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생각글쓰기 2-3
성정일 엮음 / 시서례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적합한 문제집이 없나 여러 문제집을 검토했는데, 언짢은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2학년 국어과 문제집도 '일방적인 사고'만을 강요하고 있더군요. 동시를 읽고 '재미있는 표현'을 고르라는 문제에 붙박이 답이 웬말입니까. 열린 교육을 거쳐 7차 교육과정에 이른 지금도 제가 자랄 때와는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그나마 <우리 생각 글쓰기>는 열린 사고를 하게 해주는 문제집입니다. 여러 가지 기본 어휘력을 신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예시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멋진 글을 쓸 수 있는지 길을 열어주니까요. 특히, 조금은 지루한 저학년용 보다는 3~4학년용이 좋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쳐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난감한 부모님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주의할 점은, 이 문제집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실습할 기회를 많이 주셔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풀어와'하는 기존의 개념으로 지도하시면 아이는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쉽게 잃고 말 것이고, 정형화된 글쓰기에 길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생각 글쓰기>는 작문 연습의 한 방법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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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는 나에게 있어 취미를 넘은 특기이다. 머리가 아파도 잘 참고 몇 권이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에 대한 나의 탐욕은 가끔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어려운 책, 마음에 안 드는 책이야 턱 덮어서 쓰윽 밀어버리면 그만이니 책 읽기가 힘들어본 적은 없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마나 예쁜 제목이던지. 금새 눈 앞에 푸른빛이 형상화되어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다.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려니 편두통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었을까. 그렇게까지...... 둥실 떠올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묘사는 읽는 이의 가슴에 수정 없이 꽂힌다. 마약, 섹스, 마약, 또 섹스...... 미군과의 환각 파티 장면은 단연 이 책의 압권이다. 그런 말초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파질줄은 몰랐다.
69와 블루를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본다면, 69의 류는 이렇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의 공백동안 사회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중압감을 준걸까. 블루는 머리와, 마음과, 몸을 모두 뒤트는 특이한 책이다. 류와 블루를 좋아하지만, 조만간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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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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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지영과 신경숙에게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었던 나에게 하성란은 상큼한 도발이었다. '선입견이 많은 사람'은 싫어하면서도 나같이 무수한 선입견을 짊어진 사람이 또 있을까. '예쁜 여자는 글은 별로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지, 겉장 안에 예쁜 작가의 사진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선입견 덕에 글읽기는 더 감칠맛이 났다. 기대가 작았기에 기쁨도 컸다고나 할까. 20살 진명이의 내면 세계를 상황을 통해 들여다보게 만드는 글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아침마다 가방을 안고 달리는 진명이. 결국 선명이 죽은 후 더 건강하고 성실해졌다는 그녀의 독백은 구구절절한 슬픔보다 마음을 묵직하게 건드린다.

그런데 끝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머리가 모자란걸까. 생각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은 결말은 미국식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내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녀의 다른 글도 읽어본 후에, 꼭 한 번 다시읽기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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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 예문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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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69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나는, 무라카미 류라는 이름과 제목을 보고 '이 사람, 또 시작이군' 하며 뜻모를 미소를 띄웠다. 토파즈로 그를 처음 접한 나에게는 무리가 아니었다. 또 적나라한 성 이야기가 판을 치겠거니 생각을 하자 책을 판매대로 들고 가는 것이 왠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헌데 이것이 다 오해였다. 이제껏 읽어본 류의 책중 가장 상쾌한 작품이었다. 음란한 상징인 69가 아니라, 69년을 얘기한 거라니...^^;;;(에구에구 부끄러워라)경쾌하게 전개되는 류의 학창시절을 넘보면서, 나는 왠지 '친구'의 달리기 장면이 떠올랐다. 폭력으로 물든 영화 한 가운데의 그 달리기는 얼마나 기분 좋고 유쾌했던가. 69의 느낌이 꼭 그렇다. '~한 것은 아니고' 하며 끊임 없이 궤변을 늘어 놓는 살짝 뒤틀린 특이한 주인공을 통해서는 류와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사적으로 친해진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69를 류의 대표작이나 역작으로 꼽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하지만, 내가 토파즈가 아니라 69로 그를 처음 만났다면 거부감과 선입견을 해소하는데 걸린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류를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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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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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디어에서 난리를 치고, 발매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을 보면 난 왠지 심사가 꼬인다. 사실 책 선택의 기준 중 큰 자리를 베스트셀러 목록과 작가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이름이 작품보다 앞서나가면 왠지 그러면 안될것 같은 불쾌감이 앞서는 것이다. <외뿔>도 그냥 이외수가 써서 유명해진 것 같아 선뜻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것을 그런 삐딱한 심사로 펼쳐들었는데, 그런 오해는 채 10p를 넘지 않아 스르르 풀려버렸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는이에게 계속 깨달으라고 훈시를 한다. 무릎 꿇고 반성하면서 불편하게 다 읽고 나면, 깨달아야할 것 같긴 한데 당최 뭘 깨달아야하는지, 뭘 고민해야하는지 멍해진다. 하지만 외뿔은 쓸데 없이 가르치려들지 않는다. 킥킥거리며 읽어나가고 가끔 참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이 나오면 한 숨 쉬고...다시 웃고. 그렇게 수월하게 읽고 나면 그 때부터 꼬리를 문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 사랑이 뭘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내게 소중한 것들이 무어며, 잊고 있었던 것은 없는가...

이번 그림들은 이외수가 파지에 그린 것을 모았다고 한다. 쓸 모를 잃고 널린 이면지가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품다니... 그의 재능이 몹시 샘나는걸 보면, 난 아직 더 깨달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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