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서재에서 '책벌레' 얘기가 자꾸 눈에 띄었다.

스텔라님 서재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81347

가을산님 서재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82895

나 역시 마이리뷰 카테고리 제목에서 '책벌레'를 표방하고 있는데,
어라,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책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저 막연히 머리 속엔 요렇게 생긴 귀여운 벌레가 사각사각...종이를 갉아먹는 이미지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책장 사이에서 가끔 보는 참깨 알 반 정도 되는 하얀 뽈뽈이 벌레,
고게 책벌레가 아닐까....추정해보는 정도.

궁금한 마음에 엠파스에 가서 검색을 해봤는데, ㅋㅋㅋㅋㅋ
제일 처음 열어본 그럴 듯한 제목이, 나를 웃다 넘어가게 만들었다. ^0^


 
  책벌레를 처리하신적이 있으신가요?

질문



요즘 놀다보니 책에 파묻혀 살고 있걸랑요?

근데 엄마가 자꾸..

"으이구 이 책벌레야.. 아예 책을 씹어먹어라!"라는 엄청난 말씀을 하십니다.

책벌레도 처리하신 적이 있습니까?

세스코 분들께 여쭈고 싶네요..

[참하뇨자]


답변




책벌레의 정식 이름은 먼지다듬이입니다.



높은 습도가 가장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장마철 많은 습기가,



소수였던 먼지다듬이가 눈에 띌 정도로 대량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책벌레



즉, 먼지다듬이를 제어하고자 한다면 적절한 환기와 습도를 낮춰야 합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요법으로 제어되지 않을 경우,



전문업체와 상담을 통해 해결하시면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다 읽는다고,



"다독상"도 받은 적이 있답니다.



책은 나를 성장케 하는 정적인 활동입니다.


물어본 사람도, 답변한 사람도 정말....ㅎㅎ,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저 세스코 직원,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먼지다듬이의 모습. 40배 확대한 것으로, 실제로는 깨알보다 작은 크기라고 한다.
따식.....정 안 가게 생겼네...ㅡ,,ㅡ;;;

먼지다듬이는 일명 책벌레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선 3과가 알려져 있는 1∼7㎜의 미소 곤충입니다.
잡식성으로 균류, 꽃가루, 마른 식물, 곡물가루, 곤충의 시체 및 먼지까지도 섭취합니다. 일반적으로 습하고 따뜻한 곳에서 좋아하며 주요 서식처로는 습한 바닥, 배관틈새, 벽 틈새, 석고보드, 가구 등에서 서식 할 수 있습니다.
불쾌곤충(nuisance insect)으로 불쾌감, 불결감, 공포감 또는 혐오감을 주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야기하며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오래된 고서적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관계로 헌책을 구입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온 책을 햇볕에 소독하려고 뒤적이다 보면 가끔 정말 점처럼 아주 작은 회색을 띈 검은 빛깔의 물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책에 붙은 먼지거나 출판 당시의 오타로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퇴치법은 쌀벌레와 같은 방식으로 책에서 소수가 나올때는 강한 자외선에 일광소독 하거나 원래 집에서 생기는 해충이 아니라 책이나 옷, 이불등의 물건에 붙어서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니까 구입 시에 세탁해서 보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장이나 벽지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게 될때는 훈연법이나 해충박멸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겠지요.
--출처, 풀빵닷컴...이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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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0-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들이 다 이렇다니까...40배쯤 확장해서 보면 다 징그러.><;;

클리오 2006-10-2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세스코 홈페이지가 엄청 인기였던 적이 있었지요. 늘 저런식의 유쾌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답변을 하더라구요...

2006-10-2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7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12-2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난 이름보고 내가 책벌렌 줄 알았는데!ㅎㅎ
 

심, 승, 희.  沈 昇 憙

한학자셨던 고모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청송 심, 오를 승, 기뻐할 희.

