다. 놀이는 음료수를 휘젓는 막대와 같다. 놀이는 모든 예술, 게임, 책, 스포츠, 영화, 패션, 재미, 경이로움의 토대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근본이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정수精髓이자 인생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이다(책 47쪽 참조).”

책은 두 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파트 1 “왜 놀이인가” 에서는 이 시대에 놀이가 새롭게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최초의 증기기관이나 비행기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 우연하게 만들어졌고, 수시로 게임을 하고 평생 탐험과 모험을 하는 사람은 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심장질환 등 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질병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등으로 실증적인 연구 결과와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인간에게 놀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다 자란 멍게는 바다의 게으름뱅이가 된다. 섬뜩하게도 멍게 성체는 자기 뇌를 먹는다. 생계를 유지할 자양분을 구할 필요가 없거나 탐험할 욕구가 없는 생명체는 자기 뇌의 신경절을 먹어치운다(본서 제91쪽 참조).” 라는 비유는 섬찟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몸을 움직인다고 모든 것이 놀이는 아니다. 지은이는 달리기를 예로 들면서, 놀이는 활동이라기보다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면서, 놀이는 즐거움을 주고, 자의식과 시간 개념을 정지시키며, 목적이 없어 보이는 활동으로, 자꾸만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감정적으로 적절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놀이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파트 2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내다” 에서는 놀이가 아이의 미래, 일과 창의성, 관계의 어려움의 해소 등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은이는 젊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고정된 커리어를 추구하도록 강요하고, 최고가 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는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부끄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시험 성적을 올려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훈련만을 받고 있다. 구속받지 않은 상상력과 자유를 잃어버렸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뿐만 아니다. 성인들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밤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제대로 된 놀이문화가 정착될 틈도 없이 우리 사회는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놀이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놀이 역사를 정리해보자, 자신을 놀이에 노출시키자, 자신에게 놀이를 허락하고 초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 말자, 항상 재미있는 일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몸을 움직이자, 두려움을 떨쳐내자, 놀이에 양분을 공급하자’ 라는 7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전에는 우리 사회도 우리만이 가지는 특유한 놀이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역사와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어느새부터인가 우리 고유의 놀이 문화는 점점 사라져가거나 왜곡되어져가고 있었다. 특히 성인이 되면서 놀이 문화는 거의 없어져갔다. 성인이 놀이를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생각되어지는 그런 사회가 되었고, 자연히 우리 사회는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삭막해져만 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에 놀이가 가지는 중요성을 재인식시켜 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잊고 지내온 놀이의 즐거움을 찾을 때가 되었다. “아기가 두 발을 땅에 딛고 스스로 일어섰을 때 씩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 작은 승리가 가져다 준 순수한 기쁨을 확인할 수(본서 제297쪽 참조).” 있듯이, 오늘 하루 마음놓고 한 번 씨익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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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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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한국영화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맞다.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봉준호, 박찬욱 등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감독에 속한다.

이런 영화 내․외적인 성장과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전한 비평문화다.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은 현재 한국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영화인구가 급증하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많은 정보가 공유, 개방화 되어서 일반인들 중에서도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인들이 영화를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해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비평가들과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영화 10경’ 이라는 주제로 한국영화가 가지는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경’이라는 의미는 다의적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경치가 좋다, 경관이 좋다고 할 때 쓰는 경(景), 거울, 안경, 렌즈 따위를 써서 물체를 볼 수 있게 한 광학기구를 의미하는 경(鏡), 위와 같은 경을 가로지르고 넘어가면서 새로운 경(經)전의 구성을 향해가는 나아가는 경(經) 등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한다.

