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말, 제가 데뷔할 당시 진우맘님은 서재계의 빛나는 스타였지요.
글만 썼다면 댓글이 주르르 달리고, 방문자도 톱클래스였습니다.
지금은 댓글에 답도 잘 안하는 거만한 삶을 살지만
석달간 댓글 하나 없는 페이퍼만 썼던 당시엔 어쩌다 방문해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고
진우맘님같은 분이 오면 “이런 스타께서 오시다니” 하면서 감격하곤 했지요.
소재 고갈 없이 하루에 한편 이상의 페이퍼를 쓰는 데는 자신이 있었건만
이미 유명한 서재인이었던 진우맘님에겐 역부족이었죠.
게다가 진우맘님은 페이퍼 기능이 생기자마자 페이퍼만 썼고
가끔은 “페이퍼 때문에 책을 못읽겠다”는 푸념을 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저렇게 서재 지수가 높으면서 하루에 글을 몇 개나 올리는 거야? 욕심도!”
당시 진우맘님의 최대 무기는 ‘심리검사’였습니다.
꽤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지라 의뢰자가 끊임없이 있었고
진우맘님은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심리검사 결과를 자세하게 페이퍼로 써줬지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목표인 서재계 평정을 위해선 뭔가 독특한 아이템이 한가지는 있어야 한다고.
술일기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는 걸 알아챈 저는
‘뉴스레터’와 ‘3류소설’이라는 카테고리를 창안하기에 이르고
이듬해인 2004년 3월부터 서재계 평정의 가도에 들어섭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만큼 된 데는 진우맘님이라는 라이벌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죠.
가장 먼저 20만에 도달할 게 확실시되는 물만두님도 계시지만
지금 서재계를 평정했다고 큰소리치는 저는
진우맘님이 서재계를 떠난 걸 가장 아쉬워하며
술만 마시면 진우맘님과의 한때를 추억합니다.
그때 잘해드리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한답니다.

알라딘 상품넣기가 안되서 월드컵 공원 사진 올려요
알라딘 폐인과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게
진우맘님이 ‘진우의 어머니’가 아니라 ‘예진이와 연우’의 엄마인 걸 아느냐였을만큼
진우맘님은 명실상부한 서재계의 대부였고
진우맘님을 빼고는 번개도 이루어지지 않았었죠.
모르긴 해도 캡쳐 이벤트를 발명하신 분도 아마 진우맘님이셨죠?
진우맘님이 쓴 글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물론 밤을 새가며 소주 다섯병을 마셨다는 알콜 페이퍼지만
“우리 십년 친구 해요”라고 썼던 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십년은 무슨 십년. 평생 친구해요”라고 댓글을 달았던 분들 중
지금 서재에 안계신 분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그 글을 쓰신 진우맘님도 언제부터인가 서재에 잘 안들어오시지요.
시기별로 구분할 때 진우맘님은 1세대 서재인의 대표적인 분이지요.
그 세대 사람들은 늘 얘기합니다.
“그때가 좋았다”고요.
하지만 과거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그리고 과거란 우리 기억 속에서 미화되기 마련이기에
그 시절이 좋게 느껴지는 건 아닐런지요.
‘바로 지금(just now)'을 가치관으로 삼고
제가 살아가는 현재를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서재계도 좋아합니다.
그때 같이 놀던 서재인들 중 안보이는 분이 많은 건 분명 아쉽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이 새로 서재계에 들어오셨답니다.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서재도 충분히 따뜻하고 좋은 곳이랍니다.
알라딘 달력의 모든 날에 밑줄이 쳐 있을만큼의 폐인이었고
서재계의 산 역사이신 진우맘님,
이제 그만 바쁘시고
예전처럼 호형호제하며 지내면 안될까요?
다시 돌아올 듯 돌아올 듯하면서 안돌아오시는 진우맘님,
또 며칠 글 쓰시다 잠적하셔서 제게 상처를 주시지 마시고
앞으로 계속 친하게 지내요.
십년지기 하려면 아직도 7년은 더 남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