소심하고 조용하던 어린시절에는 내 이름의 속뜻이 저렇게 진취적이라는 것을 알고 꽤 기뻤다.
스무살이 넘고 나자, 뜻풀이를 해주면 일부 몰지각한 음란서생들이
"오르는 것을 기뻐한다고? 우히~ ^___,^"
따위의 반응을 보여서 매를 벌었다만.

심승희, 발음에는 상당히 버거운 구성이다. 
조음 발달 상 'ㅅ' 은 가장 늦게 완성되는 발음 중의 하나.(거의 초등 1~2학년은 돼야 완성된다) 
그런 'ㅅ'이 연이어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조음 발달이 늦은 울반 아이들은 한때 줄기차게 나를 <짐승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어렵고 부담스러운 발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꼭,
성을 붙여 부른다는 것.
관계가 멀찍해서 그런 건 아닌 듯.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승희야"라고 부르는 대신  "시~임~"하고, 내 성으로 애칭을 만들어 버린다. ㅡ,,ㅡ;;

처음엔 고민되더라.
"심승희!"하고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은, 대개, 야단 맞을 일이 있거나
먼 사이에서 격식을 차리는 딱딱한 표현이기에.
헌데,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 사람이
"심승희야", "이봐, 심!"으로 날 불러대니, 뭐, 이젠 그런가보다 한다.
아무래도 '심'이란게 조금은 희귀성이고, 그 느낌이 강렬해서 그런가부다...하고

헌데 최근, 어떤 사람이 나를 "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르기가 좋다나. 멋지다나. 허허어.......
남의 이름을 갖고 이렇게 장난쳐도 되는거냐.

그러고보니 남편이랑 연애할때도, 그 전에 그 어떤 남친도 나를 다정스레
"승희야~"라고 불러준 기억이 없다.
뭐냐. 뭐냐고요. 나름 이쁜 이름 아니냐고요.
뭐요?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요? ㅠㅠ

PS. 오늘 처음 알았는데, 내 성인 沈에는 '가라앉을 침'이라는 뜻도 있네.
그럼 뭐냐. 가라앉았다 올랐다 하는 걸 기뻐한다는 건가? ㅋㅋㅋ
내 조울증엔 이유가 있었던 거시어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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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10-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승이에서 넘어감..ㅎㅎ
나도 이름이 거시기해서인지 다정하게 00씨 라고 불린적이 없따..
남편도 안 불러준다네

진/우맘 2006-10-2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래요, 순이씨~ 캬캬캬컄
=3=3=3=333

sooninara 2006-10-2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희도 이름은 이쁜데 자기하고 안어울리나?ㅋㅋ
남편은 연애할때 뭐라고 부르셨남? 심양?
우린 지금도 '자기야'로 통일...

진/우맘 2006-10-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어....근데 글고보니, 지금도 가끔 "승희야!" 그러긴 한다.
근데 그게 옆집 향단이 부르듯 해서 다정스레 안 들려 그러나....ㅠㅠ

아영엄마 2006-10-2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도 만만찮게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죠. 조금 요상하게 부르면 부르르~ -.-;;

진/우맘 2006-10-2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마, 그러고보니 아영엄마님도....ㅋㅋㅋ
이름에 한맺힌 분들이 줄줄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렇죠....아영엄마님 이름, 굉장히 독특하고 예쁜데....마지막 하나만 삐끗해도 큰일이 나니...ㅡㅡ;;;;

sooninara 2006-10-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그러게요. 이름에 한 맺힌.ㅎㅎ
난 남편이 한번도 '순이씨' '순이야' 불러 준적이 없다는..ㅋㅋ
사내 결혼이라서 그런지..
울엄마가 돈주고 이름도 지어와서 은수저에 새겨주었는데..
'현선'이라고..炫宣 대학친구들은 현선이라고도 불러줌.