책은 1경 ‘경계’, 2경 ‘근대의 원초경’, 3경 ‘미묘한 감흥’, 4경 ‘근접 섹스’, 5경 ‘이만희 무드’, 6경 ‘트라우마의 지형’, 7경 ‘백 번째 경관’, 8경 ‘홍상수가 발견한 경관’, 9경 ‘김기덕의 집과 시간’, 10경 ‘섹슈얼리티의 경계’ 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나누어보면 분단의 한국사회, 식민지 근대성, 섹슈얼리티, 그리고 이만희,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등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예술 장르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는 특히 직접 그 장면을 보지 않고서는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 미장센 (Mise en Scène), 촬영, 영화가 함축한 내용 등을 글로써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계’, ‘청춘의 십자로’, ‘반도의 봄’, ‘검은 머리’, ‘최후의 증인’ 등은 시중에서 구해볼 수 없는 영화들이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좋은 글은 지은이가 직접 자신이 그 내용을 소화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의 글은 지은이가 혼자 이해하고 지은이가 혼자 좋아서 쓴 글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고, 문맥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눈에 띄고, 영어나 한문의 경우 원어를 같이 병기하면 좋을 건데 한글로만 기재하여서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영화의 전문용어는 각주에서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 한국영화가 대중들에게 지금과 같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소통의 부재였다. 영화 관계자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글쓰기는 그런 예전의 한국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답답함을 가진다. 이제는 정보가 개방화, 공유화되어서 대중과의 소통이 더없이 필요한 때이다.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과 문장으로 계속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일반 대중들과 차별화를 두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학적인 글쓰기처럼 비춰진다.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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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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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기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많이 출간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읽도록 쉽게 풀어쓴 버전에서부터 원전 사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설을 한 성인용 버전까지 다양한 대상층을 겨냥한 사기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 책으로 언급되는 사기가 갑자기 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사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으로, 황제(黃帝)로부터 한(漢) 무제(武帝)에 이르는 약 2천 년을 기록한 통사다. 제왕을 기록한 12본기(本紀), 연대기에 해당하는 10표(表), 제도를 정리한 8서(書), 제후를 기록한 30세가(世家), 의롭거나 탁월한 인물을 기록한 70열전(列傳), 130편으로 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분량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기에는 우리 인간사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전으로 추앙받으며 오늘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그 대상을 20대로 한정하고 있다. 20대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시기다. 꿈도 많고 열정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다. 젊다는 자체로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20대는 ‘88만 원 세대’라 불리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국내 경기도 덩달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자연히 그 여파는 우리들 20대에게로까지 내려오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20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런 20대들에게 사기에서 길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지은이는 6장에 걸쳐 대한민국 20대에게 꼭 필요한 여섯 가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 인생의 사람 만들기’, ‘내 안의 열정 깨우기’, ‘신념에 충실하기’, ‘타인의 마음 다루기’, ‘내 인생의 원칙 세우기’, ‘나만의 자신감 단련하기’가 바로 지금 현재의 88만 원 세대들이 가슴에 간직해야 할 가치들이다. 각 장의 가치에서 그에 해당하는 사기의 내용들을 들려주고 있다.

덕을 위해 왕위를 버린 백이와 숙제, 인재를 사귐에 있어 귀천을 따지지 않은 맹상군, 앉은뱅이의 몸으로 재상의 자리에 오른 범수, 미천한 관리에서 통일 진(秦)나라의 승상이 된 이사, 스물네 해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청년 용장 곽거병, 모래를 품고 강으로 뛰어든 충직한 시인 굴원,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지략가 관중, 다른 사람의 불평불만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쪽 법관 장탕,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면 공부한 소진, 가난뱅이 서생에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 의돈 등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나도 이야기 속 인물의 삶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사기가 던져주는 매력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한다. 꿈많은 우리 대한민국 20대가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삼을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굳이 20대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들이다.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그 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그림, 그리고 각 이야기의 끝에 소개되는 ‘사기상식열전’은 책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비록 힘겹고 고단한 생활이지만 대한민국의 ‘88만 원 세대’가 사기라는 책을 통해서 인류의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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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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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이 TV와 신문 지상에 보도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속은 우리가 보는 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인(死因)은 대부분 우울증에 의한 자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런 자살은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그런데 이런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이 전부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우리 사회 전반에 이미 만연된 문제였던 것으로, 갑자기 우리의 이목을 끈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우울증이라는 증세 자체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서, 우울증은 점점 더 어두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병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꾸만 감추려 한다는 것이 우울증의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언론 보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심각한 우울증에 비해 우울증 환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치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이나 이야기는 지금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어느 유명한 의사의 처방전보다 더 좋은 충고 내지 치료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우울의 심리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원제는 “Climbing Out of Depression”이다. 지은이는 등반을 하는 동안에는 마치 지옥처럼 느껴지지만, 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이젠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울증의 극복을 이처럼 암벽 등반에 비유하여 제목을 지은 것이다.

지은이인 ‘수 앳킨슨‘은 실제로 우울증을 겪었고 또한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이다. 지은이는 1부 ’우울증은 암벽등반이다‘에서부터 7부 ’정상을 향해 전진하기‘까지 총 7개 파트로 나누어 자신이 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를 아주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삶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 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여야 한다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각장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당히 공감이 되는 내용이지 않을까 한다.  

경쟁과 성공으로만 내몰리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많건 적든간에 어느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있다. 그걸 잘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처방전은 우울증 환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자신만이 가진 마음의 병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암벽 등반을 하면서 터득한 다양한 방법은 그와 같은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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