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레임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순주 옮김 / 영림카디널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은 기차로 6시간. 가벼운 소설책 한 권, 씨네 21 한 권, 사람들이 두고 내린 스포츠 신문 두어 개를 읽으면 꼭 떨어지는 거리이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 구입하는 책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이 바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이다. 한시도 지루하지 않은 꽉 짜인 전개와 결코 실망을 주지 않는 대단원은 기차 특유의 냄새와 지루한 시간을 언제나 잊게 해준다.

에어프레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행기의 이유 없는 사고(단순한 추락이 아닌, 갑자기 급강하와 급상승을 번갈아 하는 아찔한 순간)와 그 원인을 밝혀내기위한 비행사, 언론, 조사반의 치열한 암투도 스릴이 넘쳤지만, 비행기를 제조하는 거대한 공장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나, 세심한 고증을 거쳤을 법한 사고 처리 과정도 흥미 있는 읽을거리 였다. 조종사와 관련된 결말(안 읽은 독자를 위해 자세한 언급은 피합니다!) 자체는 그렇게 쇼킹한 사실은 아니었지만, 밝혀지기 직전까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역시 크라이튼!'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초반의 사고 상황에서는 마이클 크라이튼 특유의 실감나고 드라마틱한 입담을 맛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비행기를 탔더라면 정말 오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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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One 1
이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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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걸스'와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에서의 상당히 거칠없던 이빈의 느낌과는 좀 다른 작품인 것 같다. (그림도 어딘가 동글동글해진 것 같네?)

가수들의 세계-상업으로서의 음악, 많이 팔기 위해 만들어지는 가수들-라는 소재는 다분히 만화적인데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정말 그럴것이다'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취미와 특기마저도 조작되어야한다면, 대중 앞에 선 그들이 과연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까? 음파같은 다이아몬드로 기성품 악세사리를 만드려고 하는 음반사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을 원음파. 그리고 주위에 포진한 짱짱한 인물들의 화려한 스토리는 만화 읽기의 재미를 한 층 더해준다.

동글동글하게 닳아진(?) 이빈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하지만, 뒷맛이 웬지 싱겁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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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
조정래 지음 / 해냄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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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도 '아리랑'을 읽고 나서 저는 마늘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앉아 은근히 풍기는 화장실 냄새와 싸우며 열심히 책을 읽고 있을 때였었어요. 논두렁에서 새참을 먹고 있던 농부에게 통마늘을 안주삼아 탁주를 한 사발 얻어먹는 장면에서, 생마늘이라고는 입에도 안 대본 주제에 어느새 입안 그득 침이 고이면서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집에 도착해서 가방도 풀기전에 찬밥에 물을 말아 마늘에 쌈장을 푹푹 찍어 두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던 엄마의 얼굴과 함께 그 때의 개운한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하고, 분개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제의 탄압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생생히 살아 숨쉬던 우리네 삶이었습니다. 끈끈한 정과 순진한 민심이 천성인 우리 민족, 그러한 민족성이 깔려 있었기에 질긴 외세의 탄압에도 그 맥이 끊기지 않고 면면히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려청자 조선백자도 중요한 우리 문화이지만 아리랑을 읽고 나서 저는 '민족성'이라는 것이 무었인지, 또 우리네 민족성이 얼마나 정감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태백산맥보다 아리랑을 윗길에 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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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몬 1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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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를 뒤늦게 접한 내가 그 흥분을 채 지우기 전에 이 책이 발간되었다.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신간을 '기대'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손에 들게 된 것이다.

에~ 솔직히 김이 좀 빠졌다. 발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새로운 세계였지만 투탕카몬 판 람세스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발굴권과 자금을 둘러싼 암투가 조금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덤을 파헤친 자들이 저주를 받았다는 떠들썩한 가십과 유물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에 가려진 발굴자들의 열정을 되짚어 보기에는 좋은 책인것 같다.

이집트 문화의 과거와 현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나 크리스티앙 자크의 골수 팬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람세스'에 대한 기억은 싹 지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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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현대문학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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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읽으면서 잠시 은희경이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몽상의 경계선에 있는 '그녀'와 주인공의 관계는 '댄스댄스댄스'에서의 키키와 주인공의 관계와 무척 많이 닮아 있었다. 하루키의 열성팬이고 은희경의 조용한 지지자인 나는, 당장에 책을 구해 읽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 느낌이 하루키와 전혀 달랐다. 하루키는 담담하고 허무한 느낌을 주고, 삶의 목적인양 '그녀'를 갈구하며 결국은 뭔가를 깨닫는다. 반면 은희경은 좀 더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로 '그녀'를 포장했다. 그리고 하루키의 그녀가 구원의 여신이라면 은희경의 '그녀'는 다분히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풍긴다.

'그것은 꿈이었을까'가 하루키를 닮지 않아서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겠지. 아쉬운 점은, 인터넷을 연결해 놓고 비틀즈의 노래를 열심히 찾으면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목으로 쓴 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소설의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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