뎅구르르르~~ 2006-10-2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 또는 규~~ 따위로 불리우는건.. 우리 자매의 숙명??
'심' 또는 쏜~~ 으로 불리우는 또다른 자매도 있지.. ㅋ

물만두 2006-10-2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그리고요? 라는 말을 듣죠.^^ 게다가 아무도 여자이름으로 안본다구요 ㅡㅡ;;;

진/우맘 2006-10-2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만두님> 맞네요, 맞아. '그리고요?' 외자 이름의 숙명이죠. ㅋㅋㅋ
뎅굴아> 그렇구나...나만의 슬픔이 아니었던게야...흑흑. 하긴, 규~와 쏜~을 생각하면, 승~의 출연이 좀 뒤늦은 듯도 싶다. ㅡㅡ;; 방금 네 싸이 댕겨왔는데.^^

가랑비 2006-10-25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 하고 부르는 건 그 자체에 어떤 울림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김~ 이~ 최~는 부르기가 영 거시기하잖아요? ^^

반딧불,, 2006-10-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저 처음에 가라앉을 침으로 보고 아니! 했어요.

프레이야 2006-10-2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희님, 전 심청이 후손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인당수에 가라앉았다 떠오른.. ^^
님, 이름 참 예뻐요. 그래서 자랑모드하고 계신 거 다 안다구요 ㅎㅎㅎ

클리오 2006-10-2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진/우맘 님 페이퍼는 어떻게 이렇게 번번이 재밌을 수가 있을까나... ^^

ceylontea 2006-10-2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하하.... ㅋㅋ
짐승이 선생님.. ㅋㅋ 시~임~.. ㅋㅋ
거기에 더욱 대박은 PS.. 가라앉았다 올랐다 하는 걸 기뻐한다..

웃기만 해서 미안해요.. 그러나 요즘 너무 정신없고, 이래 저래 회사 일로 스트레스 받다가 덕분에 확 풀렸어요... 흐흐.. 땡큐... 이뽀...
사랑해~~~승~~ ^^

진/우맘 2006-10-2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나두 사랑해~ 로온~~~^0^;
클리오님> 에이....참....부끄.....*^^*
혜경님> 맞아요, 심청이 후손. 심씨는 본관이 하나라는 게 거의 정설이거든요. 근데...대단하시와요. 같은 한자를 보고 하나는 조울증을 떠올리고 다른분은 인당수를 떠올리고!!! ^^
반딧불님> 맞다, 가라앉을 침,으로 읽어야 하는군요. 그럼 뭐야...침승희? ㅡ,,ㅡ;;;;
벼리꼬리님> 그런가봐요. 댓글 보심 알겠지만 울 자매들이 모두 겪는 일인 걸 보면. ㅎㅎㅎ

세실 2006-10-2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마음 '심' 해서 따뜻한 느낌이 나서 '심'만 부른것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심수봉이 떠오릅니다. 호호호~
이름 예뻐요~~ 저보다 백배는 더. ㅠㅠ

happyhappy 2006-10-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소희가 생각난다. "심션섀님~" 하고 불러주던...
나도 울 아그들을 "연" "쩡"이라고 부르는데.. ^^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넘기다가 독특한 문구, 웃음을 동반하는 기지 넘치는 표현, 다이어리에 적어 넣고 싶은 고상한 금언을 만나게 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주로 누워서 뒹굴뒹굴 독서를 즐기는데다가 “책은 깨~끗이 보는 것!”이라는 강박적인 가르침을 받은 세대이기에, 그런 만남의 순간에 나는 책장 모서리를 접어놓고는 한다.

하지만 대체, 접는 페이지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보다 많아서야. 이런 난감한 희열을 봤나! 서재에 접속해서 <밑줄 긋기>를 해 놓으려다, 자칫 책 두 권을 몽땅 쳐내려가게 될까봐 그냥 멈췄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이 작가, 욕심도 많다. 남들은 한 편에 한두 개도 될까 말까 한 빛나는 언어를 몽땅 그러모아, 작품 하나에 맑은 밤의 별처럼 촘촘히 박아 넣다니! 대체 뒤에 남은 작가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무엇에 비유해야 할까. 얽혀버린 실타래, 끝없이 벗겨지는 양파, 혼을 빼앗는 직소퍼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로.... 그러나 모두, 적절하지 않다.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짜증도, 양파껍질이 풍기는 독기도, 퍼즐을 맞춰내는 인내도, 미로를 헤매는 공포도. 바람의 그림자와 함께 하는 여정에서는 순수한 지적 희열 이외의 어떤 고통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인생을 품고 있는 등장인물들과 겹치고 포개진 수많은 사건들, 아무리 정교하게 배치하고 알맞은 수순으로 풀어낸다 할지라도 자칫 리듬을 잃으면 삽시간에 지루해져 버리고 말텐데.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능란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휘말려버리는 것을 보면....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동반한 천재라는 가정 외에도, 분명, <바람의 그림자>에는 공들인 마법이 걸려있음에 분명하리라.


책장을 덮고 그 행복한 여운을 되새김질 하다가, 결국 건넌방으로 넘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느낌을 살려 몇 줄의 헌사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바람의 그림자에 묻어온 마법에서 말짱 깨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 때문에. 


바람의 그림자

그 제목부터 이미, 타고난 원전(原典)인 책이 있다. 이제야, 소설에 대한 내 막연한 향수병이 그 고향을 찾았다는 뿌듯함에 태어난 연도를 살폈다. 2001년, 어라, 조금은 더 나이 먹은 책일 줄 알았는데.....? 태어날 때부터 이미 <고전>의 품격을 갖춘 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이미 존재한 많은 책들의 원전이 될 가치가 있는, 타고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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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10-2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는 페이지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보다 많아서야. 이런 난감한 희열을 봤나! 서재에 접속해서 <밑줄 긋기>를 해 놓으려다, 자칫 책 두 권을 몽땅 쳐내려가게 될까봐 그냥 멈췄다...저랑 똑같으시네요.......추.천.

진/우맘 2006-10-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
정말, 어디다가 멋진 말만 모아놓은 우물 같은 걸 숨겨놓은 작가 같애요. 그죠?

야클 2006-11-24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소설이죠. ^^
 



이거....평소 화풍이 있으셔서, ㅎㅎㅎ 본인임을 밝히고 싶지 않아도 조만간 탄로나지 않을까 싶은...^^;

나무는, 약간 위쪽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용지 중앙에 그려져 있다. 이러한 사람은 남성적 성향과 여성적 성향을 모두 사용하여 남녀 모두와 적절한 관계를 맺는 조화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대개 나무 그림에서 뿌리는 본능과 무의식, 줄기는 감정과 정서, 수관은 정신과 이성 등을 상징한다. 뿌리와 줄기, 수관 어느 한 곳이 특별히 치우치게 발달한 느낌 없이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모양이다. 본능과 감정, 정신세계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보면 뿌리에서 줄기로, 다시 줄기에서 수관으로의 에너지 흐름이 원활해 보이지는 않는다. 반 닫힌 이행으로 막혀 있고 가지와 뿌리는 단선 처리 되어 있다. 이는 세 영역을 계획 하에 통제하려는 피험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전반적인 스트로크는 섬세하고 다분히 여성적이다.

지각양식과 학습형태에 의한 스트로크의 사용법 분류에 대한 논문(1968)에서 매트뮐러희릭은 사람을 시각형, 청각형, 운동형으로 나누었는데 이 나무에 쓰인 스트로크는 대표적인 시각형이라 볼 수 있다. 잘 분화된 부드러운 선으로 정확하나 강약을 조절하며 장식적인 방법으로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이렇게 가늘고 연하며 충분히 시간을 들인 스트로크를 쓰는 사람은 주의 깊고 약간은 종속적이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권위를 수용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자기표현을 억제하곤 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자세히 살피면 표현에 있어 종종 약간의 망설임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아 자기 억제에는 조금의 열등감이 동반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전체적인 나무의 인상 속에서 자칫 지나칠 수 있는 sign이 보인다. 수관의 세 부분 중 맨 오른쪽 수관을 받치고 있는 가지만이 유독 두꺼운 것과, 줄기의 오른쪽 부분의 선이 여러 번 겹쳐져 있는 것이다.

용지를 좌, 우로 나누어 볼 때 좌측은 수동성, 수용, 여성, 과거의 영역이다. 반대로 우측은 적극성, 통제, 남성, 미래의 영역이다.

왼쪽 수관과 가운데 수관은 가는 가지가 받치고 있는데 오른쪽의 수관만 굵은 가지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피험자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 여성이나 여성과 관련한 세계에 적응 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일해야 하는 것, 통제된 규칙상황 하에 있는 것, 남성이나 남성의 영역에 적응하는 것에 더 큰 부담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추론할 수 있다.


용지는 보통 상/중/하, 좌/우 정도로 나누어서 살핀다. 그런데 이 나무는 수관이 확연하게 세 개로 나뉘어 있으므로 용지의 구분을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기로 한다.(가로 네 칸, 세로 세 칸, 총 열 두 영역)

우선, 수관 자체가 거의 균등하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 것, 그러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이는 피험자가 정신적인 영역의 성과에 있어 다방면에 걸쳐 고른 관심과 재능을 갖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때,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맨 오른쪽의 수관은 완성, 사고, 과학·수학, 계획, 명성, 경쟁, 망상, 충분한 재력, 독립, 실험 등의 영역이다. 일반적인 가지가 받치고 있는 두 수관이 해당하는 영역은 대략 예술, 음악, 직관, 공상, 문학, 종교, 신화, 광신성이나 이상주의, 박애주의, 위트, 역사 등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피험자가 생활을 해 나감에 있어 어떤 부분을 힘들어 하고 수월해 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하겠다.


나무를 수관, 줄기, 뿌리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볼 때, 피험자 개인의 독특한 발달에 관해 가장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 바로 수관이다. 수관에서는 인간관계에의 의식된 태도와 환경 전체와 관계를 맺는 자세가 표현된다. 앞서 말 한대로 정신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지적발달, 흥미의 범위, 목표의 성질, 만족의 대상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나무의 전체적인 수관 모양을 살펴보면 타원형에 가까운 버섯형이다. 버섯형의 수관을 그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외부로부터 자기를 보호해야만 한다고 느끼고 소극적인 성향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보통 수치심이 내재되어 있어 재능을 갖고 일을 달성했을 때에도 자신의 결점에 먼저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버섯형의 수관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지지와 칭찬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험자의 나무는 완고한 버섯형이라고 보기에는 특이한 부분이 있고, 내부의 가지가 약하긴 하나 위를 향해 뻗어가고 있으므로 특유의 부적인 감정이 문제시될 정도로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관과 줄기가 연결되는 부분은 완전히 열려 있지 않고 반 닫힌 이행 상태이다. 이런 경우는 이성이 정서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여 다방면의 활동으로 균등하게 인도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줄기의 모양을 보면 뿌리부분이 약간 넓어지는 형태의 평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줄기는 성을 건강하고 솔직하게 수용하며 무의식의 경험과 풍부하게 접촉하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줄기와 뿌리 역시 반 닫힌 이행을 보이는 것으로 볼 때 본능과 성을 거침없이 감정에 반영하기 보다는 의식적인 통제 하에 여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줄기에는 두어 개의 옹이가 보이는데, 특히 하단 오른쪽의 옹이는 그 크기가 큰 편이다. 나무줄기의 옹이를 트라우마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으며, 이 경우 그 위치 상 발달 초기, 부성적인 영역에서의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 sign의 해석은 단순하게 확정지어서는 안되므로 피험자와의 상담을 기초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단선으로 상세히 그려진 뿌리는 땅 속으로 섬세하게 파고들고 있으며, 이는 무의식을 흡수해 본능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줄기나 수관과는 달리 유독 뿌리만 단선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피험자는 본능의 영역을 자유롭게 열어 보이기 보다는 뭔가 인위적으로 추상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성인일 경우 성경험을 누리고 있으나 성관계에 있어 냉담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성관계에 대한 반응을 끊거나 나타낼 수 있는(조절할 수 있는) 상태라고 여겨진다.
뿌리 좌우에 펼쳐진 지면은 전반적인 조화와 더불어 적절한 환경적 지지를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나무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음영’일 것이다. 음영은 단순한 묘화기법일 수도 있으나, 대개 방어나 은폐, 회피의 기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피험자가 사용한 음영은 빛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나무를 감싸고 있다. 이 음영은 의식되고 통제된 일종의 방위 시스템으로, 상처입기 쉬운 자신의 덮개, 혹은 보호막으로 음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음영과 연관해서 단선으로 표현된 가지나 나무껍질의 짧은 세로선 등도 대표적인 방어 기제다. 나무껍질에 이와 같은 점을 그리는 피험자는 보호장치를 만들고자 노력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쉽게 상처 입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쉽게 노출된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0.28. 마태님.

 평소 심리 테스트를 즐겨하지 않는다. 잠깐의 재미는 될지언정 그런 테스트가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곤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심리 테스트는 평소 내가 생각하던 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줌으로써 날 놀라게 한다. 최근에 진우맘님이 해주신, 나무 그림을 이용한 심리 테스트는 놀람을 넘어서 경악의 수준으로 날 이끌었다. 내가 가장 놀란 대목은 바로 이거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성관계에 대한 반응을 끊거나 나타낼 수 있는(조절할 수 있는) 상태라고 여겨진다.”


사람이 혼자 살아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하고픈 욕망의 조절일 것이다. 나 역시 십대, 이십대 때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지만 오랜 기간의 수양을 거치며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건 내가 남은 생애를 혼자 보내기로 결심한 비결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욕구 때문일 텐데, 내게 여자 친구가 많아진 것도 다 내가 득도한 이후다. 근데 내가 그린 나무가 그 상태를 말해준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궁금하다.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욕구가 많았다는 뜻이다. 안믿어도 좋지만 내 첫 경험은 서른살 때니까-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무를 그렸을까? 어릴 때부터 난 뿌리를 단선으로 그렸던 것 같은데.


제가 그린 나무에 의하면 전 이런 사람이랍니다. 진우맘님, 심리검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30. 진/우맘.

단선의 뿌리를 그린다고 해서 다 득도하신 분은 아닐터....저야말로 얼른, 이 나무그림 영역에서 득도를 하여 더 도움이 되는 분석을 해 드릴 수 있어야 할텐데요.
마태님 소감문만 보면 저~기 미아리 어디 즈음에 돗자리 펴고 앉아야 하겠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나무에서 읽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주욱 나열해 놓은 게 이 결과표이니까요, 그중에 읽는 이가 유독 마음에 와 닿는 부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놀라고, 경악하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요? ^^ 사실, 모든 분석결과가 다 마태님의 심리와 일치하진 않을 거 아녜요. 그죠?
어찌 보면, 심리 검사 결과 페이퍼를 본 후 피험자의 반응도 심리 검사 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나저나.......
존경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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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5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6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0-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정말 감사합니다. 퍼가요.

마태우스 2006-10-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에 대한 느낌은 제가 퍼간 페이퍼의 앞부분에 썼습니다. 좀 놀랐어요

비누발바닥 2006-10-2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도 요즘 미술치료 과목을 듣고 있는데 ....분석을 한번 해보고 싶네요....
 

 2006.10.24. - 올해의 38번째 책

★★★★★   ★★★★★

 말 시키지 마. 기필코 리뷰, 쓸테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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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10-2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